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이언의 입장으로서는 정말 드문 일이지만 칭찬을 하면서 보상까지 주었다.
“이건 상이다.”
탁-! 팟-!
영웅황제에 의해 금방 다시 살아난 후계자들에게 세계수의 술이 한잔 씩 돌려진다.
그리고 아이언은 다음 처리할 일을 위해서 차원 이동을 했다.
남은 것은 각자의 눈앞에 떠 있는 술 한잔이 다였다.
후계자들로서는 그렇게 험하게 굴려진 보상이 겨우 이 정도냐고 성질을 부릴만도 했다.
하지만 수없이 죽이고 바로 부활까지 시킬 수 있는 상위 존재에게 덤빌 용기는 이제 없었다.
이런 감당 못 할 짐을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멸망한 고대문명의 어리석음에 원망이 생길 뿐이었다.
‘우리보고 이런 존재들하고 싸워서 복수해달라고?’
‘잘 망했다. 미친 것들.’
부들거리는 손으로 허공에 떠 있는 술잔을 잡는데 저절로 한탄이 흘러나왔다.
“후우-! 어쩌다가 우리 운명이 이렇게 되었지?”
“흐윽-! 약해서지 또 다른 이유가 있겠나?”
하나둘씩 울음이 섞인 불평이 물밀 듯이 터져 나온다.
물론 아이언이 술잔을 돌리자마자 어딘가로 떠난 사실을 알기에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술잔을 버리거나 던지지는 않았다.
신계 자아에 의해 세계수로 만들어진 술이 정신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영약인지를 모르는 존재는 이제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하위 초월자의 신격에 영웅황제가 주도한 부활에 정기를 소모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적 타격이 극심해서 신체조차 위기다.’
지금처럼 위태로운 상태에는 이런 고농도의 정기가 즉효임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꿀꺽-!
술이라는 형태를 한 강렬한 정기가 전신에 퍼지는 느낌은 환상적이었다.
지성체 시절에 누렸던 어떤 쾌락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다.
여운을 즐기기도 전에 바닥난 잔을 아쉽게 쳐다본 후계자들은 불평을 내뱉었다.
“크으으-! 좋기는 하지만 너무 적잖아?”
“누구는 술병을 받고 우리는 그 고생을 하고도 겨우 한 잔이냐?
“그러게 말이야.
지배층인 신족답게 팍팍 쓰셔야지.”
“하여간 신족은 가진 것도 많으면서 쪼잔하다니까.”
얼마 전까지 신족과 적대하던 이들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 일부의 인원은 당장 가로막았다.
“입조심 해!
여기는 신계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신계 소속이다.”
“벌써 충성이냐?
따로 보상이라도 받았나?”
비아냥이 날라온다.
이제까지 저항을 계속하던 신족의 부하가 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후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자는 소수도 만만치 않았다.
“뭐라고 했냐?
그럼 어떻게 하자고?”
“깔끔하게 죽을 수도 없는데?”
“그렇게 기개가 있고 잘 났으면 직접 덤비지그래?”
그러나 이런 소요도 잠시였다.
아이언이 다시 영광의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황금빛 투기가 타오르는 아이언을 본 후계자들은 모두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추가로 지시할 일이 있다.”
“하-! 말씀만 하십시오.”
방금까지의 논란은 싹 사라지고 일치단결해서 외친다.
눈앞의 고위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이고 얼마나 지독한 성향인지 며칠 동안 뼈저리게 느낀 덕이었다.
잘못하면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공포와 카르마의 계약서에 동의한 충성의 맹세가 딴생각 자체를 못하게 하니 이런 현상이 당연함을 알고 있는 아이언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관객이 부족해.
천국과 지옥으로 소환된 초능력자들을 전원 휘하에 넣고 단련을 시켜라.
최소한 이 기계신체들을 초능력으로 움직일 정도는 되어야 한다.”
허공에서 수만 개의 기계 인형들이 떨어진다.
아이언은 제국이 가지고 있던 구형과 연합이 가지고 있던 전량을 거두어 오고 약간 개조한 것이다.
구구구-!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계신체들을 본 초능력자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후계자들이 아이언에게 받는 수련을 보면서 떨고 있었는데 이제 자신들의 차례였다.
“천국과 지옥에서는 죽여도 상관없다.
이 기계신들을 초능력자들이 어떻게든 움직이고 손뼉을 칠 수 있게 만들어.
그래야 관객이라도 하지.”
“하-! 맡겨주십시오.”
후계자들의 즉답과 함께 또다시 차원 이동을 한다.
아이언은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가 되살아난 흑염 세력과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아주 많았다.
