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127화 (1,127/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신계의 상위조직인 창조신계에서 파견 나온 법관신(法官神)들의 목을 신계의 고위 주신이 자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이언과 법관신(法官神)들은 같은 소속이니 설명하면 알아들으리라 생각했지만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이언은 숟가락을 들더니 마치 망치질을 하듯이 탁자를 두들겼다.

그러자 발산된 투기가 두 명의 주신의 팔다리를 거대한 숟가락으로 뭉개듯이 으깨버렸다.

우드드드드득-! 우드드드드득-!

“잘해줄 때 잘하란 말이다!

군부의 총책임자들이 겨우 전신과 투신들을 마음대로 못해?

너희는 왜 이렇게 사냐?”

투기공격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저들은 절대로 약하지 않다.

창조력만 조금 높고 신분만 좋았어도 신계 주신들을 할 수 있는 고위 주신들이었다.

“크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신계 주신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고위 지배층인데도 마치 벌레를 가지고 놀듯이 처벌하는 모습에 상급 창조신과 신계관리주신들은 점점 기가 질려갔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일을 신계 자아가 보고를 한다.

‘방금 창조신계에서 파견 나와 있던 법관신(法官神)들이 모두 창조신계에서 급한 일이 발생했다고 공간이동으로 돌아갔습니다.’

예고시간 전까지는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한다고 다짐하더니 갑자기 돌아갔다고 한다.

고위 주신들이 말을 어겼다고 체벌을 하는 존재에게 법과 원칙이 통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여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자신들도 아이언에게 당할까 봐서 도망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을 벌인 당사자가 도망가서는 안 되었다.

‘이렇게 일을 만들고 도망을 가?’

‘고집을 부려서 난리가 났다면 처리까지 하란 말이다.’

전신과 투신담당의 고위 주신들이 두들겨 맞고 있으니 상급 창조신과 신계관리주신들의 머리가 하얗게 변해간다.

그런데 아이언은 눈에서 황금빛 투기를 품으면서 물었다.

“법관신(法官神)들은 전쟁에 필요 없다.

감옥 열쇠는 어디 있나?”

신계의 감옥은 단지 문을 열어서는 해방이 안 된다.

정신체를 가두기 위해서 특별한 결계와 봉인이 중첩되어 있으므로 풀려면 특수한 열쇠가 필요했다.

그 열쇠를 법관신이 관리하지만, 열쇠만 있다면 법관신(法官神)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다만 관리책임이 문제였다.

‘신계 감옥의 문이 열리고 범죄신들이 탈옥하면 나중에 져야 할 책임이 커진다.’

그걸 잘 아는 똑똑한 법관신(法官神)이라면 그대로 놓아둘 리가 없었다.

‘금방 돌아온다고 전부 가지고 갔습니다.’

예상대로의 답변에 신계 주신과 신계관리주신들은 이마를 손으로 감쌌다.

“허어?”

“이런!”

보아하니 범죄신들을 풀어줄 때 당할 수 있는 책임 추궁을 피하고자 열쇠까지 가지고 튄 모양이었다.

아이언은 신계 주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신계 주신인 네가 봉인을 풀어.

신계의 모든 시설에 대한 마스터키를 당연히 있겠지?”

“있습니다만 창조신계가 관리하는 감옥은 신계 주신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큰 문제가 됩니다.”

아무리 브라이트가 나중을 생각해서 친해지라고 하지만 이렇게 나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당장 주먹을 날릴 것 같았던 아이언이 드물게 좋게 이야기한다.

생살여탈권은 신계 주신과 후계는 제외했기에 성질대로 때리다 죽으면 지극히 곤란한 것이다.

“여기는 일상이 아니다.

승리라는 결과가 전부인 전장이다.

그런데 겨우 과정을 문제 삼아서 방해하는 것들은 싸우기 전에 모두 처단해야 이길 수 있다.”

상급 창조신이 보기에 드물게 폭력과 동반되는 명령이나 막무가내의 떼를 쓰는 것이 아닌 충분한 명분이 섞인 주장이었다.

그리고 다음 들려온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주변의 말과 사정들 다 들어주다가 망하면 우는 것은 너 혼자다.

누가 도와줄 것 같으냐?

주변 평판을 신경 쓰다가 신계를 잃고 망해서 복수에 목을 매는 토벌단의 고위 주신 꼴이 된다.

일단 이기고 살아남아야지 탄핵이라도 당할 수 있다.”

현재를 살기 위해서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란 말이었다.

