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러면 정말 젖꼭지와 음부만 가리는 나뭇잎 같은 초미니 비키니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두 여성은 간곡하게 애원을 해서 그것만은 면제를 받았다.
그렇게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두 여성 앞에 아이언도 수영복만 입고 앞에 섰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자연스럽게 선 자세에서 말했다.
“전 아무런 공격을 하지 않고 방어만 하면서 이 자리에서 피하기만 하죠.그 상태에서 제 몸에 닿을 수 있다면 기초단계는 끝이에요.
그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덤벼보세요.”
여성들이 듣기에 지극히 쉬웠다.
제 자리에 서 있고 공격조차 안 한다면 바로 돌진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말을 수정했다.
“음-! 이건 막 각성한 지성체들에게 너무 허들이 높아서 영원히 안 끝나겠군요.
저와 마주 보고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초월자로서 정식 입문을 시켜드리죠.”
크롬 공주는 제국에서 프롬 여왕 다음의 강력한 초능력자였다.
그리고 시즈지도 크롬 공주를 수련시키면서 하면 어느 정도 자신의 강함을 깨달았기에 조금 당황했으나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이언의 등 뒤에서 빛과 암흑의 날개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우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르륵-!
아직 정기와 신력을 채우지 못해서 반투명했지만, 완전히 전개된 스물일곱 쌍의 빛과 암흑의 날개에 의해 방사된 신력과 마력이 신전을 뒤흔든다.
지성체 수준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신격이었다.
“!!!”
“!!!”
여기에 눈동자에서 은은하게 타오르는 검은 불길을 보자마자 그대로 기절해 버린 두 여성이었다.
흑염의 살기와 투기를 보자마자 선 채로 실신해 버린 시즈지와 크롬을 본 아이언은 긴 한숨을 쉬었다.
“에휴-! 조금도 못 견디네.”
그래도 꽤 강력한 초능력자인데도 이 정도 전력 전개를 보고 그대로 의식을 잃는다니 심각했다.
이래서는 초월자로 만들어도 흑염 세력의 앞에 가면 신족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마신족이나 초월자가 적고 신족만이 부흥한 덕에 강력한 마력과 투기에 저항력이 거의 없어.’
왜 현세계 신족의 투신들이 흑염 세력과 제대로 못 싸우는지 정확히 알게 된 아이언이었다.
최초에 지배층을 결정하는 대전쟁 이후에 창조신 이상의 마력을 가진 마신왕과 투기를 가진 초월자와 싸운 경험이 현재 신족에게는 없었다.
오랜 평화에 젖어서 싸우는 방법 자체를 잊은 것이다.
‘너무 평화로워서 신족까지 약해지고 있는 세계라면 흑염 세력에 어쩔 수가 없겠군.
과거에도 무력하게 당한 이유가 있었어.’
그리고 그 대책도 간단했다.
익숙해지면 끝이었다.
“아아아아-!”
“흐으으으-!”
그다음부터 공포와 두려움에 물든 시즈지와 크롬의 비명이 해변에 울렸다.
아이언이 신격을 완전전개한 상태로 긴 의자에 앉아서 두 여성을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을 몸에 했는지 기절조차 할 수 없고 머리를 돌리거나 눈을 감을 수도 없으니 엄청난 존재감에 그대로 직격이 되었다.
그래서 두 여성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아이언은 태연하게 말했다.
“강자가 되길 원한다면 어떤 존재를 만나도 위축되어서는 안 돼요.
이것만 익숙해지면 어떤 창조신을 봐도 확실히 파악하고 똑바로 볼 수 있을 거예요.”
상급 천족과 상급 마족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게 하고 굴복시킨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존재감이었다.
아무리 약하게 해도 지성체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아이언은 자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적합자라면 이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이다.
“제 유모라면 평범한 초월자 그 이상을 노리셔야 해요.
이계 최강의 창조력을 가진 삭월(朔月)의 시즈지.
이계 최고의 현자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
자신이 받았다던 오만년이 넘는 실전과 대련에 비하면 지극히 자비로운 방법이었다.
지성체로서는 힘들다는 사실도 알지만, 자신의 유모들이 다른 존재에게 기가 죽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아이언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받았다던 실전과 대련에 비하면 쉬운 방법이다.’
물론 시즈지와 크롬에게는 생전 처음 겪는 최악의 시련이었다.
아이언이 아무리 의식을 강화해 주어도 한계가 있었다.
몇 단계나 위의 존재감과 투기와 살기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완전히 녹초가 되면 세계수의 수액을 담은 욕조에 몸을 담가 주고 보조인격들을 불러낸 아이언이었다.
