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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919화 (920/1,533)

<--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그가 정확한지 아닌지 확신은 없지만 맞는 것 같았다.

허나 각 여왕들의 완벽한 분업으로 완성된 지금의 세력에 그는 필요가 없었다.

‘각 세력의 근본부터가 다르다.

각자 자신들의 여왕만을 따른다.

그러니 신계주신이 나서서 통합하려 하면 안 돼.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겠지.’

나누어 있으면서 서로 대등한 관계로 협조하는 쪽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초월총수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지극히 위험하다는 보고를 많이 받았고 직접 보니 분명 강력하지만 십이 써클이었다.

어떤 권능을 가졌다고 해도 써클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신계 안에서는 십사 써클까지 올릴 수 있으니 끝까지 달려들면 정말 끝장을 볼 수도 있다.’

초월총수이니 죽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다시는 후궁으로 원한다는 소리를 못 하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명분만 찾고 있었는데 정말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대화하다가 재빠르게 물러났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다가 상대방이 강하여 자신이 불리하다 판단하자 바로 고개를 숙이고 빠져나간다니?

저 정도의 강자에게 가능한 일인가?

이걸 보면 그 아이가 정말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갑자기 그 아이가 벌였던 과거의 전투가 생각이 났다.

일단 적으로 돌리면 인정사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군조차 공포에 떨 정도로 움직였다.

혼자서도 더없이 강한 존재였는데 저렇게 끈질기고 한없이 치사하기까지 했다.

‘지금 일단 물러났지만 일원(一圓)처럼 쉽게 포기할 아이가 절대로 아니야.

오히려 더욱 의지를 불태우면서 달려들겠지.

분명 이번 일의 패인을 분석하고 보완하여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다.

확고한 명분을 위해서 열쇠와 보물고를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지.’

그 아이도 외부에는 은하 최고의 각성자이며 영웅으로 보였지만 모든 방해세력들을 철저하게 몰락시킨 잔혹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더없이 신사적인 모습에 함부로 덤비다가 아무도 모르게 본성을 드러낸 그 아이에게 자비를 구걸하다가 삭제당한 존재들은 무수했다.

‘적으로 돌리면 정말 두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갈 생각은 없으니 예외로 해도 대처방법이 거의 없어.

지금 초월총수라는 신분이 더 큰 문제야.’

단지 모두의 의견을 종합한 발언권만 있는 대표가 아니라 독자적인 군사력까지 구축하고 있는 총수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 어쩌지?

창조주님이 인정했다는 초월 총수를 홀대했다고 악 소문이 나면 곤란한데.’

아무리 은거해서 영역관리에 전력한다고 해도 이 거대한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긴밀한 협조와 거래는 필수다.

‘혁명의 상징이었던 일원(一圓)을 추방하고 흔적을 지우고 있다.’

더구나 점점 무소불위의 권위를 확보해 가는 초월 총수와 마찰이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앞으로 그 아이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안 되니 더 힘들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전혀 모르겠어.

과거에 적이었던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이 그 아이 때문에 기계 육체에 있을 수 없는 두통과 위통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무슨 짓을 할지 전혀 모르니 같은 편일 때도 감당이 안 되었다.

적대하는 입장이 되니 이렇게 골치 아픈 상대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본성 전체가 흔들리는 굉음이 울렸다.

과르르르릉-! 꽈꽈꽈-!

거의 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무슨 일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전에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님-! 초월총수가 황금열차들을 전부 파괴했습니다!”

“뭣이?”

최후의 방어선인 인공지능 기뢰들은 기계 주신성 총괄자아의 통제가 완벽하게 통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자율의지를 가진다.

그러니 황금열차를 타고 정해진 궤도로 이동하는 것만이 인공지능 기뢰들에게 절대적으로 안전한 왕복방법이었다.

‘전부 파괴당했다는 사실은 기계 주신성에서 나가는 방법이 봉쇄되었다는 뜻이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인공지능 기뢰들이 본성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보물고의 열쇠와 개방을 하고 다시 오겠다던 초월총수가 본성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하게 교통수단을 부셔버린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보면서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은 살짝 미소와 함께 한숨을 쉬었다.

“하아. 드디어 후방의 파괴를 시작했군요.”

