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076화 (1,076/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이언은 크롬 공주의 질문에 다시 말했다.

“혼란 속에서 영웅은 태어나고 번영을 가져온다.”

서로의 질문에 대한 답이면서 다음 단계의 물음이었다.

크롬 공주는 시를 하듯이 대답했다.

“영웅이란 강자가 가져온 번영 속에서 약자는 늘어난다.”

아이언은 미소를 띠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약자가 많아질수록 혼란은 거세진다.”

시즈지는 크롬과 아이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한 대화라는 점은 알았기에 가만히 지켜보았다.

“망해가는 세상은 영웅의 탄생을 부른다.

그리고 지금은 혼란이 시작되는 시대랍니다.”

그 말을 들은 크롬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걸어서 시즈지가 앉은 의자 앞으로 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서 아이언에게 시선을 맞추고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저는 그런 흐름에 편승하여 나타나고 사라지는 여왕이나 영웅이 되고 싶지는 않군요.

다만 그 옆에서 불필요한 희생이 생기지 않게 돕고 지켜보는 역할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어요.”

그 말에 아이언은 활짝 웃으면서 크롬을 향해 돌아앉고 양손을 활짝 펼치면서 말한다.

“지금 상황에서 현자(賢者)는 대환영이랍니다.

조금 빠르지만 어서 오세요.

이계 최고의 현자인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

가볍게 한 말이지만 크롬 공주에게는 심상치 않은 의미를 가진 선언이었다.

그리고 다시 지그시 쳐다보면서 물었다.

“현세계와 이계가 무엇인가요?

저희 우주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의미가 다르군요.”

그 말에 아이언은 크게 웃었다.

“카하하하하! 그게 궁금했군요.

여기 현세계가 망하면 이계가 된답니다.”

“현세계가 망하나요?”

“설마?”

듣고 있는 시즈지조차 깜짝 놀랄 말이었다.

아이언의 상상을 초월한 능력을 잘 알아서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아니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아이언은 주변의 분위기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예-! 외부에서 온 불안요소들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다음에 혁명으로 몽땅-!

그리고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전부 망해요-!”

“.......”

“.......”

어차피 먼 과거에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 나라나 세계가 멸망하는 이유로는 참으로 타당한 순서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는 말에 크롬 공주와 시즈지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녀들에게는 지금이 살아가는 현재인 것이다.

“그렇게 약자들이 설치고 있는 현세계는 철저히 무너지고 의뢰가 아니면 공짜로 줘도 안 가지는 거지와 양아치 마을인 이계가 된답니다.”

지극히 냉소적이고 끔찍한 말이지만 너무나 확정적인 어조라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시즈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멸망을 막을 방법은 없니?”

현세계에 사는 존재라면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언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막으려 했다가는 무조건 죽어요.”

외부에서 불안요소들은 흑염 세력과 그들을 쫓아온 진리님이었다.

오백억 년 전의 흑염 세력들이야 지금 유아신의 상태라도 해볼 만하지만, 진리님은  달랐다.

‘상대가 될 리가 없지.’

더구나 십중심을 쓰러트리고 막 절대계의 창조주가 되어서 주변을 정리한다고 살기가 넘치고 있을 것인데 접근하면 무사하기 힘들었다.

“이번에 망하는 측은 정신체들이에요.

지성체들은 그들에 비해 비교적 피해가 없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다가오는 혼란에서 전력을 보존한 지성체들에게는 오히려 세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가 되겠군요.”

그 말에 표정이 겨우 풀린 시즈지였다.

아이언이 있다면 이 은하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아무런 내색 없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진리님의 분노서린 추격에 현세계의 절반과 함께 지성체들도 반수가 날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완전히 망해버린 신족보다는 상황이 낫지.

그리고 이 은하는 피해가 없다고 하니 거짓은 아니야.’

진실을 알고 싶은지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는 크롬 공주를 보고서 살짝 윙크를 해주었다.

유아신이지만 아직 여물지도 않은 현자에게 내심을 들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최고의 영웅이 되어야 할 제가 할 일은 다가오는 외부의 혼란에서 이 은하를 지켜낼 전력 확보와 요새의 구축이랍니다.

제국과 연합도 전부 포함되니 당연히 협조해주시겠지요.

크롬 공주님.”

“그렇다면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그런 일의 협조라면 크롬 공주도 원하는 바였다.

그러나 다음 이어지는 아이언의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럼 벗으세요.”

“!!!”

“!”

바로 나오는 과격하고 직설적인 아이언의 말투에 시즈지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시즈지의 몸이 굳어지고 크롬 공주의 얼굴이 확 일그러지자 아이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그대로 허벅지에서 내렸다.

탁-! 우우우웅-!

크롬 공주를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차원의 문을 열어간다.

그리고 시즈지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말했다.

“제게 조치 받기 싫은 모양이니 시즈지가 해주세요.”

“내가 공주님을 말이니?”

그 말에 놀란 시즈지였으나 아이언은 거대한 차원의 문을 바로 열고 이동을 준비한다.

차일일족의 유아신으로서 현세계 오리진급의 차원의 권능을 가졌기에 세계 전부에 울렸던 흑염 세력에 의해 경계막이 뚫리는 진동을 느꼈었다.

그런데 그들은 여기에서 멀리서 현세계로 들어왔는데 강력한 차원권능으로 점점 이곳으로 가까이 오고 있었다.

‘내가 반복해서 차원이동을 하면 바로 도착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까지 왔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세계의 항상성인가?’

흑염 세력은 정보행성 코아가 넘겨준 정보에 의하면 그 당시에 십중심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었다는 강자들이었다.

