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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질서와 시간의 흐름을 유지하는 항상성은 최상위의 힘이자 법칙이다.
그래서 세계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커다란 변화는 용서하지 않고 심하면 고위신조차 배제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신들이 함부로 과거로 돌아가서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빠르게 회전하는 병실의 공간은 원래 있었어야할 장면을 겹치듯이 보여준다.
“뭐?”
거기에 신령상태인 자신이 있었다.
다만 시공간의 구멍에서 검은 불꽃의 도움이 없었고 지금보다 약했던지 대부분의 신격과 신력까지 잃은 만신창이였다.
‘신령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정기고갈상태는 비슷했지만 신령이 온전하고 정보행성 코아에 모든 기억과 권능을 저장한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영혼도 없는 이 미숙아의 육체를 신체로 바꿀 여력조차 없어 보이는군.
저러면 시체 상태로 융합하는 수밖에 없겠어.
허나 그렇게 되면 그동안의 수련으로 얻은 권능과 마력, 신격이 거의 날아가고 평범한 인간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너무나 참혹하군.’
공간 너머의 자신도 사태 파악을 하고 정말 분한지 울고 있었다.
그러나 허신(虛神)으로 소멸만은 할 수 없기에 신령을 인간의 영혼수준으로 약화하고 죽은 아기의 시체에 그대로 융합을 한다.
거기에서 화면이 멈추는 모습을 보니 세계는 바로 저렇게 그대로 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소롭다는 웃음으로 받아주었다.
“크크크큭-! 내가 납득할 것 같으냐?
저렇게 약해지는 길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소멸하겠다.”
어떻게 쌓아올린 힘과 신격인데 포기하라고 강요를 받다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자 공간의 회전이 더 빨라지면서 신체의 재창조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파라라라라라라라-!
세계의 항상성의 반발은 더욱 격렬해졌지만 자신도 고위의 신이었다.
그것도 세계를 다루고 창조할 수 있는 권능을 주력으로 하는 차원신(次元神)이었다.
여기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줄 대충 짐작이 가자 자신감 있게 소리를 쳤다.
“허약한 세계 주제에 정당한 지배자인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위대한 차원의 신!
그것도 나만의 세계까지 창조할 수 있는 차원의 오리진이로다!”
차원권능을 다루는 자신에게 이렇게 공간을 혼란시켜서 방해하는 정도는 웃기는 수준이었다.
사르르르르르-! 구구구구구구궁-!
순식간에 뒤바뀌는 공간 좌표를 모두 계산하여 죽은 아기의 신체를 내부부터 소멸시키고 신의 유아체로 전부 바꾸어갔다.
수우우우우-!
그렇게 죽은 아기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고 신체로 만들자마자 신령의 기억을 최대한 봉인하고 새로 만든 아기 몸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조치가 끝나자 세계의 항상성도 어쩔 수 없는지 공간의 혼돈을 멈추고 비추어지는 화면도 지워졌다.
그그그그그그그-! 스르르르르르릉-!
거의 대부분의 신격과 권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죽은 미숙아의 몸을 사용했던 과거가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현실은 스스로 만들어낸 완벽한 신의 유아체로 부활한 모습이었다.
‘허신(虛神)상태 직전까지 몰려서 약화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신체에 완전히 융합했다.’
하지만 유아신(幼兒神)의 몸으로는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
누구였는지 정확히 모를 정도로 대부분의 기억과 권능을 정보행성 코아에 넘기고 살아서 강해져야 한다는 목적과 강해지는 방법만을 남겨야 했다.
‘됐다!
완벽한 성공이다.’
그렇게 새로이 만들어낸 신체와 신령이 일치되는 순간 멈추었던 아기의 뇌와 심장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삐이이-! 삐이이익-! 두근-! 두근-!
죽은 아기는 죽어서 새로운 유아신(幼兒神)의 바탕이 되어 사라졌으나 부착되어있던 측정기계들이 다시 생명활동을 알렸다.
기계인간 의사들은 일순 당황했지만 기뻐했다.
“생명반응이 되살아났다!”
“그럴 리가 있나?”
“오-! 정말이군.”
아이의 부모가 제국의 고위귀족이었기에 미숙아로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잘 설명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설마 원래 미숙아 아기는 죽어서 사라지고 새로 창조된 신의 유아체로 바뀐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기계오류였었나 보군.”
“이유가 어찌되었던 천만다행이다.”
막 태어난 어릴 때는 신도 약하고 보호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계인간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외견이나 구조는 똑같이 창조했기 때문에 들킬 리가 없었다.
