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그 말대로 헛된 저항이었고 용서 없는 공격이었다.
퍼어어어어-! 파사삭-!
바로 이어진 가벼운 일격에 전투에 익숙하지 않지만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기계 신체의 기능이 단숨에 정지되었다.
의식을 남아있지만 완전 마비된 자신을 정중하게 양손으로 안아들면서 말한다.
“무례를 범하겠소.
그대는 은하를 위해 살아야만 하오.
위대한 기계의 여왕이여.”
그렇게 신사적으로 말하면서 안았지만 기계신체를 꽉 껴안은 손은 음흉하고 강인하기 짝이 없었다.
‘좋은 말로 해서 안 들으면 몸으로 깨닫게 해주마.
고통이 없는 기계신체라고 안심했다면 큰 실수한 것이다.
네가 육체에서 기계신체로 영혼을 옮기는데 성공했는데 내가 거꾸로 못할까?
이미 모두 준비해 놓았다.
후후후후-! 이제야 겨우 기계의 여왕을 채우고 일을 시작할 수 있겠군.’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정말 악몽이었다.
누구도 몰랐던 거대한 기함, 아니 요새에 은밀하게 이송당하고 육체로 다시 되돌려졌다.
‘그가 숨겨놓았던 은거지에 강제로 연금당하고 과거의 육체정보를 기초로 새로 만들어진 육체로 영혼이 되돌려졌다.
그리고 철저하게 조교당해 순종하게 되어버렸다.
더구나 수치스러운 봉인까지 당했다’
비록 인간의 몸이었지만 너무나 빛나는 각성자라서 딸의 사위로까지 삼으려고 했던 존재에게 철저하게 종속되어버린 것이다.
그 뒤로 모두가 볼 때는 더없이 신사적인 모습이지만 단 둘만 되면 탐욕적으로 돌변하는 그의 지배에서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완벽한 종속은 그가 마신황제와 같이 소멸되기까지 이어졌다.
아니 지금도 철저하게 옮아 매고 있다.’
지금도 참을 수 없는 과거의 수치스런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공간 기뢰의 강을 갈라버리면서 전진하는 그의 등이 보였다.
너무 닮은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목숨이 아까워서 참다가는 또 패배를 맞본다.
아니 지금 어떻게든 결말을 지어야해.’
예지와 같은 확신이었다.
지금 싸워서 제압하거나 확실하게 추방해서 다시 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본성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저렇게 순순히 물러나게 될 상대가 아니었다.
적이었고 옆에서 본래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보아왔던 자신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저렇게 몸 성히 돌아가게 했다가는 내 기계 제국처럼 당하게 될 것 같다.’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은 기계본성으로 자유 낙하하는 몸을 강제로 지배하여 거꾸로 되돌린다.
등에는 은빛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열세 쌍의 날개까지 돋아났다.
상대를 완전히 끝장을 낼 각오가 아니면 펴지 않는 기계 날개까지 펼쳤다.
그리고 강력한 신력을 담아서 소리치고 날아올랐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내가 여기 있다-!”
당장이라도 기뢰 밭으로 따라서 날아가려는 여왕의 모습을 본 부하들은 너무나 놀랐다.
이미 인공지능 기뢰들은 벌집을 습격당한 벌들이었다.
“여왕님! 위험합니다.”
“못 가시게 막아-!”
안전궤도를 벗어난 황금열차의 파편조차 공간절단의 꽃잎으로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아니 안전궤도까지 일그러지고 있었다.
“인공지능 기뢰들이 미쳐 날뛴다.”
“우리까지 적으로 볼 기세입니다.”
“빨리 본성에 강하해야 합니다.”
치명적인 위험 속으로 달려들려는 여왕을 부하들은 필사적으로 몸으로 덮쳐 막았다.
그렇게 부하들이 수없이 달려들어 매달리자 결국 본성으로 떨어지고 마는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은 한 서린 목소리를 토해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놓아라! 이 어리석은 것들-!
그가 분명해.
그럼 지금 놓치면 안 돼-!
혼자이고 처음 만난 지금 반드시 지금 쓰러트려야 한다.
나중에 더 큰 화가 되어서 반드시 되돌아온단 말이다.”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의 절규는 당연히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도달했다.
하도 처절해서 슬쩍 뒤를 돌아보니 방해꾼인 여왕이었다.
