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총수가 원하는 강자이기에 당연히 잘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건 너무 강력해서 문제였다.
‘설마 내 딸이 먼 미래에 총수님의 대적자(對敵者)가 될지도 모른다니?
이건 상상도 못했던 사태다.’
더구나 총수님이 본격적인 파괴신 형태로 현세계 전부를 말살하는데 일원조차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보니 오싹해졌다.
원래 저렇게 될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총수로 모시게 되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단순한 예지가 아니야.
선택에 의한 필연이었어.
이런 권능도 있을 수가 있구나.’
지금의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계의 파멸자가 아니라 초월자들의 총수이고 신족의 창조신장, 마신황제였다.
창조주님의 가호까지 얻은 이상 어지간한 존재는 간단한 명령 하나로 매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위치는 잘못하면 초월자들의 공적으로 몰려서 척살을 당할 정도로 굉장히 위태로웠다.
‘도망칠 수도 없다.
지금도 총수의 보호가 없다면 바로 쥐도 새도 모르게 처분될 정도다.
총수님이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코로나도 고개를 떨어트렸다.
처음에 가졌던 정식으로 반려의 자리를 주든가 아니면 후궁으로 공개적으로 선포되는 사태만은 철회해달라고 담판을 지으려던 생각은 저 멀리 사라졌다.
총수를 보는 순간 방금 보았던 영상 속의 자신은 모르겠으나 지금의 힘으로는 어떻게 싸울 방법이 없는 강자라는 사실은 바로 깨달았다.
‘이런 강자가 있을 수가 있다니?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더구나 장차 대적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판정을 받았으니 지금 의자에 앉아있는 총수의 모습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깊게 생각에 잠겼다.
‘설마 아크람의 딸이 내가 이계 전부를 파괴하려고 나설 경우의 대적자(對敵者) 중 하나인 줄은 몰랐군.
저 광전사 같은 모습은 보나마나 성멸을 통한 광역파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서 저렇게 되었겠지.
그러나 이계를 재활용하기로 한 지금은 내 후궁인가?
쿡쿡쿡-! 내 선택에 따라서 이렇게 극과 극으로 상황이 바뀌는군.
이래서 강자의 삶은 재미있어.’
차원권능이 보여준 분기의 모습에 나직하게 웃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처분만 기다리던 부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계에서 운명의 선택은 가장 강자인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그리고 겁낼 필요도 없었다.
“걱정할 것 없다.
방금 너희들이 본 영상은 내가 이계를 완전히 청소하기로 결정했을 경우의 미래다.
지금의 나는 이계를 부흥시켜 차원일족의 기반을 만들 생각이다.
이미 투자까지 많이 했으니 물릴 생각은 없다.
그래서 후궁인 될 네가 내 대적자가 될 리가 없겠지.
다만 혹시 모르니.......”
우우우우웅-!
아크람에게 후궁의 권한과 의무를 적어주었던 확인서를 강제로 꺼내서 수정했다.
나중에 총수의 대적자가 된다는 차원권능의 판정을 받은 코로나는 입술을 악물고 참았다.
‘이러면 처음의 조건보다 어떤 불공평한 조건이라도 받아들여야 살 수 있는 상황이야.’
그리고 수정된 후궁의 계약서를 받아든 부녀는 놀랐다.
모든 내용은 같았다.
다만 한 줄이 추가 되었을 뿐이다.
‘후궁이 된 지금부터 코로나 코아 아크람으로 개명을 명한다.’
총수의 이계 이름인 코아의 이름을 받는다는 것은 후궁으로 정식으로 인정하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려주셨다.
이러면 신계의 계승권조차 주장할 수 있다.’
현재 총수가 가지고 있는 이계의 재산은 막대했다.
비록 쓰레기 같은 폐기직전의 별이나 총수의 창조력이면 바로 회복시킬 수 있는 행성 일만 개와 주신성, 그리고 수치조차 파악하기 힘든 무한의 정기 등이다.
‘이름은 준다는 것은 상속 권리를 준다는 뜻이다.’
대적자가 될지 모른 존재에게 줄 수 있는 권한이 결코 아니었다.
적이 될지도 모를 위험요소에게 더 큰 권한을 안겨준 총수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방 안 전체를 울렸다.
“후후후후후. 어딘가의 멍청한 왕처럼 예언을 두려워해 자기 무덤을 팔 생각은 없다.
미래를 두려워하여 더 발전할 가능성을 없애고 포기하는 약자는 되지 않겠노라.
