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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계의 지배종족인 신족이 가진 권위는 명확했다.
창조주님이 지배층을 선출하기 위해서 종족 대전을 명령했고 최후의 승자의 권리로서 정식 인정해 주었다는 정보를 들으니 안색이 창백해질 정도였다.
그런 후계자들의 생각 변화를 지켜보는 아이언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나름대로 의미를 두려던 제한된 삶에 대한 열정도 끝없이 환생하는 것을 알면 무의미해진다.
지성체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기를 만드는 하부조직에 지나지 않아.
끝없이 제한된 삶을 반복하면서 정기를 만들어야 하는 운명이지.
이렇게 세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흐름을 알면 절망이 첫 번째이다.’
이렇게 지성체들이 부여된 반복된 죽음과 삶, 환생하는 운명의 의미를 깨달은 모든 초월자의 변화는 정해져 있었다.
정신체가 되어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발버둥이었다.
자신도 그러했고 이들도 그렇게 될 걸 알기에 아주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정신체로 진화를 축하한다.
가장 밑바닥이지만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겠다.”
처음 정신체가 되었을 때 가장 큰 위기는 신체를 유지할만한 정기 보충이 없거나 신계의 지원이 없는 경우다.
지성체 시절에 어떤 강자라고 할지라도 초월자가 되어 얼마 안 된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약한 아기나 다름없었다.
‘기껏 얻은 신체가 말라 비틀어 사라지고 바로 허신이 되는 것이다.’
정기도 원래 가지고 있는 분량밖에 없기에 강해지기는 고사하고 전부 소모하면 소멸한다.
그런 사실까지 신계 자아가 그들에게 접촉하여 정보를 넘겨주자 후계자들의 얼굴은 저절로 일그러졌다.
‘정신체는 음식을 안 먹는다고 굶어 죽지 않고 영원히 젊게 살 수 있다.’
‘정기만 충분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기에 물질이나 재물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정기가 없으면 현실에 관여할 수 있는 신체를 잃고 유령과 같은 존재가 된다.’
쏟아지는 정보는 생소했지만 귀중하고 정확했다.
‘정기만 있으면 신체유지나 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다.’
‘신계에 포함되어 있으면 정기 소모가 극소화되고 쉽게 강해질 수 있다.’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말단이지만 정신체가 되었으니 직접 경험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왜 신족이 직접 지배를 하지 않고 정기만을 원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기존에 가졌던 세력이나 물질은 지금 정신체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족은 정기가 충분하고 신계와 창조력을 가진 고위신만 있으면 생각만으로 얼마든지 최고 수준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쓸모도 없는 수준 낮은 재물과 자원을 얻기 위해서 지성체들과 경쟁하거나 골치 아픈 지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정기와 창조력으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존재에게 자원이나 인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실을 알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신체에게는 기본적으로 지성체가 가진 일반적인 물질이 아무 소용이 없어.’
‘강한 정기를 가진 지성체들이 많이 늘어나면 그만이다.’
‘창조주님에게 부여받은 신계로 환생시켜 정기를 회수하고 번영할 수 있다.’
신족은 죽음 이후의 일을 심판하여 정기를 회수하는 대신에 지성체의 수를 늘리고 행성을 보호한다.
삶에서 얻는 물질로 인한 만족이 목적인 지성체들의 지배층으로서는 전혀 충돌할 이유가 없었다.
‘정신체들은 지성체와 완전히 살아가는 방식이 틀려.’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지배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방해가 아니다.’
신족은 지성체들이 줄어들면 곤란하기에 오히려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를 해주는 처지였다.
고대문명의 지배층들에게 교육받은 과거 가졌던 지식과 새로 얻은 정보가 충돌하여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정신체들은 지성체들을 노예로 삼을 필요가 없다.’
‘노예들은 삶에 의욕도 없고 수동적이라서 오히려 정기를 약화를 시키기에 기피하는 상황이다.’
