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남편을 다시 부활시켜 달라는 여성의 말에 고위신 아이는 얼굴을 굳힌 채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
여성은 그것을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뇌만 살아있는 기계인간이 되어버리면 다시 인간이 되기는 힘들었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했다.
‘육체는 뇌를 잃으면 반드시 죽거나 천문학적인 확률로 가사상태에 빠진다.
멀쩡한 뇌를 다시 복제인간에게 이식해도 거의 대부분 이상을 일으키고 죽는다.’
제국의 과학으로도 아직 뇌와 인간의 정확한 상호관계는 잘 모르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기계인간이 다시 인간의 육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이 아이라면 가능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러나 고위신 아이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짜증나는 부탁이로군.
오래전에 죽은 존재를 소생시킨다.
죽은 장소에 가서 당시의 시간을 되돌리기를 하거나 담당 지옥이나 천국에서 영혼만 되찾아오면 끝이다.
겨우 지성체의 육체부활 정도는 무척 쉬운 일이지만 나는 아직 여기 신족들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남편이 되살아난다면 유모로 삼기가 힘들어진다.’
남편이 돌아온다고 해도 지금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라고 해도 초월자도 되지 못한 존재에게 현재 유일한 유모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조치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고위신 아이는 그대로 턱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곤란해요.”
“!?”
여성은 놀랐다.
지금 분명 불가능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
남편을 다시 인간으로 만들어달라는 여성의 말이 이어지기 전에 고위신 아이는 손을 들어서 막았다.
“제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자신의 바람과는 다르니 결코 믿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왜 곤란하지는 다음 연락할 때 직접 확인해 보세요.
좀 더 본질을 보게 해드리지요.
다만 그렇게 하려면.......”
고위신 아이는 여성을 부드럽게 쳐다보면서 황금빛을 손가락에 집중시키고 말했다.
“좀 더 강하게 접속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그 말에 여성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아이가 방금 이야기한 더 강한 접속이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간 것이다.
‘처음 발목만을 잡았을 때는 기운만을 볼 수 있었는데 허벅지까지 올라오자 가면을 투시할 수 있었어.
그럼 허벅지 이상을 만져야 하나?’
그 위는 자신의 팬티를 가린 음부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쾌락을 주던 손가락에 응집된 빛이 음부에 닿으면 벌어질 상황을 예상하고 당황했다.
하지만 딱딱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알겠다.”
보조인격들이 수영장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마사지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덕이었다.
그런데 여성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고위신 아이에 대한 의문이 싹 텄다.
‘우주함대를 방에서 만들고 제국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이제 세 살도 안 되었다.
아무리 천재이고 초능력자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돼.’
제국 최강의 능력자라는 남편조차 우주전함을 몇 대 상대하는 수준이다.
그것도 우주공간이면 힘드니 이러면 아이가 단순한 초능력자로 보기에는 너무나 무리였다.
결국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임신하고 있을 때 기계의사들이 태아가 미숙아라서 태어나자마자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어.’
태어나자마자 사망선고까지 받은 위험한 순간이 잠시 있었지만 기계오류였다고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도 겨우 두 살만에 각성한 이 아이가 인간으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외모와 능력을 가졌으니 불안이 커져만 갔다.
‘은하의 절반을 장악한 제국에게도 우주는 너무나 넓었고 불가사의한 존재는 넘쳐난다.
각성을 너무 강하게 해서 초능력자가 아니라 인간이상의 무엇인가가 되어있을 수도 있어.’
너무나 강대한 힘은 아이의 존재 자체에 의심이 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고위신 아이에게 호감을 가지게 만들어야할 보조인격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나쁜 존재는 절대로 아니야.’
‘생각해보아라.
너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던가?’
어떤 존재가 되었어도 모유와 애액을 원하는 것 외에는 신체를 조율해주고 개선해주었다.
더구나 놀랄 정도로 발전된 건설기계에 관한 내용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었으니 위험한 존재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지 모르지만 그렇게나 싫어하던 기계인간이 된 남편을 위해 큰 결심을 할 수 있었다.
헌데 고위신 아이의 말이 추가로 이어졌다.
“약간의 부작용과 정당한 요구가 있어요.”
“부작용과 요구?”
여성의 의아스런 대답에 고위신 아이는 장난기가 가득한 말투로 설명했다.
“지금 상태로 무리하게 더 깊은 본질을 보게 하려면 더 강한 권능을 쏟아 부어야 해요.
그럼 육체가 일시적이지만 변화할 거예요.”
“신체변화?”
“신력이 강해지면 여성의 경우 가슴이 커져요.”
그 말에 여성의 얼굴이 확 변했다.
