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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069화 (1,069/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이의 모습답게 장난기가 넘쳐나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뇌를 축출하여 기계인간이 되고 남은 육체는 대부분 바로 쓰레기처럼 소각처리를 한다.’

기계인간이 되기로 한 이상 육체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물론 행성까지 제어할 정도로 강력한 초능력을 갖춘 여왕의 육체는 아이언에게는 보물이었다.

잠시 여왕의 시선을 받아준 아이언은 본성 쪽을 바라보았다.

방금 달에 일어나 기적을 본 제국의 귀족들이 내전을 끝내고 합심해서 공격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대충 불은 꺼졌군.

이제 상하관계가 확립되었나?’

본성 위이지만 초능력자들에게 완전히 밀린 기계귀족들은 더 이상 쓸데없는 도발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파괴할 수 있는 전혀 미지의 적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권력싸움을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군.’

토벌을 할 생각인지 선두에 서서 지휘하는 공주들과 지도에 따르는 기계재상 솔트와 기계귀족들의 금속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파아아아아앗-!

하나 둘 제국의 우주함대들이 공간이동을 해서 달을 포위하기 시작한다.

제국의 진정한 전력인 우주함대가 달에 집중되는 모습을 본 여왕은 당당하게 소리를 쳤다.

“나를 인질로 삼을 생각이라면 버려라.

내 딸들을 그렇게 약하게 기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내 몸을 돌려주고 물러난다면 추적하지는 않겠다.”

물론 육체를 가진 정체모를 존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여파도 커지니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이런 강력한 정체모를 존재와 본성의 달에서 싸운다면 제국이라도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한다.’

이대로 물러나게 하고 나중에 대규모 병력으로 추적하여 정리하는 것이 가장 양호한 대응책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의 반응이 전혀 뜻밖이었다.

“딸들은 그렇다 치고 남편은 그렇게 강하지 않던데요?”

“.........”

갑자기 자신의 못난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약간 당황한 여왕이었다.

‘이 작자가 설마 잡혔나?’

그러나 제국에 그렇게 필수적이지 않고 평범한 과학자에 불과한 남자이기에 별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대공이 되고나서 엄청난 범죄들에 연루되어 이미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여왕의 남편이란 이유로 집행이 유예가 된 상태였다.

‘설사 인질이 된다고 해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다음 말에는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여왕께서 의식을 잃은 것이 이년이 넘었고 그 동안 남편이 바람을 피워댄 것은 알아요?

그동안 귀족의 부인들을 여러 명을 건드렸는데요?”

“!!!”

그렇게나 경고하고 대공궁에 구금까지 했는데 자신이 없자 또 귀족의 유부녀를 노리는 버릇이 도진 모양이었다.

이를 악문 여왕의 얼굴 앞에 커다란 화면이 비춘다.

거기에는 중후한 인상을 한 중년 미남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주 온화한 인상을 한 미녀가 알몸으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이....... 이-!”

대부분의 귀족과 가족을 알고 있기에 누구인지 확인한 여왕의 얼굴이 귀신처럼 변했다.

‘하필이면 전선에서 제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 초능력 귀족의 부인인가?’

남편은 제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그 부인을 여왕의 대공이 건 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제국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더구나 그동안 화려한 엽색행각 때문에 황실의 품위가 땅에 떨어져서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는데 무시를 당했으니 용서할 수 없었다.

“참고로 저런 애인이 여섯 명쯤 돼요.

장기간 독수공방해서 공략하기 손쉬운 유부녀 위주로 놀아났더군요.

이 문제가 공개되어 극도로 사이가 나빠진 여왕에게 들키면 과거에 지은 죄로 당장 추방내지는 사형이 아닌가요?

그것을 막아주고 공주들을 저에게 넘겨주면 황제를 시켜준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지 않아요?”

“.......”

실제로 그러고도 남을 남자였다.

어중이떠중이들이 수장이라고 치켜세워주니 좋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황족으로서 말도 안 되는 범죄에 휘말린 것이다.

‘인신매매부터 시작해서 마약유통 등 연루된 죄목만 따지면 당장 사형이다.’

무능한 남자가 고위직이 되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전형이었다.

부하들이 했지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용서를 했지만 여왕의 남편이 아니었다면 넘어갈 사항이 아니었다.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휘하에 몰려든 세력들이 대공파를 만들어서 문제를 일으켰다.

당장 사형당할 죄도 많이 연루가 되어 있었어.’

대공파란 간판을 단 범죄세력은 멋대로 황실의 이름을 도용한 죄로 모두 처형하고 본인은 대공궁에 구금을 시켰다.

그런데 자신이 병에 쓰러진 기간이 길어지자 멋대로 나와서 사고를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훌륭하게 자란 공주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갔지만 용서하지 않겠다.’

저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대공의 존재는 정치적으로 언제나 큰 약점이었다.