차원의 권능과 흑염의 신체능력, 불가해의 팔시조의 방어능력까지 갖춘 자신이 아니라면 지극히 위험한 기뢰 밭까지 쫓아오려다가 부하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거기 서라-! 아이언!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이번에야말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란 말이다.”
혹성에 떨어지면서도 지르는 독기서린 음성이 계속 들려온다.
초월총수인 자신을 감히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라고 부르고 덕분에 일도 무진장 꼬였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역시 지독한 독종이군.
좋은 말로는 안 되겠어.’
혹시 모르니 황금열차들을 싹 부셔놓고 보물고로 가다가 방해꾼도 박살을 내줄까 하다가 상대가 여왕이라는 직위가 있으니 직접 상대하기가 꺼림칙했다.
그래서 타고 있던 황금열차를 부셔서 본성으로 떨어트려버렸는데 정답이었다.
‘정말 성질 더러워.
시작하면 끝장을 보아야하겠군.
아니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란 놈한테 그 정도 원한이 있던가?
그나저나 나나 내 미래가 정말 그 놈인가?
솔직히 하는 짓은 비슷한데.
왜 이렇게 방어체계를 만들고 항성계 요새를 세우려 했는지도 점점 이해가 되고 있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여왕은 기억에 없었다.
저 정도의 강한 여성 초월자에게 저렇게 원한을 살 정도로 살지는 않았다.
‘나나 미래는 뛰어나거나 강한 존재에게는 존중을 보인다.
특히 후궁으로 삼아 혈맹으로 삼을 수 있는 여성이라면 일단 챙겨주지.’
그런데 정말 의문투성이에 심상치 않은 반응이었다.
벌떼처럼 덤벼드는 인공지능 기뢰 꽃들을 차원권능으로 하나하나 수집하면서 생각에 빠져서 중얼거렸다.
“내 미래가 저 여자에게 뭔 짓을 했나?
그럴 이유가 있나?
정말 잘 모르겠군.
일단 내 코가 석자이니 그것부터 해결한다.”
본성에 낙하해서 혹성 표면에 도착한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을 천천히 보다가 그대로 기뢰 밭을 관통해서 나아간다.
이제 조금만 손보면 기계 주신성은 완전 봉쇄였다.
‘나를 마중하러 오던 황금열차만이 이 기뢰 꽃들로부터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이 끝났다.
제조시설까지 전부 파괴했으니 이제 안전궤도만 막으면 접근금지가 된다.’
독자적인 인공지능을 가진 기뢰 밭을 이렇게 들쑤셔 놓았으니 기계 주신성은 당분간 누구도 왕래할 수 없는 금지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해도 아무도 죽이지 않고 보상금까지 충분히 주었으니 초월총수에게 대놓고 적대할 수 없었다.
‘이 정도의 힘을 보여준 이상 없던 권위라도 살아날 것이다.’
이제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원하는 대로 수액바다 속의 열쇠를 가져다주고 보물고를 잘 열기만 하면 후궁으로 얻는 것이다.
제멋대로의 판단이고 바람이었지만 완전히 실패하고 물러나서 망신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것이 바로 판을 뒤집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라 이거지.”
흑염권능조차 어이가 없는지 침묵하고 있었지만 무시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만이 아니라 모든 여왕을 후궁으로 데려간다고 큰소리를 치고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갔다가는 그 여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초월총수로서 큰 소리를 치고 온 이상 절대로 성공해서 돌아가야만 한다.
어떻게든 성공시킨다.
그 와중에 생기는 피해는 보상하면 된다.’
과거에는 의뢰의 성공만 신경 쓰면 되었는데 초월총수로서 체면까지 추가되니 부담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상식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은 오직 성공만을 신경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기계 주신성을 봉쇄하고 다시 보물고로 달려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일단 장기간 체류할 것 같아서 비상 통신망을 연결하여 이계 통합신계를 연결해서 통보했다.
바로 총수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예? 총수님?”
긴급연락을 받은 총수파들이 당황하는데 지시사항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모든 초월 총수로서 권한은 내 후궁인 코로나 코아 아크람에게 위임한다.
전쟁 상황이 아니라면 연락하지 말도록 해라.
이쪽 지역의 통신이 힘드니 전령을 직접 보내야 할 것이다.”
“총수님-! 장기간 자리를 비우시면 총수님의 위엄에 손상이 생깁니다.”
총수파들이 다급하게 만류했다.
임시로 후궁이 된 딸이 초월총수의 대리를 하는 지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크람의 위세였다.
