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이언이 그렇게 비웃고 있는지는 모르고 흑염 세력은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목표는 은하유성의 결계로 차원 이동을 봉인하고 있는 영웅황제의 타도였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완력이 빈약해.
‘자력으로는 영웅동맹의 병렬신력연결로 향상된 권능과 엄청난 압력의 금속 무덤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저 안에 남겨놓은 상태였으니 어떻게든 빨리 처리해야 했다.
“빨리 뚫어야 한다.”
“차원 결계도 얼마 견디지 못해.”
은하계를 넘나드는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의 기동성이 있어서 이렇게 현세계를 휘저을 수 있었다.
“잘못하면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을 전부 잃어버릴 위기다!”
“만약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없다면 현세계 제압에 얼마의 시간이 걸리질 모른다.”
서로의 의지가 일치되는 순간 일제히 몸을 위로 솟구쳤다.
투하하하하하-!
신계의 지반이 워낙 단단하여 더 이상의 땅굴을 파면서 신속한 진격은 무리였다.
땅을 뒤집으면서 튀어나온 흑염 세력들은 양팔을 치켜들고 은하유성의 결계를 발동하고 있는 영웅황제에게 달려든다.
“당장 저 영웅황제란 기계신부터 처단한다.”
“도대체 누가 타고 있기에 시공간까지 교란을 시키는 투기 폭풍을 만들 수가 있는 거냐?”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반드시 최우선으로 부셔야 한다.”
영웅황제가 은하유성의 결계를 운용하고 있는 동안은 무방비였다.
그 사실을 아는 영웅동맹의 기계신체들은 사방에서 벌떼같이 달려들어서 장벽을 만든다.
“지켜라!”
“막아야 한다!”
유모인 크롬 공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언의 분노가 어떨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더구나 아이언이 보였던 살기와 투기에 비하면 흑염 세력의 기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슈하하하하하하-! 구구구구궁-!
또다시 하늘과 사방을 물 샐 틈도 없이 포위하면서 몸을 던지는 기계신들의 대군에 안색이 창백해지는 흑염 세력이었다.
‘아무리 부셔도 바로 재생되고 수까지 워낙 많으니 이건 도저히 돌파할 방법이 없다.’
태양의 빛을 가릴 정도로 하늘과 사방이 거대한 기계신체들이 밀려온다.
워낙 단단한 재질이라서 한 번의 공격으로 파괴가 가능한 개체가 하나인데 끝도 없이 달려든다.
‘또 앞길을 막고 기계신체들로 몸을 던져서 덮쳐온다.’
다시 흑염 세력과 영웅동맹의 대군이 충돌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투가가가가가가강-!
다시 흑염 세력을 파묻을 금속의 무덤이 생기려 하고 있었다.
차라리 무기로 공격하거나 대형으로 전진해왔으면 무너트릴 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규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덮쳐오는 기계신체들의 무리를 어떻게 할 광역권능이 지금 흑염 세력에게는 없었다.
“이이! 이런 제길!”
“제대로 싸우란 말이다.”
영웅동맹의 기계신체로 만들어진 금속의 벽과 지붕이 일순간에 무너지듯이 덮쳐온다.
공간이동까지 영웅황제라는 기계신체가 발동한 시공간을 뒤흔드는 투기의 회오리에 봉쇄되어 도망칠 방법조차 없었다.
구구구구구궁-!
“크으으으으으-! 또 이거냐?”
이제 여유는 없이 필사적으로 공격을 퍼부어서 금속벽의 진격을 막으려는 흑염 세력이지만, 공격해오는 기계신체들을 전부 파괴할 수 없었다.
결국, 끝없이 밀고 오는 기계신체들에 의해 묻혀 버린다.
구우우우우우웅-! 두두두두두둥-!
그런데 흑염 세력 전부가 위로 올라온 것이 아니었다.
일부는 저렇게 막힐 것을 예상하고 그대로 은밀하게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신계의 모든 신의 권능이 집중된 지반은 단단해서 파괴가 힘들었지만, 최소한 영웅동맹의 기계신 대군과 맞상대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드드드드드득-!
땅속으로 전진하는 흑염세력은 그대로 영웅황제의 바로 밑까지 전진하려 한다.
우우우우웅-!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이 영웅황제의 거체가 투기의 소용돌이에 휘감기면서 허공으로 천천히 떠오른다.
그 뒤에는 이제까지의 기계신체들과는 달리 거대한 칼과 창으로 무장한 황금빛 갑옷을 입은 기사와 같은 기계신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파아아아아앗-!
일반적인 기계신들이 아니라고 주장하듯이 격식이 통일된 화려한 황금빛 장갑갑옷과 왕관처럼 화려한 투구들이 찬란하게 빛난다.