‘신족에게 지성체는 단지 많아지고 활기차게 살아서 강한 정기를 내뿜어주면 그걸로 충분해.
‘정기를 흡수하기 편한 신자가 되면 더 좋지만 힘들여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그럼 우리가 왜 신족과 싸운 거냐?’
여기서 후계자들에게 의문이 생겼다.
지성체의 지배층들은 물질을 원하나 신족은 물질이 아닌 정기를 원한다.
사실이 이렇다면 싸울 이유조차 없었는데 왜 고대문명은 반란을 일으켰느냐는 의문이었다.
‘고대문명의 지배층들은 신족에게 물질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나?’
‘그럴 리가 있나?’
‘우리가 속았다!
그들은 단지 우주를 지배하는 신족을 질투했을 뿐이야.’
아무리 새로 얻은 정보를 부정하려고 해도 정신체가 되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노골적인 적대나 행성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신족은 기본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니 고대문명의 지배층들이 자신들을 속였고 오해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이제 대충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안 아이언은 손가락을 튕겼다.
“진실을 알았느냐?
이제 정신체로서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겠지?
많은 정기를 벌 수 있는 그럴듯한 직장이 필요할 것이다.
강력한 고위신이 다스리는 신계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아니 이럴 수가? 너희들은 운이 아주 좋구나.”
신족으로서는 후계자들은 반역자였다.
그런 자신들을 신계로 받아들여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극히 자비로우면서 살벌한 조치였다.
탁-! 파라라라라라라-!
그런 상황을 장난스럽게 말하던 아이언은 허공에서 종이와 펜의 비를 내리게 했다.
후계자 모두의 앞에 종이와 펜을 내려준 아이언은 느긋하게 영광의 자리에 등을 기대고 말했다.
“마침 나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처지다.
지금이라면 과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계에 바로 받아준다.”
“........”
“........”
그리고 지성체로서 최하위의 난민 신세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계자들은 망설이면서도 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은 그 모습을 보면서 영광의 의자에서 술을 마시면서 말한다.
“나는 수습도 비정규직도 정리해고도 없다.
어차피 무능하고 약한 것들이 내 밑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알아서 소멸하거나 튀어나가겠지.
그러나 견딜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빠른 출세를 보장하지.”
하는 말마다 오싹한 소리였다.
그리고 방금까지 무참하게 고문하고 죽이던 상대의 밑으로 들어가야 하니 거부감이 컸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초월자의 신체가 되지 못한 육체가 신령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듯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육체가 아직 신체가 되지 못한 상태야.
이러면 신령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다.
‘정기도 새어나간다.
이 상태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정상적인 수련이 아닌 아이언의 권능에 의해 초월자에 입문한 탓이 컸다.
더구나 가진 정기나 적고 아는 것도 거의 없으니 신계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물론 혼자 살 방법이 있기는 했다.
‘신계를 통하지 않고 정기를 얻을 방법도 있다.
‘지성체를 통째로 잡아먹어야 한다.’
그러다가 미치거나 괴물이 되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무슨 회사의 채용 공고나 입사서류 같은 계약서의 내용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한두 명씩 서명을 시작했다.
‘공적이나 전공이 있다면 진급하고 그만큼 정기를 더 받는다면 공정하다.’
‘계약 기간도 본인이 원하면 그만둘 수 있다.
자신들이 굉장히 불리한 입장에서 강요당한 계약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노예 수준의 계약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대우가 후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떤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야.’
‘제약이나 함정은 없나?’
물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아주 상식선이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배신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만약 하면 신령연옥에 가두게 되어있군.’
‘감옥행인가?
그 정도 규칙은 어디서나 있다.’
‘계약 기간은 자유이니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바로 벗어나면 되겠지.’
그러나 그들의 착각이었다.
이 종이들은 아주 하위 등급이지만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계약을 반드시 준수시키기 위해 생각조차 관리하기에 서명하는 순간 벗어나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걸 너무나 잘 아는 아이언은 마음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 문구를 너무 쉽게 보고 있구나.
