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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918화 (919/1,533)

<--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어떻게든 구슬려서 후궁으로 삼아서 데려가려고 마음을 굳히고 알현실의 정문 바로 앞 위치에 의자를 만들어 앉았다.

쿠우우우웅-!

내부로 들어가자니 잔뜩 독기가 오른 지배자급 여초월자들하고 사투를 벌려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는 방어전문이고 이제 통제할 수 있지만 저들은 강하다.

적당히 상대할 수 없으니 달려들면 결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강한 공격이 올수록 반격도 강해진다.

저 정도 강자들의 전력공격을 반격하면 상대의 팔 다리 하나 정도는 날아갈 것이 당연했다.

‘바로 눈 앞에서 알현실에서 피를 뿌리면 끝이다.’

아예 의자 위에서 가부좌까지 하고서 양 손을 무릎 위에 올려서 쫙 폈다.

절대 싸울 의사가 없다는 의사표현이었고 말투도 그러했다.

“나는 싸우러 오지 않았소.

아니 오히려 협조를 바라고 왔지.”

그 말에 총동원령에 다급하게 집결한 지배자급 여초월자들은 기가 막혔다.

평상시에는 영역에 흩어져서 각자의 일을 하는데 초비상 명령이 떨어져서 왔다.

와서 보니 본성의 정예들이 박살이 나서 여기저기 신음하면서 쓰러져있었다.

이런 참상을 벌인 존재가 혼자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그런 짓을 하고도 갑자기 협조를 원하다니 있을 수 없는 조롱이었다.

“계속 말씀해 보세요.”

허나 가장 분노해야할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이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았기에 모두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실제로 죽은 존재도 없고 일단 상대가 전투태세를 해제한 이상 바로 전투를 벌이기도 망설여졌던 것이다.

‘아니 위기 감각이 경고하고 있다.’

‘처음 볼 정도의 강자다.’

‘설마 일원(一圓) 이상은 아니겠지?’

더구나 꾹 누르고 있지만 살벌하기 짝이 없는 투기와 살기는 기겁할 수준이었다.

‘덤벼드는 순간 절대 좋은 꼴은 못 본다고 협박하고 있다.’

‘어디서 이런 존재가 튀어나왔지?’

그렇게 긴장의 대치상태에서 넓은 알현실의 끝과 끝에서 이루어진 대화이지만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렸다.

“이계의 부흥을 위해서는 강력한 존재가 많이 필요하오.

초월자들의 총수로서 이계 일원(異界 一圓) 다음가는 초월자인 그대를 찾아와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누구도 이유를 모르지만 은거해버린 그대를 세상에 나오게 하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다고 하더군.

과격한 방문은 진심으로 사과하겠소.

허나 죽인 자는 단 한명도 없소이다.

그리고 과정 중에 발생한 불가피한 모든 손해에 대해서 열배 이상으로 보상하겠소.”

차원창세신 코아는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자신을 능가하는 십삼 써클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강자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담은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힘으로 밀어붙일 수가 없으니 이제까지 없던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해야 했다.

“후궁에 대한 오해가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설명하겠소.

혈육이 없는 내게 후궁이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상대요.

서로의 신뢰를 확고히 하고 외부에 알리기 위해 나의 후궁 아니 혈맹이 되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오.

명목이라도 후궁의 직위를 받아준다면 바로 옆에서 도와야 한다는 명분으로 나와 동등한 권력과 권한을 부여할 것이오.

또한 서로의 이익과 이해가 일치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다고 명시하겠소.”

거기까지 최선을 다해 설명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렇게 말이 끝나자 하얀 휘장 너머로 삭월의 시즈지의 대답이 들렸다.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동맹 조건은 일원(一圓)에 제시한 것과 같습니다.

보물고를 무사히 열어주세요.

그렇게 하지 못하신다면 저희들은 이 영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보물고의 정기가 없다면 기계 차원이동 항성계 요새(機械 次元移動 恒星系 要塞) 골드 로즈는 이동할 수 없습니다.”

“...........역시인가?

원해서 은거한 것이 아니었군.”

“...........”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예상되는 말이었고 속임수도 아니었다.