하지만 처음 모유를 줄때 두 배 정도 부피가 커졌다가 모유 수유가 끝나고 되돌아온 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구나 가슴이 커지는 일이 여성에게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알....... 알았다.”
고위신 아이의 얼굴에서 더욱 장난기가 강해지고 이번에는 요구조건을 말했다.
“그리고 저의 힘을 바로 보충을 해주셔야 해요.
아무 능력이 없는 지성체에게 억지로 상대방의 본질을 보게 하는 일은 엄청난 권능이 필요해요.
일시적으로 저도 탈력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으니 바로 채워주셔야 합니다.”
여성은 그 말을 모유를 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한다.
“그래. 통신을 끊고 바로 하자꾸나.”
모유수유는 커진 젖가슴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니 여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승낙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고위신 아이의 말에 표정이 더없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모유만이 아니라 체액도 포함이에요.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하면 모유만으로는 바로 보충은 무리입니다.”
“!!!”
그 말에 여성은 마치 벼랑 끝에 몰린 느낌을 받고 말았다.
남편이 기계인간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으면 그동안 거부했던 애액을 스스로 제공하라는 요구였기 때문이었다.
“그....... 그것은.......”
여성이 당황해서 대답을 바로 못하자 고위신 아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초소형 우주전함을 만들어 가면서 말한다.
“알아서는 안 될 진실을 알려고 하지 마세요.
다치실 거예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면 안돼요.
쓰러진답니다.”
“.......”
그럼 왜 남편이 기계인간이 되었음을 가면을 투시해서 알게 해주었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에 집중하는 고위신 아이의 위압감에 눌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물러난 여성이었다.
그 이후 심각한 고민에 빠진 여성이지만 고위신 아이는 일상의 시간을 이어갔다.
‘축소 우주전함을 만들고 우주항구를 설계한다.
그리고 하루에 세 번 모유를 먹고 여성을 수영장에서 달리게 한다.
다음에는 마사지를 해주고 앞으로의 행성개발과 건설기계의 개조에 따른 주의사항을 교육한다.’
여성은 거기에 들어가는 아이가 만들어내 새로운 건설기계의 이름과 작동원리, 구조, 제작방법까지 익히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강력한 신력이 담긴 낭랑한 목소리가 여성의 심혼을 뒤흔들면서 영혼에 지식을 전달해갔다.
혼자서도 신형 건설기계를 만들어 행성개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목표로 시작하자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니까 행성개발에 소요되는 건설기계의 수량과 자원의 연관을 알고 증명하시는 것이 중요해요.
행성개발과 건설기계의 개선에 관련된 강의가 끝나면 동시에 시험이 이루어지니 여성의 습득은 빨랐다.
스스로 제국의 기계들을 개선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을 때 도저히 대체 못 할 희귀원소의 확보도 해결했다.
위성에 대기하고 있는 비상용 탈출함을 원격으로 개조하여 자원 채굴함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행성 내에서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희귀자원은 외부 위성에서 끌어와야 해요.
물론 제가 변환시켜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제국에서 이상하게 여길 것이니 직접 움직여야하지요.”
위성에 자원채굴을 위한 채굴소를 설치하고 바로 외부행성으로까지 채굴함을 보내서 확보하게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벌어진 행성개발은 건설이 중지되었던 도시의 외곽을 모두 완공시킬 정도였다.
여성이 왜 이렇게까지 고도의 지식을 자신이 배우고 실행까지 해야하는지 묻자 고위신 아이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력이 없고 힘도 약한 존재에게 지식은 유일한 힘이 됩니다.
제국에 정식 보고를 하시려면 최대한 많이 배워두세요.”
힘과 지식, 경험의 차이가 너무나 현격하니 관계가 역전된 지는 오래였다.
이제 아이를 자신이 기르고 있는지 아이가 여성을 육성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여성 스스로가 생각해도 신기하게 아이가 가리키는 고도의 지식과 새로운 기계의 원리를 모두 배울 수 있었다.
물론 고위신 아이의 육체진화와 보조인격들이 도움 덕이었다.
그렇게 한 달은 훌쩍 지나고 드디어 정기보고의 시간이 왔다.
상황실에 언제나처럼 최대한 아름답게 차려입고 아이와 같이 서있는 여성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얼굴이 창백해서 우아하게 틀어 올려서 화려한 머리장식으로 고정한 금발의 색이 흐려질 정도였다.
꽈아아아-!
하얀 비단 천에 황금장미를 수놓은 긴 치마를 붙잡은 양손에는 역시 하얀 비단장갑이 껴있다.