흑염의 절대자가 직접 나서서 제압하고 겨우 오십 명으로 절대계의 일 할의 구역을 담당했다는 사실이 증거였다.

‘현세계에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힘이 줄었다고 하지만 현세계의 신족들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가까이 오면 위험해.

진리님이 추적해오면 이 은하도 말려든다.

멀리 쫓아내야한다.’

아직 대우주(Super Universe) 정도로 떨어져있지만 차원권능을 사용하는 존재들에게 먼 거리도 아니었다.

더구나 진리님에 의해 현세계의 절반 정도 영역이 사라진다는 미래를 보아서는 지극히 불안한 것이다.

‘재수가 없으면 말려들어서 같이 소멸하겠지.

이러면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아도 이 눈으로 직접 그들의 수준을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쫓아내야 안전하다.’

최악의 경우에 흑염 세력과 전투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지금 크롬 공주에게 정기를 낭비할 수 없어 넘긴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시즈지라면 충분히 크롬 공주를 강화해서 유모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의지 문제였기에 격려를 한다.

“충분히 하실 수 있어요.

흐름을 보는 눈으로 상대방을 읽고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고 생각하고 창조력을 집중하세요.

준비하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저에게 받으신대로 운동, 마사지, 그리고 공부의 반복입니다.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가볼 테니 수련을 같이 열심히 하세요.”

파아아아아앗-!

무슨 일인지 급하게 차원문 안으로 사라지는 아이언을 본 시즈지는 차마 못 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크롬 공주님의 기운을 전부 읽을 수 있었고 부족한 점과 채우는 방법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을 벗으라는 말에 살짝 굳은 크롬 공주를 바라보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지금 상태로는 정기가 약해서 아이언의 유모를 하실 수 없어요.

일단 체육복이나 수영복으로 갈아입으시고 운동부터 시작하셔야 해요.

몸만 급하게 오신 것 같으니 제가 준비를 해드리지요.”

아이언이 창조력이라고 말한 초능력은 자신과는 너무나 잘 맞았다.

그래서 대부분 물질은 이미 창조할 수 있게 되었기에 가볍게 손을 튕겨서 크롬 공주의 옷을 변형시킨다.

탁-! 사르르-!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크롬 공주의 옷이 환한 빛에 휩싸였다가 바로 원피스 수영복으로 바뀐다.

시즈지가 강력한 초능력자인 자신의 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서 이렇게 하자 놀란 크롬 공주였다.

“이....... 이건?”

더구나 자신도 모르게 완벽하게 몸에 맞는 하얀 수영복이 입혀져 있었다.

거기에 시즈지가 앉아있던 거의 벽과 같은 커다란 의자가 진동하면서 벽면이 그대로 사라진다.

이 신전은 아이언의 도움으로 시즈지가 직접 만들었기에 변화나 조절은 자유자재였다.

구구구구구구궁-!

신전이 진동하면서 사라진 벽면 뒤로 보이는 것은 원래 개발 행성에 있던 저택이었다.

그대로 본떠서 만든 집 주변에는 작은 모래사장과 호수까지 마련되어있었다.

갑자기 드러난 신전 안의 저택과 호수라는 이상한 구조에 할 말이 없어진 크롬 공주였다.

‘이 신전이 외부에서 보았을 때도 컸지만 저런 구조물이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다.

설마 공간 확장인가?’

제국의 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공간까지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생각되자 정체 모를 존재들의 저력이 더욱 기가 질려왔다.

“.........”

벽 뒤로 드러난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과 멀리 보이는 저택의 광경을 보는데 여념이 없는 크롬 공주를 본 시즈지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세계수의 정기를 흡수했더니 신체가 너무 힘이 넘쳐져서 어느 정도 풀어 줄 필요를 느낀 것이다.

상체를 빠르게 일으키자 젖가슴이 율동을 시작한다.

출렁-! 탱-!

갑자기 시야 전부를 가리듯이 나타난 장대한 젖가슴의 등장과 그러고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아름답기만 한 시즈지의 모습에 절로 헛바람을 들이키는 크롬 공주였다.

“흡-!”

그리고 황금 장미 드레스를 창조력으로 만든 원피스로 갈아입고 몸매를 확연하게 드러내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화아-!”

제국의 공주로서 체면까지 잊을 정도로 충격적인 성숙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진 여체였다.

그리고 그런 몸으로 앞장서서 모래사장을 빠르게 뛰어가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다.

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초능력자인 크롬 공주의 시야가 따르지 못할 정도였다.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주 멀리서 메아리가 치듯이 소리만 들려왔다.

“저를 따라 뛰세요.”

“.........”

저런 속력을 어떻게 따라 오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발자국이 새겨져있으니 그대로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잘못하면 여기서 조난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부는 넓기만 했다.

‘여기는 도대체 뭐지?

본성의 달이 맞을까?’

시즈지의 발자국이 찍힌 모래사장은 한없이 길고 가깝게 보이던 저택은 상상할 수 없이 멀었다.

호수조차 지평선 끝이 보이지 않아서 바다로 보일 정도였다.

시즈지의 모습이 완전히 안 보이자 마음이 급해졌다.

‘이러다가는 놓칠지도 몰라.’

실제로 호숫물의 출렁임과 바람으로 모래사장의 발자국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저택이 목적지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단 둘 밖에 없으니 헤어지면 정말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파파파파-!

결국 초능력을 사용하여 육체 강화를 하고 부지런히 따라잡으려는 크롬 공주였다.

그렇게 수영복을 입은 여성 두 명이 수련을 시작하고 있을 때 아이언은 흑염 세력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은신을 하고 그들이 하는 짓을 보면서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 완전 날강도에 깡패들일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