후계자들은 또 가혹한 수련이 시작되나 초긴장을 했다가 오히려 시키라니 신이 났다.
“움직여서 손뼉 치는 것 정도야 간단하지.”
자신들의 명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따라온 초능력자들이니만큼 잘해줄 생각이었다.
겨우 손뼉을 치게 만들면 끝이라니 힘들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곧 기겁한다.
“이게 뭐야?
박수는 고사하고 기동도 못 시켜?”
넘겨준 기계 인형 병기가 기계신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현실을 조정하는 권능을 가진 기계신을 지성체가 조종한다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럴 리가 없어!
우리는 너희들의 수준에 융합까지 해냈다.”
순수한 능력의 강함으로는 초월자에 도달한 강자도 있었는데 누구도 기계신체를 조종하지 못한다.
그제야 자신들이 왜 그렇게 가혹하게 몰아붙여 졌는지 깨달은 후계자들은 다급해졌다.
“큰일 났다.
이래서는 탑승도 못 시켜.”
아이언이 명령을 직접 했는데 하지 못하면 어떻게 험악하게 나올지는 이제 알 수 있었다.
수련을 빌미로 가혹하게 죽음과 부활을 강요할 것을 예상되었기에 어떻게든 방법을 짜낸다.
“일단 융합은 포기하고 간단한 직접 조작부터 해보자.”
이런 사태를 예상한 듯이 구형 기계 인형들은 기계신으로 재창조가 되었지만, 기본 조작장치가 살아있었다.
“조종간이나 버튼으로 조종할 수 있는 조작장치가 붙어 있다.”
“그런데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구형이지만 나름대로 최종병기이니 당연히 고도의 조종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니 바로 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없고 여기저기 난리가 벌어졌다.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자 좋은 모습으로 대하는 방책을 포기한 후계자들은 험악하게 몰아붙였다.
“이것도 못하면 우리처럼 죽을 줄 알아.”
“여기는 너희들이 살던 은하계가 아니라 천국이다.”
어차피 부활이 되니 후계자들은 진짜 죽일 생각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들도 그렇게 험하게 배웠는데 곱게 가르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도저히 못 하겠다고 버티는 초능력자를 기계신체로 밟아 버리는 후계자들까지 생겼다.
“말 안 들으면 죽인다!”
인내력이나 품위는 아이언에게 철저하게 당해서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그리고 엄청난 희열을 맛보았다.
과거라면 만만치 않은 고위 초능력자인데 기계신의 물리력에 권능에 도달하고 있는 자신들의 초능력이 합쳐지자 말 그대로 개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기계신과 신령으로 융합한 나의 힘인가?
‘나 너무 강하잖아?’
일부의 초능력자들은 단합해서 덤벼들었지만, 기계신에게 상처 하나 내지 못하는 광경을 보니 내심 기쁨에 휩싸이는 후계자였다.
‘내가 약한 것이 아니었어.
저쪽이 너무 강한 탓이었구나.’
‘지긋지긋하게 죽었다 부활한 보람이 있다.’
그렇게 자신감을 되찾은 후계자들은 초능력자들을 강제로 교육하면서 기동연습을 시킨다.
“못 움직이면 죽는다는 각오로 달려들어!”
실제로 죽여버리고 천국의 부활에 맡겨버리니 초능력자들도 기겁하면서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의 기계신 군단 영웅동맹은 그렇게 완성되어갔다.
그때 아이언은 프롬 여왕과 마주하고 있었다.
겨우 며칠 만에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기에 환한 얼굴이었고 아이언을 보자 더욱 미소가 짙어졌다.
“어서 오십시오. 아이언.”
“어머니?”
프롬 여왕이 복귀했다는 정보에 연합의 주력함대를 제국의 함대를 총동원하여 순식간에 정리하고 복귀한 에메랄드 공주가 놀랄 정도로 공손한 태도였다.
‘혹시 끌려갔을 때 세뇌라도 당하셨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화사한 미소까지 띄우고 있으니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여왕은 과거에 기계 귀족들과 제국에서 정체 모를 존재들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모두 제거했다.
그래서 아이언이 누군지 모르지만 심상치 않은 기운과 환대에 긴장하고 있는 기계 귀족들이었다.
아이언은 그들의 앞을 시선조차 주지 않고 지나서 프롬 여왕의 허벅지 위에 앉는다.
“......”
프롬 여왕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보기에는 절세의 미소년인 아이언을 그대로 편하게 앉게 했다.
옆에 앉아있던 에메랄드 공주는 아이언의 눈동자에서 이글거리는 살기와 투기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제압당해버린지 오래였다.
