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손에 쥔 얼굴부위 치료용인 달걀모양의 신기를 보니 요즘도 첩과 자식들 문제로 반려에게 집에서 맞고 산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아크람의 흩어져 있던 첩들이 전부 후궁전에 집결하고 있다고 했던가?’
‘덕분에 서열을 정한다고 매일 시끄러우니 그런 소문이 엄청났지.’
‘원인은 그건가?’
‘가장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 필사적이군.’
여기에 가끔 후궁전 바깥으로 누군가가 날려지고 있으니 더욱 신빙성이 더해갔다.
이렇게 입이 몇 개 있어도 한마디도 못할 상황인데도 기가 죽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더욱 필사적으로 공을 세우기 위해 날뛰고 있었다.
그것도 툭하면 아크람 가문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아크람 가문 좋아하네.’
‘딸에게 얹혀살면서 말이야.’
이제 겨우 총수님에게 가문의 허락만 받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혹성은 고사하고 많은 첩과 가족이 살만한 신전도 없어서 딸의 후궁전에 얹혀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아크람 가문이라고 주변에 인지시키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거기를 밟아 죽여야 할 죽일 음란마귀자식이 이제 가문 자랑까지 하고 난리야.’
‘그래도 분명 할 수는 있으니 맡겨야 하지만 말이야.’
‘이거 이러다가 정말 저 놈이 수장 되는 것 아니야?’
‘끔찍한 소리-! 지금도 당장 처 죽여 한다고 난리다.’
일단 대안은 없으니 넘어가고 다른 계획들을 빠르게 추진했다.
현세계의 혁명을 넘어서 개혁과 발전의 첫걸음을 총수파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순간이기에 절대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었다.
불완전하지만 이제 완공된 현세계 교통망을 통해서 반드시 초대해야할 유력인사와 자리, 접대 및 행사계획까지 빠르게 완성되었는데 이상한 계획서가 있었다.
“그런데 이 계획은 뭐지?
제목밖에 없잖아?”
그 말에 신계자아가 대답했다.
“총수님이 급하게 떠나시기 직전에 주고가신 것입니다.
직접 추진할 것이니 반드시 행사 마지막에 집어넣으라고 하셨습니다.”
총수파들이 총수님이 직접 주고가신 계획이란 말에 모두 모여서 계획을 보았다.
서류에는 어떤 내용도 없이 단 한 줄의 제목만 적혀있었다.
“용자왕(勇者王)과 성공왕(成功王)의 친선대결.”
“........”
“........”
생소한 용어 속에서 뭔가 지극히 불길함이 느껴지는 제목이었다.
내용조차 없다는 사실에 더욱 불안감을 느꼈다.
‘용자왕(勇者王)은 알겠는데 성공왕(成功王)은 또 뭐야?’
‘그런 존재가 있었나?’
하지만 총수님이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후궁으로 설득하기위해서 장기간 부재중이니 일단 순서에만 넣고 오시지 않으면 빼기로 한 총수파였다.
한편 이계 신족들의 신계에서는 또 다른 극심한 변화가 오고 있었다.
학생들이 야간수업을 이용해서 대자보 부착이나 불법 유인물 부착을 하는 저항활동을 한다는 의심이 있으니 방학수업으로 전환하라는 지시가 시작이었다.
방학을 하면 학생들도 야간통행금지에 적용되어서 없어질 거라는 판단에 모두 찬성을 했는데 교육담당 주신은 다르게 생각했다.
아니 의욕과다가 문제였다.
은밀하게 모든 학교장을 소집하여 정기를 팍팍 쓴 초호화 연회를 베풀고 단상에 올라서 확신에 찬 어조로 연설을 시작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창조신장님께서 저희 교육계에 방학교육을 하라고 직접 지시를 하셨습니다.
드디어 우리도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신계의 가장 기초이면서 핵심인 교육이 본래 있어야할 위치로 되돌아갈 기회인 것입니다.
더 이상 다른 분야의 걸림돌이라는 평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맞소―!”
“이번에 한번 해봅시다.”
화려하게 준비된 연회장에서 한껏 기분이 올라간 학교장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그 뒤 길게 이어진 서두였지만 결국 요점은 하나였다.
‘다른 처부가 잘 나가는 것이 배 아파서 못 살겠다.
이번에 화끈하게 크게 벌려서 우리도 예산을 확 늘려보자.’
항상 줄어드는 예산부족으로 시달리는 학교장들이야 당연히 찬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 기회에 우리 교육계 신들이 얼마나 신계에 도움이 되는지 보여줍시다.
그러면 군부와 치안부를 능가하는 보상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증거를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이제 믿고서 추진해 봅시다.”
그 말에 열렬한 박수소리가 울렸다.
쫘쫘쫘쫘쫘쫘쫙-!
새로 태어나는 신들이 줄고 있어 이미 축소의 단계에 도달한 교육계에서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자리는 고사하고 중간 자리도 없었다.
