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이번에 직접 삽입은 하지 않았지만 자궁에 직접 정기가 부어지게 되는데 협조한 셈이 된 슈퍼에고의 지도 면목이 없었다.
그래도 절망이나 원망을 하지 않게 부지런히 의욕과 낙관을 집어넣는다.
‘초능력자가 되었는데 정액 좀 먹는 것이 큰 일이 아니지.’
‘자궁에 부어진 것은 아무리 보아도 일반적인 정액이 아니다.’
‘정기라고 했으니 전혀 걱정할 것 없다.’
‘실제로 임신도 안 되었잖아?’
약간 과다하게 고위신 아이언의 편을 드는 측면이 있지만 이미 그 쪽으로 기운 채로 출발한 걸음이었다.
아예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쌀이 밥이 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고위신 아이언은 이미 계약의 대가를 모두 지불했기에 가장 무서운 계약이 자신들을 더욱 매섭게 주시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고위신 아이언이 두 번째 카르마의 계약을 수행하고도 남을 강력한 정기를 이미 주었으니 이제 거부할 수가 없다.’
‘우리의 시행만이 남았어.’
이번에 받은 정기는 막대했기에 전액을 선불로 지불한 셈이었다.
그러니 이제 자신들의 의뢰 수행만이 남아있으니 조금이라도 다른 마음을 먹으면 끝장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카르마의 계약서가 바로 나타나서 신령을 소멸시키고 재생을 시킬 것이다.’
‘이건 무서워서 살수가 없어.’
‘어떻게든 벗어나야 해.’
상위자도 절대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권능계약서라고 좋아했었는데 당해보니 이건 감당할 수 있는 계약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계약을 완료시켜서 벗어나야 한다고 의기투합을 마친 보조인격들이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보조인격들에게 설득을 당한 시즈지는 결국 안정을 회복하고 의료실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다만 커진 젖가슴의 무게보다 다른 생각으로 어깨가 축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 초능력의 대가가 체액이라고?
이제 아이언과 똑같은 처지가 되었구나.’
지금 이 개발행성에는 사람이라고는 아이언과 자신밖에 없었다.
그러니 초능력을 개발하고 강화하고 싶으면 누구에게 매달려야 하는지 자명한 사실이었다.
‘남편이 있으면 아무 걱정이 없지만 완전한 기계인간이 되어버린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그렇다고 외간 남자를 끌어들여서도 안 돼.’
외부인을 끌어들였다가는 당장 더 큰 난리가 날 것이고 그럴 마음도 절대 들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아이언 밖에 답이 없었다.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상황이 나쁘지는 않지만 정말 곤란한 시즈지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아이언은 모두 보고서 웃고 있었다.
“후후후. 정기라고 분명 말했는데 체액이라고 오해를 했나?
지성체에게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주 재미있게 되었군.”
혹시라도 자포자기로 위험한 행동을 할지도 몰라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기우였다.
초능력자가 되어서 확장되고 강화된 시즈지의 이성은 이 정도의 일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각성하고 나니 자신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에 대해서 보조인격들 덕에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 눈치를 채고 있는 모양이군.
하긴 각성을 했는데도 아예 모르면 이상하지.
지금 내 능력은 도저히 인간이나 초능력자로는 볼 수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남편이 완전한 기계인간이 되었다는 진실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문제가 없다.’
여기까지 관계를 정리했고 보조인격들이 카르마의 계약서에 의해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편을 드는 이상 모유와 애액의 확보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이제 앞으로의 일이 더욱 쉽게 진행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즐거워할 뿐이었다.
“자아. 그럼 내 일이나 추진할까?”
지금 있는 곳은 저택 지하의 아주 깊숙한 지하의 공동이었다.
각성시킨 삭월의 시즈지의 육체에서 얻은 대량의 모유와 애액으로 건설기계를 치우고 직접 나서서 만들고 있는 우주항구는 이미 완성직전이었다.
이곳의 물질문명으로는 결코 탐지할 수 없는 행성의 핵에 앞으로 제국과 연합을 넘어서 세계를 뒤흔들 우주함대의 항구가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파아앗-! 구우우우우우웅-!
손아귀에서 벗어난 장난감 같은 우주전함이 순식간에 커져서 본래의 거대함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행성핵을 둘러싼 수많은 벌집 모양의 부두를 하나하나 채우는 초과학의 산물들을 바라보는 고위신 아이언은 기분 좋게 웃었다.
“일단 제국이든 연합이든 상관없다.
쓸데없이 싸우는 부류는 전부 정리한다.
평화를 쟁취하여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자비란 것이지.
하하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아이언의 뒤로는 흑금발의 머리에 황금의 망토와 갑옷을 두른 일백 미터 가량의 거대한 강철의 거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위신 아이언은 뒤를 돌아보면서 아직 머리와 갑옷만 완성된 자신의 애기(愛機)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성공황제(成功皇帝) 코아여.