초능력의 제어장치를 발동하고 있는 기계 귀족들을 쳐다본 아이언은 화를 내면서 외쳤다.
“너희들 때문에 내 재산이 줄었다!
누가 배상할 것이냐?”
다짜고짜 갑자기 자신들에게 재산 이야기를 하자 이해가 가지 않는 기계 귀족들이었다.
초능력자들이 갑자기 전부 사라지고 나서 맹세코 특별한 일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제 초월자에 입문한 프롬 여왕은 접촉된 피부를 통해서 전해지는 강대한 신력과 정기에 놀라면서 물었다.
아이언은 분을 참으면서 외쳤다.
“이번 은하제압으로 인하여 거주 가능한 행성이 열 한 개가 소멸하였어요.”
“아!”
그제야 아이언이 왜 화를 내는지 짐작한 프롬 여왕이었다.
초월자가 되면서 정신체에 대한 기초지식을 신계 자아로부터 넘겨받아서 어느 정도 알았다.
‘은하계에서 지성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은 극히 적기에 신족에 의해 특별관리가 된다.
그리고 신족의 주신들에게는 바로 행성들이 재산이 된다.’
그래서 제국에 복귀하자마자 기존의 무분별한 자원 채취를 중지하고 전쟁 중에도 피하라고 지시를 했었다.’
아이언이 자신을 유모로 삼기 위해서 특별취급을 하고는 있다.
‘후계자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니 절대로 자비로운 존재는 아니다.’
정신체는 지성체들의 권력다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은하계의 정신체는 아이언이 지배하고 내가 지성체를 관리한다.’
서로 개입할 명분을 전혀 만들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이미 기반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전쟁 중이라 행성파괴를 중지하라는 지시가 잘 지켜지지 않은 모양이구나.
열 한 개나 파괴되었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프롬 여왕은 에메랄드 공주를 쳐다보면서 정확한 사실이냐고 의지를 보내는데 바로 부정의 대답이 돌아온다.
‘행성의 파괴는 처음 듣는 일이에요.’
에메랄드 공주는 연합의 초능력자들 부재를 틈타서 일주일 동안 연합의 주력함대를 처리하면서 일만대 정도의 우주 전함과 일천만의 군인을 처단했다.
당연히 행성파괴를 할 여력이 없었다.
‘에메랄드는 함대전을 주관했으니 행성의 점령전을 할 리가 없다.
그럼 기계 귀족들이 움직였나? ’
함대를 수족처럼 조종하는 에메랄드 공주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전장은 우주 공간이니 행성제압은 기계 귀족들에게 맡겼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지시를 명령을 내렸지만, 정체 모를 존재들을 숨겨야 했기에 권고수준이었다.
‘차후의 지배를 위해서 삶의 터전인 행성파괴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는데 기계 귀족들이 어겼군.’
기계 귀족들이 전쟁을 틈타서 그동안 골치를 아프게 했던 연합 저항세력들의 거점이기도 한 행성을 통째로 없앤 것으로 보였다.
‘우주 공간에서 제약이 없는 기계 귀족들에게 지성체들이 살 수 있는 행성은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일일이 도시를 제압하는 방식보다 행성 자체를 통째로 없앴구나.
이 어리석은 것들! 갑자기 내려진 지시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계 귀족들은 기계 몸을 가진 존재들로 은하의 통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쓸데없이 평범한 인간이 늘어날 수 있는 행성을 줄이고 저항이 극심한 행성은 아예 지워 버린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아이언의 분노를 샀다.
“이 은하계의 모든 별은 내 것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제멋대로 처분해!”
지성체가 죽으면 영혼을 지옥이나 천국으로 회수해서 정기를 짜내면 된다.
허나 지성체를 늘릴 수 있는 생활공간인 행성이 감소 되면 다른 불모지 행성을 막대한 정기와 노력을 들여서 재개발해야 했다.
그래서 무분별한 행성파괴는 은하계의 신계 주신으로서 용서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이언은 알현실을 환하게 밝힐 정도로 강렬한 황금빛을 발산하면 기계 귀족들을 노려보면서 외친다.
“어리석은 지성체들이 서로 싸우다 죽는 일은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다.
왜 행성까지 건드냔 말이다?
설마 초월자가 될 확률도 낮고 정기도 약한 기계 인간 따위가 행성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상황을 모르니 전혀 주제 파악을 할 줄 모르는구나.”
더 말하기도 싫은 아이언은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만을 들어서 그대로 위로 올렸다.
“지성체 주제에 감히 신족 소유의 행성을 마음대로 파괴를 했다.
일단 처벌부터 하겠다.
죽음을 선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