여기에 우렁찬 울음소리까지 질러주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처음에는 연기였다.
그런데 너무나 작고 약한 신체와 융합하기 위해 기억을 제한한 덕에 원초적인 기본 욕망에 점점 함몰되어간다.
‘잘 속는다.
그런데 내가 왜 계속 울고 있지?
응?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대부분의 기억을 봉인했더니 점점 존재의 인식수준이 약화되고 있군.
난 반드시 살아야 해.
어떻게든 복귀를 해서 내 일족의 사업을 일으켜서 성공해야해.
일단 힘의 수준에 맞는 기억의 개봉순서를 정해야 한다.
권능과 신격, 기억까지 정보행성 코아에 전부 봉인한 신령은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잊어갔다.
‘설정 완료는 했는데 배....... 배고파.
졸려. 으으으음!’
정보행성 코아에 기억회복 설정을 해놓았으니 어느 정도 신체가 자라면 서서히 되찾겠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다시 아기의 생명반응이 반응이 잦아들자 급해진 것은 기계의사들이었다.
“아기의 상태가 이상하다.”
“일단 급속 성장기로 옮겨.”
부산하게 움직이는 기계의사들에 의해 정밀조사와 추가조치를 받은 아이는 무사히 모친에게 양도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두 살 정도가 된 남자아이는 현재 상태에 화를 내고 있었다.
‘으으-! 미숙아라도 좋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던 여성 지성체에게는 미안하게 되었지만 인간 아기는 정말 불편하고 약하군.’
완전히 재창조한 신체는 급속도로 기억과 권능을 회복시켜 주었다.
권능까지 발동되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한 것은 이미 훨씬 전부터다.
하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실들이 너무 많았다.
단지 자신이 결코 인간이 아닌 신의 부활이란 정보만은 끝없이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덕분에 아직 단편적인 정보전달에 불과했지만 자신이 결코 평범한 인간의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인간도 그녀의 자식도 아니다.
그 아이는 영혼이 없이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그럼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신이다.
그것도 엄청난 고위신이다.’
정보행성 코아라는 신령 속의 신기는 지금은 약한 상태라고 판단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수련방법에 관련된 정보와 지원만을 알려준다.
답답하지만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사생아와 외형은 똑같지만 신체의 유전정보까지 내 신령에 적합하게 완전히 만들었다.
더구나 정보행성 코아가 있는 이상 모든 기억과 권능은 잘 보관된 상태다.
이제 최상의 상태로 이 신체만 육성되면 확실하게 부활한다.’
어떤 끔찍한 사고로 여기에 떨어졌으니 본래의 권능과 신력을 회복해서 복귀해야한다는 목적과 강해져야한다는 의지만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새로 만든 신체는 완벽해.
모든 권능과 마도, 신격까지 되찾고 흑염의 가호까지 부여하면 본래보다 강해질 수도 있다.’
이미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신체였다.
그리고 신분이 높은 귀족가의 아이로 태어났음을 확인하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갑자기 다른 개발행성으로 이동된 것 같지만 잘 길러지고 있군.
더구나 그녀의 모유 아니 몸 자체가 신족과 아주 잘 맞아.
큰 행운이었다.’
그녀의 모유는 생명수처럼 자신의 신체와 아주 상성이 잘 맞아서 무럭무럭 자라게 했다.
정보행성 코아도 그녀가 고위신족의 유모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당분간 지성체 아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모두 다 좋아.
그런데 요즘 큰 문제가 생겼다.
이건 앞으로의 삶이 걸렸다.
자신을 친아들로 알고서 키워주고 있는 지성체 여성이 문제였다.
모유를 한 달 전부터 직접 먹여주지 않고 어딘가에 저장해서 젖병으로 먹이고 있다.
‘더구나 합성재료로 된 유아식까지 먹이려 하다니!’
지성체 아기라면 저장된 모유를 먹고 추가로 주는 이유식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정기전달이 되지 않으니 신체와 권능의 성장에 지장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당연히 거부한 덕분에 정기보급이 안되고 성장속도가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모유가 이제 나오지 않나?
하긴 아기를 낳은 지 이년이 지났으니 슬슬 안 나올 때가 되기는 했지.
하지만 이대로는 유아신(幼兒神)의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지금도 젖병과 이유식을 담은 접시를 기계 유모에게 들려서 오는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아 젠장-! 신선한 모유로 직접 달라고-!
직접 젖가슴으로 먹여주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져!
젖병 반대-!
이유식 거부-!’
처음에는 아기답게 안 먹으려고 투정도 해보았지만 아예 안 나오는 모양이니 통할 리가 없었다.