최하위급의 카르마 계약서이지만 정신체의 생각조차 통제하는 최강의 권능 계약서다.
충성 조건을 받아들이면 맹목적으로 따르게 한다.
너희들 수준으로는 배신이나 탈퇴할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최소한 창조신에 도달해야 다른 생각이 가능할 것이다.’
지성체들에게 일반적인 예의 같은 어떤 작은 약속도 강대한 상위 권능이 얽히면 절대적인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이언의 입장에서는 후계자들이 아무것도 모를 때 완벽하게 묶어버린 셈이었다.
그걸 모르고 하나둘 늘어나는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를 챙기면서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약할 때는 현실을 아예 모르는 것이 약이지.
이걸로 너희들은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영원히 영웅동맹이다.”
물론 일방적인 이득을 볼 수 없었다.
카르마의 계약서는 진리님의 권능이었다.
공정함과 강자를 우선하는 성향으로 일단 계약의 주재자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세계의 발전을 위해 일방적인 이득을 취해 하위자들을 붕괴시키는 짓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지금 후계자들에게 제시한 계약은 보수를 후하게 책정했기에 잘 받아들여진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강자에게 영광, 약자에게는 기회라고 하던가?
그러니 나쁜 대우는 결코 아니다.
내게 유리하나 이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계약은 아니다.
오히려 반역자인 이들이 빠르게 자리 잡고 강해지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지.’
물론 일차적으로 상대할 존재들이 흑염 세력이었기에 너무 과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창조신계에게 보여줄 기계군단의 조종자들을 쉽게 확보한 아이언은 느긋하기만 했다.
그리고 흑염 세력의 기세를 꺾고 반대편으로 쫓아낼 방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도적에서 의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강탈 예고까지 했다.
그리고 성공해서 명예를 얻고 이제 세력화의 조짐까지 보인다.
만약 성공하면 진리님의 추적에 현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
원래 흐름에서는 도주하는 흑염의 세력을 추적하던 진리님에게 현세계의 절반이 날아갔다고 했다.
흑염 세력의 규모가 커질수록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육십 명 정도로도 그렇게 되었는데 광범위한 세력권을 형성한다면 내가 있는 은하는 분명 전멸당한다.
빨리 원래의 도망자에 도적놈들로 다시 만들어서 쫓아내야 하겠군.’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보조인격들과 카르마의 계약을 할 때 붕대를 몸에 두르고 있던 진리님의 모습이 떠올렸다.
오싹-! 오싹-! 부르르르르르-!
단지 모습의 연상이었는데 온몸이 떨리고 소름이 밀려왔다.
‘그때는 어리고 약해서 못 느꼈는데 어느 정도 자라서 다시 떠올려보니 끔찍하다.’
마신황제의 마력은 근처도 못 가고 절대계 최강의 살기와 투기의 융합체인 흑염의 권능조차 두려움에 떨 정도로 살벌했다.
;한시라도 빨리 흑염 세력을 본래의 흐름대로 정반대 쪽으로 쫓아내야 한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 흑염 세력이 세력화되면 당분간 세력이나 키우면서 조용히 살려던 자신까지 큰일이었다.
‘빌어먹을-! 오백억 년 동안 창조주를 하시면서 아주 많이 온화해지신 거였어.
그런데 지금은 미쳐가던 일대 십중심들을 막 처단하신 직후다.
더구나 절대계를 제압하는 과정 중이시니 지금 잘못 걸리면 시범으로 무조건 죽는다.’
현세계의 최강의 신이라는 우주신 샤이니가 실질적인 패배를 당한 이상 신족은 자체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평화에 찌들어서 무능한 현세계 신족이 처리할 가능성은 없다.
그럼 내가 나서야 하나?’
같이 소멸당하기 싫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흑염 세력을 원래대로 약화하고 반대쪽으로 쫓아내야 했다.
결론이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 해야 할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