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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을 재판도 없이 인사불성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은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눈이 커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반투명한 행성 위로 서류의 탑이 쌓여간다.
바닥에 납작해진 각 초월자들의 머리 위부터 서류 탑이 만들어지고 그 높이는 끝없이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울렸다.
“검색 조건은 주신성, 배신, 반역, 밝혀져서는 안 되는 비밀.”
그 말과 함께 각 서류의 탑에서 수백 장의 문서들이 날아와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 쥐어졌다.
파르르르르-!
날아온 문서들을 읽어 본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이 은은한 투기에 물들었다.
그리고 모든 문서를 흩어보고 지배자급 초월자들에게 물었다.
“초월자 규범에 지성체들과 혼인관계를 맺으면 어떻게 하게 되어있나?”
“물론 금지입니다.
백년을 살지 못하는 지성체는 정신체로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초월자들과 정상적인 혼인이 이루어질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현재의 정기 상태로는 상대가 초월자가 될 확률이 희박하니 나중에는 서로 불행할 뿐입니다.”
“그래? 그래도 혼인을 하려하면 어떻게 하나?”
“경고를 하고 관계를 끊게 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젊은 시절에 만나서하는 잠시의 연애 정도는 용인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신체를 활성화해서 젊음을 유지하게 하는 등의 약간의 혜택도 허용범위입니다.”
상식적인 답변이다.
기본이 불로불사인 정신체들과 장수를 해도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지성체는 평등한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지성체가 정신체를 매혹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시절은 너무나 짧았다.
권능으로 그 기간을 연장해서 오래기간 연애를 하는 초월자들도 흔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상대를 영원히 젊은 상태로 만들면?
물론 정신체로 승급이 아닌 지성체 상태로다.”
“!”
그 말에 지배자급 초월자들의 안색이 확 굳었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지성체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수명과 노화의 한계를 벗어나서 수련을 지속적으로 쌓는다면 초월자급 강함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육체의 강화 여부를 떠나서 지성체의 영혼은 일반적으로 이백년 남짓의 삶만 버틸 수 있게 되어있다.
정신체로서 진화되지 않는 한 이 한계를 넘을 수는 없었다.
‘영원한 삶을 감당할 수 없으니 나중에는 반드시 붕괴된다.’
초월자급의 힘을 가진 불사불멸의 지성체가 미쳐 날뛰면 비상사태였다.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대참사가 벌어졌기에 정상적인 승급 외에는 금지되어 있는 행위였다.
허나 법이 그렇다고 사랑하는 연인이 늙어 죽어가는 모습을 견딜 초월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영원한 젊음을 주었다가 사랑이 식으면 회수하는 일이 쉬쉬하면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었다.
“....... 일단은 금기를 어긴 별로 엄중히 경고하고 양방을 격리조치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젊음을 받은 지성체와 정신체는 같은 장소에서 살 수 없다.
아직 사랑하는 연인을 강제로 헤어지게 하는 일은 못할 노릇이지만 그 이후로 벌어진 몇 번의 참사를 보고 확고해진 규칙이다.
그런데 그 말에 나직하게 웃으면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다.
“후후후후후. 헤어지게만 한다는 거냐?
감상적인 초월자들이니 그렇게 온건하게 처리하겠지.
그런데 영원한 삶은 얻은 지성체 사이에서 아이를 낳으면?
그것도 줄줄이 말이다.”
“!!!”
그것이 초월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모두 벌떡 일어났다.
벌떡-!
이제까지 조용히 대답하던 온건파 초월자들이 모두 입을 모아서 외쳤다.
“반신(半神)-! 아니 반초월자(半超越者)만은 결코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반역이며 무조건 극형입니다.”
반신(半神).
행성결계로 인한 십분의 일로 권능이 감소하는 제약을 풀기 위해서 신들이 신체(神體)와 인간의 육체(肉體)에서 태어나게 한 반 정신체이다.
