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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007화 (1,008/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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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역 광장에는 자신과 비슷한 흑금발로 염색하고 허름한 복장을 한 수많은 초월자들이 보인다.

‘유행으로 인하여 흔한 모습이기에 역시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군.’

가볍게 그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주의를 집중해서 이계 십중심들이나 다른 오리진들이 자신을 주목하나 확인했지만 역시 모르고 있었다.

‘마력과 신력으로 능력을 증폭하지 않은 나의 신령은 겨우 십이 써클에 발을 들여놓은 초월자다.’

흑염의 신체능력으로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지만 결국은 겨우 십이 써클의 투신정도의 경지였다.

더구나 신력과 마력을 완전히 분리시킨 지금의 상태라면 직접 본질을 보지 않는 한 파악할 수 없었다.

‘온전히 투기만을 가동하는 지금 상태는 단지 평범한 초월자다.

직접 본질을 보기 전에는 눈치를 챌 수 없다더니 십사 써클의 이계 십중심들조차 정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외부 활동을 은밀하게 할 경우에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에게 배운 의지와 권능, 마력, 투기를 완전히 배제한 상태로 움직였다.

그래서 일 년 동안 이계의 십중심들이나 다른 오리진들이 세력의 고위현자들을 전부 미래와 바꿔치기를 했는데도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위존재들은 시야에서 벗어나서 멀리 있는 상대는 본질보다 힘의 크기나 경지로 편하게 판단하고 확인한다고 하던가?

하위존재는 자신의 초월적인 감각을 피할 수 없다고 믿어서 생긴 맹점이었군.’

지금 주신성 제조공장에는 통합신계에서 마련한 평상시의 자신과 유사한 권능과 힘의 크기를 가진 창조 기계장치가 항시 작동 중이었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통합신계의 주신성에 미끼로 놓았으니 이렇게 외부로 수없이 들락날락거려도 들킬 리가 없었다.

‘통합신계 내부에서 활개를 쳐도 모르는군.

좋은 걸 배웠어.’

이계 십중심들의 탐지력이 약한 것이 아니다.

지금 통합신계에는 십이 써클 경지의 초월자들이 수없이 많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저들 전부를 통합신계의 손님인 십중심들이 주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재 통합신계는 말 그대로 이계의 모든 정신체들을 통합하는 수도로서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덕분에 십이 써클의 초월자도 흔하지.

그것도 이제 완전히 유행이 되어버린 흑금발로 물들이고서 말이다.

신전에 앉아서 아무리 권능이나 힘의 규격으로 나를 찾아봐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나를 발견할 수는 없나?

주신성 공장에 만들어 놓은 미끼나 확인하고 안심하겠지.

덕분에 이계 십중심들과 신경 쓰이는 오리진들을 통합신계에 묶어두고 현자들의 제압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개점식 행사에 흥분하고 환호하는 수많은 흑금발의 초월자들을 지나쳐서 용자동맹에게 배당한 외곽의 거대한 신전에 도착을 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일단 와서 보라고 설득하거나 납치를 해서 모아온 일만 명의 용자왕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제 마지막 난관인 용자동맹과 결판을 보아야할 순간이다.’

처음에 도착한 열 명 남짓한 용자왕들은 당연히 특혜를 거부하고 따로 숙소를 잡았다.

‘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용자왕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결국 거대신전을 받아들였다.’

설득과 강제를 동원해서 일만 명이 넘는 용자왕들이 전부 모이자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어쩔 수가 없이 받아들였다.

총수파들이 설득은 실패를 했지만 성공왕을 미끼로 행방을 전부 확인하고 모으는 것까지는 성공한 것이다.

‘용자동맹도 결국 초월자다.

총수파들이 일단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은 나와 대화를 해보아야한다고 설득해서 통합신계로 오게 했지.

창조주님의 정식인정을 받은 초월자들의 지배자인 초월총수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서 대부분 응했다.

그래도 끝까지 거부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쓰러트리고 전부 끌고 왔다.’

그리고 용자왕들과 수없이 대화를 하면서 의견을 조율 중이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용자왕들의 전용 집단숙소로 사용하는 중이었다.

용자동맹의 거대신전의 정문을 통과하여 세계가 구분된 순간 한순간에 마력과 신력을 방출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우우우우우웅-!

창조신장의 신력과 마신황제의 마력이 폭발하듯이 방출된다.

그리고 투기 또한 흑염의 신체와 어울려서 강대한 투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단숨에 십사 써클 이상의 존재감을 회복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중앙문을 열고서 그대로 중앙의 강당으로 걸어갔다.