영웅황제의 피처럼 붉은 망토가 아닌 눈처럼 하얀 망토에는 검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영웅왕’
영웅황제의 분신이자 복사품이며 영웅동맹의 정예들의 지휘관 기체였다.
영웅동맹의 정예들이 누구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아 끝을 내지 못했기에 전부 영웅왕의 임시 사용자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아이언에게 그들에게 내린 명령은 하나였다.
“영웅왕들은 영웅황제를 지킨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
영웅왕들의 임무는 영웅황제의 수호였다.
영웅황제의 복제이자 분신으로서 신격을 공유하는 영웅왕들의 눈동자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빛나고 들고 있던 신기에 권능과 신력을 집중한다.
“영웅황제를 지킨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긴말이 필요가 없었다.
영웅왕이 전해주는 상상할 수 없는 힘과 권능에 매료되어 무조건 따를 뿐이었다.
우우우우우웅-!
영웅왕들의 신기에 영웅동맹의 병렬신력연결로 높아진 모든 권능과 투기가 집중된다.
그리고 일제히 바닥을 향해서 휘둘러졌다.
“카하하하하하합-!”
동시에 지른 기합과 함께 이만대의 영웅동맹의 신력과 권능이 작렬한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꽈르르르릉-!
일백 기의 영웅왕의 신기 공격에 신계 전부가 뒤흔들리고 흑염 세력이 파고들던 대지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리고 땅속에 있던 흑염 세력의 신체는 일백 개의 거대 신기로 만들어낸 강대한 위력과 충격파에 그대로 휩쓸려버린다.
“크학-!”
“커어-!”
마치 물속에서 폭탄을 맞은 것처럼 땅을 타고 전달된 충격은 몸 내부까지 상처를 입혔다.
가공할만한 물리력에 혼합된 상위 권능공격에 크게 다친 흑염 세력은 다급하게 땅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피를 흘리게 한 영웅왕을 보고서 기겁을 했다.
“으윽-! 저 황금갑옷의 기계신들은 무엇이길래 이런 공격을 할 수 있지?”
“분명 하위 초월자인데 어떻게 우리보다 권능이 상위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방금 공격은 분명 자신들보다 상위 권능이 담긴 엄청난 물리력이라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하급 초월자가 조종자이니 상위 신격인 자신들을 어떻게 이렇게 큰 상처를 입힐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영웅황제를 영웅왕들이 몇 겹의 원형으로 호위하는 모습을 보고 머리가 멍해졌다.
‘저놈들이 지키면 영웅황제를 어떻게 할 수 없다.’
‘호위진형을 풀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영웅동맹의 기계신보다 상위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졌다면 몇 명이라도 끄집어내지 않으면 도저히 돌파가 불가능한 방어진형이었다.
몇 명의 흑염 세력이 일부러 피를 토하면서 슬쩍 약한 모습을 보였다.
“크흡-!”
“으읍-!”
일부러 약함을 보여서 달려오기를 바란 행위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나 신기를 치켜들고 경계 태세를 취한 영웅왕들은 달려들지 않았다.
오로지 영웅황제를 지키기 위해 주변을 버티고 영웅동맹들을 지휘해 다시 밀어붙이게 한다.
아이언에게 전달받은 명령을 영웅동맹에게 계속 주입시킨다.
“몸으로 눌러라.”
“싸울 생각조차 하지 마라.”
“승부로 이길 수 있는 적들이 아니다.”
“오로지 물량과 질량으로 압사시킨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이긴다.”
출전 전에 아이언이 신신당부했던 전술 명령들이었다.
모든 영웅동맹이 일시에 대답하면서 밀어붙인다.
“하-!”
“가자-!”
아이언은 이제 자신들의 신령을 관리 하는 영웅황제의 조종자이며 머물고 있는 은하계의 신계 주신이었기에 영웅동맹은 망설임 없이 그대로 몸을 날린다.
다시 반복되는 영웅동맹의 투신공격에 서서히 질려가는 흑염 세력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신공격인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전투방법을 생각한 거냐?”
“제길! 우리의 행동이 모두 읽히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첫 번째의 금속 무덤에 묻혀서 엄청난 무게를 겨우 버티고 있을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영웅황제를 타도해야 하는데 이렇게 시간 끌기로 나오면 낭패였다.
무엇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무리해서 돌파해야 하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을 구해서 물러서야 하나?”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로 얻은 절대적인 직감에 의지하여 신출귀몰해왔고 승승장구해온 흑염 세력이었다.
지금만은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았다.
“왜 직감이 발동하지 않지?”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
직감이 이렇게 먹통이 되어버리자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그 광경을 보는 아이언의 손에서는 하늘로 튕겨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동전은 여전히 앞면만 보인다.
팅-! 핑그르르르르-!
