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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940화 (941/1,533)

<--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과거처럼 끝까지 추적해오면 절대로 견딜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바로 후퇴하여 도망치려하다가 슬쩍 화면을 여왕들의 옆에 이동시키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이 눈치를 주지만 무시하고 자리를 지켰다.

‘잔소리가 문제가 아니야.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개인행동은 지극히 위험해.’

과거 연인을 애도만 하면서 살던 자신이기에 여왕에게 걸린 몸의 봉인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거의 잊었다.

하지만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강제로 몸에 심어놓은 봉인과 열쇠의 공명은 아직 유효했다.

그런 열쇠가 초월총수가 된 그의 손에 들린 이상 아무리 도망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저 몸에는 내 함대의 화력이 전혀 통할 것 같지가 않아.’

파괴된 함대를 그 이상으로 수복시켜도 본체가 있는 기함을 공격당하면 끝인다.’

아무리 압도적인 수의 함대가 있어도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으면 이길 방법은 없다.

‘어떤 대함대도 통제하는 내가 붙잡히면 끝이다.

몸의 봉인이 저 열쇠와 호응하는 이상 어디에 숨어도 소용이 없다.

내 열쇠가 그의 손에 있는 이상 어디 있어도 위치가 확인된다.’

과거에 자신이 여왕의 직위를 거절하고 도망치자 정말 현세계를 종단하면서 추적해오던 그 때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이다.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위치를 어디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아했더니 이건 최악의 상황이었다.

더구나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초월총수로서의 능력은 공포 그 자체였다.

‘혼자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절대로 아니다.

반드시 다른 여왕들의 조력이 필요해.

아니 정확하게 과거처럼 그에게 너무 심하게 당하지 않게 도와주셨던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의 보호가 있어야 해.’

타인이 보는 앞에서는 성인군자처럼 보였지만 뒤에서는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은하유성 아이언이었다.

그가 유일하게 끝까지 똑같이 배려했던 존재가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이었다.

그래서 삭월의 시즈지님과 가끔 같이 일하는 시간은 쏟아지는 업무에 가혹하기만 했던 여왕생활 중에서 유일한 안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멋대로 뛰쳐나가서 연락을 끊었으니 면목이 없어.’

그러나 다행히 용서해 주실 모양인지 직접 지시가 떨어졌다.

“함대의 여왕은 주력함대들을 다시 영역 안에 전부 주둔시켜라.

최악의 경우는 초월자들과 전쟁이다.

전 여왕은 협력하여 전력의 준비상태를 갖춘다.”

“예-!”

대규모 전쟁은 가장 자신이 있는 일이었다.다른 여왕들과 연합까지 허락받았으니 이제야 자신이 생겼다.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오백억년동안 만들고 강화한 대함대의 진정한 위력을 보일 기회가 온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

그리고 보물고 안에 임시로 연결되었던 비상회선이 완전히 끊기면서 화면도 사라졌다.

보물고 안의 화면이 검은 화면을 보자마자 여왕들은 바쁘게 전쟁준비를 하기 흩어졌다.

하얀 휘장 안의 삭월(朔月)의 시즈지 조차 영광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보물고의 권능 봉인이 왜 무력화되었는지 모르는 이상 더 이상 여기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이미 사태는 여왕들만으로 감당이 힘들다.

세력의 수장으로서 직접 움직여야 할 순간이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로서는 정말 오래만의 전투준비였다.

하얀 휘장으로 가려진 영광의 의자에서 일어나서 바로 뒤로 돌아선다.

쿠우우우우웅-!

영광의 의자가 굉음을 내면서 반으로 갈라진다.

그 속에는 찬란한 황금빛을 내품는 전신갑옷과 원형의 방패, 거대한 원뿔형의 검은 창이 한 자루 놓여있었다.

신족과의 너무나 치열했던 혁명 속에서도 잔 상처 하나 나지 않던 최고의 신기들이었다.

‘여왕들에게도 비슷한 것이 있다고 했지.’

그가 여왕들에게 선물하거나 강제로 착용하게 시킨 초월적인 위력인 신기들이 있다.

