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심장 부근에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을 물끄러미 바라본 진리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건 시간이 더 필요해.
전 창조주의 권능까지 흡수한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제거는 쉽지가 않군.
마지막 결판을 보는 순간에 심장에 박힌 이 황금 창은 만일 내가 영원체 이상의 경지가 아니었으면 바로 소멸시킬 정도의 위력이 있었어.
이렇게까지 끝까지 귀찮게 하다니 역시 십중심(十中心) 중 최강은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나 라마세스였군.”
그래도 몸에 박힌 십중심들의 신기를 거의 제거했기에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땅에 떨어진 박쥐검을 잠시 쳐다보다가 그대로 권능으로 들어 올려서 벽에 던졌다.
위이이이잉-! 탁-!
권능에 의해 벽에 부착된 박쥐검 옆에는 다른 십중심의 절대기가 뽑아낸 순서대로 차례로 진열되어 있었다.
최종결전에서 진리의 신체에 박혀서 파괴를 지속하다가 제압당한 십중심들의 절대기들은 승리의 증거이자 회복의 증명이기도 했다.
“흠-! 이제 붕대도 필요 없군.”
진리는 십중심들과 결전에 당한 상처의 치유를 돕던 붕대를 심장 부근만을 남기고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앞에 한쪽 무릎을 끊고 목검을 세우고 있던 세 명에게 지시했다.
“절대계의 창조주가 아닌 바람가의 대가주 한진안(韓眞眼)으로서 명령한다.
십중심들의 잔존세력을 전부 제압하여 정보행성 이데아로 압송하여 감금하라.
그들은 십중심의 권능을 어느 정도 이어받았기에 단 한 명도 놓쳐서는 아니 된다.
만약 조금이라도 반항한다면 죽여서 신령 상태로 만들어라.
그러나 소멸시켜서는 안 된다.”
가장 앞에 있던 황금용이 그려진 용포와 용관, 귀 옆에 용의 뿔을 가진 위엄이 넘치는 용족의 남성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십중심들이 없는 이상 그들의 제압은 저 혼자 나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 아들에게 맡겨 주시고 아버님께서는 회복에 전념하십시오.”
진짜 아들인 용신족의 황제가 장담하자 슬쩍 쳐다본 진리는 다시 주의를 주었다.
“십중심들의 권능을 어느 정도 이어받은 세력들이다.
절대로 방심하지 마라.
무엇보다 단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되니 혼자서는 힘들 것이다.”
그 말에 용포를 입은 진리의 아들인 용족남성이 물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도 동원하시라는 말씀이십니까?
너무 과한 전력이 아닐까요?”
그 말에 뒤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 명의 남자가 고개를 든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신력과 마력이 개방되면서 공간을 울린다.
우우우우웅-! 위이이이잉-!
오른쪽에 있던 빛의 날개에 황금빛의 원을 머리 위에 올린 신족 남성이 대답한다.
“저와 신족은 언제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명령만 하십시오. 진리 할아버님.”
그리고 왼쪽의 검은 날개에 검은 보석 뿔을 가진 마족남성이 왼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호기롭게 외쳤다.
땅-!
단순히 가슴을 치는 행위였지만 주변 전부를 위압하는 힘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허락하시면 저와 마신족이 나서서 모두 쓸어버리겠습니다.”
의욕이 지나친 후손들을 바라본 진리는 가볍게 오른 손가락 하나를 펴서 옆으로 젖혔다.
벌컥-!
그러자 방의 대문이 열리면서 바깥의 광경을 비춘다.
거기에는 끝없이 이어진 커다란 연무장이 있었고 목검을 쥐고 서있는 일만 명에 가까운 남성들이 있었다.
수련 중이던 그들은 방문이 열려져서 진리가 보이자 일제히 목검을 내리고 고개를 숙이면서 일제히 외친다.
“쾌유를 축하드리옵니다.
진리 할아버님.
저희들도 준비되었나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혈족이었고 어떤 세계의 창조주이든 될 수 있는 강력한 영원체였다.
‘십중심이 없는 지금 대항할 존재가 없는 강자들이다.’