아이언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에 이만오천분의 일이라는 오류가 나서 뒷면이 나오지 않는 한 흑염 세력의 직감이 승리의 길을 보여주는 일은 없는 것이다.
“행운에 의지한 삶은 도박이다.
어떤 유능한 도박사도 결국 언제인가는 전부를 건 승부에 패배해서 패가망신이지.”
느긋하게 말하는 아이언이지만 머릿속은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아주 뜻밖이지만 흑염 세력이 너무 강해져 있었다.
‘완전 제압이 안 된다.
이만의 영웅동맹의 전력으로는 아슬아슬하다.
도대체 신족은 얼마의 정기를 빼앗긴 것이냐?
흑염 세력은 화면 너머에 있지만 영웅황제를 통해 보는 아이언에게는 바로 눈앞이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설사 뒷면이 나오는 일이 있더라도 전부 준비해 놓았다.
흑염의 직감과 회색의 준비를 완료한 이상 너희들에게 승산은 없다.
마침내 또 다른 금속 무덤이 생겨서 탈출한 흑염 세력을 묻어 버린다.
과과과과과과광-!
너무나 무력하게 다시 잡히자 지켜보고 있던 신계관리주신들과 신계 주신은 아이언과 영웅동맹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에게 승산을 용서하지 않는다.
어서 엉망진창으로 당해서 현세계 반대편으로 꺼져라.’
어느새 돌아와서 눈치를 보고 있던 상급 창조신에게 아이언에게 말했다.
“왔냐?
마실 것과 먹을 것.”
“여기 있습니다.
제 비장의 술입니다.”
척 보아도 창조신조차 먹기 힘든 최고급의 술을 상자째로 끄집어낸다.
아까 음식 그릇들에 맞아서 살기를 내뿜었던 표정은 이제 부드럽기까지 했다.
다만 은은한 황금빛의 불꽃이 눈동자에 머물고 있었다.
‘음식과 그릇에 맞아서 생겼던 분노를 요리사들에게 풀었더니 싹 가라앉았다.’
이번 사태의 원흉이 분명한 총요리장은 눈치 빠르게 도주했다.
하지만 충분히 다른 요리사들은 알아들을 정도로 박살을 내고 왔으니 음식도 만족스럽게 나올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흑염 도적단이 영웅동맹에게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을 좋게 했다.
‘흑염 세력이 꼼짝 못 하고 잡혔다.
이제 아이언만 잘 대접해서 돌려보내기만 하면 신계의 위기는 드디어 끝난다.’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저렇게 당하고 나서 상급 창조신이 신계 주신인 자신의 신계에 쳐들어올 여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제 신계의 위기는 끝났다.
아이언만 이대로 곱게 떠나주면 말이야.’
겨우 음식 준비를 못했다고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준 상대지만 신계의 은인이고 범접할 수 없는 강자였기에 존경의 마음조차 들 정도였다.
아이언은 상급 창조신이 공손하게 넘겨준 술병의 마개를 따고 그대로 입에 부었다.
벌컥-!
금발의 절세 미소년이 커다란 술병을 입에 물고 들이키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지만, 누구도 그런 감상을 할 여력은 없었다.
아이언이 유아신의 모습이지만 얼마나 흉악하고 강력한 존재인지는 이미 넘치도록 경험했기 때문이다.
“켁-! 콜록-! 콜록-!”
“!!!”
그런데 호기롭게 술병을 물고 마시던 아이언은 그대로 기침을 하면서 술병을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상급 창조신의 표정은 완전히 무너졌다.
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럴 리가? 이번에는 확실히 맛까지 보았는데?’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대접할 술과 음식은 직접 확인하고 시식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확실히 최상품의 술이 맞았는데 갑자기 뱉어내니 너무 당황했다.
“쳇! 깜빡했다.
쓰네.”
“후우-!”
성인신이 아닌 유아신의 신체와 입맛으로는 상당히 독하고 쓴 술이었던 모양이다.
안심한 상급 창조신은 주변을 보니 자신도 처음 볼 정도로 호화스러운 탁자와 의자, 장식품들이 즐비했다.
“......”
주변에 딱딱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신계관리주신들을 보니 누구의 소유인지 확인을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죽일! 내가 부탁할 때 내놓을 것이지 꼭 당하고 움직여.’
저절로 욕설이 나왔지만 꾹 참고 화면을 쳐다본다.
이제 두 개가 된 금속 무덤은 철의 감옥이 되어 흑염 세력을 가두고 있으니 흐뭇한 웃음까지 나왔다.
그런데 술병을 내려놓고 다시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문 아이언은 화면을 다시 주시하면서 혼잣말을 한다.
“이제 금속 무덤이 두 개인가?
그럼 슬슬 본색을 보일 상황인데?
아직 부족한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