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가장 오래기간 같이 일을 했던 두 명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여왕들과 같이 일을 할 때마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이룩했기에 접촉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
하지만 저 짜증이 터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서 더욱 무서웠다.
‘과거에 여왕의 반대파들을 모두 뒤에서 자멸하게 만들 때도 저렇게 화를 내고 난 다음의 결정이었어.’
‘일단 화부터 풀게 해야 해요.’
복귀반대파인 여왕들이 만남을 인정하면서 침묵하자 한참을 망설이던 삭월(朔月)의 시즈지도 동의했다.
“....... 허락하겠다.”
과거의 인연을 생각하면 절대로 만나게 하고 싶지 않지만 세력을 위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시켜야 했다.
그녀도 분노하여 여왕들의 반대파를 몰래 쓸어버릴 때의 아이언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를 죽이든 일억을 죽이든 어차피 살인은 똑같다고 했었지.
남녀노소 직위고하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이 기회에 전부 정리한다고 했을 때 할 말이 없었다.
거의 수십 년을 들어서 그때 반대했던 모두를 사고나 자연 소멸로 위장해서 처리했을 때는 기겁을 했었어.’
암살도 아닌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은밀한 방법이었다.
회의 중 갑작스런 기계신체의 고장, 아니면 전함의 폭발, 여기에 태양발전소를 날려버려서 근거지를 박살내는 방법까지 서슴지 않았다.
‘모두 불행한 사고로 알았다.’
바로 옆에 있던 자신조차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였으니 반대파들이 알았을 때는 반대파의 수장격인 존재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여왕들이 세력의 지배자로서 모든 권력을 쥐는 순간에 반대파의 수장은 아이언에게 가족의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도 결코 자신이 반대파들을 죽였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수장을 위로했어.
그리고 반신반의 하고 돌아가서 얼마 후 그들의 가족 아니 일족까지 모두 불행한 사고로 소멸되었지.
정말 서로 끝장을 볼 각오가 아니었으면 원한을 사서는 안 된다.’
초월총수로서 돌아온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지금 거듭된 시련에 분노하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저렇게 일에 매달릴 정도이니 이제 어느 정도 화를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될 순간임을 감지한 것이다.
그런 일에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만한 존재도 드물었으니 허락해야 했다.
“감사합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
더구나 오백억년동안 여기저기 이탈을 해오던 다른 여왕들과 다르게 충실하게 자신을 보좌해온 공을 무시해서는 안 되었다.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 실제로 반드시 만나겠다면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렇게 끝까지 허락을 구하니 문제를 삼을 수가 없어.’
다만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으니 불안하기만 했다.
또각-! 또각-!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주신전을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는 천년의 지배 프롬에게 강한 항의의 의지를 보냈다.
자신이 보기에 청춘의 환상 크롬이 항상 입고 있는 검은 옷도 상복이었다.
‘나와 똑같이 검은 옷만 입고 다녀도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이건 확실히 차별이었다.
‘크롬도 저와 같은 검은 옷을 항상 입고 다니는데 왜 가만있으세요?
뭐라고 하셔야지요.’
초월총수의 위협으로 더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세력에 복귀 후 계속 전투신기를 착용한 상태였다.
덕분에 상복을 입고 다니지 못한다고 슬슬 짜증을 부리는 과거의 딸과 같은 존재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이었다.
그리고 따끔하게 주의를 주었다.
‘저건 패션이고 너는 콘셉트이잖아?
둘이 같니?’
‘..........’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오백억년동안 세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일해 온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과 멋대로 뛰쳐나가 제멋대로 살아온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를 동일하게 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본인에게 바로 그렇게 말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네가 비극을 좋아하고 미망인 성향이라는 사실을 남이 알까 두려우니 제발 조용히 하렴.’
‘.........’
말은 자기가 걸었으면서 토라졌는지 대답도 없는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를 보면서 이마를 손으로 눌렀다.
‘초월자가 되기 직전에 가족의 인연을 맺은 존재는 이 두 명이 전부다.
그런데 정상이 없어.’
아무리 육체를 바꾸어서 혈연이 무의미해졌다고 하지만 특별한 존재이다.
그런데 한명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다른 한명은 너무 취향이 독특하고 철이 없었다.
또각-! 또각-!
주신전을 벗어나고 한참을 걸어간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은 아공간에서 커다란 검은 사각형 가방을 꺼냈다.
스으으-!
그리고 잠금장치를 가볍게 쓰다듬고서 기계주신성의 역에 도착을 한다.