나는 돌아가야 할 세계의 흐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 상태로 직접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 네가 마침내 나설 상황이다.
여기서는 영웅황제(英雄皇帝) 아이언으로서 나와 같이 움직여다오.”
아직 머리만이 완성된 성공황제(成功皇帝) 코아의 인공자아가 화답하듯이 장중한 울림을 품어낸다.
그리고 황금의 망토와 갑옷이 칠흑의 색으로 바뀌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파아아아-!
기존의 신력 대신 행성의 핵조차 울릴 정도로 강대한 투기의 파동을 품어내기 시작한 강철의 거신의 이마에는 어느새 새로 만든 신령연옥(神靈煉獄)까지 박혀 있었다.
물론 본래의 신체에 있는 것과 달리 텅 비어있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위신 아이언은 아직 빈집인 정신체들의 감옥을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일단 저기부터 빨리 채워야 하겠군.
신력은 나로서 충분하니 일단 마력인가?
이러면 본성부터 털어야 하겠지.”
기계재상과 기계귀족들이 행성을 덮을 기세로 내품던 악한 기운은 마력의 절호의 재료였다.
모두 죽여 영혼을 회수하면 상당한 마력을 확보할 수 있어 보였다.
명분도 이미 있었다.
‘여왕이 걸린 정체모를 병은 분명 기계재상의 음모가 분명하다.
내가 여왕을 치료하고 이번 일에 관련된 반역자들을 모두 처분하는 형식을 취하면 되겠군.’
그럼 제국을 집어삼키려던 사악한 기계재상과 기계인간들의 음모를 저지한 구국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그들뿐만이 아니라 제국에서 사악한 기운을 가진 모든 존재를 처분할 것이고 그들의 영혼은 영웅황제 아이언의 마력의 재물이 되어주어야 했다.
신령연옥의 지옥에서 마력을 만들어주는 악령이 되는 것이다.
“후후후후후후!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취할 수 있나?
이거 정의의 영웅 역할도 상당히 괜찮은데?”
아직 신력부족으로 머리만 완성된 영웅황제 아이언의 이마에 박힌 사람만한 거대 신령연옥에 악령들을 가득 채울 때가 직접 나설 순간이었다.
정보행성 코아에 의하면 지금 자신의 신력을 버금가는 마력까지 확보해서 움직이는 기계신(器械神)을 막을만한 존재는 현세계에 거의 없었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라는 먼 미래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마음껏 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여기의 신족은 조금 일찍 용자동맹의 기계신들의 공포를 깨닫게 되겠군.
아니지.
지금은 용자동맹이 아니라 영웅동맹인가?
후후후후후. 뭐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지.
어차피 내가 결정한 이상 과정은 달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니 말이야.”
고위신 아이언은 항구와 우주전함, 기계신 영웅황제 아이언의 제작으로 바쁜 날이 흐르고 있을 때 제국에서는 큰 일이 벌어진다.
제국 본성의 황궁 알현실에서 금가면을 쓴 기계재상이 공주들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운데의 여왕의 자리는 비어있고 양 옆의 자리에는 금발과 녹색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깔의 드레스를 입은 가진 공주들이 보고를 받는다.
딱딱한 표정을 한 공주들의 앞에서는 기계재상이 한껏 고무된 말투로 보고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 사유로 여왕께서는 마침내 기계인간이 되시기로 결심하셨습니다.”
“........”
“........”
알현실을 대부분 채운 귀족들은 기계인간들이었다.
그들의 지지를 얻은 기계재상은 당당하게 허리를 세우고 의자에 앉는 공주들을 내려다보면서 통보하듯이 말한다.
소수의 인간귀족과 초능력자들이 분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호위병들까지 기계인간들으로 교체되어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어머니의 신상에 관련된 일이니 금발을 가진 공주가 나서서 물었다.
“어마마마께서는 계속 혼수상태가 아니셨던가요?
언제 어떻게 의사표현을 하셨지요?”
“호오? 크롬 공주님은 설마 제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치료실에 기계인간들 외에는 접근불가라고 정한 것이 재상이 아니던가요?”
초능력자이기도한 크롬 공주의 발언의 무게는 아직 있었다.
주변 초능력자들이 동요하는 기색을 눈치를 챈 기계재상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여왕께서 걸리신 정체모를 병이 인간에게는 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신다면 결심하신 당시의 감시카메라의 동영상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바로 옆에 있던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에메랄드 공주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지금 당장 보여라!
우리까지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서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어머니를 기계인간으로 만든다고?
초능력의 약화는 어떻게 하려고?”
여왕처럼 공주들은 모두 강력한 초능력자였다.
알현실에 걸려있는 초능력자 무력화장치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분노한 파장은 상당히 컸다.
