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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계 십중심 중 서열 십위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대, 즉 자신이 청년으로 성장한 얼굴이 거기 있었다.
차이점은 있었다.
애용하는 긴 담뱃대 대신 흰 막대 같은 것을 입에 물고 검은 로브도 안 쓴 말쑥한 정장차림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아주 똑같고 세상 전부가 짜증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진만이고 고위 존재라면 비슷한 얼굴은 많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같다.
무엇보다 마도신 특유의 현실부정의 존재감!
주우수에서도 희귀한 마도신이 이계에 있을 리가 없다.
이건 다른 존재일리가 없어.’
신력을 기반으로 마력을 도구처럼 다루는 마도신은 극히 희귀하다.
입문도 어렵지만 다른 빛의 신들이 경멸하는 마력까지 필요할 정도로 구석에 몰리면 대부분 소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마도신을 선택해도 위기를 넘기고 다른 신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위로 가며 갈수록 자멸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지.
그런데 저 정도 수준의 현실부정의 권능을 기반으로 하면서 안정적으로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권능까지 가졌다니?
차원권능을 가진 나 이외에는 없다.’
엄청난 연산력이 필요하여 버려진 차원권능을 가졌으면서 마도신이 된 존재는 자신뿐 이었다.
마력과 신력을 같이 다루는 것도 힘든데 차원권능까지 추가되면 거의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원권능과 마도신의 조합만은 결코 다른 신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예? 아시는 분?”
차원창세신이 한 말에 다급하게 뒤로 다가온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었다.
그 분을 찾아 보물고에 쌓여만 가는 막대한 정기구슬을 얻어 현세계로 나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삭월(朔月)의 시즈지님 휘하의 모든 정신체의 염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잘 안다고 하니 몸이 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제야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을 보고서 나직한 감탄사를 터트렸다.
“어머?”
보물고 안에 들어오자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을 가리던 황금빛 연기구름은 걷혀있었다.
보물고의 권능봉인이 십이 써클의 강대한 주우주 창조신의 신격조차 완벽히 제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얼굴을 바라보게 된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은 침입자의 전혀 뜻밖의 흑발의 미소년의 얼굴에 저절로 얼굴이 붉혀졌다.
상위의 존재일수록 신체가 이상적으로 변해갔기에 대부분 아름답지만 이 정도의 미소년은 처음 볼 지경이었다.
‘정말 그분과 닮았네.’
이런 미소년이 자신의 음부를 그렇게 탐하면서 애액을 마시고 애무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악 달아오른다.
여왕들 사이의 사적인 대화에서 전설처럼 들은 그의 업적과 기행들을 생각하니 분명 맞는 것도 같았다.
‘여왕들은 모두 그의 것이라고 했던가?
아니 그와 여왕들은 일체라고 했었지?’
우주수 드리이어드 여왕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미래의 사진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미래 자식이라면 이렇게 하고도 남지.
하지만 이계에서 뭐 하러 이런 귀찮은 짓을 해?
절대계의 회색영역을 약간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더 순도 높고 강한 정기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데?
정말 내 미래가 맞나?’
다시 보니 분명 미래의 청년인 자신이 맞는데 조금 이질적인 분위기가 풍기었다.
그리고 가진 힘조차 너무 달랐다.
절대적인 위력과 영역을 가진 광역 마도권능과 기동력에서 따라올 권능이 거의 없는 독자적인 차원권능까지 가진 미래의 자신이면 하루정도면 이계는 끝장이었다.
물론 이계 십중심 전부와 이계 창조주를 포함해도 그렇다.
‘절대계 십중심인 나의 미래는 이계 창조주를 포함한 세계 전부를 박살내는 일조차 쉽다.
주우주 마신황제조차 일격을 못 견디는데 이계 따위야 우습지.’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는 이계 전부가 달려들어도 순식간에 처리가 가능한 강자인데 겨우 이계 마신황제와 싸우다 같이 소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계 마신황제의 마지막의 반격에 같이 사라졌다는 상황이 너무 이상하다.’
사진의 존재감을 보니 마도신이다.
그러니 정면승부보다 절호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회심의 일격으로 공격했을 것이다.
‘마도신이 세력이 우세한 상태에서 개인을 기습하는데 반격할 여유를 줄 리가 없지.’
사진은 자신의 미래인 청년모습의 회색의 절대자가 확실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진 힘과 상황이 전혀 맞지가 않았다.
결국 일차적인 결론을 내렸다.
“말도 안 되는군.
나조차 간단하게 상대할 수 있는 이계 마신황제를 처리하려다 절대계 십중심인 회색의 절대자가 공멸했다고?
차라리 창조신이 감기에 걸려서 죽었다고 해라.”
절대계 십중심과 비교하면 아무리 창조주의 무력의 상징이라고 하는 마신황제라도 신격의 차이가 큰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다시 정밀조사해보니 어딘가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인 미래와 조금 달랐다.
애장품인 담뱃대 대신 물고 있는 흰 막대가 꽉 다문 이빨에 맞물려서 거의 부러질 정도로 휘어져있었다.
‘건들면 다 쓸어버린다는 표정이군.’
이 사진 쪽이 조금 더 세상에 짜증내고 있다고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세상 전부를 다 같이 죽자고 파멸시킬만한 살기나 투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로지 한심한 이 세상이 매우 지겹다는 그런 분위기였다.
사진을 보고 깊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의문만 늘어났다.
최종 결론은 결국 포기였다.
“에이. 모르겠다.
어차피 마신황제와 공멸할 정도의 존재라면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야.