물론 절반 정도의 권능으로는 우주공간에서 신은 당할 수 없으나 행성 위라면 압도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육체에 맞지 않는 거대한 권능의 힘은 불완전한 이성과 감성을 지니게 해서 강간이나 대량살육에 쉽게 빠져든다.
‘아주 먼 과거 반신이 나타나면 행성의 지성체들이 급속히 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현실을 조정하는 권능과 행성에서 능력제약이 없는 반신들은 어지간한 초월자들은 막을 수 없었기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제 누구의 일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서 당장이라도 바닥에 눌려서 정신을 잃은 용의자들을 멱살을 잡고서 분쇄해버릴 기세였다.
“그 괴물들로 이제까지 벌어졌던 참사를 보고도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반 초월자들은 어디에 있냐?
당장 불지 못해-!”
“이 미친놈들-! 주신성을 그 미칠 것들에게 넘겨줄 생각이냐?”
반 초월자(半 超越者).
정신체로 올라선 초월자들의 신체(神體)와 인간의 육체(肉體)에서 태어난 또 다른 반 정신체이다.
본래 지성체들이 기원인 초월자들이었기에 적합도가 높아서 반신보다 능력이 확실히 위였다.
완전한 초월자들과 우주공간과 행성에서 대등할 정도로 강력하다.
더구나 또 다른 장점이 있었다.
반신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권능은 다시 절반으로 준다.
신에게 받은 신체와 권능이 육체에 희석되어서 갈수록 약화되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반 초월자들은 그런 현상이 없었다.
아니 풍부한 정기와 환경만 적합하다면 압도적인 재능으로 전력을 빨리 불릴 수 있었다.
혁명 초기에 무한하게 부활하는 신족에게 맞서서 진지하게 반 초월자들을 적극 육성하는 것을 검토할 정도로 막대한 전과도 올렸다.
‘반 초월자들에게 돌연변이, 아니 종말이 발생했다.
그것들은 행성 자체를 먹는 괴물이야.’
노력과 관계없이 한계까지 강해진 감정적인 초월자의 힘은 아무런 수양이 없는 신체와 정신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상적인 수련이 아닌 불완전하게 이어받은 초월자의 피는 반신의 광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국을 낳았고 파괴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주변과 함께 모두 붕괴했다.
여기에 권능을 사용하다 자멸하는 파괴신과 달리 육체가 우선하는 초월자답게 아무것이나 먹어치우면서 계속 파괴를 이어갔다.
지성체의 모습조차 잃고 약한 신체에 답답해한 초월자의 능력이 변형시킨 끔찍한 괴물로 변해가면서 말이다.
마지막에는 반초월자들이 행성까지 먹어치우는 괴물이 되어서 날뛰는 이런 상상도 못한 비극 앞에 결국 절대금기가 되어버렸다.
“이이. 이 미친놈들아.
아무리 자식이라고 주신성을 넘겨줄 생각이냐?”
반투명한 행성은 이미 치워졌고 용의자들은 고위의 초월자들답게 순식간의 타격을 회복하고 의식을 찾았다.
이미 반초월자들을 탄생시킨 금기를 범한 사실이 모두 밝혀진 것을 알았는데도 그들은 담담했다.
오히려 당당했다.
자신의 욕심이 아닌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벌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당당하게 살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소.
주신성의 충분한 정기와 이상적인 환경만 부여된다면 내 자식들은 모두 초월자가 될 수 있소.”
반초월자들은 언제인가는 파괴신보다 행성을 먹어치우는 괴물이 된다.
막을 방법은 수련을 쌓아서 오직 초월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기가 약해진 현세계에서 초월자의 피에 신체가 먹힐 정도로 빠르게 강해질 방법은 없었다.
반 초월자들에게 진저리를 치는 초월자들의 관리가 없는 주신성이 어떻게든 필요했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벌인 일이다.
부족한 정기로 인하여 수련의 진도가 늦어져서 정신의 한계에 봉착하여 괴물이 되기 직전의 자식들을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이거나 봉인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초월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약한 자식들은 태어나자마자 반려와 함께 울면서 영구빙성(永久氷星)에 봉인조치까지 했었다.’
