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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128화 (1,128/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잘 나가던 관리신 하나가 아이언과 얽힌 뒤로 계속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다.

아무 상관 없는 범죄신을 석방한 일을 따지려고 했다가 똑같은 꼴이 되기는 싫은 것이다.

더구나 아이언이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은 말투만 들어도 알았다.

“면책권 몰라?

일 제대로 좀 해라.

확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써버리기 전에 말이다.”

“여기 계신 줄은 알았지만 설마 직접 하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전파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사소한 잘못조차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깐깐한 창조신계의 관리신들이다.

그런데 무조건 고개를 숙이면서 아이언이 잘했다고 말하고 물러나자 어안이 벙벙해진 신계관리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새삼 다른 시각으로 아이언을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저 지독한 관리신들을 저렇게 백기를 들게 하다니 놀랍군.’

‘자신과 전쟁에 유리하게 모든 환경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투신이 아니었어.’

그제야 초월자라는 편견이 깨어지고 아이언의 존재감이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몸속에 내재 된 스물여섯 쌍의 투기의 날개를 감지하고 나서야 왜 전신과 투신담당의 고위 주신들이 쩔쩔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초월자의 영웅신이자 전쟁신인가?’

‘초월자들의 수장과 동급이상이다.’

초월자들의 수장은 샤이니와 브라이트의 합공을 받고서 끝까지 혈투를 벌이다 장렬하게 산화했던 존재였다.

만약 초월자들의 수장이 종족전쟁 초반에 나타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을 정도로 강자였다.

‘신족의 승리가 되돌릴 수 없이 굳어지자 다른 초월자들을 살리기 위해 결투를 제안했었지.’

‘영웅신인 샤이니와 우주신의 수장이 된 브라이트 님만 제거하면 다시 승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최후의 도전이었다.’

이미 거의 이긴 전쟁이었기에 일부러 위험한 결투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초월자의 수장이 끝까지 결사항전을 한다면 현세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했기에 받아들여졌다.

이 대 일로 붙어보자는 도발과 결투에 진다면 신족을 바로 종족전쟁의 승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이대 일의 결투였지만 종족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엄하고 처절한 사투였지.’

‘최고와 최강의 우주신조차 같이 소멸할 뻔했던 그 결투는 아직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하군.’

적이지만 존경심까지 심어주었던 강하고 지독했던 초월자 수장의 모습이 지금 아이언과 겹쳐 보인다.

그 역시 이미 기울어진 승부에서 어떻게든 이기게 하려다가 오명을 뒤집어쓴 진정한 영웅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이트 님이 초월자의 영웅신인 아이언에게 이렇게 잘 해주려고 하시는군.’

‘이대 일로 상대하여 이겼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후회하셨으니 말이야.’

신계관리주신들이 그렇게 의문을 풀고 있을 때 아이언은 조종간을 잡고 영웅황제와 영웅왕의 조작을 하고 있었다.

저쪽 신계의 일은 끝났으니 몰래 벌였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에이! 쉽게 되는 일이 없어.”

자기 뜻대로 일이 안 풀려서 화가 났는지 입에 넣은 사탕을 깨물어 먹는 모습에서 위엄은 전혀 없었다.

뽀드드드득-!

억지로 앉은 자리지만 누구도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불만을 말하는 존재는 없었다.

흑염 도적단과 하는 연회가 지극히 위험하지만 여기서 방어에 성공만 하면 앞으로 신계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업적이 남기 때문이다.

‘여기서 떠난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지.’

‘아이언이 있는 이상 해 볼 만한 승부다.’

아무것도 없는 존재라도 목숨만은 소중히 여겨서 도망친다.

그러나 가진 것이 많은 신계관리주신은 목숨도 걸 수 있었다.

‘이제까지 쌓아 올린 일족의 명예와 부귀는 이미 나 자신의 목숨보다 무겁다.’

‘슬슬 살기 지겨워졌는데 잘 되었어.’

‘일족의 토양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그러나 아직 신생에 미련이 많은 젊은 신계관리주신들은 아니었다.