물론 방금대로 내가 이계를 완전 소멸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도 있다.
그래서 네가 내 대적자들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너 정도의 강자를 후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버리지 않겠다.
나의 선택에 의한 필연이라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된다.
이계의 부흥을 위해서는 강자에게 부여하는 영광과 약자에 대한 기회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 말에 살았다는 안심한 표정을 지은 아크람이었고 코로나도 두말하지 않고 후궁의 계약서에 신력서명을 했다.
우우우우웅-!
밝게 빛나는 후궁의 계약서가 신계에 등록되면서 모든 기록에 아로새겨진다.
이제 코로나는 아크람의 딸이기 전에 초월총수 코아의 후궁인 코로나 코아가 된 것이다.
“어서 오거라.
코로나 코아 아크람.
이계의 모든 반 초월자들을 다스릴 나의 후궁이여.
나 초월총수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대를 나의 동맹이자 동반자로 받아들이겠다.
후후후후후. 서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잘해보도록 하자꾸나.”
“예.”
그리고 초월자로 만들어달라던 지성체의 여성도 마무리해 주고 돌려보내 주었다.
나중에 새로 배정해준 후궁의 거대 신전에 도착한 코로나가 사태를 깨닫고 망연자실한 얼굴이 되었다.
본래는 후궁이 아니라 반려나 친위대장을 달라고 주장할 생각이었는데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아예 이름 앞에 초월총수 후궁이라고 명시까지 되어있었다.
모두 갑자기 벌어진 차원권능이 보여준 미래덕분이었다.
‘내가 총수님이 지금과 정 반대의 길을 걸었을 경우의 대적자 중의 하나가 된다고?
설마 내 힘이 너무 강한 것이 문제가 되다니?’
덕분에 정말 반려도 아닌 후궁이 되었다는 사실에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을 달래는 아크람이 또 몇 대 맞은 것은 당연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린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화면의 코로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남성 반초월자들은 기겁해서 외쳤다.
초월 총수에게 충성심을 보여서 빨리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후궁과의 전투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잠시만-! 후궁님-! 저희들은 결코 대적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공격을 멈추어 주십시오.”
“저희들은 초월총수님의 후궁이신 당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그 말에 코로나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후궁이란 소리가 귀에 박힐 정도였다.
“또 후궁! 그 딴 소리 하지 말고 덤벼-!”
막상막하로 최고의 남성 반 초월자를 노리던 네 명은 결국 코로나의 주먹에 한 대씩을 맞고 끝장이 났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뻗어버렸으니 코로나가 얼마나 강력한 반 초월자인지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그 결과로 삼십만 명이 넘는 반 초월자들이 감히 투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위이고 상위자인지 완전히 결정이 된 것이다.
“아주 잘 끝났군.
지금부터 반 초월자들의 군세를 편제하고 사열을 준비시켜라.
용자동맹의 용자왕들을 저들의 사열로 반기겠다.
제 육군 위세도 통합신계로 집결시켜 훈련에 들어가라.
그들은 초월자들의 중앙군으로서 이계 전부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질서와 안전을 수호할 것이다.
총수파 후궁은 천천히 상의해서 지금처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최고의 여성으로 뽑아라.
그 때까지 내가 모두 직접 제어하겠다.”
“핫-! 총수님-!
그 말에 한참동안을 여성의 몸매 중 무엇이 진짜 매력인지 격론을 벌이던 총수파가 힘찬 대답을 하고 회의를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용자동맹의 용자왕들이 도착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쿠우우웅-!
새로 만들어진 초장거리 공간이동시설을 통해 도착한 황금의 갑주와 붉은 금속성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장신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자머리가 가슴에 부착된 갑옷, 아니 몸체를 가진 용자동맹의 용자왕 중 하나 사자왕(獅子王)이었다.
초월총수의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반복하여 가장 빠르게 도착한 것이다.
“놀랍군.
초월자 거점의 신계를 통해서라고 하지만 이런 거리를 순식간에 가로 지르다니?
공간을 마음대로 통제한다는 초월총수 차원창세신 코아의 차원권능의 힘은 진짜였다.
음?”
빠지지지직-!
오른쪽 손바닥에 정전기 같은 스파크가 일어난다.
공간이동을 하면서 일부의 손실이 발생했는지 장갑의 일부분이 벗겨지고 내부의 전선에 손상이 생겨나 있었다.