개인적인 특성을 모두 고려하고 특별히 만들어낸 전용 신기들을 장비하고 싸우는 여왕들은 터무니없이 강해질 수 있다.

그를 증오하는 여왕들조차 버리지 못하고 비장의 수단으로 꼭꼭 숨겨놓고 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들과 이것은 격이 달라.’

신기들의 자체의 위력만으로 마신황제의 공격조차 튕겨내고 창조신장에게 치명상을 낼 수 있는 현세계 최고의 보물이다.

그 아이가 일원(一圓)을 중계로 하여 십중심들을 직접 만나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구매한 특별부품들을 일일이 조합하여 만들어내었던 여황의 증거였기 때문이다.

“결국 또 쓰게 되는구나.

그런데 이걸 너에게 향하다니........”

이걸 완성하고 나서 이제 안심하고 싸울 수 있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자신에게 선물하던 얼굴은 잊혀 지지가 않았다.

‘후방을 지키는 자신에게 이것을 입히고 정작 본인은 전방에서 마신황제와 맨 몸으로 싸우다가 사라졌어.

만약 이걸 입고 싸웠다면 상대가 십중심이라고 할지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야.’

과거를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파왔다.

자신처럼 여왕들은 모두 그에게 너무나 큰 은혜를 입었다.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이 자신의 기계제국을 없애고 강제로 여왕으로 만들었다고 원한을 가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 아이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했다.

‘그녀들의 딸 격인 다른 여왕들조차 희생자들을 위령하기 위해서 처단해야한다는 주장이 세력에서조차 높았지.

기계제국을 이끌고 수많은 인류를 학살한 그녀를 온전한 여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비난과 반대를 감수해야만 했어.

그걸 무마하기 위해서 결국 그 아이는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아야만 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던 기계제국을 무너트린 영웅이다.

하지만 너무나 강하고 현명했기에 절대적인 독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사던 아이였다.

그런데 기계제국의 여왕과 공주들을 능력만 보고 지배층으로 삼겠다고 하니 이렇게 좋은 공격명분이 없었다.

‘벌떼처럼 일어난 반대여론으로 결국 신계주신의 자리를 공식적으로 나에게 양보해야 했어.

그리고 여왕들과 같이 백의종군의 형태로 은하와 세력을 위해 평생 봉사하는 것으로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

싫다는 여왕들을 강제로 끌고 다니면서 웃으면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자신을 배신한 인간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다.

‘자신의 것을 억지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는 절대로 참지 않았다.’

본래 기계제국을 무너트린 이유도 기계제국의 귀족인 아버지가 하사받아서 아들인 자신이 가꾸던 개척지 행성을 강제로 회수 당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인류라고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지독하게 자신의 것을 아끼고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아이였는데 거의 전부를 빼앗으니 참을 리가 없지.’

억지로 신계주신에서 내려온 이후는 당연히 복수의 시간이었다.

다만 지독할 정도로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했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여왕과 자신을 반대한 인류 출신의 지배층들을 원인 모르게 처분해 나간 것이다.

‘외부로는 봉사활동만 했지만 내부로는 무수한 여왕 반대파들을 몰래 천천히 처단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여왕들에게 불만을 가진 대부분의 인류 지도층을 전부 처단해 버리고 여왕의 지지자들을 위로 올렸지.

그녀들을 완전한 여왕으로 만들어 세력의 중추로 삼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비록 의견은 달랐지만 같은 편이던 수백 명의 기계반대파 각성자과 수천 명이 넘는 지도층을 몰래 처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의 인류까지 같이 희생당했으니 다시는 신계주신이 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여왕과 기계들을 처분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던 반대파들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자신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를 채고 기겁을 했다.

하지만 외부로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거의 끝장이 날 정도로 은밀할 숙청이었지.’

여왕의 대우 문제로 의견이 갈려서 배신했던 인류의 지도층들은 모두 그 아이의 손에 죽어 사라졌다.