더구나 저런 식으로 바람을 피워서 여자의 자존심까지 상처를 입었으니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살기까지 내품는 여왕을 쳐다본 아이언은 즐거운 얼굴로 말한다.

“후후-! 어차피 기계인간이 되기로 결심했으니 몸 따위는 미련을 끊으세요.

그리고 그 동안 방해만 되었던 대공은 처단해버리는 것이 좋겠지요.

피를 나눈 공주들이라고 어차피 육체에 기반 하는 혈연관계에 불과하니 기계인간이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그러니 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대가로 유모로 넘겨주세요.

그러면 본성을 안정화시켜 드리지요.”

“.........”

여왕은 이때까지처럼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반발을 하지 않는다.

아이언이 보기에는 여왕은 전선에 나간 귀족들의 부인과 바람을 피운 남편에 대한 분노로 폭발 직전이었다.

생각대로였다.

‘기계인간은 고통도 기쁨도 모른다.

인간성이 상실되고 효율성만 따지는 기계인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몸이 없는 지금 상태도 아주 비슷하지.’

여왕은 잠시 감정을 다스리고 아이언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방금 말에 섞인 의미를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대는 기계인간을 싫어하는군.

정체모를 존재들은 모두 기계인간들을 혐오했었지.”

“이해하세요.

그들은 전혀 쓸모가 없답니다.

정기가 약해서 보호하거나 늘려야할 이유가 없어요.”

그 말에 여왕의 얼굴은 다른 의미로 아주 창백해지고 일그러졌다.

정체모를 존재들은 이래서 정말 위험했다.

‘정체모를 존재들이 전설 속의 흡혈귀처럼 피를 탐하거나 인간들을 위협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항상 이런 방식으로 선의를 가지고 엄청난 힘을 보이고 도우면서 유혹한다.

더구나 도움의 대가로 받는 것은 물질도 아니고 정기라는 무형의 에너지다.

그것도 자연스런 죽음으로 거두어들이고 지금 생존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으니 백성들에게는 어떤 권력자보다 낫지.

이러니 잘 모르는 인간들은 이들을 모두 맹목적으로 따른다.’

정체모를 존재들이 육체를 가지고 나타나 힘을 발휘하면 그 사회나 국가는 반드시 뿌리 채 뒤흔들렸다.

잘못하면 제국도 붕괴할 정도로 영향이 강했다.

‘나라가 망해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죽어나가는 것은 지배층이 아니라 바로 힘없는 국민들이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지극히 후한 계약이었는데도 여왕의 부정적인 반응과 본성의 귀족들의 대처를 보고 대충 사정을 짐작한 아이언이었다.

지성체들이 정체모를 존재라고 부르는 신족의 인식은 최악이었다.

‘쯧-! 여기 신족은 무능해.

어떻게 이렇게 지성체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

하긴 나름대로 귀중한 천족과 마족을 겨우 지성체들의 보조인격들로 활용을 했지.

철저히 통제하려는 꼬락서니를 보니 대충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겠다.’

보아하니 아직 신체가 없는 하위신들을 동원해서 강림이라는 형태로 지성체들을 강제로 따르게 하는 모양이었다.

‘멍청한 놈들!

누가 자신들과 다른 이형의 존재에게 직접 지배받고 피지배층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좋아하겠나?

반발을 막기 위한 중간 단계인 교황이나 성녀들을 왜 활용하지 않고 이렇게 해?

설마 귀찮아서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거의 정답이었다.

지성체들을 그 정도로 세밀하게 직접 관리하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여긴 현세계의 신족들이었다.

그래서 천족과 마족들을 영혼의 급이 높거나 지배층인 지성체들의 보조인격으로 배치하여 직접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하위신들을 강림시키거나 전력을 파견하여 쓸어버리는 과격하지만 간편한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보조인격으로 배치한 천족이나 마족들은 최하위 정신체에 신체도 부여하지 않았다.

이러면 지성체들이 초능력자들만 되어도 영향을 별로 못 끼쳐.

그리고 평소에 아무런 자비나 도움도 베풀지 않은 신족이 갑자기 나타나서 잘난 척하고 힘을 보인다고 순순히 따를 리가 없지.

이러니 아주 인식이 최악이로군.’

편하지만 스스로 악으로 낙인찍히는 지배방식을 남발하고 있는 현세계의 신족들의 근시안적에 혀를 차는 아이언이었다.

이래서는 대화 자체가 안 되니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해결하기는 그른 모양이었다.

“쯧-! 일단 서로에 대해 잘 알아보지요.

그럼 저의 제안은 끝났으니 돌아가세요.”

“뭐?”

비록 머리만 남아있지만 여왕인 자신은 강력한 협상카드였다.

그걸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는 말에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여왕이었다.

허나 아이언은 제국의 황실 알현실로 가는 공간의 문을 열고 봉인한 초능력까지 해제했다.

몸이 없으니 여왕으로서 위엄이 손상되면 안 되기에 특별히 조금 강화까지 해주고 공간의 문 너머로 보내주었다.

