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고대문명은 반란을 일으킨 죄로 전멸을 당했지만 어떻게든 명맥을 이으려고 처절하게 노력했다.
다시 전면전을 시도할 정도의 막대한 자원과 정보를 후계자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복수가 아닌 문명의 계승만을 바랄 정도였다.
‘후계자 대부분은 은하계에 흩어져서 몰래 활동하고 있다.
제국을 만든 프롬 여왕이 예외적인 존재였군.’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은 서로를 보면 알아볼 수는 있지만 모두 출신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치고 발설하지 않았다.
초능력이 통하지 않아서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고위신은 떠난 것 같지만 아직은 신족의 영향력이 커서 알려지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현재 인류가 신족을 숭앙하고 외부에서 이주해왔으니 정체를 들켜서 좋을 리가 없다.
그런 이유로 고대문명의 후계자가 아닌 천재적인 과학자나 숨어있던 재력가 정도로 알리고 움직였군.’
신족에 의해 다른 은하에서 중세 정도의 문명으로 이주한 현재 인류였다.
그들보다 워낙 높은 과학 문명과 정보를 고스란히 가졌으니 비밀을 유지하면서도 지배층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부분 한 행성의 왕이나 여왕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다음에는 신족에게 적대적인 방향으로 인류를 이끌었다.
‘사태를 파악한 천족이 왕이나 여왕이 된 후계자를 토벌해도 끝이 아니야.
행성 지하 깊숙이에 마련된 안전한 장소에서 자녀나 복제로 예비 후계자로 만들어서 버티어 왔다.
만약 예비 후계자까지 당했으면 다른 행성에서 보내오기까지 했지.
이런 존재들이 은하에 거주 가능한 행성에 전부 뿌려졌다면 천족이 아닌 신족이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전면전이 승산이 없으니 끝없는 은밀한 저항을 선택했군.’
실제로 행성 내부는 탐색하기 힘들고 정기확보를 위해 지성체나 행성을 전멸시킬 수 없는 신족에게 지극히 유효한 투쟁방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이다.’
은하계의 모든 행성을 거의 일순간에 탐색하고 찾아내는 차원권능을 사용하는 아이언의 존재를 고대문명은 예측하지 못했다.
더구나 아이언은 잡아낸 후계자들의 기억까지 모두 조사해서 예비 후계자들까지 모두 잡아내어 끝을 내버렸다.
물론 아주 작은 저항은 있었다.
‘신족에 저항하는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정신에 강력한 방어장벽이 설치되어 있다.’
어느 한 명이 잡혀도 정신을 읽히지 못하게 하여 다른 후계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고대문명이 후계자들의 의식을 들여다보고 정보를 얻지 못하게 조치도 해놓았지만, 창조신 정도의 고위신은 보지 못한 고대문명의 한계는 뚜렷했다.
‘창조신 앞에서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고위 정신체는 지성체의 의식을 읽어낼 수 있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이언 정도의 고위 정신체에게는 지성체의 어떤 정신 방벽도 의미가 없었다.
물론 고대문명도 초능력자가 걸은 정신 방벽이 정신체인 신족에게 완벽한 철벽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대비는 해두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반드시 파악된다면 아예 모르면 된다.’
알지 못하는 정보가 발각될 리가 없으니 토벌당하거나 사고로 죽은 후계자들의 보충을 제외하고는 서로에 대해 불필요한 교류를 금지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은하에 흩어져서 고대문명의 계승과 저항을 이어갔다.
‘나처럼 강력한 초능력자의 정신조차 읽는 고위신에게 걸리면 일망타진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지.
그래서 고대문명의 지배층은 후계자들에게 정신 방벽을 걸고 될 수 있는 대로 서로를 모르게 하고 교류도 금지했다.
만약 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나도 고생 좀 했겠군.
하지만 어떤 강력한 체계도 통제관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약해져.
이들은 깨어난 이후에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후계자들은 처음에는 충실하게 지켰다.
그러나 나중에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신족 대신에 은하를 관리하는 천족이나 마족은 충분히 감당할 정도로 전력을 쌓아서 안전해지자 곧 유명무실해졌다.
고위신과 직접 싸워본 적이 없으니 방심한 것이지.’
담당하던 행성을 넘어서 다른 항성계로 확대된 세력은 필연적으로 다른 후계자들과 충돌하게 되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 것이다.
‘동맹을 맺거나 갈라져서 적으로 싸우기까지 했으니 이제 서로 너무나 잘 알았고 있었다.
극비리에 마련한 행성 내부의 최후 은거지 위치까지 말이야.
덕분에 편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프롬 여왕에게 얻은 주요한 후계자들의 위치확인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잡아들인 그들에게서 뽑아낸 정보로 추적하자 풍부한 정보가 쏟아졌다.
덕분에 후계자 전원과 은거지를 빼앗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아이언이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문어발 확장의 최악의 단점이지.’
너무 밀접한 관계로 순식간에 체포되어 천국에 모여진 후계자들을 바라보는 아이언의 얼굴에는 조소가 감돌았다.
“외로움을 타는 인간은 결국 동료나 적을 찾지.
행성에 만족할 것이지 쓸데없이 확장하려던 욕망과 감정이 너희의 목을 조인 것이다.”
그렇게 은거지를 모두 빼앗기고 예비 후계자까지 남김없이 모두 잡혀서 천국으로 압송한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은 이를 부득 갈면서 정면의 위를 주시했다.
높이 만들어진 단상에 놓인 신계 주신의 영광의 자리에는 금발의 소년신인 아이언이 있었고 옆에는 정말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의 제국의 여왕 프롬이 앉아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돌아간 일인지 모를 바보는 없었다.
‘네가 우리를 신족에게 팔아넘겨-!’