평상시라면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하겠지만 지금 돌아가는 사태를 직접 보고 있었으니 맞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다음 흑염 도적단이 노리는 차례가 바로 자신이었기에 전력 확충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흑염 세력이 바로 조금 전에 영웅동맹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하지만 불가사의한 생명력과 풍부한 정기가 있는 한 전력회복은 순식간이다.’

별 타격을 받지 않은 샤이니가 정기고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흑염 세력은 가장 많이 당했던 근원까지 벌써 생생하게 설치고 있었다.

창조신계가 예상한 대로 불가사의할 정도의 회복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러면 예고시간에 분명히 온다.

전력이 더 필요해.’

그 때 체포과정에서 격렬하게 저항하여 막대한 희생을 치르게 하고 법정에서도 난리를 피우던 범죄신들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상위 존재들에게도 억울하다면서 달려들었지?

그 지독한 범죄신들이라면 흑염 세력의 살기에도 기가 죽을 리가 없다.

내가 왜 그들을 병력으로 써먹을 생각을 못 했지?’

아이언의 말대로 이것저것 따지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시 마음대로 창조신계가 직접 관리하는 감옥을 열어주었을 때의 후환이 두려웠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지.’

찰칵-!

탁자 위에 신계의 모든 문과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꺼내어서 슬쩍 아이언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신계 자아를 통해 지시한다.

“방금 신계의 마스터키를 원인 모르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잃어버렸다.

창조신계에 분실신고를 해라.

전쟁 준비 중이므로 막대한 정기 소모가 예상되는 인증의 교체 작업은 나중으로 미루겠다.”

아이언은 마스터키를 손에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꼼수를 부렸으나 오히려 칭찬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방식을 문제 삼지 않겠다.

그런데 아주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상급 창조신이라 이건가?’

기특해서 그대로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쳐준다.

퍼억-! 퍼 퍽-!

뒤통수를 맞고 앞으로 떨어지는 머리가 식탁을 박살 내기 전에 다시 이마를 때려서 원위치로 돌려주었다.

“꽥-!”

상급 창조신은 거의 동시에 두 대를 머리 앞뒤로 얻어맞아서 체면도 잊고 비명을 지르는데 아이언은 진심으로 칭찬했다.

“이 잔머리는 아주 잘 생각했다.

내가 운 좋게 열쇠를 주웠지만 급하니 바로 돌려주지 않고 알아서 쓰마.”

자신에게는 면책권이 있으니 전쟁 준비를 위해 감옥을 열었다고 문제가 될 리 없었다.

최고위 창조신에게 관리신들이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면 직접 박살을 내주면 끝이었다.

‘아주 곤란한 청탁은 이렇게 직접 해주지 않고 슬쩍 권리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에게 넘긴다.’

책임질 일은 무조건 피한다.

약자로 살아가려면 그런 지혜는 필수이지.’

비겁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자로서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약자의 수법이었다.

신족의 최고 위원회의 소속인 상급 창조신이 약자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아이언에게는 그러했다.

바로 신계 주신의 마스터키로 감옥의 봉인을 풀어 버린다.

찰칵-!

열쇠를 허공에 끼우고 돌리자 감옥의 봉인이 푸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감옥은 멀리 떨어졌지만, 신계 자아에게 개방하라는 절차이니 이걸로 충분했다.’

본래대로라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을 하려고 이런 짓을 하냐고 난리를 쳐야 할 신계관리주신들은 모두 침묵했다.

아이언이 가진 면책권은 유효했고, 이렇게 신계에 피해만 없다면 전력 강화를 위해서 오히려 호응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 신계를 유지 시켜야만 한다.’

‘어디를 가도 다시 신계관리주신이 되기는 힘들어.’

신계의 최고 지배층인 신계관리주신들은 신계가 망하면 피해가 엄청났다.

일반 고위신은 가진 재산을 정리해서 몸만 떠나면 끝이지만 자신들은 그렇게 하기에는 일족이 전부 여기 살고 있어서 옮길 수가 없는 것이다.

‘신계가 살아야 나와 일족도 산다.’

이 신계에서 가진 재산과 직위가 너무 높고 많기에 어쩔 수 없는 한 몸이었다.

그래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 연회장에 아무런 불만 없이 앉아있는 신계관리주신들이었다.

아이언은 감옥의 문이 모두 열렸음을 확인하고 전신과 투신담당 주신들에게 지시했다.

“봉인을 풀고 해동 중이니 전부 끌고 와!”

“옛!”

“핫!”

짧은 대답과 동시에 감옥으로 이동하는 두 명이었다.

파아아아-!

저렇게 동작이 빨랐나 할 정도로 신속한 반응이었다.

신계관리주신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몇 명이 일어났다.