드넓은 회의장에는 용자왕 일만 명이 침통한 얼굴로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총수파들의 필사적인 설득은 모두 실패했으나 하나만은 주지를 시켰다.

그건 결코 내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지.’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상대는 여기에 와서 토의를 해서 의견을 종합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말이 안 통하는 상대는 박살을 내서 끌고 와서 처넣었다.

‘강제집결이지.

물론 다시 도망치려고 하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통합신계의 탐지능력과 현세계 전부에 깔린 초장거리 공간이동소를 벗어날 방법 따위는 없었다.

‘만약 내 허락 없이 통합신계를 벗어나면 반드시 쫓아가서 산산조각을 내고 다시 끌고 오기까지 했지.’

물론 모든 용자왕이 모여서 격렬한 반항의 조짐도 있었으나 하나의 존재가 집단행동과 공개적인 비난을 막았다.

단상의 중앙에 있는 개점식의 행사 참가비로 지급한 황금빛이 찬란한 성공왕이었다.

‘성공왕이 용자왕과 동등이상의 성능을 모두 확인했다.

그리고 대량생산에 판매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황당한 사실이 결단을 망설이게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우선적으로 판매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혼란하게 했지.’

그 이후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토론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자의이든 타의이든 현세계에 흩어져서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意)만을 집행하던 일만 명의 용자왕이 한자리에 모였다.

‘계획대로이지.’

초월자들을 이렇게 모아놓으면 반드시 의견충돌과 불화는 일어났다.

그걸 노린 것이다.

‘초월자들은 감정적이다.

한자리에 모이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 토의를 하다가 토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싸우게 되지.

일단 그렇게 되면 끝이다.’

자신이 파악하는 바로는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근접해서 토론을 하던 용자왕들의 여론은 마침내 둘로 갈렸다고 한다.

다른 용자들을 위해서 성공왕을 얻을 수 있게 협상하자는 파와 대량생산을 하기 전에 당장 결판을 내자는 파로 나뉜 것이다.

그렇게 나뉜 의견은 양 갈래로 나뉜 좌석의 배치에서부터 드러나 있었다.

‘서로의 생각의 차이로 발생하는 자연스런 대립은 최고의 용자왕이란 사자왕 건조차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양쪽으로 갈라진 가운데의 길로 자신이 나타나서 걷자 용자왕들의 기계얼굴은 다양한 표정을 드러냈다.하나같이 긴장과 감탄이 뒤섞인 얼굴들이었다.

단상에 올라서 분열되는 여론을 어떻게든 하나로 뭉치려하던 사자왕 건은 그런 모습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나직하게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초월총수.

빨리 오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자왕 건은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 서로 한자리에 있는 것조차 거북해 하는 용자왕들이 늘어난다.

이런 징조가 보이기 전에 흩어져야 했어.’

그리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왜 절대로 오래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깨달았다.

‘겨우 일 년의 공동생활로 회복할 수 없는 금이 갔다.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같이 공유하지만 우린 결국 다른 존재들이다.

그것도 결코 절대로 꺾이지 않는 신념들을 가진 일만명의 전혀 다른 개체였어.’

더없이 넓은 현세계에서 얼굴을 보기조차 힘들지만 급한 호출에 응해주는 고마운 동료관계였으니 유지가 된 셈이었다.

‘흩어져 있지 않고 다른 조직처럼 뭉쳐있었으면 이미 용자동맹은 분열되어 깨졌을 것이다.’

용자동맹도 결국 자신과 다른 존재를 용납하기 힘든 감정을 가진 초월자에 불과하다는 가혹한 현실을 철저하게 깨닫게 해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 원흉이 지극히 호의를 담은 얼굴로 답했다.

“드디어 하나로 뭉친 위대한 용자동맹의 용자왕들의 초청이었으니 어찌 서둘지 않겠소.”

“..........”

부르르르르-!

저절로 손이 떨리는 말이었다.

초월총수는 몰래 통합신계에서 벗어나는 용자왕들을 반드시 다시 끌고 왔다.

‘이번 토론은 반드시 끝장을 보아야한다고 경고했다.

다른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었으면 부르라고 말이야.’

그 결과 용자동맹의 일 년 동안의 토론을 했었고 의견대립이 발생했다.

이 대립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제 최소한 두 조각으로 나뉠 판국이었다.

더 이상 분열을 시킬 수 없으니 대화를 해야 할 때였다.

‘유지된다고 해도 과거처럼 아무 부담 없이 조력을 요청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 나는 한계다.’

초월총수는 성공왕이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서 토론을 시켰다.