그런데 아예 장기간 전권을 맡긴다면 정말 총수파의 수장이 되는 수가 있었다.
‘아니 그보다 정기가 문제다.’
끝없이 정기를 내주는 총수님만 믿고 사업을 한도 없이 벌려놓았는데 당장 파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핵심을 잘 파악하는 총수님다웠다.
“시끄럽다.
여유 정기는 후궁에게 맡겨놓았으니 신청하고 써.”
“성공을 빌겠습니다!”
또 정기로 총수파들의 입을 막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통신을 종료했다.
“제길. 자........ 제력이 부족해서 이게 무슨.........”
오지인지 상당히 잡음이 많이 있던 총수와의 통신이 완전히 끊기자 총수파 초월자들은 바쁘게 의견을 교환했다.
“역시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설득이 힘든 모양이군.”
“마지막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자........’ 뭐라고 하셨지?”
통신 끝에 살짝 들린 혼잣말이라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끝에서 눈치를 보면서 침묵하고 있던 아트람이 자신감 있게 나서서 말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였다.
“‘자지력’이다.”
“.........”
다른 총수파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확인 사살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그 분야에는 부족하신 모양이야.
그래서 내가 가야했다니까.
‘자지력’이야말로 남성이 여성을 주도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이지.
바로 자신감이야.”
“.........”
총수의 후궁을 요청하는데 거기 힘을 자랑하는 저 놈을 보낼 생각을 했었던 자신들의 일순간의 판단이 저주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더구나 총수님은 후궁으로 낙점한 여성을 남에게 뺏기고 가만있을 성향이 절대로 아니었다.
‘잘못했으면 총수님의 손으로 몰살당한 위기였구나.’
가서 사고 친 놈이나 찬성한 자신들이나 동시 처분이었다.
이미 몇 번을 당하고서 그걸 모르고 저딴 소리를 지껄이는 아크람도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처 죽일 음란 마귀자식!’
‘이걸 총수파라고 같은 편으로 데리고 있어야 하나?’
‘총수님의 후궁으로 들인 딸만 아니라면 당장 내쫓았다.’
만약 총수파가 원흉인 불미스런 일이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혼자만으로 안 끝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가끔 문제가 발생하여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보고가 올라갈 때 마다 차가운 대답만 들려왔다.
‘조직에서 발생 한 문제가 책임자를 한명 징계한다고 해결될까?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 않고 책임만 떠넘기고 쉽게 넘어가려하는구나.
총수파에게 그런 요령은 없다.
문제가 생기면 동료, 부하와 같이 해결해라.
못하면 같이 죽어라.’
지극히 옮은 소리라서 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커다란 폭탄이 동료로 껴있으면 이건 지뢰밭이었다.
이제 이십 명이 넘게 불어난 총수파가 이 사고망치 음란마귀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시급한 일이 생각이 났다.
“이계 차원주신성 일호 점의 개점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
“큰일 났다!
시간이 얼마 없다.”
물론 이것저것 준비하기는 했는데 모두 총수님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라서 미루기만 했다.
“서둘러야 한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일차 수확은 어떻게 하지?”
혹성 성숙이 끝나고 일차 수확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괴수들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도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주신성의 괴수들이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서 어지간한 초월자는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부하들을 투입했는데 희생만 잔뜩 치렀다.’
물론 해결방안은 이미 준비되어 있지만 그걸 쓰자니 누군가가 또 기고만장을 하는 꼴을 봐야했다.
역시 아크람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호언장담을 한다.
“일차 수확은 아크람 가문과 내가 맡지.
일만이 넘는 내 자식들은 이미 군세를 전부 장악하고 있다.
이제 삼십만 명이 넘는 반 초월자 군세를 전부 동원해서 현세계에 화려하게 보여주겠다.
총수님이 바로 현세계의 지배자, 총통이 되실 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다른 방안은 없으니 그렇게 되겠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니 오히려 불안했다.
‘이게 왜 이렇게 설치지?’
‘반 초월자 군세는 분명 코로나 후궁이 직접 지휘권을 가지고 있을 것인데?’
다른 총수파들이 잘 보니 아크람의 눈동자에 은은한 황금빛이 가득했다.
이미 초월총수님이 자신의 신성과 증상에 경고하고 가셨으니 무슨 징조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의욕 과다로 폭주상태로군.’
‘아아-! 또 그거냐?
정말 못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