그나저나 보물고의 보물은 이게 전부인가?
절대적인 신기라던가?
아니면 권능 같은 것은 없나?”
그 말에 잠시 고민한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은 우수수 수액의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대답을 했다.
“열쇠들이 저 안 어딘가에 있다고 하더군요.”
“열쇠?
저 수액 바다 속에?”
흑염의 신체조차 위협하는 고농도의 수액 바다 속에 열쇠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기구슬까지 가득 채워져 있으니 찾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하지만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자발적으로 제공한 귀중한 정보였으니 확인을 해야 했다.
“보물고의 자폭 봉인을 해제하는 열쇠인가?”
그 말에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쉽게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오백억년동안 손도 못 댔을 리가 없다.
“아니요. 그렇게 편한 해결방법을 그 분이 만드실 리가 없어요.
보물고 자폭 방호는 절대 해제불가이고 그분만이 보물을 빼낼 수 있게 되어있다고 해요.”
아무리 조사해도 만든 본인 외에는 열 수 없는 보물고라는 결론만 나왔다.
보물고의 안을 모르면 포기라도 하겠는데 현세계 전부를 압도할만한 정기가 수치스럽지만 뒷문통로 들어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더욱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분이 마신황제와 싸우러 가기 전 여기에 던져 넣었다고 하는 열쇠들은 단지 삭월의 시즈지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어요.
초기에는 삭월의 시즈지님이 가끔 직접 여기에 들어가셔서 찾기도 했는데 보물고가 이렇게 되어버리고 나서는 포기하시더군요.”
“.........”
거짓은 아니었다.
엄청난 생명력의 축적으로 신체에 극독이 되어버린 수액바다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갈 만한 존재는 거의 없으니 이런 사실을 속일 이유가 없었다.
아니 정기구슬과 전혀 상관없는 열쇠를 갑자기 말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야 흑염 권능이 무슨 목적으로 여기로 이끌었는지 알 것 같았다.
정기야 처지곤란으로 남아도는 상황이라 필요가 없으니 열쇠를 획득하란 뜻이었다.
‘그러니까 삭월의 시즈지를 후궁으로 얻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하다.
그러니 여기를 들어가서 찾으라고?’
아까 손을 살짝 넣었을 때 당장이라도 재로 만들겠다는 듯이 치솟아 오르던 생명력의 파동이 생각이 났다.
‘흑염의 신체조차 타격을 입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저런 뒷문 통로까지 뚫고 들어왔는데 그냥은 물러설 수 없어서 다시 살짝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았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손가락을 통해 몸 전체를 관통하는 강대한 생명력의 파동에 저절로 험악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제길-! 나도 아프잖아?”
당연히 상처는 없지만 아무리 흑염의 신체가 강력해도 권능이나 마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더구나 바다같이 넓은 수액 안에 끝도 없이 쌓인 정기구슬 속에서 작은 열쇠를 찾는 일이었다.
‘흑염권능이 봉쇄되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발동되지 않는다.’
차원권능의 ‘올지도 모를 미래’까지 쓰지 못하는 이상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솨아아아아아아-! 좌르르르르르-!
공중에서 쏟아지는 장미 우수주의 수액의 폭포와 어디선가 보내진 정기구슬이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지면서 확인해야할 수량을 지금도 늘리고 있었다.
‘오백억년 전에 여기에 던져졌으면 맨 밑바닥일 것이다.
그럼 말 그대로 바다 속에서 열쇠 찾기다.
그것도 독극물 수준으로 생명력이 강화된 우수주 수액 속에서 말이다.
여기에 사진에서 본 지긋지긋한 세상이 지겹다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이 생각났다.
이런 악질적인 방호체계를 갖출만한 성격을 가진 놈이라면 자신이 찾기 위한 특별한 표식을 하지 않고 그대로 던져 넣었을 확률이 더 컸다.
‘보물고에 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하고 권능까지 사용가능한 삭월(朔月)의 시즈지조차 포기했다면 어떤 표식도 없을 것이다.
이건 절대로 찾으라고 던져 넣은 열쇠가 아니다.
찾다가 죽으라는 거야.’
그래도 이 안에서 어느 정도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우수수 드라이어드 여왕을 쳐다보자 황급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저도 몸은 못 들어가요.
물론 혹시 보물고 문제를 해결할 단서가 될지 몰라 찾아보려고 했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더군요.
확인한 수보다 늘어가는 수가 더 빨라요.”
좌르르르르르르-! 솨아아아아아-!
지금도 끝없이 하늘에서 내리면서 늘어나는 우주수의 수액 폭포와 정기구슬의 우박들이 탐색을 시도하려는 존재들을 놀리는 것 같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까 보았던 하나의 점과 같았던 정문이 더 멀어져 있었다.
‘조금이지만 더 멀리 갔다.
지금도 보물고는 공간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넓이와 깊이가 얼마인지도 모를 수액 바다 속에서 정기구슬들로 가린 작은 열쇠를 찾는다니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다시 손을 바다에 넣자 바로 고통과 충격이 밀려왔다.
파지지지지지지-!
“.........”
단지 손만 살짝 담갔을 뿐인데 흑염의 신체조차 이 정도 타격을 받으니 할 말을 잃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이 속으로 잠수하면 신체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설마 나도 녹는 것은 아니겠지?’
심상치 않는 농도와 압박으로 보아서는 그럴 위험도 있고 찾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예 예상이 안 되었다.
부흥하고 있는 이계에서 그렇게는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일단 돌아가자.”
“그렇게 하세요.
초월총수님을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이 반기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