<--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그렇게 비리 치안신들이 지부 책임자들의 발 빠른 배신으로 순식간에 처리되자 일제검거준비는 기가 막힐 정도로 은밀하고 빠르게 이루어졌다.
물론 지부의 책임자 중에서도 범죄신과 직접 연관된 고위 존재도 있었으나 비리 치안신들을 정리하면서 과감하게 인연을 끊어버린다.
현재 위원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잘 아는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큰 비리를 저지르면 과거라면 치안신의 직위를 포기하면 대부분 용서를 받았지만 이제는 무조건 군대의 최 말단으로 끌려가게 지침이 바뀌어 있던 것이다.
당하는 입장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차라리 징계나 처벌을 하란 말이야.’
‘죄를 지으면 일정기간 가두거나 벌금을 내라고 하지 왜 군대로 보내?
그것도 최 말단?’
말도 안 되는 짓은 그만두라고 위원회의 주신들에게 압력을 넣으려고 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과거라면 대부분의 업무에 면책권이 있는 위원회의 주신들조차 새로운 창조신장에게 무능하다고 폭행당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관례는 무의미해진 것이다.
더구나 정기가 얼마나 넘쳐나는지 감당을 못하고 있으니 매수도 불가능했다.
이러니 기존에 쌓아왔던 인맥과 권력이 아무 소용이 없는 실로 무서운 상황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결정에 반항할 세력이 없다.’
‘지금 작은 일이라도 걸려들면 어떤 고위신이라도 용서 없이 신병이 된다.’
‘군무가 언제 끝난다는 기한도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
신계의 지배층이었던 자신들이 모든 지위를 잃고 말단 투신으로 강제로 된다는 사실은 평화로운 때라도 못 견딜 지경이다.
더구나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그것도 배신자 신족과의 전면전으로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이 전원 직접 참전할 정도로 격전 중인 이때 말단 투신이 되면 끝장이었다.
하위신은 죽어도 별 문제없이 부활되지만 고위신은 신격의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그것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했다.
‘분명 최전선에 세울 것이다.
그럼 죽음을 반복하여 하위신이 되어 버린다.’
이미 군대의 질이 적보다 높으니 인원 감축을 주장했던 참모들이 모두 최전선에 끌려가서 죽음을 반복하다 대부분 그만 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이니 이렇게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치안이나 군부에 외부의 어떤 압력도 없었다.
그렇게 업무에 방해가 되던 비리 치안신이 한 번에 증발하고 돌아가는 사정을 어느 정도 깨달은 치안신들은 의욕이 살아났다.
아니 넘쳤다.
상부의 비장한 분위기가 전염되었는지 이제까지 몸만 사리던 현장의 간부들이 모두 나선 것이다.
‘범죄신들에게 상납이나 받으면서 검거를 방해하던 그 놈들이 모두 훈련병으로 글려갔단다.
이번에 싹 치우자.’
‘우리도 인정받지 못하면 똑같은 꼴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이번에 성과를 보여야만 한다.’
‘드디어 범죄신들을 끝장을 낼 때가 왔다.
모두 이번에는 전력을 다한다.’
‘진급할 만한 성과 없이는 끝도 없다.
아무 실적 없이 몸 성히 나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어떤 희생을 치르던 이번에 전부 찍어낸다.’
‘나와 내 동료가 그동안 당한만큼 복수할 각오를 해라.
신계의 평화를 우리가 이룩하자.’
범죄신들을 많이 잡기만하면 무조건 진급이다.
여기에 그동안 무기력한 치안으로 놀림받아왔던 치안신들의 분노가 폭발한 셈이었다.
그 결과 나름대로 온건파였던 후배조차 제압용으로는 너무 커다란 기둥형태의 신기를 들고서 박살을 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골목과 건물에 몸을 숨긴 채 은신까지 한 치안신들도 같은 심정인지 거의 같은 완전무장에 험악한 분위기였다.
모든 지부의 치안신도 거의 같은 상황이라 지금 모든 치안부의 신기고는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조건부로 임시 복직한 일귀신은 정말 이런 분위기가 생소하면서 반가웠다.
‘모든 치안신들이 위에 허락이 없이는 사용이 금지된 살상용의 신기까지 완비한 상태다.
이건 진짜 벌일 모양이야.’
지부 책임자들도 이번 일이 꺼림칙한 과거를 털고 크게 출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듯 작심하고 가장 앞장 선지 오래였다.
항상 뒤에서 지휘만 중간책임자들까지 현장에 무장을 하고 나왔으니 상황을 파악할수록 신계자아조차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위와 중간, 아래가 일치단결해서 일제검거를 준비한 모양이다.
더구나 범죄신들에게 정보누출을 막기 위해서 흔적이 발생할 수 있는 신계의 시스템을 아예 사용하지도 않았다.
이러니 나조차 몰랐지.’
이동을 해도 정보누출을 막기 위해 신계를 이용한 공간이동을 사용하지 않았다.
은신해서 직접 매복지로 뛰어간다.
그리고 일제검거 정보가 새어나갈 우려가 있는 통신망도 금지하고 입으로만 연락한다.