상대의 거부로 일이 어긋나는데 가만있을 그가 아니었다.

‘자신이 곤란한 만큼 반드시 상대도 곤란해져야 공평하다.

그래야 다시 거래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

역시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급박한 보고가 뒤를 따랐다.

“본성에 들어오던 황금열차와 타고 계시던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님과 친위대까지 기습당했습니다!”

“입성 중이던 황금열차 완파-!”

“다행히 중상자는 없습니다.”

“!!!”

그 말에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도 벌떡 일어났다.

당한 상대도 문제이지만 순서가 틀렸다.

자신과 만나기 전에 싸워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설마 벌써 충돌했나?

이러면 안 되는데.’

인사도 잘 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알현실을 벗어나는 청춘의 환상 크롬이었다.

그 뒤로 들려오는 보고내용은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황금열차의 생산시설까지 알뜰하게 부셨다는 보고였다.

이건 나중을 기약하고 돌아가는 존재의 행동이라고는 절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선전포고를 선포하기에는 약했다.

‘아직까지 사망자도 없고 핵심시설의 파괴도 하지 않았다.’

누구 보아도 심한 행패가 분명하지만 초월총수는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들은 세력이니 개인인 초월총수를 적으로 돌려 선전포고를 할 만한 문제가 아니란 점이 문제였다.

거기에 최후로 빠져나갈 변명 거리까지 만들어 놓고 갔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푼 보상이라고 정기구슬을 던져주고 갔습니다.”

“........”

“어........ 어떻게 할까요?

충분하게 복구할 정기이기는 합니다만 시간이 걸립니다.”

“제조시설을 복구하고 바로 제작을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조치지시는 마쳤지만 점점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기 시작하려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다.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 아이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구나.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이 지금까지 분해하고 있는 이유가 있었어.’

그리고 막 본성에 진입하려던 황금열차와 함께 공격당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은 이를 갈면서 빠르게 멀어지는 초월총수를 바라보았다.

‘으드드득-! 또 이렇게 당하는가?’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안전궤도를 타고서 본성에 거의 도착한 황금열차를 초월총수가 본성에서 초고속으로 뛰어올라서 몸통박치기를 걸어버린 것이다.

꽈과꽈꽈꽈-!

신체에 충돌한 선두인 추진체가 말 그대로 갈려버리고 탑승부분이 산산조각이 나서 그대로 유성처럼 떨어져 내린다.

본성지역에서 있을 수 없는 기습에 당황한 자신과 부하들이 다급하게 파편을 쳐내면서 안전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을 스쳐지나간 초월총수였다.

파아아아-!

서로의 어깨가 스칠 정도로 접근해서 스쳐간 초월총수는 살짝 얼굴을 돌리면서 경고하고 갔다.

“쯧-! 나를 방해하려한 여왕이 너냐?

생각대로 예쁘지만 독하게 생겼네.

너 성질 죽이고 살아라.

안 그러면 험한 꼴 당한다.

이번만 봐준다.”

“!!!”

그 말은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었다.

아니 먼 과거에 그가 기계신체에서 육체로 되돌리고 자신을 조교하면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누구에게 또 그 딴 소리를 해-!’

뭐라고 쏘아줄려고 했지만 황금열차의 잔해를 발판삼아서 더 빠르게 지나간 뒤였다.

무리해서라도 쫓아가려 했지만 이미 인공지능 기뢰 밭으로 뛰어들어 버린 것을 보고 맥이 확 풀렸다.

‘이이이익-! 또 저런 곳으로-!’

인공지능 기뢰 꽃들이 아까 돌파하고 지나갔던 그 상대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이번에는 끝장을 내려는 듯이 자욱하게 몰려든다.

아까의 실패원인을 보완했는지 이미 폭발해서 꽃잎을 휘날리는 개체도 부지기수였다.

‘인공지능 기뢰 꽃들이 최대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들어가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처단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계 꽃들은 파편 하나하나에 공간절단의 권능이 담겨 어떤 신체라도 찢어발긴다.

당장이라도 추격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이 인공지능 기뢰들이 말 그대로 빛의 강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자신은 강대한 권능으로 방어할 수도 있지만 부하들은 저런 막대한 수량에는 견딜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안전궤도를 타고 내리는 것이 안전했다.