여왕이란 지극히 높은 위치를 가진 존재의 방문은 언제나 당황스럽지만 공손하게 맞이하는 역의 직원들이었다.
“수고들 하세요.”
간단하게 인사하고 정규 역에 멀찌감치 떨어지는 조그맣게 원뿔형으로 솟아있는 간이역에 도착한다.
거기에는 ‘일’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기계인간으로 보이는 파란 정작을 입은 기관장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중이다.
“어서 오십시오.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님.
언제든지 출발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고개를 깊이 숙인 기관장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은 지나치면서 가볍게 말했다.
“과수원으로 가주세요.”
“예-! 바로 출항하겠습니다.”
기관장과 같이 간이역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뱃고동소리와 같은 출발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린다.
부우우우우우웅-!
공기를 진동시키는 굉음과 함께 역 전체가 뒤흔들리면서 하늘로 솟는다.
아니 주변 기계주신성의 대지 전부가 뒤흔들리면서 갈라지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궁-!
다른 노선에 서있던 다른 황금열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검은 열차가 땅 밑의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원뿔형의 간이역은 바로 이 거대 열차의 끝 부분이었던 것이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마치 땅 속에서 솟아나오는 거대한 창처럼 끝도 없이 길은 거대열차는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다.
화산의 폭발처럼 솟구치는 기세도 놀랍지만 자체에 특수한 권능이라도 걸려있는지 주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아니 환상의 열차처럼 지나가는 궤도의 구름조차 흩어지지 않는다.
점점 멀어지는 기계 주신성의 모습을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은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구르르르릉-! 구르르르릉-!
역에서 열차의 긴급 통과연락을 받았지만 인공지능 기뢰들은 안전지대를 아직 확장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공간을 벌리기도 전에 밀고 올라오자 요란한 경고를 하면서 몰려든다.
‘삐-! 멈춰라.’
‘삐-! 당장 멈추지 않으면 파괴하겠다.’
위성 궤도의 방위는 자신들의 권한이자 의무였기에 당연히 따라야할 지시였다.
그런데 선두에 선 기관부의 인공지능으로부터 가당치도 않은 대답이 들려왔다.
‘삐-! 나는 차원요새열차 일호기.
우리의 여왕님을 모신 이상 정지도 후진도 하지 않는다.’
멈추거나 파괴할 수 있으면 해봐라.’
자신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을 들은 인공지능 기뢰들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자신들 같은 방어체계를 전문으로 관통해서 행성이나 요새를 제압하는 차원요새열차였지만 이렇게 겁 없이 나올 수 없었다.
‘삐-! 여기저기 떠도는 열차 주제에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날뛰느냐?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느냐?’
살벌한 경고에 똑같이 가소롭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삐-! 제자리에서 자폭만 하는 기뢰 주제에 누구 앞에서 위세인가?
내가 누구인지 잊었는가?’
전혀 기계의 인공지능답지 않은 감정적인 문답이 교차하고 양쪽 다 실력행사로 들어갔다.
여왕들의 세력은 하나였지만 각자의 지휘계통이 달랐다.
이렇게 마찰이 발생하면 당연히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할 정도로 싸우는 것이 드물지 않았다.
‘삐-! 과거의 잔재는 사라져라-!’
‘삐-! 잔재가 아니라 전통이다-!’
일차로 단순 감지형의 공간기뢰들이 인공지능 기뢰들의 통제에 의해 홍수처럼 덮쳐져 간다.
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거대열차의 주변에 공간기뢰들이 일으킨 시공간 진동의 폭풍이 몰아쳤지만 약간의 손상도 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폭발을 흡수하여 더욱 속도를 더하고 관통력을 높여간다.
‘삐-! 나의 차원방벽 앞에서는 이런 공격은 쓸데없는 짓이다.
그리고 이 정도로는 나의 전진을 막지 못한다.’
‘삐-! 이 건방진-!’
‘삐-! 너희들은 결국 발치에 가끔 치이는 돌멩이들에 불과하다.’
‘삐-! 가만두지 않겠다!’
인공지능 기뢰 꽃들이 직접 타도하기 위해서 몰려들자 기계 주신성을 관리하는 총괄자아까지 나서서 막아야 했다.
일단 세력의 모든 인공지능 자아의 관리책임이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삐-! 이게 무슨 짓이냐?
양쪽 다 그만두지 못해.’
다급하게 거대한 해바라기 꽃을 피워내서 차원요새열차의 앞을 막아내고 새로 만들어낸 공간기뢰를 활용한 방어벽을 설치하면서 외친다.