그렇게 도보 이동과 구두 연락이라는 원시적인 수단으로 신계자아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포위망을 구성 완료한 상태였다.
이렇게 할 정도로 현장의 지휘관들은 절박했다.
검거실적이 제일 적은 지부는 업무태만의 죄로 군부에 훈련병으로 넘긴다고 협박까지 해왔기 때문이다.
과거라면 농담으로 치부하고 웃었겠지만 지금은 실제 상황이었다.
‘이제까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몸을 사리기 바빴던 높으신 분들이 오히려 더욱 설치고 있는 판국이다.
이번에 잘못 보이면 끝장이다.
‘아니 이번 일이 끝나면 이제 성과를 보일 기회조차 거의 없을 것이니 지금 최대한 잡아서 실적을 올려야 해.’
범죄신들이 모두 사라지면 이제 공을 세울 기회가 아예 없으니 출세는 물 건너 간 것이다.
이번에는 검거 중에 심하게 반항할 경우 정식 사살허가까지 나와 있으니 누구도 망설이지 않았다.
주변 치안신들과 후배의 은은한 살기와 투기로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전직 치안신은 기대가 되면서 걱정이 되었다.
‘걱정스럽군.
주변 분위기가 너무 심상치 않아.
아무리 창조신장님이 새로 생겼어도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올 리가 없다.’
그나마 얌전하던 후배의 흉흉한 살기까지 풍기자 선배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어차피 대부분 재판도 없이 바로 풀어줄 것 아닌가?
살상용 신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떤가?
나중에 과잉진압이라고 나처럼 징계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자신도 저렇게 혈기 넘치게 의욕적으로 움직이다가 위에 찍혀서 한직으로 돌고 결국 면직된 것이다.
과잉충성을 했다고 면직되고 한참을 후회했는데 오랜 친분을 가진 후배에게 그런 길을 가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후배의 반응은 의외로 완강하고 확신에 차있었다.
“이제 아닙니다!
이번에 저 썩을 것들을 잡기만 하면 유치장에 보내지 않고 바로 군부에 넘깁니다.
저기 행성 외곽에 진리 친위대에 의해 시위대들이 신병으로 구르는 것이 보이시죠.
이미 비리를 저지르면서 융통성을 외치던 빌어먹을 것들은 모두 보내졌습니다.”
그 말에 일귀신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행성 외곽이지만 물리현상에서 초월한 감각과 시야를 가진 신이기에 똑똑히 보였다.
행성외곽의 우주공간에서 침이 아닌 피를 토하면서 극한의 훈련을 받고 있는 신병들의 모습을 말이다.
이십만이 넘는 시위대가 한순간에 끌려갔으니 일하는 와중에서도 항상 주시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지독한 훈련이군.
그런데 지금은 잘 하는데.’
진리 친위군이 주도하는 가혹한 훈련에 초반부에는 바로 죽을 듯이 휘청거렸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었다.
조금씩 정예투신의 투기까지 보이는 저들이 과거에 시위대라니 믿기지 않았다.
후배가 고소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한다.
“킬킬킬-! 정예가 되면 바로 배신자 신족과의 최전선에 보낸다는 군요.
일천만 명까지 확보한다고 군부에서 공식선언했답니다.
덕분에 이제 범죄신이나 시위대를 가리지 않고 법을 어기면 현장에서 잡아서 신원만 확인하고 진리 친위군에 넘기기만 끝입니다.
투신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모든 절차를 무시한다고 합니다.”
이제야 모든 불안감을 지운 일귀신이었다.
군부가 다 받아준다니 너무 많이 잡아서 넣을 감옥이 없어 풀어줄 염려도 없는 것이다.
“그래. 드디어 이런 시대가 왔군.
현직이면 더욱 좋겠지만 잡기만 하면 무조건 복직을 시켜준다 이거지?
그렇다면.........”
주변의 치안신들이 풍기는 투기에 그동안 사회에서 적응한다고 억누르기만 했던 권능이 꿈틀거린다.
몸 주변의 공간이 가는 모래처럼 잘게 흩어지고 흐릿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그리고 양 팔과 온 몸이 마치 갑각류의 외피처럼 검게 변하면서 강화되는 소리가 울린다.
두둑-! 두둑-!
일귀신(一鬼神), 아니 모래귀신.
가진 권능은 치안신에 특화된 공간억제와 초월적인 악력이었다.
은밀하게 발동되는 공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범죄신도 공간이동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강력한 악력을 자랑하는 양 손에 붙잡히면 바로 팔다리가 날아갔다.
치안신 중에서 가장 유능하고 용맹하지만 무모하다고 평가받던 존재가 완전히 복귀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망설이지 말고 전부 잡도록 하지.
내가 가장 앞장서지.”
“역시 개미귀신 선배님-!”
옆의 치안신들과 후배는 안심했다.
모래귀신이 오랜 기간 쉬어서 본래 능력을 보일지 약간 걱정이었지만 역시 기우였다.
현직에 있을 때와도 전혀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후배는 상부에서 임시 복직한 치안신들에게 꼭 반복적으로 말해주라는 소리를 다시 말했다.