‘그런 상황에 목숨이 큰일인가?’
일반 행성의 일만 배가 넘는 정기를 가진 정기를 가진 주신성이라면 반초월자들에게 최대의 힘을 부여해줄 것이다.
그리고 영구빙성에 가둔 갓난아이들조차 쉽게 초월자로 승급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허나 행성을 처먹는 반초월자 거대 괴물들과 사투를 겪은 지배자급 초월자들은 생각이 전혀 달랐다.
인간의 모습도 아니고 초월자의 추한 욕망만을 상징하는 머리에 입만 달린 위성크기의 괴물들과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강함을 떠나서 초월자들의 본성을 보는 것 같아서 구역질이 났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후후후후후후후. 반신이든 반초월자이든 강하기만 하면 상관없다.
그리고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진리님을 모시는 모든 존재의 철칙.
이건 넘어가주지.”
“코아님.”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경악을 하는 동안 당당하게 본심을 밝힌다.
“나는 감정적인 초월자들의 총수.
그렇다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를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감동적이니 예외를 인정해주지.
대신 규칙을 바꾼다.
모든 반초월자들은 총수인 나의 직속으로 할 것이며 그들이 입힌 피해도 내가 감당한다.
그들을 초월자들의 선두에 설 창, 그리고 모든 반대세력의 공포로서 삼을 것이다.”
“!!!”
총수로서 반초월자들을 직속무력세력으로 삼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초월자의 피가 폭주하여 괴물이 된 반초월자들이 과거에 벌인 파괴 장면을 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었다.
“풋. 겨우 저 정도인가?
대신족과 비교하면 너무 작고 귀여울 정도로군.”
바로 동영상을 끄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반 초월자들의 종말이 위성단위의 질량과 복원력, 권능이 전부인 괴물이다.
그렇지만 이런 쪽의 조련이 내 전문이다.
나는 이런 본능만 남은 행성을 먹는 머리통 거대 괴물이라면 아무리 많아도 통제할 수 있다.
잘만 쓰면 아주 좋은 공포의 대상이 되겠군.
그러면 초월자들의 지배의 권위를 유지하는데 아주 유용한 전력이 될 것이다.
그럼 검색 반초월자.”
또 다시 용의자들의 머리 위에 쌓인 서류의 탑에서 수백 장의 서류가 빠져나가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 쥐어진다.
이제야 어떻게 겹겹이 정신방벽으로 숨겨놓은 사실을 총수가 알아냈는지 깨달은 용의자였다.
자신의 머리 위에 떠있는 서류들은 모두 자신의 기억의 뭉치였다.
“큭-! 설마?”
“허어억-! 이....... 이런 권능이 있다니?”
상대의 기억을 서류로 만들어내는 권능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고위 정신체의 자신의 정신방벽을 겨우 구타로 뚫었다는 사실이 더욱 비현실적이었다.
좌르르르르르-!
계속 늘어만 가는 서류를 짜증나는 표정으로 읽어가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나직한 음성으로 설명했다.
“이건 현실을 강화하는 권능이 아닌 현실을 부정하는 마도다.
이름은 퍼스널 히스토리.
상대의 모든 삶을 하루단위의 일기로 만들어서 읽게 해주는 아주 편리한 조사의 권능이지.
유일한 단점이 알고 싶지 않은 일까지 전부 알게 된다는 점이다.
아주 짜증나고 민폐지.
그래서 가급적 쓰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만 사용한다.”
“그....... 그럴 수가?”
그럼 읽고 있는 자료가 전부 자식들에 관한 자료라는 뜻이었다.
숨기지도 못하고 총수가 마음대로 쓰라고 꼼짝없이 바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좌르르르르르-!
자식들의 앞날에 걱정이 앞서는 용의자들의 귀로 황당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짓는 목소리가 들렸다.
“허허허허허. 이건 또 뭐야?
이 발기 찬 새끼 보게.
너 이리 와.”
“저........ 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