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독종 치안신들의 주변은 이미 범죄신들로 이루어진 시체의 산이었다.
상위의 신격을 가진 고위의 범죄신이 나서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무조건 치명적인 공격으로 끝장을 낸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쏟아지는 황금빛의 광기는 이미 눈이 부실지경이다.
광기가 가라앉은 치안신들이 지치기만 기다리던 범죄신들에게는 악몽이었다.
“창조신장의 신성에 완전하게 가호를 받았는지 오히려 갈수록 강해져만 가고 있다.”
“저 지독한 악질들이 적성자라고?”
도대체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떤 존재냐?”
더구나 범죄신들에게 독종이라고 불리는 치안신들도 신이 났다.
주변의 동료나 상사들이 평소처럼 말리지 않고 생전 처음 듣는 응원과 격려까지 하자 아무 거리낌 없었다.
걸리는 모든 범죄신들을 말 그대로 찢어발기고 있었다.
수십만의 치안신 중에서 이런 적성자는 겨우 열 명 남짓했지만 지나가는 거리를 시체로 채우는 그들의 맹공은 모든 범죄신들의 전투의지를 끊어버렸다.
“도망쳐야 해.
도저히 대응을 할 수 없다.”
“항복. 투신이 되겠다.”
하위 치안신들의 탈진보다 범죄신들의 사기가 먼저 꺾이자 최후의 반격을 노리던 범죄신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끝났다.
우리만이라도 포위망을 돌파한다.
다른 신계로 가서 다시 시작한다.”
“행성 간 공간이동까지 막히긴 전에 멀리 도주해야만 한다.”
기회만 노려오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습을 한 치안신들에게 시위대와 범죄신들은 너무 일방적으로 당해버렸다.
그래서 한밤중이 되어 거의 검거가 끝나가면서 극히 일부의 고위 범죄신들 만이 하늘로 날아서 도주를 시도하고 그 뒤를 고위 치안신들이 쫓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모든 세력을 잃은 잔당에 불과했지만 모두가 최고위의 범죄신이라서 한곳에 뭉친 전력은 더욱 강력했다.
“지금 끌려가면 끝장이다.”
“어떻게든 본성을 벗어난다.
살상용 신기를 전부 착용해.”
고위의 범죄신들은 자신만을 위해 지은 죄가 너무나 컸다.
그리고 재판도 받을 수 없었다.
이번에 군부로 끌려가면 다시는 사회에 못 나온다는 위기감에 서로 비명과 같은 고함을 지르면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하위신들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 지부의 책임자들까지 이제 검거가 아닌 혈전에 참가한지는 오래였다.
신체의 힘을 모두 끌어올리기 위해 고위신들의 원초적인 기합이 신계를 울렸다.
“크아아아아.”
“와아아.”
고위의 치안신과 범죄신들이 본격적으로 살상용 신기를 들고 공중에서 충돌하면서 신계의 하늘에 권능의 빛과 함께 피가 튀었다.
꽈가가가가가각-! 슈파파파파파팟-!
그런 광경을 보는 유지의 영웅신 비슈뉴는 심장이 멈출 지경이었다.
전투라면 몇 번 해보았지만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싸우는 경우가 드물었다.
‘신계 안인데 이건 거의 전면전 수준의 전투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중천에 오는 순간까지 치열한 공중 검거전은 끝이 날 줄 몰랐다.
비교적 약한 고위 치안신들조차 탈진해서 쓰러지기까지 하는 장기전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뛰어난 강자들이 여기서 빛난다.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는 모래귀신이었다.
어지간한 신기공격을 튕기는 검은 갑각이 뒤덮인 몸 전체에 범죄신들의 피로 홍건하게 물들었다.
그러나 눈동자는 황금빛 신력의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고 기력이 넘쳐났다.
덕분에 한시도 검거를 멈추지 않았다.
싸우고 있는 자신조차 의아할 정도로 갈수록 힘이 넘쳐났다.
“신기하군.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가 않고 계속 강해져.
그리고 흥분되는 것 같으면서도 이성이 멀쩡하다니?
이것이 창조신장님의 신성의 가호인 것인가?
나만 이 정도 효과인 모양인데 미안할 지경이군.”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모래 색으로 채색된 제복으로 몸을 숨기고 시야에 닿은 주변을 모두 공간 폭풍으로 휘감아서 제압했다.
