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용자왕의 기계신체를 팔아버린다는 초월총수의 충격적인 선언에 녹발독후 수월은 다급하게 그럴 경우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했다.
‘맞는 말이야.
용자동맹(勇者同盟)의 대부분은 하위 초월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강함은 신령의 수준보다 강력한 기계신체에 있다.
그런 기계신체를 정말 정기를 받고 아무에게나 팔게 되면 누구나 용자왕의 힘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용자동맹(勇者同盟)에게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다.
막기 위해서는 전부가 목숨을 걸고 승부를 걸거나 아니면 굴복할 수밖에 없어.’
누구도 모르게 은밀하게 활동하는 용자동맹(勇者同盟)을 상대하기 위해 모두를 동등한 강력한 힘으로 무장시킨다는 지극히 황당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책이었다.
‘더없이 효과적이겠지만 제정신으로 추진할 일은 분명 아니다.’
장미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의 반응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기계 여주신들에 의해 완성된 성공왕(成功王)의 미래를 파악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차원의 시간압축까지 하면서 추가적으로 보완을 실시하고 담담하게 말한다.
“용자왕들의 기계신체를 이계에 쓰다가 낡으면 버리는 개인무기 수준으로 퍼트린다.
어느 정도의 정기와 신령만 있으면 누구나 대륙하나를 날려버릴 힘을 얻을 수 있는 무력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게 무기가 되어서 파괴를 일삼은 용자왕의 기계신체는 정의가 아닌 대량파괴와 공포의 상징이 된다.
복종하지 않으면 바로 그런 세계가 열어버린다고 해도 내게 복종하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내 지옥군단의 복수전이 먼저인가?
푸후후후후-! 어느 쪽이든 용자동맹의 운명은 사라지게 이미 결정되어 있다.”
차원권능을 멈추고 개선한 성공왕의 자료를 다시 기계 여주신에게 보냈다.
너무 강력해서 승부 자체가 성립이 안 되기에 적정수준에서 멈추었다.
“후우우우우.”
그리고 황금연기를 내품어 몸에 다시 완전히 두르고 다시 보물고 쪽으로 이동한다.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열쇠를 얻기 위해 몸을 녹이는 다가 재생을 반복을 하게 만든 수액바다에 또 자신의 발로 가려는 것이다.
“주신전은 잘 썼다.
나중에 보답하지.
그럼 또 시작해볼까?”
고위 정신체답지 않은 가공할만한 욕망과 집념에 수많은 우주수 드라이어드들의 여왕인 녹발독후(綠髮毒后) 수월(水月)조차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주신전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세력들의 긴급연락이 폭주하자 정신이 없어졌다.
갑자기 영역 안으로 차원이동해온 아르카나 시스템으로 인하여 엄청난 혼란이 야기된 것이다.
덕분에 혼자서 안내도 없이 보물고로 걸어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에서는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용자에게서 압도적인 힘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철없이 감정대로 날뛰는 철부지다.
정의의 용자도 이계 부흥의 시대에는 장애물에 불과하구나.”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주신급의 마도신이 되어서 더욱 강한 차원권능을 얻기 위해 이계의 자료를 광적으로 수집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거기서 읽었던 악당들이나 부패한 지배층들을 무찌르는 소설 속의 용자들의 활약에 순진하게 기뻐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자신과 지금은 입장과 상황이 팍 바뀌었다.
‘무뢰배들을 보고 환호할 나이는 지났지.
이런 정체모를 무장 세력을 결코 내버려둘 수 없다.
나는 지금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하나 그나마 이계를 지탱하고 있는 초월자들의 총수인 것이다.’
용자동맹(勇者同盟)이 자원채취를 명목으로 대량으로 행성을 오염시키고 파괴한 용서할 수 없는 지성체들을 처벌하러 보낸 자신의 지옥군단을 전멸시켰기 때문이다.
다른 정신체들이 납득할만한 명분만 있다면 공식적인 악으로 규정하기 바로 직전이란 것을 알기에 일반적인 협상수단은 쓸모가 없었다.
‘대화로 좋게 풀기도 이미 글렀다.
하지만 용자동맹이 쌓아올린 평판을 생각하면 전투 자체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은거 중인 여왕조차 무조건 그들을 옹호한다.
이러면 싸우는 순간 지배층으로서 위치가 흔들려.’
상대의 평가가 우월하여 전투를 할 수 없다면 압도적인 힘이나 수단으로 감히 싸울 생각 자체를 없애야만 했다.
‘이제 서로의 치명적인 목줄을 노릴 수밖에 없다.
너희들이 지배층의 도덕성을 공격의 명분으로 삼는다면 나는 너희들이 가진 통제받지 않는 힘 자체를 명분으로 삼아주마.’
이계와 함께 전부 지울 각오가 아니라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였다
정확한 정체나 위치도 모르고 십억이 넘는 군세를 유지하면서 유지비도 거의 없는 대규모의 군세였다.
수리하면 끝인 기계신체를 기반으로 한다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 이계 정신체나 지성체의 끝없는 지지까지 더해진다면 수시로 발생하는 반란세력과 싸움만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용자동맹에게서 정의라는 명분을 뺐어야 한다.
아니 용자 자체를 평범한 존재로 격하시켜야해.
그러려면 세상 전부를 용자들로 채워버릴 수 있는 수단을 쥐고 협상을 해서 초월자의 세력에 편입시킨다.'
그것이 마도신(魔道神)으로서 내린 용자동맹의 대처방법이었다.
‘어차피 아무리 순수한 정의를 추구하는 용자라도 결국 수단은 힘이고 폭력이다.
누구나 용자와 같은 힘을 가지게 된다면 결국 무의미한 존재가 된다.
평범한 존재가 되는 결말까지 감수하고 나를 적으로 돌릴 수 있을까?’