춥지는 않지만 힘이 무척이나 들어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상의도 풍만한 젖가슴의 윗부분의 천이 없이 목과 어깨가 전부 노출되어 있는 매력을 물씬 풍기는 드레스지만 다른 의미로 긴장이 되고 있었다.
이제 푸른 하늘처럼 빛이 나는 눈동자는 옆에 서있는 아이와 치마를 교차하고 보면서 고민에 빠져있었다.
‘어쩌지?
벌써 이렇게 결심해야할 시간이 되었을 줄이야.’
그 동안 고위신 아이의 교육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계인간이 된 남편의 정체를 알고 원래대로 인간으로 만들기는 곤란한 이유를 알고 싶으면 애액을 달라는 아이의 말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마치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이 꽉 짜인 운동과 공부를 강행군으로 배우다보니 어느새 둘 다 깜박하고 지금에서야 생각이 난 것이다.
그걸 잊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혁신적인 행성개발과 신형장비에 대한 많은 지식을 교육받고 배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탓이 컸나?
높아진 지식과 육체능력 탓인가?’
제국의 수준을 뛰어넘는 초과학의 습득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육체능력은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
의료기계의 측정으로는 초능력자 이상의 육체능력을 가졌다고 판정까지 해주었다.
‘남편을 분명 사랑하지만 신혼 이후 바로 헤어져서 이년동안 보지 못하고 배신당한 탓에 이렇게 무감각해진 것인가?
내가 왜 이렇게 침착하지?’
남편이 멋대로 기계인간이 되어서 이혼을 당해 평민이 되기 직전이라는 배신감과 위기감의 파장이 의외로 너무 작았다.
‘어디를 가도 지배층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가?
원래대로라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아야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평온해.’
제국의 귀족 신분을 잃어도 이 정도 지식과 능력이면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니 아무 상관없었다.
그러나 아직 남편에 대한 미련과 사랑이 남아있었다.
정말 기계인간인지 그리고 본래의 인간으로 되돌리지 못하는 이유는 반드시 알아야 했다.
‘지금 유일한 문제는 기계인간이 된 남편을 다시 인간으로 돌리는데 곤란하다는 아이의 답변이다.
아직 본질을 볼 능력이 없으니 억지로 보게 해주는 대신 음부의 직접접촉과 애액을 바로 제공해 줄 것을 구체적으로 바라고 있어.’
원래대로라면 말도 안 된다고 당장 혼낼 일이지만 이제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아이가 무슨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면 알수록 질릴 지경이야.’
단 한 달 만에 축소형이지만 일만 척이 넘는 우주함대를 완성하고 행성내부에 우주요새의 건설을 시작한 것이다.
‘행성 하나를 통째로 개조하고 은하를 뒤집을 우주함대를 만드는 아이가 이제 인간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
그래서 말도 못하고 고민에 빠지다가 아이가 가르쳐주는 새로운 기계에 대한 귀중한 지식을 얻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덕에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벌써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남편의 상황을 더 깊숙이 알아야 하나?
그러려면 아이가 요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보고시간이 다가올수록 여성의 고민은 깊어갔다.
하지만 고위신 아이는 제국의 귀족 자제들이 입는 검은 정장을 입고 물끄러미 준비한 행성개발 상황에 대한 자료화면을 보기 좋게 배치하고 있었다.
이제 흑금발이 뚜렷한 절세의 미소년이 되어서 침착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자료를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제 순서대로 보고하시면 되요.
제국의 행성개발 기준에서 극히 뛰어난 수준이지만 신형 건설기계로 설명이 가능해요.
이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개조한 건설기계의 내부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직접 공개하시면 큰 공적이 될 것입니다.”
본래 몇 년이 걸려야할 도시건설을 겨우 한 달 만에 완공단계로 만든 뛰어난 건설기계와 재료들은 아이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모두 여성에게 양보했다.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으나 자신은 그런 것은 전혀 필요가 없으니 내가 가지라고 했지.’
이런 강대한 힘과 선한 의도를 가진 존재가 자신의 편에 있었다.
기계인간이 된 남편 덕에 불안하기 짝이 없는 위치가 된 입장으로서는 지극히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심이 섰다.
‘그때 가면 너머로 기계인간이 된 남편의 얼굴을 투시해서 보았지만 믿기지가 않아.
잘 못 보았을 수도 있다.’
아이가 기운을 보는 능력을 부여해주었으니 대화를 하면서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남편이 기계인간이 된 것이 맞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정확하게 답변을 해주지는 않았다.
단지 진실의 빛에 휩싸여서 수수께끼와 같은 말만 할 뿐이었다.
“인간은 자신이 유리하게 생각하고 보기 원하는 쪽으로 보더군요.
제가 말해도 믿지 못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