그러나 자신은 서로의 신념을 못견디어하는 용자왕들의 의견대립을 억누르거나 화해시킬만한 수단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기력하게 단상에 내려오는 사자왕 건을 스치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나직하게 의지를 전했다.

‘그대들은 잘못되지는 않았소.

약자를 괴롭히는 악에 대해서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집행하는 진정한 용자이자 영웅은 정말 멋지오.

그것이야말로 내 어린 시절의 유일한 꿈이자 희망이기도 했소.’

‘!?’

초월총수가 은밀하게 전한 의지는 사자왕 건의 몸이 일순 굳을 정도로 충격적인 의미를 담았다.

용자왕들이 장기간 뭉쳐있으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 이렇게 유도했던 존재의 본심이라는 사실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비슷한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신령과 기억회로를 전부 뒤져서 아주 먼 과거의 일이라서 아득하게 우선순위가 밀렸던 자료를 떠올렸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이 신족에게 봉인한 우리들을 구해서 용자왕의 기계신체를 하사하면서 하셨던 말이다!’

용자황제가 되시면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겠다는 자신들에게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면서 했던 말이기도 했다.

대신 점조직 같은 용자동맹을 만들어 주면서 모두에게 하셨던 의문의 말까지 생각이 났다.

환청처럼 재생된 기억과 지금 초월총수가 추가로 보내는 의지가 겹친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려 꿈만을 쫓을 수 없으니 정말 안타까울 뿐이오.’

‘!!!’

너무나 큰 충격을 먹은 사자왕 건은 정신없이 단상에 오르는 초월총수의 뒷모습을 보았다.

열심히 자신들을 설득하던 사자왕 건이 단삼에서 머뭇거리자 다른 용자왕들은 혹시라도 문제가 일어날까 웅성거렸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입에 항상 물고 있는 담뱃대를 무엇인가로 대체하자 바로 너무나 그리운 얼굴이 나타났다.

“으음-!”

순간적으로 기계신체와 신령이 큰 충격을 받고 통제를 잃고 흔들렸다.

비틀-!

허나 바로 몸을 추스르고 준비된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동료들의 걱정 어린 의지들이 몰려들듯이 들려왔다.

‘괜찮나? 건?’

‘이번 일로 너무 상심하지 마라.’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생긴 일이니 곧 회복될 것이다.

‘아아-! 나는 괜찮아.’

그렇게 대답한 사자왕 건은 남모르게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

주르르르르르-!

한계까지 성능을 끌어올린 탐지장치와 권능이 황금연기를 뚫고서 초월총수의 지금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초월총수가 검은 로브를 벗고 드러난 상체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 차있었다.

상처와 멍이 겹쳐서 마치 문신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초월자가 미처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한 고련을 반복하고 있어.

그리고 그걸 본래 상태로 돌릴 여력조차 없이 그 위에 또 새로운 수련으로 상처가 겹쳐져 있다.

이건 터무니없이 치열한 노력의 흔적이다.’

저런 상처와 멍이 만들어낸 문신이 그려진 상체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전장을 누비던 모습은 누군가만의 상징이었다.

그는 본래 정신체에 비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초월자인데도 오직 일원(一圓)만을 위에 두었던 위대한 영웅이었다.

용자들을 구하고 용자왕의 전투신체를 내려주고 용자동맹까지 만들어서 신족을 타도하게 만든 존재였다.

‘용자들의 맹주 아니 용자들의 황제께서 드디어 돌아오셨다.

허나 너무나 늦고 많이 변하셨구나.’

너무나 슬프게도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영웅이 아닌 지배자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은 결코 용자동맹이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눈물만이 흘러나온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왜 당신께서 신족보다 더욱 가혹한 지배자가 되어서 돌아오셨나이까?’

사자왕 건의 기세가 안정되자 안심한 주위의 용자왕들은 단상에 있는 황금빛 연기에 쌓인 초월총수 차원창세신 코아를 주시했다.

반강제로 자신들을 여기에 모아놓고 성공왕이란 전투기체로 격렬한 토론을 하게 만든 존재의 주장이 낭랑하게 울린다.

“시대는 항상 순환하고 바뀌었소이다.

과거에 가혹한 지배자였던 신족은 혁명은 사라졌지만 그와 동시에 창조력을 잃어서 세상은 말세로 치달으면서 악화되고 있소.

절대계에 비교할 수 없이 약해진 현세계는 이계로 비하되어 불리면서 전부 약자가 되어버린 실정이오.

이제 악은 이계에 존재하지 않는 약자를 핍박하는 강자가 아니오.

갈수록 심해지는 빈곤이고 가난이외다.

용자들은 이제 약자만이 아닌 멸망해가는 세계 전부를 구해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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