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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117화 (1,117/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무도 없고 혼자 있으니 아무런 부담 없이 바짝 고개를 숙이면서 간청한다.

“부디 영웅동맹과 은하유성 아이언을 다른 곳으로 배치해 주시면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허허.”

최고 위원회의 정식위원인 상급 창조신답지 않은 모습에 헛웃음만 내면서 할 말을 잃은 브라이트였다.

다른 두 곳의 신계도 이와 똑같은 반응이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생살여탈권과 면책권이 이렇게 파장이 클 줄이야.

종족전쟁 때는 일반적이었는데 이렇게 반발이 클 줄 몰랐군.’

다른 두 개의 신계 주신들도 원래 권한 부여를 반대하던 창조신장조차 당황할 정도로 매달려서 사정하고 있었다.

자신과 신계의 운명이 다른 누군가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신계 주신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양보 좀 하고 받아라.’

‘어떻게 하는 소리가 주신이나 창조신이나 똑같나?’

우주신들은 어떻게든 자기만 살겠다는 한심한 작태에 지극히 한심한 표정으로 외면한 지 오래였다.

브라이트가 보기에 이러면 원인 제공자가 풀어야 했다.

“반응들이 이런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아이언.”

최상급 창조신의 수좌 자리에는 아이언 본인은 없지만 커다란 화면이 떠 있었다.

그 화면 너머에서 커다란 가슴을 가진 여성의 품에 안겨 앉아있는 아이언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하면 사라질 부하들의 인망이나 사정 따위는 알 바 아니지 않소?

이미 영웅황제와 영웅동맹은 주신이 다스리는 신계로 보냈소.

다른 신계로 속히 토벌단과 초월자들을 보내시오.”

작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직접 올 수 없어서 화상만 보고 있지만 실로 단호한 발언이었다.

“시간 예고를 뺀 것을 보니 차례로 달려들 모양이오.

한 개의 신계에 흑염 세력의 전원이 덤벼들 확률이 아주 높소.

그러니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오.”

“알고 있네.”

브라이트와 우주신들은 한 곳의 시간만 예고한 이번 예고 강탈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비상을 내렸다.

그리고 주변 신계의 정예들을 동원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이미 안면이 있는 상급 창조신을 바라본 아이언은 일단 욕설부터 날렸다.

“너 인마-! 네가 지금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냐?

어차피 지면 끝장인데 무슨 피해를 두려워해?

더구나 창조신이면 주신에게 모범을 보일 생각으로 혼자서 처리하겠다고 말을 왜 못해?

그리고 원군을 가려서 보내달라고?

너 제정신이 아니지?

창조신을 어떻게 달았어?”

상위 최고위 창조신 좌석에서 듣고 있던 우주신들이 아주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 끄덕!

거기에는 브라이트와 창조신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까부터 자신만은 끝까지 지켜달라고 애원하는 신계 주신들을 상대하느라 아주 지긋지긋했는데 창조신까지 이렇게 나오니 짜증이 폭발 직전이었다.

‘창조신의 체면을 지켜라!’

이렇게 쏘아붙이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는데 아주 속 시원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다른 주신들처럼 한심하게 벌벌 떨지 말고 창조신답게 여유를 보이란 말이다!

준비나 시작해.”

그 말에 상급 창조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자.

아이언의 지시대로 신계 전부를 갈아엎어서 투기장을 만들고 개인 신전을 파괴하여 대로를 만든 신계 주신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 때문이다.

‘신계 주신을 후계에 인계하고 아이언의 명령을 받아서 극비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초월자의 부하가 되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다.’

그런데 아이언의 지시는 전혀 의외였다.

“어리석게 똑같은 수법을 쓸 생각은 없다.

이번에는 신계 개조는 필요가 없으니 정문 앞에다 연회 준비나 해놔.

다른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

“......”

“......”

아주 속 시원하게 듣고 있던 브라이트와 우주신, 창조신장까지 의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신계를 전부 함정으로 개조하고 결전을 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뭘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참석할 손님은 나와 흑염 세력 육십 명이다.

그들과 한판 붙고 싶은 투신이나 전신이 있다면 신청을 받고 추가로 자리를 마련해.

특히 신생의 마지막을 전장에서 싸우다 죽고 싶은 투신이나 전신이 있다면 대환영하지.”

거침없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지시를 쏟아낸 아이언은 마지막 협박을 잊지 않았다.

“이번에 싸우는 것은 나만 한다.

대신 넌 죽을 각오로 화려한 연회를 마련해라.

만약 누가 와도 만족할 정도로 준비하지 못해서 나를 부끄럽게 하면 흑염 세력을 손보고 난 뒤에 바로 너의 차례다.

후계랑 같이 유서를 써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 일 해.”

그리고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어버린다.