“지역우주 이상의 반복 초장거리 공간이동은 아직 불안정하니 전력으로 몸을 보호하라고 하더니 정말이군.
음-! 하지만 단축한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미세한 부작용이다.”
지금 초월자들은 모든 거점과 거점을 초월총수의 차원권능을 통하여 연결했다.
그러나 한 번에 이동 가능한 한계는 지역우주였었고 그 이상의 거리는 거점을 반복 이동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초장거리 공간이동이 몸에 주는 부담을 생각하면 거의 열 번 이상을 실시했는데 이 정도의 부상이라면 거의 완전한 것이었다.
사자왕의 상처부위에 은은한 빛이 나면서 손바닥의 장갑과 내부를 수리한다.
슈가가가가가-!
간단하게 권능을 집중시켜서 상처부위의 수리를 완료한 사자왕은 공간이동시설을 나와서 통합신계 안으로 이동했다.
이미 용자동맹은 허계에서 넘어온 파괴신일 총수로 임명하고 금기인 지성체의 선별을 하려는 초월자들을 심판하려는 악으로 잠정 결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성체들을 학살하던 초월총수의 지옥군단을 전멸시켰는데 상당히 만만치가 않아서 전력을 더 파악하기로 잠정 결정이 난 상태였다.
“진리의 이름으로 안전을 보장한고 했던가?
어디 앞으로 싸워야할 상대를 직접 볼까?”
지옥군단을 무너트린 것이 이미 용자동맹임을 알 것인데 지휘관인 자신들을 본진으로 초대하다니 상당한 배포였다.
그리고 드러난 통합신계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감탄을 했다.
더구나 거리를 가득 매운 수백만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고위 정신체들의 번잡함에는 어지러움이 생길 지경이었다.
‘여기 분명 생긴 지가 일 년 정도의 신생 신계라고 했는데?’
정의를 수호하고 지성체를 보호한다는 사명으로 인하여 수많은 신계와 행성을 돌아다녔지만 이렇게 발전된 신계는 처음 볼 정도였다.
그리고 거리를 거의 뛰듯이 바쁘게 다니는 고위 정신체들의 표정도 지극히 밝아보였다.
‘분명히 정신 나간 창조신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같은 신족 수백만을 한 번에 학살한 극악무도한.......’
뭔가 이상함을 느끼면서 허공으로 시선을 올렸는데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 행성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생명력이 넘치는 그 행성은 초월자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 기부했다는 주우주의 보물이었다.
“오-! 저게 주신성이로군.
확실히 정기의 수준이 다르다.
다른 용자왕이나 정신체들이 난리를 치는 이유가 있었군.
응? 그런데 무슨 글이?”
이제보니 주신성을 배경으로 커다란 글자들이 공중에 새겨있었다.
그리고 문자들을 읽어보다가 저절로 신체의 통제장치가 오류를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휘청-!
흔들리는 다리제어를 확실히 하고 다시 확인을 한다.
그러나 분병 신령에 직접 작용하는 신언과 같은 문자의 의미는 변함이 없었다.
‘대출세의 차원신계(大出世의 次元神界).’
‘벼락출세를 노려라.
여기는 차원신계.’
‘지금 출세하지 못하는 당신은 바보?’
‘삶은 한방이다.
지금이 다시 오지 않을 기회.
당신의 전부를 걸어라.’
아무리 보아도 신성한 신계가 아니 욕망을 부추기는 도박도시의 선전 문구였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는데 갑자기 말이 들려온다.
“내 차원신계의 표어가 마음에 안 드나?
나름대로 솔직한 표현인데?
용자왕? 아니 사자왕?
후우우우우-!”
“!!!”
황금빛의 연기가 어느새 바닥에 깔려있고 앞에는 한 명이 보였다.
거의 일 미터에 가까운 긴 담뱃대를 물고 발끝까지 검은 로브로 얼굴을 가린 존재였다.
근육질이 아닌 호리호리한 몸이었으나 자신의 감지장치 전부를 속이고 지근거리로 접근한 측정할 수도 없는 강자였다.
“........ 누구십니까?”
그 말에 검은 로브를 입은 인영의 긴 담뱃대에서 더욱 진한 황금빛 연기가 품어지면서 대답한다.
“후우우우-! 이계 진리대리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
직위는 이계 초월총수, 창조신장, 마신황제 등등이지.
뭐 지금은 이계 차원 주신성 일호점의 신계주신으로서 귀한 손님을 직접 마중 나왔다고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