차원권능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 기계행성, 아니 이 항성계 영역 전부가 하나의 기능을 가진 초거대 요새였다.

‘기계 차원이동 항성계 요새(機械 次元移動 恒星系 要塞) 골드 로즈라고 불리는가?

기계로 만들어진 주신성이 겨우 핵으로만 작용한다.

항성계 영역 전부를 권능과 정기로 연결한 하나의 세포와 같은 형태를 가진 강력한 요새신계이다.’

위성크기의 요새는 흔하다.

하지만 항성계를 통째로 개조하여 요새로 만들었다고는 미처 생각해서 바로 못 알아보았지만 분명했다.

‘주우주 아니 절대계의 상식조차 초월하는 규모의 신계요새다.

잘도 이런 걸 만들어낼 생각을 했구나.’

요새가 제대로 형성화 되지 않는 이유는 정기부족이 주원인이겠지만 자신이 제공하려고 해도 거부할 것이 당연했다.

기계와 생명체가 결합된 형태의 이 신계는 생명력이 강한 정기가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항성계 요새를 완전 가동하기에는 영혼에서 추출한 정기는 맞지 않아.

생명력이 넘치는 정기가 필요하다.

항성계 전부에 설치된 기능들을 가동하려면 도대체 얼마의 출력을 가진 정기가 들어가야 될지 모른다.

덕분에 지금은 장미 우수주의 생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휴면 상태였다.’

연료로 당장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보물고 안에서 보았던 우주수 수액의 바다와 열매로 만든 정기구슬들이었다.

‘보물고의 문이 열리면 이 항성계 요새는 완성되고 모든 것이 정상 가동되다는 뜻이다.

그러니 떠나고 싶어도 나갈 수 없다는 말은 진실이군.’

자신이라도 보물고만 열리면 바로 가동되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으로 완성된 요새를 버리고 나갈 수는 없었다.

‘더구나 보물고 뒷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엄청나게 쌓여있는 정기구슬들을 본 이상 절대로 포기할 수 없지.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권능 단독으로는 엄두도 못 낼 규모의 요새이다.

수많은 기계를 조합하여 완성해 낸 것인가?’

기계와 권능으로 조합으로 이런 상식을 초월한 요새를 만든 제작자에게 감탄보다 악감정만 생겼다.

이건 아무리 보아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넓던 장미 우주수 밀림도 결국 이 항성계 요새를 가동하고 유지하기 위한 연료탱크에 불과했어.

항성계 전부를 요새와 신계로 만들다니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이 미친놈은 정기와 시간이 남아 도나?

이런 황당한 규모의 요새신계의 완공이 가능하다고 믿고 맡긴 것이냐?

아니 이걸 미끼로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강제로 여기에 묶어 놓은 것인가?’

초월적인 수준의 기계와 권능이 동시에 필요하니 누구라도 단기간에 완공이나 한 번에 창조할 수 있는 항성계 요새가 절대로 아니었다.

창조신조차 아득하게 여겨질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은거를 선택한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겠군.

기계 주신성의 완공에만 적어도 일백억년 이상이 필요했으니 집중을 해야 했겠지.

그 이후는 외부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겠어.’

기계 주신성이라는 핵을 만들었다면 당연히 세포막인 영역을 완공해야 유지가 가능하다.

‘기껏 만든 핵을 망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외부 영역을 추가로 계속 만들어야 한다.’

세포막인 권능과 기계영역이 없으면 핵인 기계 주신성은 결국 죽어 버리는 구조였다.

결국 기계 주신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외부영역을 만들고 보완해야 했다.

이러면 자신이라도 다른 곳에 정신을 쓸 여력도 없이 집중해야만 했다.

‘세포막 영역이 늘어날수록 관리해야 할 영역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외부에 신경 쓸 여력 따위는 없다.’

처음부터 항성계 규모로 만들어진 이 차원이동 요새신계를 완공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거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것이다.

그리고 예상했던 제한사항이 바로 나왔다.

“또한 제가 후궁이 되기를 원하신다면 보물고 안에 있는 열쇠를 찾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여기를 떠날 수 없습니다.