내용을 보니 이번에 상부는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상부에서 현상금도 따로 지급하고 성과금도 두둑하게 주신답니다.
성과만 잘 보이시면 복직과 동시에 진급입니다.
위에서 이번에 아예 정식공문으로 내려왔습니다.
저기 지부 책임자와 치안담당 부관님이 보이시죠.
현장에서 감당 안 되는 고위신은 직접 잡겠다고 오셨답니다.
저희는 제압만 하면 됩니다.”
“허어? 정말이군.
고위 치안신이 무장을 하고 현장에 오다니 신기할 지경이군.
또 범죄신과 시위대만 잘 잡으면 진급이 돼?
정말 좋은 시대가 왔나 보군.
과거에 그랬다면 내가 치안담당 주신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완전히 검은색의 갑각의 피부로 뒤덮인 모래귀신이 나직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후후후후후후! 나는 복직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으니 추가 성과는 양보하지.
이렇게 연락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네.”“아니 너무 손이 부족한데 바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양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지지 않습니다.
현역들도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지 오래입니다.
짭새신이 열 받으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죠.”
“허허. 그런가?”
그 말에 모래귀신은 헛웃음을 지었다.
한 달 전에 만났을 때는 치안신과 세상이 전부 썩었다고 한탄하던 후배였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 치안신이 되었던 것처럼 의욕이 넘친다.
더구나 자신까지 복직이 되고 이제야 인정을 받다니 정말 세상이 변한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보다 높은 성과야 이미 결정된 것과 같으니 저절로 웃음만 나왔다.
“푸후후후-! 그래.
짭새가 봉황이 되는 날이 온 모양이로군.
아니 복수의 시간인가?”
“복수라기보다 이건 정상적인 업무처리입니다.
법을 어기는 범죄신들은 치안신들이 무조건 잡아서 격리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동안 당한 만큼만 돌려주죠.”
여기까지 모래귀신과 후배의 대화를 들은 신계 자아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몇 달을 투자해도 불가능한 동시 체포준비가 왜 이렇게 신속하게 끝났는지는 알았다.
모든 치안신들이 힘들게 잡았지만 너무나 쉽게 풀려나는 범죄신들을 언제인가는 원한을 갚아준다고 이를 갈면서 한 준비가 일제히 개방된 것이다.
‘이미 치안신들이 자발적으로 신기와 인원을 보충할 정도로 과열되었다.
이건 중지 못 시켜.’
이런 상황에서 일제 체포를 멈추라고 했다가는 오히려 실망한 치안신들이 폭동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일백만이 넘는 치안신의 폭동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부재중이기에 혼란을 가라앉힐 도리가 없다.
결국 현황을 그대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 맞습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체포하라는 명령만 하시면 정말 할 것입니다.’
‘뭐? 정말이라고?
이....... 이제 어떻게 하지?
아니 차원창세신 코아님은 어떻게 했지?’
창조신장의 대리임무를 받자마자 처음 처리해야하는 일이 이렇게 커다랗다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전임자가 한 대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신계자아는 비슈뉴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설명을 하려다가 또 울화가 치솟았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은........ ’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족의 상하급자간의 아름다운 상호존중의 예의범절은 어디다가 전부 팔아먹었는지 전혀 지키지 않았다.
담당주신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만든 계획과 성과를 가져오면 거만하고 귀찮은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그리고 그나마 만족스러우면 탁자에서 정기구슬을 하나 들어서 툭 던져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번 해봐.”
신계자아는 말로만 설명을 하다가 아무리 해도 신뢰도가 떨어질 것 같아서 결국 저장해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신계자아에 의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광경을 본 비슈뉴는 뭔가 아주 이상함을 느꼈다.
영상 속에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말 귀찮은 기색으로 주신들에게 정기구슬만 던지면서 한마디만 한다.
‘이건 아무리 보아도 정상적인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가 아니다.
아니 구슬 하나가 일 천억인데 이렇게 쉽게 주어도 되나?’
하지만 아직 처음이고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와 다른 행동을 했다가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
그래서 탁자 위에 쌓인 정기구슬 하나를 권능으로 들어서 치안담당 주신에게 넘긴다.
그렇게 공중에서 둥둥 떠온 정기구슬을 황송하듯이 양손으로 받아들은 치안담당 주신은 바로 고개를 구십 도로 꺾이면서 힘차게 대답했다.
“핫-!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마치 투신이라도 된 것 같은 절도 넘치는 음성이었다.
그리고 한시가 급하다는 듯이 바로 치안신들의 직통 통신기를 꺼내들고 소리쳤다.
포위가 완료된 지금 시간을 끌수록 변수만 늘어날 뿐이었다.
자신감 있게 보고를 하고 있었지만 속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급한 심정으로 처부로 돌아가지도 않고 바로 모두의 앞에서 명령을 하달한다.
“허가 떨어졌다.
일제히 쳐라.
아니 몽땅 잡아버려-!”
그와 동시에 치안신들이 호응을 하는 소리가 통신기 아니 본성 전부를 울렸다.
우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