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흑염 세력의 난동으로 인하여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흐름의 변동에 아이언도 폭발 직전이었다.
특히 우주신들의 출현은 한참 뒤였는데 너무나 빨랐다.
‘이계 대신(異界 大神)의 과거라는 브라이트가 원래의 흐름과는 전혀 다르게 벌써 튀어나왔다.
더구나 흑염의 가호를 되살려가는 흑염 세력의 상승세도 심상치가 않아.
이러면 진리의 개입 이전에 내가 아닌 흑염 세력이 이끄는 초월자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이제 원래 흐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원래 흐름과는 전혀 다르게 변해 영원히 복귀하지 못하는 사태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는데 신족의 대응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흑염 세력이 원래의 무력을 되찾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내가 가진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상황을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있다.
바로 자신의 흑염의 권능을 완전히 봉인하면 끝이었다.
‘그럼 내 고속성장도 끝이지.’
가장 유효한 방법이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방법이니 열이 받은 것이다.
짜증과 분노로 등 뒤에서 전개되어버린 열세 쌍의 황금색으로 빛나는 투기의 날개는 상급 창조신조차 잡아먹을 기세로 펄럭인다.
“샤이니와 동격이라는 브라이트와 우주신들이 나왔다기에 기대했더니 이게 대책이냐?
그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
직접 싸우면 간단하게 처리될 일을 또 무슨 쓸데없는 이유로 창조신계에 묶여있는 것은 아니겠지?”
“으음!”
대응 전력은 그들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실제로 원래 흐름에서 흑염 세력이 도주를 선택하게 된 시작은 샤이니의 토벌단과 브라이트의 우주신들이 합류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번 흐름에서는 직접 나서지 않았다.
대신 신족 최고 위원회의 동원이라는 너무나 빠른 강경조치가 내려졌다.’
흑염 권능의 가호 부활로 강해진 흑염 세력과 직접 싸운 샤이니가 브라이트와 상의하면서 대응수준을 최대한 상향시켜서 판단한 탓이었다.
그리고 창조신장과 샤이니의 은퇴를 조건으로 최대한 빨리 조치를 하기로 했지만, 아이언이 거기까지 알 수는 없었다.
단지 신족 내부에서 어떤 거래와 정치를 했다고 유추한 정도였다.
“........”
상급 창조신이 보기에 이것도 너무 정확한 판단이었다.
우주신들의 직접 개입 금지는 창조주님의 은퇴 지시가 있어 제약이 걸려있지만 창조신장님의 권한으로 임시로 풀 수 있다.
‘하지만 우주신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바라는 최고위원회와 창조신장님은 결코 승인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창조신장과 최고위원회가 우주신들을 경계하는 수준은 거의 적대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브라이트님이 직접 와서 과거의 빚의 청산을 대가로 참전을 요구하고 창조신계의 운영을 대리해주는 수준이 바로 넘어갈 수 있는 한계였지.’
그런 명분 없이 직접 전투를 요구했다면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거부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다.
너무 핵심을 찔려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상급 창조신이 대답이 없자 아이언은 혀를 찼다.
“쳇-! 또 답답한 명분이나 권력싸움인가 보군.
이러면 결국 내가 직접 나서서 끝장을 내야 하지 않는가?”
신격만 높지 흑염 세력과 붙으면 바로 패배할 것으로 보이는 나약한 현세계의 상급 창조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더구나 현세계의 미래인 이계에서 아이언의 위치는 창조신장이었다.
그것도 신족의 생명을 손에 쥐었던 절대적인 독재자였기에 거침이 없었다.
“거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
만약 수작을 부리면 너부터 뼈와 살을 분리를 시켜 주겠다.
이렇게-!”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에서 방출된 황금빛 투기의 소용돌이가 화면 너머지만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올라간다.
거기에 포함된 상상조차 하기 힘든 투기의 위력에 등이 흥건하게 땀에 젖은 상급 창조신의 고개는 저절로 끄덕여진다.
팟-!
할 말 다한 아이언이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자 상급 창조신은 겨우 안정을 되찾고 속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우-! 초월자가 바로 최고 위원회의 자리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인정까지 받았다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이유가 있었군.’
체면이 있으니 내색은 못 하지만 초월자에게 이렇게 기세와 말싸움에서 밀리다니 엄청난 망신이었다.
‘저런 투기를 하고 있다니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어?
종족전쟁 시절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로군.’
현재의 신족은 평화만을 구가해 와서 전투를 몰랐다.
그러나 종족전쟁 시절에 우주신들은 지독한 투기와 살기를 방출하면서 싸웠으며 그래서 이겼다는 사실은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바로 옆에서 신계 주신이 무엇인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초리로 자신을 쳐다보자 헛기침을 했다.
“흠-! 흠-! 지원받은 전력이 저렇게 강하다니 걱정이 없겠군.”
“신계를 지키는 것이 아닌 단순한 적의 힘을 감소시키기 위한 지연전입니까?”
따지고 들기 시작하는 신계 주신의 눈에는 방금 아이언이 보였던 은은한 황금빛의 투기가 어려있었다.