열쇠를 찾아오신다면 다시 이야기해 보지요.”

“..........”

열쇠는 왜 필요한지 모르지만 결국 흑염권능이 예고한 대로의 해답이었다.

‘보물고의 개방과 열쇠의 획득.’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후궁으로 얻기 위해서는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원래 생각했던 납치 같은 힘을 통한 방식으로는 절대로 안 되었다.

‘원래 강제로 끌고 간다는 선택지조차 사라졌다.

정기만 부족하지 이미 완공된 기계 차원이동 항성계 요새(機械 次元移動 恒星系 要塞) 골드 로즈와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결합하면 제압할 수 없다.

내 힘이 부족해.’

‘올지도 모른 미래’와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경고하고 보여준다.

십삼 써클인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손해를 감수하고 기계 주신성 신계의 지원을 받고 거기에 항성계 신계요새의 기능까지 전부 동원하여 십사 써클이 되는 광경이었다.

더구나 구름처럼 밀려드는 지배자급 초월자들과 악전고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전력의 전멸세계(全滅世界)의 연발이라면 쓸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어쩌지?

납치가 불가능하다.

십삼 써클인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본인의 신계 안이라면 지금도 나와 대등하다.'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십사 서클을 써서 제압할 대상은 아니기에 일단 포기하고 일어섰다.

쿠우우-!

상대가 요구를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이유가 확고하게 있는데 더 이상의 대화는 시간낭비였다.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에 이야기를 진행해야 했다.

‘다시는 그 지독한 보물고를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십삼 써클의 강자를 후궁으로 얻을 수 있다면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다른 쪽은 알아서 하라 하고 잠시 여기 집중해야 하겠군.’

터덜터덜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물고로 돌아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머릿속에서는 후회만 일어났다.

‘아아-! 힘만 쓰고 얻은 것이 없어.

그냥 아까 수액바다 속에 뛰어 들어갈 걸.

그 놈의 체면이 뭔지........’

그렇게 물러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아주 의미심장한 미소를 하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었다.

바로 주변의 지배자급 초월자들을 모두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단 둘이 남았을 때 하얀 휘장 너머의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마도 작정 상의 후퇴이겠지요.

절대 포기는 없다.

불리하면 물러서고 유리할 때 전진하라고 항상 말했어요.

그래서 과거에도 적들과 정말 지독하게 싸웠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다시 오겠지요.”

“..........”

대답은 없지만 말은 계속 이어진다.

“그가 확실해요.

그런데 이렇게 매정하게 대하시다니요?

저희가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 없던 열쇠들을 찾아서 오라고요?

거기에 저 우수주 보물고를 열어 달라고요?

원래 저 보물고는 완전히 가득차면 자연스럽게 흘러넘쳐요.

그래서 결코 열리지 않게 설계되어 있지 않나요?

설마 잊으신 것은 아니지요?”

“.........”

보물고의 공간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계 차원이동 항성계 요새(機械 次元移動 恒星系 要塞) 골드 로즈가 영구적으로 가동할 정도의 수액과 열매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흘러넘치게 되어있었다.

그 외에는 열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참지 못하고 현세계로 나설 것을 우려해서 만들어낸 보물고이지.

장미 우주수 밀림이 생성하는 막대한 정기 양과 아직 준비가 안 된 사실을 아는 우리도 납득했다.

설마 오백억년이란 시간이 걸려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끝없이 확장될지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야.’

가득 채워 넘치게 하는 방법 외에는 결코 열 수 없는 보물고였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보물고의 개방을 원했다면 협조할 생각자체가 없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이제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우수주 수액바다에 잠긴 열쇠들을 찾아 달라니요?

우수주의 생명력이 압축된 그 바다에 장기간 접촉하면 어떤 강력한 신체라도 반드시 녹아요.

이러면 일원 때처럼 적으로 돌리실 각오까지 생각하고 완전히 물리치신 것이겠지요?

그가 지금 신계주신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허락하실 수는 없으니까요.”

그 말에 휘장 안에서 지극히 곤란한 말투이지만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음성이 답했다.

“.........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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