그리고 끝까지 저항하면 신기조차 뭉개는 완력으로 팔 다리를 뽑아버리는 잔혹함이 더해지자 이 지역의 범죄신들은 모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통해 도주하던 고위 범죄신들조차 모두 분쇄해버린 모래귀신의 모습은 가장 먼저 완전검거를 알리는 모습으로 담당 주신들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주신들은 하늘에서 거리로 내리는 피의 비와 골목마다 쌓여진 시체더미에 침음 성을 흘렸다.
“흐으으음-!”
“저게 치안신 중 최강이라던 일귀신.’
화면 너머인데도 일귀신에게 팔 다리를 뽑혀 쓰러진 범죄신들에게 솟구치는 핏줄기에 신음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달이 하늘의 가운데에 걸리자 드디어 종반전에 돌입했다.
허나 범죄신들도 이제 만만치는 않았다.
기습을 당하고 몇 시간의 격전을 버티며 공중전까지 치루면서도 살아남은 범죄신은 그야말로 초일류의 투신들이었다.
그리고 치안신들의 악착같은 저지에 혼자서는 돌파가 도저히 안 되자 모였다.
힘을 합하여 지부 책임자들과 참모들을 쓰러트리고 포위망을 돌파하기로 한 것이다.
최고위의 범죄신 백여 명이 동시에 외곽 행성으로 이동하는 공간이동소로 움직인다는 비상상황이 터졌다.
가가가가가가가-!
그들은 막는 치안신들을 완전히 분쇄하면서 공간이동소로 가는 길을 뚫는다.
치안담당 주신조차 당장 달려 나가려고 할 정도의 위기였다.
허나 이제 자신은 치안신의 모든 것을 짊어질 책임자라고 자각은 있었다.
‘공적도 크지만 피해도 크다.
창조신장과 담당주신들이 주시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저들의 공적을 비난에서 지켜주어야 한다.
이 의무가 최우선이다.’
허나 최고위 신의 힘을 보이는 저들의 위력을 기존의 치안신들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적성자인지 가공할만한 힘을 보이는 치안신들이 있었다.
결국 제압을 완전히 끝낸 그들에게 비상소집 명령을 내린다.
“적은 마지막으로 정예를 집결한 공간이동소를 향한 돌파전으로 나오고 있다.
적은 최고위 신들이라서 일반 치안신들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니 우리도 결사대를 조직하여 막는다.
지역제압을 끝내고 아직 싸울 수 있는 치안신들은 모두 모여라.
저 놈들의 목에 현역과 예비역을 불문하고 지부장으로 승진을 걸겠다.”
최고위 범죄신들에 의해 이미 부하와 참모들의 피를 본 치안담당 주신이 사용하는 용어는 이미 전쟁과 같았다.
그리고 눈동자에는 황금빛 광기가 일렁거린다.
당연히 이 명령은 범죄신들의 제압을 끝내 한곳에 쌓아놓고 임무 종료만 기다리던 모래귀신과 주변에도 들렸다.
흥분이 가라앉고 너무나 무리를 해서 이미 신기를 들 힘이 없을 정도로 탈진한 후배와 치안신들을 거칠게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다시 싸울 여력은 없어보였지만 말해야 했다.
치안담당 주신이 직접 승진을 거는 일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없었다.
다시는 이렇게 쉽게 지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지는 않기에 후배를 데려 가야 했다.
“같이 가자.
치안주신님이 지부장으로 바로 승진을 시켜준다고 한다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헉-! 헉-! 전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후배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일귀신이 치안신에서 쫓겨난 뒤에 힘이 감소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더니 결국 기우였다.
창조신장님의 가호의 효과가 아니라도 얼마나 단련을 했는지 현역 치안신들이 뒤를 쫓으면서 정리하기도 바빴다.
‘왜 그 많은 문제를 일으킨 선배를 상부에서 끝까지 지키려고 했는지 알겠습니다.’
더구나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신성과 너무나 잘 맞는 적성자인 이상 적수는 없었다.
신족의 정점인 창조신장의 온전한 가호가 내려진 신을 동급으로는 이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거칠어진 숨을 정리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이제 짐은 놔두고 혼자 가십시오.
일귀신(一鬼神) 선배님.
이제 선배님의 시대입니다.
지부장보다 더 많이 출세하셔야 하지요.”
“...... 고맙다.”
진심의 감사를 남기고 이제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는 후배들을 남겨놓고 공간이동으로 긴급 이동하는 모래귀신이었다.
그리고 각 지부에서 무력에 자신이 있는 현역과 은퇴자들이 직위를 상관하지 않고 공간이동을 시작했다.
이제 이 밤의 마지막을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 지을 때가 온 것이다.
그렇게 신계의 공간을 순식간에 날아서 이동한 수백 명의 치안신들이 소집이 완료된 곳은 바로 공간이동소의 정문과 직결된 긴 통로였다.