“왜 제대로 못 해요?
이것도 못 견뎌요?”
“.........”
“.........”
상식적으로 이제 상급을 바라보는 천족과 마족조차 쳐다보기가 힘든데 시즈지가 아무리 각성하고 초월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무리였다.그러나 이제 보란 듯이 활짝 펴진 스물일곱 쌍의 빛과 암흑의 날개 앞에서 감히 못 하겠다 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미 은하계 천족과 마족의 책임자를 제압하고 카르마의 계약서까지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게 해보겠어요.”“다음에는 반드시 견딜 수 있게 하겠습니다.”
보조인격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들은 아이언은 돌려보낸다.
그리고 좁은 욕조 안이라서 밀착하다 못해 겹치듯이 누워 잠들어 있는 시즈지와 크롬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본성의 황궁으로 이동했다.
‘초능력자들의 한계가 이 정도면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군.’
황궁의 알현실에는 정체 모를 존재들의 준동과 크롬 공주의 납치로 인한 후계자의 문제로 프롬 여왕과 귀족들이 회의 중이었다.
그런데 모든 사태의 원흉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들어오자 일순 멍해지는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잠시 쉬세요.”
인사를 받은 귀족들이 뭐라고 반응을 하기도 전에 가공할만한 기세가 작렬한다.
파하하하하하학-!
초능력자 귀족들의 눈에는 폭발하는 빛과 암흑의 파동, 그리고 세계 전부를 불태울 기세로 타오르는 검은 투기가 보였다.
그와 동시에 몸 전체가 벼락에 맞고 용암에 빠진 듯한 충격과 고통이 전해진다.
“컥-!”
“크헉-!”
“으아아아악-!”
무방비로 너무나 과다한 정보를 받아들인 뇌와 영혼 전체가 비명을 지르고 전율했다.
나름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고 귀족의 직위를 얻은 고위 초능력자지만 너무나 격의 차이가 컸다.
구구구구구구궁-!
견디다 못한 초능력자 귀족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상위 존재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생체감각이 없는 기계 귀족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사태의 엄중함은 알고 침묵하고 있었다.
프롬 여왕은 강력한 초능력자 귀족들이 아무런 반항조차 못 하고 쓰러지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역시 주신 이상의 고위신이었다.
이러면 도저히 이길 수 없어.
고대문명이 무너진 이유도 상위 주신 한 명을 이기지 못한 탓이었지.’
최초에 많은 신계를 파괴하면서 이겨가던 고대문명의 고위 초능력자로 구성된 지휘부가 분노한 주신에게 학살당하면서 패배했다고 배웠다.
그러나 위엄을 잃지 않고 여왕의 자리에 앉은 채로 묻는다.
“역시 그대였나?
지성체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지?
또 수확이라도 할 생각인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했던 고대문명의 고위 초능력자들이 주신(主神) 한 명을 못 견디고 왜 전멸했는지 이제야 확실히 이해한 프롬 여왕이었다.
그래서 증오심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아이언은 태평하게 대답했다.
“이런 상태인데 수확이요?
보았자 적자예요.
들어가는 노력과 정기가 너무 아까운데요.”
아이언이 알현실을 가로질러서 걷기 시작하자 존재감을 느낄 수 없기에 멀쩡한 기계 귀족들도 위험을 느끼고 썰물처럼 물러섰다.
위협이 될 만한 무장이 없는 맨몸으로 보였지만 초능력자 귀족들이 영문도 모르고 비명을 지르면서 기절한 이상 대책이 없었다.
뚜벅-! 뚜벅-!
가까이 오는 아이언을 바라보는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는 모든 초능력을 폭주시킬 준비를 한다.
지금 기세에 못 견디고 쓰러진 초능력자 귀족들을 보니 주신 이상의 신족들은 대항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절실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굴복할 수는 없었다.
‘왜 우리만 무사한지 모르지만 대가라는 제약이 있는 초능력으로 이런 권능을 가진 고위신을 상대하기 힘들다.
그러니 각오해라.’
‘반드시 쓰러트리고 말겠어요.’
물론 승산은 전혀 없었다.
비장한 여왕과 공주를 보면서 아이언은 너무나 여유롭게 말했다.
“무엇보다 저는 이런 세계는 공짜로 줘도 안 가져요.
초기 투자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언제 원금을 회수할지 모르겠군요.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지요.
후후후후-! 조금 더 키우면 모를까?”
“.........”
서로의 숨이 느껴질 정도로 거의 근접해 왔다.
절호의 간격이라서 공격을 시도하려는 프롬 여왕과 아이언의 간격이 일순간 확 줄어든다.