‘삐-! 차원요새열차 일호기는 멈춰라.
아니 이제 삐는 할 필요도 없지.
나는 모든 인공자아를 관리하는 총괄자아다.
그 권한으로 명령한다.
그만 행패부리고 당장 멈추지 못해-!’
기계 주신성은 현재 전력을 집중시켜서 포화상태였다.
이 둘의 충돌이 어떤 위험을 부를지 모르니 그만두게 해야 했다.
허나 이 구형 인공지능은 전혀 의사를 굽힐 의지가 없어 보였다.
‘삐-! 차원요새열차들은 우리를 창조하신 여왕이신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님의 명령만을 따른다.
너도 막으면 뚫고 지나가겠다.’
그 말과 동시에 거대 해바라기 꽃의 정중앙이 차원요새열차의 뾰족한 머리에 찔려서 산산이 분쇄되어간다.
퍼어어어억-!
해바라기 꽃은 총괄자아의 단말기이자 분신과 같았다.
파괴되면 당연히 충격이 컸다.
‘삐이이이-! 이 융통성이 없는 구형 인공지능들-!
아니 빌어먹을 떠돌이들이-!’
해바라기 꽃의 방어력을 증강시켰지만 거대열차의 창끝처럼 날카로운 끝에 관통 당했다.
그리고 그대로 기뢰 꽃의 방어벽에 그대로 들어 박았다.
우드드드드드드드득-!
단숨에 공간의 벽조차 파괴하는 가공할만한 위력이었다.
인공지능 기뢰들이 다급하게 방어막을 추가로 만드는 모습과 차원요새열차가 더욱 관통력을 높이듯이 회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인공지능 기뢰와 차원요새열차의 충돌 광경을 보는 여왕들은 감탄하고 있었다.
“저 방어벽을 순식간에 관통하고 지나가다니 과연 행성강공형(行星强攻形) 차원요새열차답구나.”
“굉장하군요.”
열차의 돌진을 막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여왕들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낸 공간방어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상당한 비상사태지만 차원요새열차의 전적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갔다.
행성강공형(行星强攻形) 차원요새열차는 혁명시절에 단 한 대였지만 신족의 요새와 신계를 수없이 함락시킨 가장 믿음직한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총괄자아가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그렇다고 방어벽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공간과 시간권능이 없다면 아예 통과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지극히 돌파가 까다로운 방어력을 가진 공간 방어벽이다.
이건 오히려 차원요새열차의 진화된 돌파력을 칭찬해야 했다.
“기계장치로 저 정도 수준까지 구현하다니 역시 대단해.”
“상대가 아주 나쁜 것이지요.”
그런데 혁명시절의 고풍스런 열차모습과는 달리 완전히 검은 색의 창이나 뱀과 같은 모습에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는 물었다.
“신형인가 보군요.
이제 얼마나 있나요?”
다른 계열인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 어느 정도 전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아주 민감한 질문이다.
그러나 공간 방어벽을 관통하고 사라지는 차원요새열차를 지켜본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은 너무나 쉽게 대답해주었다.
“일천만대 이상.”
“!!!”
함대의 여왕 에메랄드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금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은거를 한 여왕들이 어떤 전력을 비축하고 있는지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였다.
‘단지 장기전에 필요한 정기가 부족할 뿐이야.
보물고의 정기만 들어오면 모두 해결된다.
그리고 얻을 가능성이 보이고 있지만 이걸 좋아해야 하나?’
보물고 안에 있는 농축된 우주수 수액이 생물체에게는 더없는 극독일 수 있다.
그러나 기계에 기반 한 세력에게는 약간의 처리만으로 더 이상 없을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열어서 꺼낼 방법이 없으니 손을 놓고 있었다.
돌아온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열려고 하고 있으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정말 본인이 맞는가?
세력의 전부를 출전시킬 보물고를 여는 방법만은 어떻게든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저렇게 고생하고 있지?’
일단 떠오르는 의문과 생각을 멈추고 자세한 설명을 추가로 해주었다.
과거와는 비교도 함 수 없는 대함대를 이끌고 돌아왔다고 의기양양한 이 철없는 여왕에게 현실을 인지해줄 필요가 있었다.
“먼 과거에 일천만대의 달성을 삭월(朔月)의 시즈님에게 보고한 이후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수가 있는지 우리도 잘 몰라.
다만 차원요새열차는 용자왕과 달리 구조가 간단해서 행성의 자원만으로 자체 복제까지 가능하다.
그러니 지금도 어디의 행성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