쿵-! 쿵-! 쿵-!
정문으로 분류되어 도착한 치안신들이 바로 전신갑옷으로 중무장한 육중한 신체를 땅에 내려앉으면서 육중한 소리를 울린다.
그리고 통로에 도착한 존재들은 서로를 보고서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사대에 자원했지만 최후의 방어선으로 복도로 배치된 치안신은 겨우 십여 명이었다.
허나 충분하다고 느꼈다.
서로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으나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직위는 낮고 악명만 높았지만 치안신이라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강자였다.
‘모래귀신.’
‘흉신악귀.’
‘수라신수’
또한 거의 면직되거나 정직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치안신들도 잘 알기에 눈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전면을 주시하면서 적을 기다렸다.
자신들이 소집을 응해 배치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신격과 능력의 극심한 차이로 힘겹게 유지하던 포위망이 결국 뚫린 것이다.
은은하게 들려오던 폭음과 신력의 파동이 이제 피부에 자극을 줄 정도였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각-! 화아아아아아-!
잠시 후 정문 방어를 담당하던 치안신들이 흘린 피의 냄새와 투기가 진하게 풍겨온다.
꽈꽈꽈-!
정문이 파괴되는 소리와 함께 복도로 밀려오는 피안개가 자욱하게 밀려왔다.
정예 치안신 수백 명이 지키던 정문을 순식간에 돌파한 것이다.
그리고 복도에 울리는 범죄신들의 발 구름 소리가 사방을 울리고 살기어린 투기가 압박감을 전해준다.
다다다다다다다-! 우우웅-!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니 정문 돌파를 해낸 범죄신들의 수는 적어도 오십 명 이상이었다.
그것도 지부 책임자들이 못 막을 정도라면 아마도 자신들도 잘 아는 힘든 강적들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가장 위험한 현장에 자원하고 배치된 그들에게는 한가로운 감상이 흘러나온다.
“아아. 마치 전쟁과 같군.”
“이런 긴장감은 정말 오래간만이야.”
“살아있기를 정말 잘했어.”
범죄신들의 흉계에 걸려 치안신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이를 갈면서 복귀와 복수의 시간이 오리라고 믿고 단련을 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창조신장이 되자마자 꿈에서도 바라던 바로 그 상황이 온 것이다.
그렇게 결사대의 맨 앞에서 통로를 가로막고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는 세 명을 본 오십명 정도의 최고위 범죄신들은 일제히 급정거를 했다.
끼이이이이-!
최고위의 범죄신들답게 일제히 동작을 멈춘 그들이 한탄을 내뱉었다.
“치이이이-! 모래귀신이다.
정말 복귀시켰군.”
“거기다 겨우 치웠던 골칫덩어리들이 다 모였군.”
너무 익숙하면서 끔찍한 얼굴들이었다.
저들을 모르는 범죄신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적성자로 확인된 이상 단순한 힘이나 권능으로 밀고 넘어갈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창조신장의 가호가 얼마나 신족에게 무서운 상승효과를 나타나는지 확실하게 깨달은 지 오래였다.
치안신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인원과 순수한 전투력이라면 네 배가 넘는 범죄신들 중 남은 것은 이제 자신들 밖에 없는 것이다.
우르르르르르르-!
뒤에서 대세를 정비하고 병력을 보충한 치안신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울린다.
한가롭게 대화를 할 여력은 없지만 일단 회유를 하기로 했다.
병력은 자신들이 다섯 배 이상 많지만 이런 좁은 복도에서 별 의미가 없었다.
아니 저들과 직접 충돌 하고나서도 행성 장거리 공간이동을 버틸 몸 상태를 유지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모래귀신. 죽도록 충성을 다한 대가로 해직을 당하고도 아직 깨닫지 못했던가?
신계보다 개인을 위해 살아라.”
“신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할수록 실망만 늘어날 것이다.”
“차라리 우리와 같이 가자.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종류다.”
“너희들 정도의 힘이면 정기든 뭐든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
“한건만 제대로 하면 치안신이 몇 만 년을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정기를 한 번에 얻는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박봉에 괴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너무나 식상한 범죄신들의 유혹에 결사대들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웃고 모래귀신이 대표로 대답했다.
“나는 아니 우리 치안신들은 정기보다 너희 범죄신들을 체포하는 것이 더 좋다.
빛의 신이면서 노력해서 일하지 않고 악마들처럼 개인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범죄신들을 잡는다.
이것이야말로 영원한 삶의 유일한 낙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