‘아무리 적대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고대문명의 후계자가 이럴 수 있지?’
신족에게 멸망한 고대문명의 후계자가 신족에게 협조하다니 이런 배신도 없었다.
할 수 있다면 같이 당장 죽여 버리고 싶고 실제로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수차례의 공격시도가 소년신의 가벼운 손짓에 무산되고 엉망진창으로 당해버렸다.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잡힐 때부터 깨달았지만, 대항 자체가 불가능한 고위신이었다.
그러나 굴복은 할 수 없어서 몸서리쳐지는 투기의 위협까지 견디고 다시 달려든다.
짝짝-!
후계자들이 초능력을 사용하면서 달려 들어오자 아이언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제국의 초능력들자에게는 실망했는데 후계자들은 기대 이상이다.
하긴 은하계를 장악한 문명에서 긁어모은 인재들이니 당연한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신력포의 연사로 환영해 주었다.
“카하하하하! 과연 이구나.
신족에게 반역하고도 최후까지 살아남을 만해.”
흑염 세력의 발을 묶어놓을 만한 전력이 필요했는데 조금만 손을 보면 쓸 수 있어 보였다.
“독기와 생기가 넘치는 것이 참 쓸만해 보이는구나!
좋아-! 더 발버둥 치고 발악해 봐라.
힘껏 도와주마.”
“!!!”
영광의 의자에 앉은 채로 가볍게 신력을 발휘하자 수천 발의 황금빛의 빛줄기가 하늘에서 폭우가 되어 내리꽂힌다.
파파파파파파파-!
여기는 신계의 또 다른 중추인 천국이었다.
그 안에서 신족은 최대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아이언의 차원신력포는 어떤 초능력을 가졌어도 막을 수 없고, 온몸을 구멍투성이로 만드는 관통공격이었다.
바로 벌집이 되어서 쓰러지는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이었다.
퍼퍼퍼퍼퍼퍽-!
기관총을 난사하는데 맨몸으로 돌격한 것처럼 참으로 덧없는 죽음이었는데 기막힌 일은 바로 다음이었다.
몸에 수 없는 구멍이 나도 죽지를 못했다.
처음에 멋모르고 덤벼들었다가 산산조각이 났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또-! 또-! 안 죽는다.’
‘신족의 재생이나 부활 권능?’
‘한두 명도 아니고 이렇게 대규모의 부활을 항시 발동시킨다고?’
‘고대문명의 기록에서도 들어본 적도 없다.’
어떤 과학력과 초능력으로 회복해도 몸이 벌집이 될 정도의 부상이면 이미 죽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뇌리가 하얗게 변해간다.
빛줄기가 몸을 관통하면서 생기는 고통보다 더 큰 순간 재생의 고통이 덮쳐온다.
‘왔다!’
‘이것만은 견딜 수가 없어.’
원래대로라면 몇 년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면서 겪었을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다.
영혼조차 죽음과 부활이 동시에 교차하니 저절로 비명이 지르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그렇게 죽으면서 동시에 부활 당하는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을 쳐다보는 프롬 여왕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당혹스러웠다.
‘저들은 어차피 나의 제국에 대항하는 적이었으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하지만 이러면 곤란하다.’
다른 고대문명의 후계자는 처음에는 자신은 관심 밖이었고 이 소년신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욕설을 하면서 달려들었다.
그런데 아이언이 드물게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선고하듯이 말했다.
“상위 존재에 대한 모독은 원래 용서 없는 소멸이다.
그러나 나는 관대하니 무례는 반죽음 정도로 용서해주겠다.”
“!!!”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기계 손바닥이 튀어나오면서 파리를 잡듯이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아버렸다.
퍼어어어어억-!
욕을 하면서 공격을 했던 고대문명의 초월자들이 피떡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비참한 죽음을 두려워할 정도였으면 고대문명이 후계자로 남겼을 리가 없었다.
신족에 대한 반감과 원한에 대해서 철저하게 세뇌 교육받아왔으니 당연히 다른 더욱 의욕적으로 덤벼들려던 순간 피가 얼어붙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방금 납작해져서 피투성이가 된 동료들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울린 것이다.
“크어어어어어-!”
“아아아아아아-!”
뼈는 가루가 되어서 분쇄되고 근육은 압축되어 넓게 펴져 있다.
당연히 내장도 거의 종이처럼 납작해져서 살아있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멀쩡하게 살아있다.
‘차라리 죽이지 저렇게 살려둔단 말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저 꼴로 살 수는 없다.’
빈대떡 같은 육편의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눈동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굴러가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안 오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완전히 질려버린 고대문명 후계자들의 귀로 아이언의 웃음이 들려온다.
“후후-! 이것 참 이렇게 자비로우면 기강이 안 서겠지만 존경받는 영웅이 되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지.”
“..........”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고위 소년신의 입에서 자비와 영웅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온 순간 후계자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일반적인 정신을 가진 보통 신족에게 걸려든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미친-! 이게 무슨 자비냐?’
‘신족이 아무리 지성체를 가축 취급을 한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다.’
그다음부터는 절대로 아이언에게 직접 욕은 못하더니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프롬 여왕으로서는 머리가 안 아플 수가 없었다.
“크아-! 프롬-! 네가 신족들에게 붙은 것이냐?”
“으아아-! 네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나?”
“아아아악-! 우리가 누구인지 잊었어?”
슬슬 거칠어지는 비난의 말에 프롬 여왕의 안색이 확 달아올랐다.
자신도 영문도 모르게 납치되었는데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나도 갑자기 끌려왔다-! 이것들아-!
자기들이 약해서 잡혀 온 주제에 누구를 원망해?
아무리 설명을 해보았자 받는 대우가 워낙 다르니 통할 리가 없다.’
========== 작품 후기 ==========
정답 나와서 연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