여왕들에게 듣기로는 최후로 남은 인류의 지도자가 자신이 잘못했으니 다시 인류의 영웅으로 돌아오라고 애원을 했지만 언제나처럼 단 한마디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인류만으로는 이 이상은 한계다.

후계자와 마지막 통화를 할 시간은 주겠다.”

인류의 지도자가 후계자와 한 마지막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로 누구도 여왕들과 기계들을 위험하니 전부 처단하자고 주장한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철저하게 그 아이가 없애 버렸다.’

이미 시작을 했으니 예외나 용서는 절대로 없었다.

기계와 인류의 융합으로 초월자들의 선두에 선 세력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여왕들이 두려워하는 그 아이의 일면은 결국 그녀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런 과거를 생각하면서 갑옷과 방패, 창을 쓰다듬으면서 아련한 음성으로 말한다.

“어떤 시련과 위험이 있어도 강해져서 돌아온다더니 너무 늦게 왔구나.

너의 자리는 이제 없단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시간이 너무나 지났고 상황이 변한 것이다.

아련하게 신기를 바라보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은 지가 오래였다.

한편 차원창세신 코아는 보물고 안에서 수액바다 속을 헤집은 한참 뒤에야 미세한 금속조각까지 몽땅 주울 수 있었다.

넓어진 안전 광장 안에 파편을 모두 모으고 허리를 펴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직한 탄성을 질렀다.

“호오? 이제 보니 여기 그런대로 괜찮네.”

너무나 강력한 생명력으로 독액수준인 수액바다 아래에 넓게 생긴 안전 광장은 의외로 안락했다.

생물체가 지닐 수 있는 한계를 돌파한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수액이 직접 닿지 않고 강한 정기만 전해져 온다.

그 덕에 극심하게 소모한 정기와 생명력이 숨만 쉬는 것만으로도 회복된다.

그리고 충만한 정기를 바탕으로 천천히 신력이 오르고 있었다.

“오오? 아니 아주 좋아.

절대계 이상의 정기 수준이다.

더구나 안전하고 조용해.”

이런저런 조건을 냉정하게 판단해 보니 아주 탄성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계에 오면서 가장 걱정을 하던 허약한 정기로 인하여 자연적인 능력 약화가 여기서는 반대로 강화로 작용하고 있다.

누구의 접근도 불허하는 독액바다가 위와 주변에 있으니 침입할 수가 없다.

또한 어지간한 충격은 모두 흡수해 버리는 강력한 정기구슬들은 강력한 방어벽이기도 했다.

“이계에서 약해지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거의 무한대로 늘릴 수 있겠어.

에고 아유타(Ego Aayuta)의 여파조차 견디어내는 강력한 구조물이라면 생존 마탑을 만들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다만 끔찍한 자폭장치가 문제였다.

보물고의 소유주가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여왕이란 사실도 말이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웃었다.

“아주 사소하군.”

주먹을 꽉 쥐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힘이 용솟음을 친다.

우두두두두둑-!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준비한 함정을 전부 정면에서 깨 부신 결과로 얻은 힘은 십삼 써클인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위에 있었다.

기계주신성의 지원으로 십사 써클이 된다고 해도 제압할 자신이 생긴 것이다.

검은 불길모양의 투기가 넘실거리는 주먹을 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겨우 힘의 우위를 점했다.

이제야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겠군.

그리고.......”

다른 손바닥을 펴자 쥐여져 있던 네 개의 여왕의 열쇠가 찬란하게 빛을 내품는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각기 조금씩 다른 색으로 빛나는 열쇠들을 보면서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여왕들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 전혀 필요가 없는 봉인이었고 열쇠였다.

“후후후후후후후. 정말 의외의 봉인을 해놓았군.

아니 필요한가?

도대체 여왕들과 무슨 관계이기에 이런 봉인이 필요했지?

그리고 열쇠는 왜 여기다 숨겨놓았고?

봉인을 할 정도면 직접 가지고 다니면 되지 않나?

아니면 영원히 없애버리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봉인을 해놓았는지 이해가 가면서도 왜 열쇠를 찾을 수 있게 해놓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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