갈수록 없어지는 높은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아전투구를 하는 입장에서 막대한 보상과 예산 증가로 인한 조직 확대는 살이 떨릴 정도로 매력적인 소리였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그동안 너무나 허약해진 교육으로 나약해지기만 하는 어린 신들을 보고 생각해왔던 보완책을 쏟아내었다.
“방학을 통한 자율학습과 시험을 치루는 것으로 부족하오.”
“두루뭉술한 등급제라니?
지금처럼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모른다면 무슨 소용이 있소?”
“학교에서 성적과 등수가 전부라는 것을 알아야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소.”
그런 말들을 교육담당 주신이 정성들여서 기록을 시작하자 슬슬 발동이 걸린 학교장들이 험악한 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말 많이 참아왔던 것이다.
“우리 때는 전교 등수까지 대자보로 게시판에 공개되어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지 않았소?”
“등수가 높은 아이들만 기가 살았는데 요즘은 공부 못하는 문제아들이 더욱 설치오.”
“학교가 쉬우니 요즘 어린 신들은 얼마나 여유가 넘치는지 공부는 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왕따까지 하고 난리요.”
“더구나 감히 창조신장님을 비판하는 대자보와 불법 유인물을 뿌렸다고요?
철저하게 주제파악을 하게해서 버릇을 고쳐줍시다.”
그렇게 시작한 토의는 점점 살벌하게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방학 후 모든 학교에서 동시에 같은 내용으로 시험을 실시해서 총 등수를 신문과 방송에 냅시다.”
“백만 명 중 백만 등이면 어떤 문제아라도 정신이 살아나겠지.”
“통지서가 아니라 부모들을 소환해서 혼을 내야 하오.”
“집에서 가르치지 못한 버르장머리를 학교에서 어떻게 하란 소린지 모르겠소―!”
지극히 감정적인 말이지만 사실이었기에 찬동의 소리가 났다.
“맞소―! 철저한 등수제와 공개제로 돌아가야 하오.
시험결과를 전 신계에 공개합시다.”
의도대로 흘러가는 토의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교육계 주신이 슬쩍 이 회의를 주체한 목적을 꺼냈다.
“정리하겠습니다.
다시 성적 등수제와 공개제로 전환하여 학력위주로 되돌린다.
그리고 우수자에 대한 포상, 저조자에 대한 징계를 포함시킵니다.
우주자는 월반시키고 저조자는 유급 아니 강등시킵니다.
세 번 이상 강등되면 더 이상 가망이 없으니 퇴학시키고 군대로 보냅시다,”
“!!!”
“!?”
물론 저조자는 혼을 내야지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군대로 보내자는 말에는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던 분위기였던 학교장들도 멈칫 했다.
그래도 교육신인 자신들이 아무리 문제아에 저조자라고 해도 학생을 포기하고 강제로 군대로 보내다니 너무 심했던 것이다.
“군대는 조금 심하지 않소?
그래도 아직은 어린 아이들인데?”
허나 교육담당 주신은 단호하게 외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요?
왕따를 하고 집단적으로 폭행하고 다니는 꼴을 보니 이미 다 컸소.
또한 우리 신계는 지금 배신자 신족들과 건곤일척의 전면전을 벌리고 있소.
교육계가 신계에 단단히 기여할 기회요.
그리고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인데.........”
품속에서 정기 구슬 하나를 꺼내서 단상에 올렸다.
툭-!
너무나 황홀하게 빛나는 정기구슬에 모든 학교장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대략 수치를 측정하고 할 말을 잃었다.
‘적어도 일백억.’
‘아니 농도로 보아서는 그 이상인가?’
‘저걸 품에 넣고 다녀?’
‘요즘 위원회의 신수(神獸)들도 주신들이 던져준 정기를 너무 처먹어서 배가 터져죽겠다고 한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군.’
창조신장님의 신뢰를 얻은 위원회의 주신들이 넘쳐나는 정기를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주변에 마구 뿌린다는 소문이었다.
특히 군부와 치안부와 계약한 사업체들이 끝없는 주문에 아주 좋아서 날뛰고 있다는 정보도 파다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유례없는 호황기였다.
하지만 계속 예산이 부족한 다른 분야는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에 치를 떨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
학교장들도 예산이라면 골치가 아픈데 갑자기 엄청난 액수로 보이는 정기구슬을 모두에게 보이니 의도가 궁금했지만 애써 욕망을 숨기고 말을 기다렸다.
“군부가 준 정기요.
자신들은 팔팔한 신병을 확보하고 우리 쪽은 도저히 정상교육이 안 되는 문제아들을 모범생들에게서 격리한다.
그렇게 서로 상부상조하자고 하자고 제안했소.
후후후후. 선금이라니?
군부담당 주신도 상당히 다급하더군.”
“.........”
황당하지만 사실로 들렸다.
창조신장님에게 전쟁 중인데 신병을 모집 못한다고 군부담당 주신들과 참모들이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 구박을 받는 것을 모르는 존재는 없었다.
‘매일 광장을 초중량 갑옷을 착용한 완전군장으로 돌고 있으니 모를 리가 없지.’