세력의 지원도 아닌 본인의 힘과 지혜를 인정받아 신계관리주신에 특채된 앞날이 창창한 젊은 창조신으로서는 이런 위험한 장소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공간이동으로 도주하려고 했지만, 하필 상대가 차원권능을 가진 아이언이라서 번번이 저지당한다.

꽝-!

또 정수리를 투기공격에 맞고 땅에 처박혀 머리만 솟아있는 신계관리주신을 쳐다보면서 아이언은 소리쳤다.

“이거 아주 의외의 끈질긴 놈일세.

공간이동으로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현세계에 있을 것 같으냐?”

주우주 차원일족의 오리진으로서 차원권능을 거의 되찾은 아이언이었다.

더구나 시공간 자체를 뒤틀어 버리는 투기의 폭풍인 은하유성이 있는 이상 공간이동이나 차원이동은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신계관리주신들을 채근하면서 흑염 세력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아이언은 눈빛이 살벌하게 황금빛으로 빛난다.

화아아아아아-!

거기에 호응하듯이 신계관리주신들의 눈빛도 서서히 빛나고 있었다.

거듭되는 아이언의 감당하지 못할 기행에 충격을 받아서 서서히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신성이 머무는 것이다.

‘젠장! 이제야 통한다.

못해 먹겠군.’

시즈지에 의해 신체는 어느 정도 성장하여 완력은 갖추었으나 아직 정기와 신력이 부족한 아이언이었다.

그래서 창조신 정도의 존재에게는 신성 부여가 잘 통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해서 흥분을 유도해야 부여가 가능하니 참으로 힘겨운 진행이었다.

‘그래도 이제 이들은 흑염 세력의 살기에도 위축되지 않는다.’

준비가 끝나가니 도착한 음식들을 먹기 시작한다.

이미 여기서 끝장을 보기로 마음을 정한 신계관리주신들은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흐음. 이거 좋군.’

‘기합이 들어가있어.’

신계 주신인 상급 창조신도 눈에서 황금빛을 내뿜으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미 두 개의 신계가 방어에 성공했기에 만약 자신이 중앙핵을 빼앗긴다면 주신보다 못하다는 무능을 입증하는 꼴이었기에 마음가짐이 달랐다.

‘고위 주신들이 성공했는데 상급 창조신인 내가 실패하면 창조신계에 얼굴을 들 수 없다.

필요하면 신계 자체를 파괴해서라도 여기를 흑염 세력의 무덤으로 삼는다.’

중앙핵을 자폭시키는 방법은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절대로 하지 못할 극단적인 방법을 안주하지 않는 폭주의 신성 때문에 떠올리는 상급 창조신의 얼굴은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우득-! 와득-!

아이언과 상급 창조신, 신계관리주신들이 말없이 음식을 먹으면서 씹는 소리가 연회장을 울린다.

그렇게 아무런 대화도 없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투신과 전신들에게 서서히 알 수 없는 전율이 밀려왔다.

부르르르르!

아무런 살기나 투기가 없었는데 두려움에 몸을 떠는 전신과 투신들이 늘어난다.

마침내 견디지 못한 하위 전신과 투신들을 물러나고 정예 고위 투신과 전신만이 남는다.

그렇게 일만이 넘던 정문의 수비병력이 겨우 일천 명으로 줄어들었을 때 그들의 눈에도 황금빛의 신성이 머물렀다.

아이언은 연회장을 가득 밝히는 황금빛의 눈빛들에 만족해서 술잔을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전쟁이여 어서 오라-!”

그 말에 상급 창조신과 신계관리주신들도 술잔을 들어 올렸다.

아까 도망만 치려던 젊은 신계관리주신도 이제 포기했는지 눈에서 황금빛을 품어내면서 외친다.

“우리의 승리를 위하여!”

신계의 최고 지배층들이 모여서 전투를 원하며 외치는 건배의 소리는 감옥에서 막 끌려 나온 범죄신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꿀꺽-! 꿀꺽-!

그들을 쳐다보면서 일제히 잔을 기우여 삼켰는데 아이언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쿨록! 이건 너무 쓰잖아.”