생각대로라면 용자왕(勇者王)과 성공왕(成功王)의 친선대결은 통제받지 않는 힘에 대한 충분한 증명수단이 되어줄 것이었다.
“후후후후후후.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나의 적이 되겠다고 선택한다면 인정하마.
너희들이야말로 진정한 용자들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용자들처럼 평범한 존재가 되어 사라지겠지.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아.”
앞으로 돌아갈 상황을 생각한 득의의 웃음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에서 흘러나와 한참동안 울렸다.
그러나 보물고의 뒷문을 열고 허리를 숙이려는 순간 또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끼이이이이이-! 움찔-!
여전히 항문을 연상시키는 좁은 뒷문통로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이가 갈렸다.
이런 굴욕이라니 정말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자신을 능가하는 경지인 십삼 써클이 아니었으면 전부 박살을 내고 끌고 갔을 상황이었다.
“으드드드드득-! 참자.
참아야 한다.”
자신을 다독이면서 뒷문통로로 기어들어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데 수액에 엉망으로 당해서 눈치를 못 챘지만 이상한 징조가 있었다.
띠이이이!
보물고에서 나오는 순간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의 황금열쇠가 아주 미약한 신호를 계속 발산하고 있었다.
그 신호는 장미 우수수 드라이어드 주신전에 전해졌고 증폭되어 바로 전 이계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어둠에 쌓인 공간에서 검은 비단으로 빈틈없이 감싸인 여성의 손이 작은 잔을 들어서 입에 가져다 댄다.
쪼오옥-!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는 검은 상복을 입고 망사로 얼굴을 가린 미망인의 복장으로 어둠의 공간에 앉아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부르르-!
그런데 자신을 절대로 죽거나 소멸하지도 못하게 강제로 현세계에 묶어놓았지만 거의 잊고 있던 몸의 봉인이 일부분 해방되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봉인이 풀렸다?
아니 열쇠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인가?”
다시 확인했지만 무슨 수를 써도 꼼짝도 하지 않던 봉인이 개방될 준비를 마쳤다.
한참을 몸 깊숙이 전달된 열쇠의 반응 신호를 분석하며 생각에 빠졌던 여성은 결론을 내렸다.
“내 열쇠가 보물고에서 드디어 꺼내졌구나.
그리고 열쇠가 개방되었다는 신호반응을 보니 드디어 돌아왔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그래-! 그대 같은 최고의 악당이 겨우 급조된 마신황제(魔神皇帝)따위에게 소멸될 리가 없지.”
갑자기 열쇠의 신호가 끊어졌지만 위치는 이미 상세한 파악이 끝났다.
도저히 열 수없는 장미 우수주 밀림의 보물고였다.
술잔을 내려놓고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보라색 술이 가찬 술병을 움켜쥐고 그대로 입에 물었다.
그리고 하늘 위로 들이켜서 단번에 목에 털어 넣었다.
딱-! 꿀꺽-! 꿀꺽-! 좌아아아아-!
입고 있던 검은 상복을 그대로 찢듯이 벗어버리고 풍만하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육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대로 긴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위이이이잉-!
알몸이 되었지만 혼자이기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지휘관실에 도착해서 오래전부터 준비된 검은 전투복과 망토를 다시 입었다.
검은 색의 여왕의 왕관까지 쓰자 한없이 슬퍼보이던 표정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제 그 사람에 대한 애도(哀悼)는 완전히 끝이다.
사라지지도 못하고 오백억년을 하루처럼 이 순간을 기다렸다.
이제 복수만이 남았다.
전 함대 기동.”
검은 눈동자에서는 분노의 불꽃만이 타오르면서 전면을 주시하자 수많은 현황판들이 빛을 내면서 존재를 알린다.
암흑만이 가득 차 있던 이 공간은 대륙처럼 광활해 보이는 지휘부였던 것이다.
파아아-! 파아아아아악-!
어느 정도의 수인지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함대에 대한 자료를 남김없이 파악한 실연의 상처 에메랄드는 명령을 내렸다.
“현세계 함대 출전하라!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의 기계 주신성으로 향하라.
전속 항진.”
거대한 물체들이 공간 이동하는 진동이 은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구구구궁-!
항성 속에 은밀하게 숨어있던 거대 전투함들의 무리가 일제히 태양 속에서 모습을 드러나고 장거리 공간이동을 반복하여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이게 전부의 항성 속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식으로 동시에 움직여도 대부분의 지성체와 정신체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성이 강화된 전투함대들이었다.
기척과 존재를 완전히 숨겨서 투명해진 함체들이 현세계의 중앙을 향해 공간이동을 실시하는 보고가 끝없이 울린다.
우우우우우우웅-!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는 갑자기 사라진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을 찾아서 복수하기 위해서 현세계를 샅샅이 뒤졌다.
그래도 찾지를 못하자 오백억년동안의 세월동안 이계 전부의 태양에 전투함대를 제작하고 배치시켜놓았던 것이다.
구구구구구구궁-!
모든 은밀전투함대의 인공지능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는 스물여섯 쌍의 찬란한 빛의 날개를 등에서 솟아나게 했다.
창조신의 신격조차 드러낸 그녀의 눈에서 드디어 때가 왔다는 희열이 섞인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
“이번에는 내가 추적자다.
내 열쇠를 가지고 현세계에 있는 이상 함대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디든지 쫓아가서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언제인가 돌아오면 바로 결판을 내기 위해 오백억년을 심혈을 기우려서 만들고 각 태양에서 제작하고 강화한 수조차 파악하기 힘든 은밀 전투함대였다.
실연의 상처 에메랄드는 이 함대의 여왕이었고 현세계 전부가 그녀의 세력권이었고 손바닥 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