‘또 이 꼴인가?

나는 포기하고 너는 시도하는구나.

그것이 승패를 가르고 있어.’

황금열차를 발판삼아서 뛰어오른 초월총수는 기뢰의 강물 속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 가로지른다.

무수한 적들을 향해서 홀로 돌진하는 저 뒷모습이야말로 그야말로 ‘수없는 별들 중에서도 가장 찬란하게 흐르던 별’이라고 칭송받았던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었다.

“크으으-!”

과거를 생각하자 저절로 이가 갈리고 피가 꿇어 올랐다.

‘영웅 따위가 아니다.

그가 무슨 영웅이냐?’

심혈을 기우려서 만들어낸 기계만의 제국을 이끌고서 은하계를 점령해나가던 자신은 그의 처음의 적이었기에 실체를 너무나 잘 알았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그가 기계와 인간의 대립으로 멸망해가던 세계를 화합으로 구한 진정한 영웅이라고?

웃기지 마라!

영웅은 보여주기 위한 대외용이었다.

진정한 실체는 자신의 부귀와 세력의 부흥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간웅(奸雄)이다.

정체를 숨기고 전방과 후방을 가리지 않고 파괴하던 패웅(覇雄)이었고 그래도 질 것 같으니 세계 자체를 부서트리려 했던 파괴신이었다.

그렇게 누구보다 강한 욕망을 가졌으면서도 끝까지 영웅으로 죽었어.’

자신만큼 그를 잘 아는 존재가 드물었다.

다시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과거의 일들이었다.

‘은하계를 절반이상 점령했던 자신의 기계 제국이 아주 먼 변방의 혹성에서 홀로 일어선 아직 아이였던 그에게 처절하게 몰락 당했다.’

그에 의해 평범한 인간들의 세력에 비해 압도적인 전력으로 넓은 식민행성들을 가졌던 기계제국이 갑자기 망하는데 십년도 걸리지 않았다.

기계제국에 복수심에 불타는 삭월(朔月)의 시즈즈나 다른 세력들이 규합하여 만든 연합세력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점령지에서 동시에 벌어진 원인 모를 반란들과 갈수록 커지고 늘어나는 저항세력의 유격전에 서서히 패배했다.

‘기계제국이 서서히 망해 가는데 누구도 원인이나 이유를 몰랐다.

단지 천벌이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웃기지 마라-!

하늘의 뜻은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모두 저 놈이 뒤에서 꾸민 짓이었단 말이다.’

결국 모든 식민행성을 잃고 최후의 기계혹성만이 남았을 때야 알았다.

누군가가 후방에서 장기간 암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방의 전선에서 싸우는 연합세력은 미끼이자 조공이었다.

주공은 바로 후방의 저항세력들의 일제 봉기였는가?

누가 이렇게 은밀하고 빠르게 반란을 부추기고 저항세력을 결집시켰는가?

아니 이걸 어떻게 성공시켰지?’

의문을 가졌지만 해답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전에 나서기 전의 최후의 대화에서 후방을 담당하던 사령관의 존재에 대해 직접 물었지만 총사령관인 삭월(朔月)의 시즈지조차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조차 왜 기계 제국이 붕괴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어.’

제국의 광대한 후방 영역에서 반란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는데 연합세력의 수장조차 모르니 기가 막혔다.

하지만 최후의 함대를 모아서 반전의 기회를 노렸다.

뛰어난 과학과 생산력으로 만든 전투함대로 인하여 아직 전력은 위였다.

연합세력의 통합함대만 제거하고 식민행성을 다시 제압하면 제국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그런 최후 결전 또한 싸우기도 전에 패배했다.

아니 출발조차 하지 못했어.’

누군가에 의해 기계혹성의 중심핵이 파괴되어 송두리째 파괴되는 위기가 왔다.

본성의 이상을 깨닫고 다급하게 출발하려는 기함과 함대들을 중지시키고 달려가야 했다.

‘식민행성을 잃어도 기계 혹성만 있다면 재기할 수 있다.

허나 기계 혹성이 없다면 모두 끝이다.’

모든 것을 투자해 만든 본성을 잃으면 이런 견제 속에서는 얼마의 세월을 흘러야 재건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잃을 수는 없어서 함대의 출동을 중지시킨 것이다.