덕분에 신체와 신력의 성장이 둔화되려 하고 있으니 다급했다.
‘가장 중요한 유아신(幼兒神)시절에 이렇게 성장에 문제가 생기면 원래의 힘을 되찾기는 불가능하다.
잘못하면 평범한 하위신으로 끝날 수도 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사태였지만 해결방법은 있었다.
‘지성체 여성의 초월자 진화를 시도할까?
초월자로 만들어 수명의 한계와 노화를 없애고 계속 모유가 나오게 하면 된다.
체질은 신족에게 아주 좋으니 계속 수준을 높여서 지속적으로 먹으면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성의 체질이 신족처럼 창조력이 가득한 것은 좋은데 스스로 초월자가 될 재능은 없다는 점이었다.
가르쳐서는 될 리가 없으니 결국 자신이 나서서 강제진화를 시켜야 했다.
‘지금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창조력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럼 엄청난 횟수의 정기교환을 해야 초월자가 되겠지?
죽기 직전의 미숙아 아기의 육체라면 불가능하지만 신체로 재창조하고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가능은 하다.
하지만 이 지성체 여성이 나를 진짜 아들로 알고 있는데 이걸 어쩐다?
극심하게 거부할 것이다.’
아주 중요한 선택이었다.
‘평범하게 자라서 초월자로서 각성을 선택하면 시간은 벌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했다.
지금처럼 고위신은 되지 못하고 하위신 정도로 끝날 확률이 지극히 컸다.
그렇다고 강제 신체진화를 위한 정기교환을 선택하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나를 아들로 알고 있으니 극심한 거부가 예상된다.
잘못하면 양육포기를 하겠지.’
귀족가의 아이에서 버려져서 고아가 될 위험까지 감수를 해야 했다.
그럼 당연히 끝장이었다.
‘평온한 안주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한 도전인가?’
옆에 지성체 여성이 있는 줄 알지만 눈을 꽉 감고 갈등하고 있었다.
합성재료인 이유식을 입에 대면 더 이상 유아신으로서 성장을 바랄 수 없으니 빨리 결정을 내려야했다.
하지만 이만 정해져 있는 선택이었다.
‘나는 절대로 약해질 수는 없다.
강제로라도 정기교환을 해서 초월자로 만들어서 모유를 받아낸다.
다행히 지금 내 몸은 인간의 아기가 아닌 신의 유아체이니 당장 정기교환도 가능해.
두 살짜리 몸이지만 성인 여성의 제압도 가능하다.
무리였지만 유아신(幼兒神)으로 다시 만들기를 잘했군.
잘못하면 이런 선택지조차 없을 뻔했다.’
아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을 모르고 침대 옆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은 그림의 한 장면과 같았다.
그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화려한 긴 금발과 커다란 파란색의 눈동자를 가진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큰 가슴을 가진 절세미녀였다.
흰색에 금실로 수를 놓은 화려한 드레스와 몸에 배인 고귀한 분위기는 귀족의 신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다만 그런 미녀가 쳐다보고 있는 아이가 몸이 짜리몽땅하고 이목구미가 두꺼비와 같은 모습이라는 점이 아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여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사랑스러운 눈빛만 보일 뿐이었다.
“어서 일어나서 먹으렴.
또 뭐가 불만일까?”
강철. 내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고개를 숙여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쪼오오옥-!
그러자 아이는 눈을 반짝 떴다.
완전히 결심을 굳힌 것이다.
‘한다.
하고 만다.
어떤 역경이 올지라도 난 강해져서 복귀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지성체 여성의 동그랗게 부푼 젖가슴으로 그대로 손을 뻗는다.
그 순간 또 세계의 항상성이 반발했다.
아기의 주변 침실공간만이 격리되어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빙글-! 빙그르르르르-!
아이는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의 지성체 여성, 침실공간이 뒤섞이는 처음 보는 현상에 당황했다.
그러나 정보행성 코아가 지원을 시작하자 바로 어떤 현상인지 알고 나서 어이가 없어졌다.
‘뭐라고?
세계의 항상성?
세계가 과거의 수정을 방지하고 올바른 현재에 도달하도록 유지하고 지키는 힘이라고?
그런 거창한 법칙이 왜 지금 발동해?
내가 몸에 나쁜 이유식 대신 몸에 좋은 모유 좀 먹어보자는데 왜 세계가 개입을 하냐고?
세계 주제에 할 일이 그렇게 없냐?
다른 위험한 놈들의 감시나 잘하고 물러서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