“제가 제국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저의 성장에 도움이 될 유모들입니다.

일단 본성에는 당신과 딸들 정도로군요.

그 외의 나머지는 지금 보시는 대로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우리는 싸울 필요가 없어요.

만약 저에게 덤비면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니 생각을 잘하세요.”

웃는 표정에 손까지 흔들지만 입은 협박으로 배웅하는 아이언이었다.

그러니 여왕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이 정체모를 존재는 뭐야?’

왜 풀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공간이동으로 도착한 곳은 분명 자신의 황궁이자 알현실이었다.

머리만 남았지만 회복된 초능력으로 환상의 몸을 만들어서 여왕의 자리에 앉는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여왕은 정체모를 존재의 토벌을 위한 대책회의에 골몰하던 공주들과 귀족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사태였다.

“어마마마!”

“어머니!”

“여왕님!”

“여왕폐하-!”

특유의 초능력파동으로 여왕 본인임을 확인한 초능력 귀족들이 앞 다투어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생체인식기능으로 여왕임을 확인한 기계귀족들도 모두 반기면서 인사를 올린다.

달을 도넛으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거대한 나무로 행성개조까지 바로 끝내버리는 정체모를 존재를 상대하는데 여왕의 복귀만큼 호재가 없었다.

그런데 복귀한 여왕의 표정은 심상치가 않았고 의외의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 당장 대공의 직위를 박탈한다.

그리고 정식재판에서 결정한 그대로 죄의 대가를 받게 하라.”

“예?”

갑자기 터진 폭탄발언에 기계재상 솔트의 금속얼굴이 오류를 일으켜서 경련했다.

대공은 휘하 범죄세력이 벌인 일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대공이라는 신분을 감안하여 집행유예를 받았다.

‘대공궁에 연금되었지만 요즘은 전선에 있는 초능력자 부인들과 위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

여왕이 기계인간이 되면 모두 해결될 일이라서 방치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공을 처분하라니 그럴 수는 없었다.

멍청한 대공은 제국을 만든 위대한 여왕에게 유일한 약점이었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기계인간의 개발과 본인의 완전한 기계인간으로 전환은 여왕의 지시이기도 했다.

비록 여왕의 목을 잘라서 보관했지만 본인의 지시이기도 했기에 추궁당해도 당당하다.’

더구나 여왕의 부재동안 제국의 대부분은 자신이 장악했으니 과거처럼 무조건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었다.

“여왕폐하. 지금은 정체모를 존재의 처분이 먼저........”

그 순간 여왕의 머리에서 눈부신 환한 빛이 일어나면서 황궁 전부를 뒤흔든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기계재상 솔트는 자신이 무시를 했던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내가 천우신조로 만들어낸 초미세 로봇으로 만들어낸 병에 걸리기 전에 여왕이야말로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였다.

그것도 별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가공할만한 초능력과 그 이상의 과학력을 겸비한 진정한 제국의 주인.’

여왕의 자리에 앉아서 초능력을 발동하는 모습을 본 다른 귀족들이 다급하게 바닥에 엎드린다.

그런 모습을 본 기계재상 솔토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년 동안 제국의 주인이 되기 위해 자신이 벌인 모든 정치적인 공작이 무너지고 다시 이인자이자 관리자라는 원위치로 돌아왔음을 말이다.

‘제국 최강의 초능력과 최고의 과학력을 겸비한 여왕이 바로 제국이다.

나는 결국 부품에 불과해.’

그래도 이렇게 무너질 수 없었다.

어떻게 성공했는지 모르는 초미세 로봇은 더 이상 없고 다시 만들 자신도 없으니 여왕을 다시 병들게 할 수가 없었다.

‘여왕이 아직 육체를 가진 인간인 이상 남편을 죽일 수는 없다.’

대공이야말로 여왕의 가장 큰 약점이었고 극복할 수 없는 벽이다.

바람을 피운 것을 알아서인지 흥분상태였지만 법대로 처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 과거처럼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바로 사형시키겠습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공주들이 놀랐다.

돌아가는 분위기로는 정말 아버지인 대공이 죽을 것 같았다.

“어마마마-!”

“어머니!”

아무리 문제가 많고 죄가 있어도 그래도 친아버지였다.

공주들의 격렬한 반응에 여왕의 머리는 잠깐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지시를 수정했다.

“죽이지는 마라.”

역시라는 표정을 지은 기계재상 솔트였다.

대공이라는 여왕의 약점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자 굽혔던 허리를 펴고서 반론을 펼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다음에 들려오는 말에 펴지려던 허리가 어긋나서 고장이 났다.

삐걱-!

“당장 전투용 기계인간으로 만들어서 전선에 보내!”

급격한 과부하에 정밀한 허리부품이 고장이 나버린 솔트의 귀로 천둥벼락이 떨어졌다.

“제국의 황족으로서 지은 죄를 전쟁터에서 일반 기계병사로서 영구히 갚게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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