자신이 핵이 되면 기계 혹성으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고 내린 판단이었는데 그것이 함정이었다.

‘본성의 핵을 대신할 만 존재는 내 딸들과 나밖에 없다.

하지만 딸들은 아직 기계신체로 변화가 부족해서 핵이 완전 파괴되면 내가 직접 가야 하지.

그걸 노린 간계였다.’

기계혹성의 최중심부로 향한 자신을 반기는 것은 다음 대의 여왕으로 임명한 딸과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었다.

‘그때야 진실을 알았다.

그렇게 만든 본인의 입으로 말이지.’

이미 은하 최강의 각성자였던 그에 의해 호위 병력들이 순식간에 모두 전멸당하고 자신조차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투자했던 기계행성이 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통하게 외쳤다.

“역시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주적이 아니었구나.

바로 너였는가?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모두 네가 뒤에서 이렇게 조작했는가?

인간과 기계의 화합을 위해서 인간의 몸으로 제국에 귀순하겠다 말도 속임수였나?

이런 속임수와 계략으로 승리를 얻고도 영웅이라 할 수 있는가?

영웅이라 불린 존재답게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못할까!

게다가 기계혹성까지 이렇게 파괴하다니?

얼마나 많은 기계인류가 죽을지 아느냐?”

정신없이 비난을 쏟아내면서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할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핵이 파괴당한 기계 혹성의 표면이 갈라지고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다.

최후의 주력함대도 혹성의 붕괴영향에 이미 휘말려들어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

제국의 마지막을 보는 와중에도 은하유성(銀河流星)이라고 칭송받던 영웅은 끝까지 철면피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말은 정말 정중했다.

“지배의 여왕이여. 하늘의 가호로 인간의 승리요.

기계 혹성의 파괴는 우연과 필연이 겹친 불행이오.

나 역시 진정 유감으로 생각하오.

허나 당신을 패배자로서 처단할 생각은 없소.

앞으로 당신의 위대한 과학의 힘을 은하계의 재건을 위해 빌려주기 바라오.

다음 시대는 지금처럼 기계인류와 순수인간이 누가 우수한지 경합을 해서는 아니 되오.

서로 장점을 나누고 단점을 상호 보완하는 더 나은 화합의 세계여만 하오.

그래야만 그 많은 희생이 가치가 있는 것이오.”

하지만 머리에 울리는 그의 의지는 전혀 달랐다.

‘압도적인 다수를 상대로 소수가 정정당당하게 싸우라니?

내가 미친 줄 아느냐?

그래도 피해를 줄이느라 과격 저항세력들을 조정하면서 기계 혹성의 핵까지 몰래 파괴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차라리 연합세력을 이끌고 정면에서 부수는 것이 나을 정도로 고생했다.

더구나 기계 제국이 은하계를 완전히 점령하면 나도 내 능력의 기반인 인간의 몸과 지배세력을 전부 잃는다.

그걸 용납할 수는 없지.

이제 너는 패자답게 승자의 말에 따르라.

앞으로 은하계 재건에 그대의 기계의 힘과 지식이 필요하다.

좋은 말로 따르지 않으면 강제로 하게 해주마.’

여기까지 와서 흥분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었다.

아니 미칠 것만 같았다.

어느새 쓰러진 기계병들의 무기를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이이이-! 은하 유성(銀河 流星) 아이언-! 이 사기꾼-!”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은하 유성(銀河 流星) 아이언이라는 겉모습은 끝까지 영웅의 풍모를 잊지 않았다.

“위대한 지배의 여왕이여. 이 비극 앞에서 이성을 잃음을 가슴 아프게 이해하오.

기계 혹성의 폭발은 이제 막을 수 없소,

여기는 이제 위험하니 실례를 범하리다.

안전한 장소에서 부디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이성을 찾기를 바라겠소.

그러나 머리에 전달되는 의지는 전혀 달랐다.

‘패배한 독재자 주제에 목숨을 살려주는 것도 고맙게 여길 것이지 분노하다니?

그리고 전사도 아닌 과학자면서 내게 덤비다니 무슨 만용이냐?

설마 여자라고 봐줄 것을 기대하지 않겠지?

나는 남녀노소 평등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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