“저들만으로는 인솔이 힘들 것 같으니 저희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주변의 신계관리주신들이 그대로 도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눈빛을 보냈지만, 아이언은 쓱 흩어보고 말했다.

도망치기에는 전투의욕이 너무 높았다.

“꼭 살려서 데려올 필요는 없어.

어차피 장식이다.

흑염 세력이 보고 만만치 않은 신계라는 인상만 받으면 된다.”

아이언의 냉혹한 대답에 순간 말문이 막힌 신계관리주신들이지만 나직하게 다시 조언했다.

“비록 범죄신이 되었지만, 한때는 일족의 기대주였습니다.”

“영웅동맹처럼 제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정문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흑염 세력의 전투는 잘 보았다.

과연 소문대로 고위 주신들의 신계의 중앙핵을 무인지경으로 탈취하고 샤이니조차 못 잡을 정도의 실력은 놀라웠다.

‘그러나 여기는 상급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다.’

방어력과 소속된 신의 수준이 주신이 다스리는 신계와는 격이 달랐다.

‘영웅동맹이 영웅신들의 도적단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이언은 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 신계관리주신들을 다시 노려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범죄신들 중에 너희들의 직계도 있었냐?

그런데 도련님들을 왜 그렇게 험하게 길렀어?

교육실패가 아니야?”

그 말에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지은 신계관리주신들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제 탓입니다.”

“힘이 전부가 아닌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면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잘못을 공적으로 상쇄시킬 기회를 주십시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공적을 올리게 해서 다시 일족의 희망으로 돌아올 수 있게 조치해달라는 뜻이었다.

범죄신의 사면은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신계관리주신들이 보기에는 아이언은 그러고도 남을 힘과 성향이었다.

아이언은 고개를 숙인 신계관리주신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화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좋아!

이번에 전력이 되면 사면하는데 도와주지.

그러나 장식품으로 끝난다면 용서는 없다.

한때의 만찬과 휴식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상급 창조신의 수좌이자 최고위 창조신을 눈앞에 둔 강자의 약속이었다.

추가로 몇 명의 신계관리주신들이 몸을 일으켜서 감옥으로 공간이동을 한다.

그런데 아이언이 다시 회수했던 조종기를 또 집어 던졌다.

퍼어어어어어억-!

“꽥-!”

울상을 지으면서 연회석에 앉아있던 신계관리주신 중 한 명이 일어나다가 얼굴에 조종기를 맞고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쓰러진다.

아까 몰래 도망가려다 땅속에 처박힌 그 신계관리주신이었다.

감옥으로 가는척 하면서 멀리 도망가려다가 발각된 것이다.

“공간이동의 좌표도 다르고 넌 처자식이 없잖아!

어딜 도망가!”

분위기를 봐서 감옥으로 가지 않고 다른 신계로 도망가려던 주변의 신계관리주신들도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포기했다.

마스터키를 손에 들고 동전처럼 튕기는 아이언의 말 때문이었다.

“이미 장거리 공간 이동소는 봉쇄했다.

나는 내 전장에서 탈주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이 전쟁이 끝나면 끝까지 쫓아가서 끝장을 내주지.

자력으로 현실계를 벗어날 수 있으면 도망쳐도 좋다.그게 불가능하면 신계관리주신답게 신계가 망하면 여기서 같이 죽어!”

“...”

여기서 도망치면 신족으로서 살 수 없게 해주겠다는 협박이었다.

상급 창조신으로서는 참으로 자신이 하고 싶던 말을 해주는 아이언이 기꺼웠다.

그리고 다음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넌 창조신계에 연결해서 법관신들이 전후처리에 필요하다고 요청해.

이번에 감옥 열쇠 들고 도망간 법관신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이야.”

“...”

법관들이 아이언의 지시를 거부하고 열쇠까지 도주했으니 가만두지 않을 모양이었다.

참으로 끝없는 뒤끝에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또 아이언의 주먹이 들려지자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괜히 거부했다가 맞으면 자신만 손해였고 무엇보다 일을 방해하고 바로 도주한 행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창조신계에 바로 연락해서 요청을 넣자 바로 화상으로 나타난 관리신이었다.

신계의 고위 주신들이 범죄신들을 무단 석방을 하려 한다는 보고를 들었기에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아이언의 심통이 난 모습을 보자 바로 공손하게 인사하고 마음대로 하라고 고개를 팍 숙인다.

상급 창조신은 관리신의 더없는 공손한 태도를 보고 사태를 짐작했다.

‘관리신들에게도 아이언의 악명은 이미 퍼질 대로 퍼져있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