상급 창조신은 약간 의아했으나 유사시에 신계를 포기하고 소모전으로 이끌라는 비밀 계획을 듣고 흥분상태라는 사실을 깨닫고 넘어간다.
‘화가 날만도 하지.
이걸 어떻게 달랜다.’
반발이 극심할 신계 주신들에게는 될 수 있는 대로 비밀로 하라는 명령을 받기에 인정해서는 안 되었다.
“그것도 저의 신계 주신의 권한을 빼앗아서 말이지요?
사실입니까?”
“그럴 리가 있나?
오해일세.”
그래서 자연스럽게 변명을 한다.
아이언의 투기에 위축된 상급 창조신은 당연히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그런 모습을 본 신계 주신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악물었다.
‘아이언의 말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규모 병력이 토벌에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고위 창조신 단 한 명만 파견을 보낼 이유가 없다.’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신계가 위에서 지휘하는 자들에게는 단지 장기판의 말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전부였다.
같은 혈족조차 쓰러트리고 얻은 영광을 이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
“방어와 정기 유지에 필수적인 구역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해체하고 투기장에 집중시켜.”
창조신계조차 자신과 신계를 장기판의 말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최후의 발버둥이라도 보여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지킬 수 없다면 뺏은 자들도 그만큼의 고통을 받아야 했다.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승리를 위한 광기와 흔들리지 않는 이성은 신계의 위기에 너무나 힘들어하고 있는 신계 주신과 일체화를 한지 오래였다.
“싸울 수 없는 관리신과 민간신들은 이제 모두 대피시켜라.
너를 지킬 수 없다면 최후에는 적과 함께 폭사하겠다.”
‘.........’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침략자에 대한 최후의 대처는 같이 자폭이었다.
감정이 억제된 신계 자아조차 할 말을 잃을 정도의 결단이었다.
절대로 적에게 승리를 넘겨줄 수 없다는 광기와 일방적인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이성이 결합한 판단이었다.
‘승인되었습니다.’
대답하는 신계 자아와 신계 주신도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방금 방출한 투기 회오리로 또 신계 저편으로 날려진 영웅동맹의 후계자들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아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아-!”
후계자들은 영웅왕과 초월자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영약에 흘리고 카르마 계약서의 충성 조건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덤벼들었다가 박살이 나기가 수십 번이었다.
기계신체의 파손부위를 계속 복구하고 같이 움직인 덕분에 일체화는 이루었지만, 여전히 아이언이 바라는 목표는 멀기만 했다.
쳐다보기만 해도 눈이 터져나갈 것 같은 투기와 살기도 어느 정도 버틸만해 졌다는 성과는 있었다.
그래서 과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탁-!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이언의 손가락 하나가 튕기자 거대한 투기의 소용돌이가 후계자들을 덮친다.
그리고 수십 번은 넘게 들려온 지시가 떨어진다.
“기계신체의 방어력과 권능에 도달하기 시작한 초능력을 일치시켜 막아라.
안 그러면 가루가 되어서 날아간다.”
정확하게 불가능이었다.
처음 탄 기계신체의 조종도 겨우 하게 되었는데 이런 거대한 기계 덩어리를 초능력으로 보호하라니 절대로 무리였다.
더구나 겨우 감이 잡혀가는 권능까지 사용하라니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파사사사사사사사사-!
용서 없는 거대한 투기의 소용돌이와 폭풍은 기계신의 신체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조종하던 후계자들까지 가루로 만든다.
“우아아아아아-!”
“까아아아아아-!”
몸이 먼지로 변해서 무너지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면서 비명을 지르면서 다시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안식도 길지 않았다.
지극히 귀찮은 어조로 아이언의 부활의 신언이 발동된다.
“리-!”
파아아아아아아아-!
아이언의 뒤에 서 있는 영웅황제 아이언에서 발산된 황금빛이 기계신의 몸체를 순식간에 복구한다.
“고-!”
멀쩡해진 영웅동맹의 기계군단은 전진을 시작하고 다시 아이언의 투기 회오리가 작렬하여 분쇄를 반복한다.
투하하하하하하하-!
이런 반복을 통해 후계자들이 스스로 기계신의 몸체를 복구할 정도로 익숙해져 간다.
그렇게 현세계에 아이언의 기계신 군단 영웅동맹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
단 일주일 만에 영웅동맹이 기계신체를 자신의 몸처럼 다루기 만들기 위해서 처절하게 몰아붙이는 아이언의 몸에서는 황금빛의 불길이 화산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
흑염 권능과는 전혀 반대의 속성의 보이는 이 황금빛 투기의 불꽃은 차원 일족의 신체로 발산하는 순수한 투기였다.
신력을 기반으로 해서 투기와 살기를 융합하여 위력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흑염의 권능은 흑염 세력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니 신력으로 변환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게 상당히 귀찮은 일이었고 기계군단의 진도도 잘 나가지 않으니 울화통이 터지고 있었다.
“강자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 말의 반대는 약자는 경멸당한다는 뜻이다!”