‘그래도 이런 수작을 부려?’
‘그것도 이 정도의 정기를 넘기면서?’
허나 잘 생각해 보니 구석에 몰리고 있는 지금의 군부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그러니 더욱 거부감이 심해졌다.
이건 어찌 보면 학생들을 군대로 팔아넘기는 일이었다.
‘아무리 문제아라고 해도 학생이다.’
‘아직 어린 애들인데 그 험한 군대로 보낸다고?’
‘그것도 전쟁 중인 지금 이 상황에서?’
투신들은 거의 무한의 정기를 가지고 있다는 창조신장님에 의해 부활이 보장되어있다고 하지만 목숨이 수시로 날아가는 전쟁이었다.
과거 초월자들과 지배권을 놓고 치렀던 처절한 전투를 기억하는 이상 그런 사투 속으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신들을 보내자니 양심에 걸렸다.
그렇지만 교육담당 주신은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치안부가 일백만 명의 범죄신을 신병으로 만들면서 받은 포상금이 일조요.
그걸로 은퇴하거나 정직하던 모든 치안신들을 복귀시키고 조직을 두 배 넘게 확장시켰소.”
교육신으로서 최고 위치인 학교장인데도 일 년 동안 죽어라 일해야 정기 삼백 정도를 받는 수준이었다.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힌 포상금의 액수와 은퇴자들을 복귀시키고 조직 확대까지 시켰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성과금이 일조라고?’
‘은퇴자들이 정말 모두 복귀했어?’
‘그러나 이미 소문이 파다한 일이다.’
‘갑자기 왜 이런 말을 꺼내지.’
그런데 다음 말에 모두 기겁을 해서 소리쳤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년도 모두 없애 버렸소,
솔직히 부러워 미칠 지경이오.”
포상금에 은퇴자들을 복귀시킨 조직 확대도 놀랄 일인데 정년까지 없애버렸다는 소리에 눈동자가 엄청나게 커졌다.
“지금 치안신들의 정년이 없어졌다고 했소?”
“치안신들이 인정받았다고 했더니 정말 정년을 없애 버렸단 말인가?”
무엇보다 자신들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놀람은 컸다.
‘요즘 치안 담당하는 친구 놈이 입이 귀에 걸리다니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아니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말투로 보아서는 치안신만 해당된다.’
‘이런 불공평한 일이 있나?’
‘어떻게든 해야 해!’
‘시위를 하자고?’
‘지금 시위하면 누구라도 당장 군대로 끌려간다.’
어떤 직위라도 은퇴하면 끝이었다.
집에서는 애물덩어리 취급을 받고 연금을 받아도 예산부족으로 계속 줄어드는 쥐꼬리였다.
가장 힘든 것은 소외감과 박탈감이었다.
‘은퇴하면 어디 가서 위세도 떨지 못한다.’
‘단숨에 바닥이지.’
치안신들이 부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 학교장들의 눈빛이 서서히 질투로 달아오르는 것을 본 교육계 주신은 정기구슬을 쥔 손을 꽉 쥐었다.
학생들을 신병으로 보내는 것을 협조해 달라고 해서 이런 정기를 주다니 과거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이건 분명 군부담당 주신이 꿍쳐놓은 쌈짓돈이다.
그런 정기를 기뻐하면서 주는 군부담당 주신도 이미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지.
지금 창조신장님께 인정받지 못하면 처절하게 밟힌다.
나도 선택권이 없어.
내가 하지 않으면 분명 참모 중의 누군가가 제안하고 치고 올라올 것이다.
아니면 옆의 처부에 의해 뭉개지겠지.’
위원회는 지금 교육담당 주신이 되기 전까지 치열하던 경쟁이 우습게 여겨질 정도의 살벌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른 처부가 창조신장님께 인정받기 위해서 무슨 수를 강구하고 있는지 생각만 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군부담당 주신처럼 이 일백 억은 뿌린다.
이번 일을 성공만 하면 아주 가벼운 액수다.
나는 군부나 치안담당 주신보다 그 이상을 노린다.
창조신장님의 비호를 받아서 반드시 위원회의 창조신이 되고 말 것이다.’
정기부족과 척박한 주변 환경으로 이미 포기했던 꿈이 창조신장님에게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정기구슬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구우우우우우-!
교육계 주신의 신력에 의해 희석된 농도로 변한 정기구슬로 수없이 분화해서 단상에서 바닥으로 굴렀다.
땅-! 좌르르르르르르르-!
의자에 앉아있는 학교장들의 발밑으로 빛은 감소되었지만 찬란한 정기구슬들이 가득 메웠다.
천연덕스럽게도 당황하는 교육담당 주신의 음성이 울렸다.
“이런 흘려서 잃어버렸군.
이걸 어쩐다?
늙으면 어린 것들이 말하는 것처럼 입 닥치고 죽어야 하나 보오.
길이 없으니 원래 그러려고 했는지 지금은 참 곤란하오.
이대로 밀려나면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이 아니라 무능해서 쫓겨난 것이 되기 때문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