파아앗-!

상급 창조신의 화면이 검어지자 잠시 연회 준비를 왜 시키는지 생각하던 브라이트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려는지 짐작이 간 것이다.

다수의 영웅신들에게서 중앙핵을 막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수밖에 없었다.

“정말 진심으로 해볼 생각이군. 아이언.”

이야기는 통하는 상대는 즐겁다.

특히 서론과 본론을 빼고 결론만 할 수 있다면 더 없는 대화였다.

아이언은 쾌활하게 말했다.

“물론! 마음에 안 차지만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가 걸린 승부다.

누구도 내 직위를 반론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부셔주지.”

놀라운 자신감이었다.

그래서 신세대 신족의 약함에 실망하고 있던 참이라서 만족스러운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는 브라이트였다.

“훗-! 최고위 창조신도 불만인가?

그 이상의 직위는 창조신장 밖에 없다네.”

그 말에 창조신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내 자리라도 내주라는 뜻인가?

창조신장이 힘만으로 되는 자리인 줄 알아?’

어떻게 생각해도 좋게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위험한 대화였다.

그러나 아이언은 아무런 고려도 없이 바로 크게 외쳤다.

“창조신장은 신족만의 최강자다.

그러나 허계라고 부르는 절대계에는 그 이상의 직위가 열 개나 있다고 하더군.

들어는 봤나?

절대계 십중심(絶代界 十中心).”

“......”

그 단어를 들은 창조신장과 브라이트, 우주신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각 계열의 절대 권능을 개척하여 허계를 넘어서 현세계까지 명성을 진동시킨 그들의 이름을 여기 있는 존재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황금(黃金) 아리오리나 라마세스 : 성전사(聖戰士) / 황금시대(黃金時代).’

‘바람의 한진호 : 무사(武士) /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

‘대신(大神) 포오스 : 권능(權能) / ?’

‘흑염(黑炎) 루카 에일레스 : 투사(鬪士) / 파호톤’

‘검편(劍蝙) 아스나스 : 검사(劍士) / ?’

‘소마(笑魔) 크리스 : 마력(魔力) / ?’

‘일원(一圓) 파이 2대 : 방어(防禦) / 파이’

‘일선(一線) 라인 2대 : 공격(攻擊) / ?’

‘대수(大手) 세스티아 : 창조(創造) / ?’

‘회색(灰色) 사이안 : 현자(賢者) / ?’

이들 십중심(十中心)은 고작 열 명의 무력으로 허계의 창조주와 전 세력을 억눌렀다.

영원체들의 공격조차 이겨내고 마침내 허계의 모든 권리를 양도받은 절대 강자들의 이름이었다.

‘일부는 어떤 절대 권능을 완성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끝내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선보였다.’

‘모두 정신체, 초월자들이라는 점이 충격적이었지.’

‘창조주님은 똑같은 일이 현세계에서 벌어질 것을 두려워하셨다.

그래서 너무 강해진 우주신들은 강제 영면을 하게 만드셨지.’

개인의 힘만으로 세계를 잠시나마 손에 넣었던 십중심은 현세계의 총지배자인 창조신장으로서는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기도 했다.

브라이트는 이제 험악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창조신장을 골치가 아프다는 심정으로 아이언이 못 보게 살짝 가리고 달랬다.

“현세계의 십중심(十中心)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

그런 생각을 드러내면 아주 위험하다네.”

어떤 주장을 하거나 미래를 이야기하면 반드시 거기에 반대하는 세력에게 적으로 낙인찍힌다.

그러니 이런 황당하기까지 한 갈망은 되도록 숨기는 편이 좋았다.

“하? 세계를 강탈할 생각은 없다.

세계 그 자체인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직위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래서 미쳐서 결국 토벌당했지 않는가?”

화면 너머에서 황금빛의 투기가 아이언의 몸을 휘감는다.

우주신들조차 위축될 정도로 강대한 투기를 품어내면서 외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현세계 최강이다!

아무리 높은 직위도 넓은 영역도 모두 그걸 위한 기반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답게 순수하게 최강의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

어릴 때의 자신도 꿈꾸었고 어느 정도 실현했던 목표였기에 나직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후후! 그러면 상관없겠지.

그럼 어떤 십중심, 계열을 바라나?”

“당연히 최강의 황금이지!

머리와 입만 아픈 회색이나 무식한 흑염은 아주 싫어.”

이대 회색의 절대자인 미래의 자신이나 직접 가호를 내려주고 있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알면 맞아 죽을 소리를 하는 아이언이었다.

그러나 알리도 들을 리도 없기에 태연했다.

무엇보다 아이언은 흑염의 권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릴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전이기도 했다.

“허허. 최강의 황금이 되고 싶다?