가벼운 손가락질로 발산한 투기였는데 신계 전부가 뒤흔들리는 투기 폭풍이 영웅동맹을 강타한다.
투가가가가가가각-! 파사사사사삭-!
더욱 강해진 투기 폭풍에 휘말린 기계신체들은 조종자와 함께 가루로 변해서 소멸한다.
그리고 영웅황제와 아이언에 의해 바로 부활한다.
화풀이의 의미도 있지만 지금 이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최하위 초월자로서 죽음에서 부활해도 신격이 떨어지지 않는 지금이 적기다.
강자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물러나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라.
그리고 최후까지 살아남아 강해져라!
영웅황제여 너도 쳐라-!”
아이언의 조종을 받은 영웅황제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바닥을 내리친다.
꽝-! 꽈꽈꽈꽈꽈꽈꽈꽝-!
투기로 바닥에 찍은 손자국은 일 킬로미터를 넘었고 여파는 신계의 궤도를 바꿀 정도였다.
그 안에 들어간 후계자들과 기계신체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끝없이 몰아붙여 오는 투기공격에 비명조차 지를 여유가 없었다.
가공할만한 강도의 투기와 살기에 압도되었다는 사실조차 잊고서 공격을 회피하고 여파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조금씩 여유가 생긴 후계자들의 입에서 끝없이 비명과 욕설이 흘러나온다.
“크허허허허허허-! 제길-!”
“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뭐야?”
죽음과 부활의 고통은 지성체들에게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끝없이 반복하니 무디어져 가는데 그 사실이 더 미칠 노릇이었다.
기계신체와 신체가 동시에 부활하니 지금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계신체를 조종하고 있는지 조종당하고 있는지 구분이 모호해져 가는 것이었다.
지금 후계자들은 영웅왕과 영약을 얻기 위한 싸움인지 조금이라도 덜 죽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가는 영웅동맹의 귀로 천둥처럼 아이언의 의지가 담긴 신언이 울린다.
“검의 경지에 검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신검일체(身劍一體)라고 한다.
단순한 금속 덩어리를 몸처럼 다루는 경지에 도달하는 지성체조차 극히 드물다.”
이제 투기 폭풍에는 어느 정도 적응된 영웅동맹의 후계자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다.
과꽈꽈꽈꽈꽈꽈꽝-!
아이언의 몸에서 발산되는 투기의 해일이었다.
상급 창조신조차 떨게 했던 강대한 위력에 또다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휘말려서 전원이 소멸한다.
“그런데 너희들이 이루어야 할 경지는 기신일체(機神一體)!
권능을 사용하는 기계신과의 융합이다.
일반적인 지성체들은 절대로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계신체와 신령을 일체화시키고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면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
죽어봤자 떨어질 신격도 없는 지금이 바로 기회이다.”
“으아아아아아-!”
후계자들의 입장으로는 의도와 효과는 더없이 좋은데 방식이 정말 악질이었다.
그러나 빨리 아이언이 요구하는 경지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 고통이 끝이 안 난다는 사실은 확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투기의 해일에 먼지로 변해서 소멸했다가 이제 자력으로 복구를 시작하는 영웅동맹이었다.
대처가 늦을수록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나온 조건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슈가가가가가가가-!
모래처럼 부서진 기계신체가 일체화된 후계자들의 신령에 의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재생된다.
더구나 본인들이 가졌던 지식까지 투입하여 기능을 강화한다.
초월자 특유의 투기와 살기가 높아져서 아이언의 투기 해일을 막는 방어막을 치려 했다.
그제야 아이언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게 기계신체와 신령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라.
그래서 정신체로서 권능과 기계신체의 물리력을 동시에 손에 넣어서 동시에 증폭시켜야 한다.
이 경지를 이루지 못하는 한 상위 정신체와의 승부에서 이길 방법은 없다.”
화답하듯이 일만의 기계신체들이 뭉쳐서 해일에 견딜 방파제를 만들어낸다.
꽈우우우우우우우웅-!
투기의 해일에서 버틴 후계자들은 기쁨을 표하기도 전에 다음 벌어지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
지금까지의 공격은 장난이었다.
그렇게 주장을 하는듯한 시야를 모두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투기의 소용돌이가 덮쳐오고 있었다.
‘초월자들의 오의 중 최강이라고 말했던 은하유성(銀河流星)!’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 모르지만, 공간이 뒤틀리고 시간이 어긋나는 모습이 정확하게 보일 정도였다.
시공간까지 뒤흔드는 이 투기의 회오리 공격은 이미 보았기에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저절로 의문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걸 지금 우리가 어떻게 막으라고-!’
‘설마 우리를 죽이고 되살리는데 재미가 들려서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투기의 해일조차 막아낸 방파제가 일순간에 증발한다.
슈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그리고 신계의 방어벽까지 꿰뚫고 나가버린 은하유성의 회오리를 본 아이언은 솔직히 잘못을 인정했다.
“아 실수-! 잘 막기에 조금 과했다.
어느 정도 도달한 것 같으니 휴식을 취하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