만족스럽게 그 모습을 본 진리는 모두가 들리게 외쳤다.
“이번에는 바람가 전원이 출전한다.
총력을 동원해서 십중심의 잔존세력과 절대계까지 단숨에 제압하라.
누가 절대계의 새로운 창조주가 되었는지 모두에게 알려주어라.”
“알겠습니다.”
더욱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 바람가의 가주들은 희열을 숨기지 못하고 절대계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바람가의 시대다.’
바람가의 가주들은 겨우 일만이었으나 전 창조주조차 능가하는 힘을 가진 정신체의 상위인 영원체들이었다.
그런 그들 앞에서 기존의 지배층이었던 십중심의 세력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절대적인 힘으로 군림하던 지배세력들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정보행성 이데아로 압송된다.
그 모습을 본 절대계의 모든 존재는 새로운 창조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결사항정을 부르짖는 반대세력도 물론 있었다.
대표적인 반란세력은 오십 명 정도의 소수정예로 활동하던 흑염의 세력들이었다.
“우리는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님만을 따른다.
그 분을 쓰러트린 진리에게는 결코 굴복할 수 없다.”
흑염의 절대자가 진리에게 패배해 신령이 말소되어 새로운 대표자가 된 근원(根源)은 악착같이 바람가가 하는 일에 덤벼들었다.
물론 정면으로 덤비면 이길 수는 없으니 철저하게 숨어서 도망쳐 다니고 휘하 세력들이 이송하는 틈이나 불만세력을 부추겨서 혼란을 일으켰다.
“반드시 복수를 한다.
그러나 정면승부를 할 수 없으니 뒤에서 방해부터 하자.”
“.........”
자신들은 덤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십중심들과 단독으로 결투하여 승리한 진리에 대한 경외는 반란세력조차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암약하면서 바람가의 절대계 완전제압을 상당히 늦추는데 성공은 했다.
그런 전과를 바탕으로 차원권능을 쓰는 존재들까지 합류하여 큰 세력이 되자 늘어난 자신감은 더 큰 욕심을 일으켰다.
“흑염의 절대자님과 십중심님들의 신체를 되찾아서 복구를 시켜드린다.
그분들만이 진리와 바람가를 이길 수 있다.”
십중심들의 신령은 진리에게 말소되었으나 창조주를 능가한 신체는 남아서 봉인작업 중이었다.
그래서 그걸 탈취하여 복구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로는 진리는 고사하고 휘하의 바람가의 가주들조차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역시 십중심님들만이 바람가와 진리를 막을 수 있다.”
결심을 한 근원은 반란세력의 총력을 기울여서 십중심들의 신체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던 바람가의 한 가주에게 격퇴당하고 극히 일부만이 살아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심장에 박힌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제거에 골몰하고 있던 진리에게 전해졌다.
“팔륜봉인에 침투하려던 놈들이 있었어?
그런데 일부를 놓쳤다고?”
십중심의 신체를 봉인할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는 바람가의 가주는 아주 우수했다.
일만 명의 가주들이 모두 뛰어났지만 능력 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전투능력도 십중심들과 맞상대할 정도의 강자였다.
‘모든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다.
그리고 완벽주의의 성향까지 가졌기에 믿고 가장 중요한 일을 맡겼다.
이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결코 이런 실수를 범할 리가 없는 아이였다.
아무리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었다고 하지만 침입자 일부를 살려 보내다니 놀란 진리였다.
“너에게서 도주할 수 있는 존재가 지금 절대계에 있었느냐?”
다른 일로 보고를 드리러 온 다른 가주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런 반응에 지금까지 완벽했던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이 생긴 셈이 된 팔륜봉인 담당 바람가의 가주는 고개를 더 숙였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리 할아버님.
억지로 변명을 하자면 근원(根源)이란 놈이 제 공격을 맞아 산산조각이 나면서도 버티는 틈에 일부가 도망쳤습니다.”
“얼마나 도주했지?”
아무리 운이 좋고 끈질겨도 바람가의 가주 앞에서 도주할 수 있는 존재가 많을 리가 없었다.
“육십 명입니다.