그것참 직설적이고 알기 쉬운 이유로군.”

자신에게 직계가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흐뭇한 미소를 짖는 브라이트였다.

다만 우주신들과 창조신장의 안색은 영 좋지 않았다.

‘현세계 최강이 목적이었던가?

그러면 왜 저렇게 무모하게 덤비는지 이해가 되는군.’

‘최고 위원회조차 만족하지 못할 만하다.’

‘하지만 이미 최강의 경지에 도달한 브라이트면 모르지만 다른 존재들에게는 굉장히 위협적인 생각이야.’

‘초월자라면 더욱 그렇지.’

어떤 존재가 최강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른 존재들은 모두 패배해야 한다.

수많은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무수한 패배자들은 필수였다.

화면 너머에서 황금빛의 투기를 품어내는 아이언을 다시 본 우주신들의 안색을 급격히 어두워진다.

‘으음! 이거 안 좋아.’

‘허어! 못 이기겠어.’

아이언에게 당한 패배자 중에 자신들의 모습이 그려지자 지극히 불쾌해진다.

그러나 우주신들은 고개를 흔들면서 나쁜 생각을 떨구었다.

‘현재의 변해버린 상황과 현역시절 따라갈 수 없던 영웅신인 샤이니의 곤란을 보고 나서 현역 복귀는 포기했다.’

신체 역시 권능을 수월하게 사용하기 위해 브라이트처럼 노신(老神)으로 바꾼 지 오래였다.

‘어차피 우리는 이번 일이 끝나면 잠을 잘 것이니 상관없지.’

‘미래는 현재에게 맡겨야 해.

불안하다고 과거가 나서면 비극이다.’

그렇게 애써 불안과 부러움을 떨군 우주신들에게 아이언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고 화면을 껐다.

“거기 영감들도 오려면 와.

화려하게 최후를 맞게 해주지.”

“......”

지극히 예의라고는 없고 도발 같은 말투지만 이상하게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기껏 돌아왔는데 반기는 존재는 고사하고 대화조차 청하는 존재가 없다.’

기세를 피우면 고위 창조신조차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데 이런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니 반가울 뿐이었다.

그리고 제안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영면보다 싸우다 사라지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창조주님이 언제 깨워주실지 기약할 수 없는 잠보다 낫겠지.’

잠이라고 하지만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르니 지성체의 죽음과도 같았다.

격렬한 전투들을 승리로 이끌어 여기까지 온 이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최후였다.

더구나 이번 상대는 허계 십중심 중 최강의 광전사였던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의 직속세력이었다.

‘단 오십 명으로 허계의 일 할을 담당했던 타락한 영웅신들이 상대라면 마지막에 같이 갈 상대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우주신들은 뭔가 기대를 품고 브라이트를 쳐다보려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혀를 차고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쯧-! 저기는 애 보기 바쁘군.’

‘신세대 신족만이 아니라 창조신장도 너무 어려.’

‘쯧! 신족의 총지배자가 저렇게 감정이 풍부해서 어디다 쓰나?’

브라이트는 아이언의 막 나가는 언행에 삐진 것이 확실한 창조신장의 마음을 풀어주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허허. 뭘 그렇게 화를 내시오.

최강의 존재를 노리는 것은 투신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 아니오?”

“그러나 브라이트! 허계를 강탈했던 십중심이 목표라니요?

이건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브라이트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말이었다.

흑염 세력의 준동조차 막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샤이니와 동급의 초월자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몇 배 더 골치 아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스스로 말하기를 허계의 십중심들은 세계를 강탈한 대가로 나중에 미쳐서 토벌되었으니 성에 안 찬다고 하지 않소?

투신의 목적이 최강이라는데 그것이 무슨 문제요?”

“큰 문제입니다.

현세계 최강은 당연히 창조주님의 대리자이면 신족의 정당한 지배자인 제가 되어야 합니다.”

“허어어어어!”

절래! 절래!

그 말에 브라이트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크게 내저었다.

‘창조신장의 선배로서 넘어갈 수 있는 발언이 아니군.’

혼자서 전부 할 수 있다면 부하는 필요 없다.

그렇게 뛰어나고 강한 존재는 결국 독재자가 되기 마련이기에 신족의 지배자로서는 부적합한 것이다.

“현세계 지배종족이 된 신족의 가장 위에 서는 창조신장은 최강이 되면 안 되오.

최강의 존재가 다스리는 지배체제는 싸워야 할 적과 분란이 있을 때만 성립되고 유지되지 않소?

겨우 평화를 얻고 지배권까지 가진 신족을 영원히 싸우게 할 생각이시오?

그러니 창조신장은 최강이 되려 하지 말고 허계의 십중심들과 같은 강자들에게조차 존경받는 최고의 존재가 되어야 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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