파아아아아앙-!
초능력 무력화장치가 에메랄드 공주의 초능력과 충돌하여 파괴되려고 하자 기계재상도 속으로 뜨끔 할 수밖에 없었다.
공주들의 세력은 거의 없지만 본인들 자체가 저렇게 강하니 큰 문제였다.
‘젠장! 모녀가 다 골칫덩어리로군.’
무엇보다 아직 인간과 초능력자들의 세력은 만만치 않았기에 제 살 깎아먹을 명분 없는 전투는 피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다시 보고를 한다.
“여왕님의 치료과정과 기계인간이 되겠다고 결심하시는 모습은 보시기 쉽게 바로 정리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병실에 접근금지 조치는 어디까지나 귀하신 공주님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진심만은 믿어주옵소서.”
“흥-! 기계인간에게 무슨 마음이 있는가?”
그 말에는 기계재상은 삼엄한 어조로 경고한다.
“제국은 여왕님의 엄명에 의해 기계인간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방금 말씀은 공주님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발언입니다.”
맞는 말이기에 금발의 공주인 크롬이 살짝 주의를 주는 표정을 주었지만 에메랄드 공주는 멈추지 않았다.
“영원히 사는 강한 기계인간이 되었다고 평범한 인간들을 무시하고 학대하는 경우가 더 많다.
타락하다 못해 인간사냥까지 벌여서 내가 직접 체포하여 끌고 온 기계인간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왜 공개처형을 시키지 않나?
그것들부터 법대로 처분하고 내게 따져라.
솔트-!”
재상인데도 직접 이름까지 부르는 노골적인 협박에 기계재상과 기계인간들 잠시 멈칫했다.
크롬 공주와는 달리 에메랄드 공주는 방랑벽이 있어서 제국과 은하를 휘저으면서 살았다.
그런데 자신의 영지라고 방심하고 본격적으로 벌였던 기계귀족들의 향락이 걸려든 것이다.
증거까지 가져와서 명백히 사형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수였기에 일단은 무마했었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대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골치였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재판 중이옵니다.
만약 고발하신 내용이 맞는다면 곧 엄중한 법의 처분이 내려질 것입니다.”
이것 역시 정론이었지만 에메랄드 공주의 눈동자에서는 분노의 빛이 품어져 나온다.
그녀는 은하를 여행하면서 제국의 기계인간, 특히 기계귀족들의 잔혹한 지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마마마를 어떻게 속여 왔는지 모르지만 지금 제국은 기계귀족들 때문에 은하의 인류들에게 악으로 낙인이 찍힌 지가 오래다.’
제국의 공주지만 권력은 관심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심혈을 기우여서 만든 제국이 간신들 덕분에 욕을 먹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분명히 말하겠다.
제국과 본성 프롬은 초능력자이면서 과학자이셨던 어마마마께서 만드신 것이다.
그런 어마마마를 기계인간으로 만들어서 초능력을 약화시킬 생각이라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그리고 어마마마에게 문제가 생기면 본성까지 위험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그 말에 기계재상 솔트와 기계귀족들의 금속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여왕의 초능력으로 제국의 본성은 외부의 위험요소로부터 보호되고 있었다.
기계문명으로 번성했으나 여왕의 초능력으로 유지되는 제국이니 기계인간들의 세력이 압도적인데도 우선권을 쥐지 못하는 이유였다.
‘행성까지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초능력자인 여왕이 기계인간이 되면 제국은 기계제국이 된다.’
그런데 기계인간이 되면 대부분의 초능력을 잃게 되어서 본성의 안위가 위험했다.
이러니 꼭 마지막 단계에서 발목을 잡힌 것이다.
허나 기계재상 솔트는 이 사태도 예상했기에 여유롭게 말했다.
“뇌를 대부분 대체하고 초능력까지 유지되는 신형의 기계인간을 시험 중에 있으며 이제 완성단계입니다.
여왕님이 신형 기계인간이 되시면 초능력은 약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공주들은 놀랐다.
뇌만 살아있는 기계인간은 초능력을 발휘해도 지극히 제한적인데 그걸 뛰어넘었다면 굉장한 일이었다.
더구나 시험까지 했고 완성직전이라 했으니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초능력자 신형 기계인간을 시험 중이라고 했나요?”
“누가 시험하고 있나?”
공주들의 질문에 기계재상 솔트의 금속 얼굴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드디어 공개의 때가 왔군.’
이 과정만 넘으면 제국은 기계인간들의 나라가 되고 진정한 지배자는 자신이었다.
기존의 기계인간과 신형의 기계인간을 모두 자신만이 생산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인 슈가 백작입니다.
이년 전의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고 정상 회복이 힘들어지자 비밀리에 신형 기계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강력한 초능력을 발휘하면서 전선에서 활약 중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