차원의 권능을 사용하는 존재 열 명과 흑염 세력 오십 명으로 확인했습니다.”
침투했던 반란세력은 일천 명이 넘었다고 했으니 겨우 육십 명의 도주라면 역시 얼마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완벽한 삶을 살아왔던 바람가의 가주로서는 너무나 굴욕적인 결과였다.
옆에 있던 용족의 남성의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주 많은 이름이 써져있는 명단을 보이면서 말했다.
“이번에 침투했던 존재들은 이 아이가 전부 잡아서 신령을 정보행성 이데아로 보냈습니다.
그 결과 이제 십중심의 세력은 도주한 육십 명만 남았습니다.”
“그런가?
절대계의 제압도 끝나가는군.”
“예. 이제 아버님이 창조주가 되신 사실에 반대하는 세력은 없습니다.
그리고 도주한 존재들이 비교적 강하기는 하지만 가주를 한 명만 전담시키면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십중심 본인이 아니라면 바람가 가주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러니 일만 명의 바람가의 가주 중에 하나만 붙여도 끝장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놈들이 차원권능까지 가져서 도주나 은신능력이 뛰어나니 잡아들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들의 차원권능은 저희들로는 아직 탐색이 힘듭니다.
흑염 세력들도 은신능력이 꽤 뛰어나서 작정하고 숨으면 찾기 힘듭니다.
시간을 많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흑염 세력은 각자가 뛰어난 존재들인데다가 많은 수가 아니고 겨우 육십 명이다.
넓은 절대계에서 그런 소수정예의 인원을 추격해서 잡으려면 아무리 바람가의 가주들의 능력이 뛰어나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진리는 깊이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에 남은 반란세력은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과 흑염 세력인가?
제일 귀찮은 놈들이 힘을 합쳐서 살아남았군.
더구나 겨우 바람가 가주 한명에게 몰살당하다시피 당했어.
구사일생으로 겨우 도망쳐서 무서움을 절실하게 깨우쳤으니 무조건 도주나 숨으려 하겠지.’
반란세력을 일망타진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 되어버린 팔륜봉인의 담당 바람가의 가주는 눈에서 마력과 신력을 줄기줄기 뿜어내었다.
겨우 십중심의 시대가 가고 진리가 이끄는 바람가의 시대가 왔는데 이런 수치를 당하면 다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앞에 나서서 말했다.
“도주한 놈들은 제가 존재각인을 해놓았습니다.
어디에 숨어도 은하단위지만 방향을 확정지을 수 있습니다.
잠시 팔륜봉인의 제작을 멈추는 것을 허락해주신다면 절대계를 통째로 뒤져서라도 쫓아가 죽여서 끌고 오겠습니다.”
그 말에 용족의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행성도 아니고 은하단위로 방향만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추격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다면 가장 적임자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진리는 아무런 대답 없이 더욱 생각에 잠겼다.
‘완벽하게 십중심의 세력을 처리하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육십 명의 반란세력보다 팔륜봉인에 침투해서 십중심들의 신체를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어서 팔륜봉인부터 완성해야해.’
십중심들의 신령은 말소시켰지만 영원체의 신격조차 넘어서있는 단련된 신체는 그러지를 못했다.
‘이렇게 신체가 무사한 이상 반드시 신령도 복구된다.’
더 큰 일은 신령이 복구되기 이전에 부상이 완치되면 신체가 먼저 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신체를 통제할 신령이 없으니 본능대로 미쳐 날뛰겠지.
반드시 팔륜봉인으로 제압을 해놓아야 안정화가 된다.
그러기에 봉인설치 작업을 늦출 수는 없다.’
이미 다른 가주들에게 십중심의 세력과 절대계 제압이 끝난 결과까지 보고받았기에 전력은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를 탐색하고 추격하는 일이 바람가의 가주들에게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진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근원(根源)이라?”
생각해보니 꽤 익숙한 이름이었다.
언제인가는 반드시 철저히 손봐주겠다고 생각한 이름이기도 했다.
“혹염의 절대자 앞이라고 내게 술병을 던진 적이 있었던 싹수없던 놈이로군.”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