털썩-!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의 공격은 발동되지 못했다.
공간과 시간을 장악한 아이언이 그대로 차원 이동으로 의자에 앉아있던 여왕의 허벅지 위로 앉아버린 것이다.
“!!!”
“!!!”
자신의 다리 위로 언제 어떻게 이동했는지 몰랐던 프롬 여왕은 경악했다.
‘순간 이동이 아니다.
그러면 내가 대응을 못 할 리가 없어.’
아이언이 시간과 공간을 멈추고 차원 이동했기에 아무런 반응도 못 한 여왕의 몸은 놀람에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투기도 급격히 줄어갔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여왕의 몸과 아이언이 밀착해있자 공격을 할 수 없어서 어쩔 바를 모르는 에메랄드 공주였다.
‘항상 구박하고 혼을 내지만 그래도 나를 특별하게 아끼는 어머니가 맞아.
그리고 제국의 경외를 받는 여왕임에는 변함이 없다.’
직접 공격을 해서 상처를 입힐 수는 없었다.
그렇게 여왕과 공주, 제국의 초능력자와 기계 귀족까지 전부 제압한 아이언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아주 좋은 사업을 제안하러 왔는데요?”
그 말에 프롬 여왕은 인상을 찌푸렸다.
당연히 서명은 하지 않았지만, 아직 아이언이 준 카르마의 계약서를 지니고 있었다.
‘나를 치료하는 대가로 크롬 공주가 유모로 넘어갔다.’
자신은 제국에 협조하고 에메랄드 공주는 본성을 안정화하는 대가로 이 정체 모를 고위신의 유모가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계약이었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정체 모를 존재의 유모 따위는 안 한다.
당장 크롬 공주도 돌려다오.”
확고한 거절이었지만 아이언은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
이미 프롬 여왕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바뀌면 어쩔 수 없이 내 유모가 될 수밖에 없다.
본인들만이 모를 뿐이다.’
자신이 은하계를 넘어서 세계를 주관하고 모든 초월자를 이끌고 혁명의 선두에 서게 된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돌아갈 본래 세계를 조금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릴 생각은 없으니 아무리 반대해도 변경될 수 없는 결과였다.
“그건 이미 끝난 일이고요.
이번 제안을 달라요.
연합의 영역을 전부 제국에게 드리죠.”
“!!!”
“!!!”
듣고 있는 기계 귀족들의 금속 얼굴에서 오류가 나서 갈라질 정도로 충격적인 대화였다.
연합에 속한 다른 고대문명의 후계자들 덕분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 프롬 여왕에게 숙원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고위신이 편을 들어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에 물었다.
“그 대가는 뭐냐?”
“없어요.
제 유모들에게 겨우 은하계 절반을 선물을 주는데 대가를 받다니 우습죠.”
기계 귀족들은 오랜 숙적이었던 연합을 마치 장난감처럼 주겠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프롬 여왕이 무엄하게 자신의 다리 위에 앉아있는 아이언을 공격할 생각을 그만두게 하는 발언이었다.
‘은하를 아무 대가도 없이 내게 주겠다니?
그럼 수확도 처분도 아닌가?
도대체 이 고위신은 무슨 생각인가?’
은하의 절반이란 광대한 영역의 권리를 포기하고 무엇인가를 노린다는 사실만은 알겠지만, 그 이상의 유추는 무리였다.
아이언이 다른 세계의 미래에서 온 고위 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상 정답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제국과 연합의 초능력자들을 초월자로 만들어 흑염 세력을 정반대로 추방하여서 진리의 추격 여파에서 피한다는 목적을 알지 못한다면 이해는 불가능했다.
아이언은 느긋하게 여왕의 허벅지 감촉을 엉덩이로 즐기면서 미소를 지었다.
‘후후-! 혼자 몸으로 제국을 일으킬 정도로 뛰어나지만 결국 지성체 수준이다.
지금은 겨우 은하가 문제가 아니냐.
최종적으로 초월자들의 혁명을 일으켜 신족을 탄핵하고 전장에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끌어내 내가 직접 쓰러트리려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명성을 얻어서 세력을 만들어낸다.
흑염 세력을 밀어붙이면 첫 번째 디딤돌로 충분하겠지.’
아이언이 최종적으로 진리에게 강자로 인정받아 본래의 세계로 복귀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모른 이상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 처리였다.
여왕의 허벅지 위에 앉은 채로 아이언은 손을 앞으로 뻗어 권능으로 초능력자들을 모두 일깨웠다.
“너희들도 이제 일어나.
이번 일의 핵심은 너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