“...”

“...”

아이언의 기침에도 어디에도 웃거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존재는 없었다.

범죄신들을 끌고 나온 투신과 전신담당 주신과 직계들을 데려온 신계관리주신들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투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범죄신들을 돌아보면서 아이언의 간략하게 말한다.

“결론부터 이야기만 하면 이기면 사면, 지면 끝장이다.

이런 기회를 주다니 나는 얼마나 자비롭고 공정한가?”

끌려온 범죄신들은 세상의 험한 꼴을 전부 당했기에 방금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었다.

‘감옥 안에서까지 흑염 세력의 악명과 지금 중앙핵 강탈을 예고 받은 신계의 다급함은 들었다.’

하지만 억울한 꼴을 당해 범죄신이 된 지금 이제 신족을 위해 싸울 생각 따위는 없었는데 아이언은 그것까지 예상하였다.

더구나 병풍 정도로 생각했는데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라서 대우를 바꾸었다.

웅-! 툭-!

아공간에 카르마의 계약서를 꺼내서 도착한 범죄신들에게 하나씩 던져준다.

“이제 상급자의 입으로 하는 약속 따위는 믿지 않겠지.

더구나 배반한 조직을 위해 싸울 생각 따위도 없을 거야.

그럼 계약서를 쓰고 새로 시작하자.”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진 범죄신들은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우우우웅-!

엄청난 권능으로 쓰인 내용은 아주 간단한 두 줄이었다.

이렇게 간단해도 될 정도인 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전투를 포기하지 않으면 영웅동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과거의 기록을 모두 불문에 부치는 대신 영웅동맹과 맹주에게 충성을 바친다.’

영웅동맹은 흑염 세력을 두 번이나 막아낸 정예 기계신 군단으로 알고 있었다.

거기에 받아들여 준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하지만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서 하라는 의지를 보내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보면서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의 지금도 최상급 창조신의 수좌이다.’

‘그리고 이번 흑염 세력을 막아낸다면 최고위 창조신이 된다.’

‘아이언의 직속 무력이 된다면 너에게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른다.’

‘승낙하거라.

나도 이 이상 신계에서 너를 돌봐줄 수가 없구나.’

순간의 분노로 이성을 잃어서 날뛰다가 잃어버린 출셋길이었다.

이미 범죄신의 낙인이 찍힌 이상 더는 신족으로서 정상적인 출세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파아아아아-!

서명하는 순간 카르마의 계약서가 빛을 발산한다.

계약 완료를 확인한 아이언은 아공간에 모두 수납하고 말했다.

“창조신계에 보고된 이들의 범죄기록은 내가 지운다.

신계에 보관하고 있는 자료는 네가 삭제해라.”

“알겠습니다.

전부 지워라.”

범죄신들을 직접 보고 전력으로서 만족한 상급 창조신은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찬성하고 지시한다.

‘예. 삭제했습니다.’

바로 나온 신계 자아의 대답에 당황한 범죄신들이었다.

사면 조건으로 지긋지긋하게 까다로운 조건을 달 줄 알았는데 계약하자마자 기록 말소까지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철저했다.

아이언은 창조신계의 법관신들의 총책임자까지 호출한다.

“네가 법관신들의 총 책임자냐?

지금 보낸 신들의 범죄기록을 모두 지워.

안 그러면 지금 당장 창조신계로 돌아가서 법관신들이 나의 전쟁을 방해하고 열쇠를 가지고 도주한 책임을 너에게 묻겠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나 힘들게 했던 과거의 범죄기록이 겨우 몇 마디 말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법관신들의 우두머리라고 해보았자 상급 창조신 정도였다.

‘겨우 주신들의 범죄기록 때문에 최고위 창조신과 척을 질 수 없다.’

그리고 저렇게 막무가내의 성향이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아이언이 지금도 자신보다 높고 아이언이 최고위 창조신으로 올라설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자신들 쪽에 문제가 컸기에 못마땅하지만 승낙한 것이다.

‘게다가 법관신들이 신계의 감옥 열쇠를 가지도 창조신계로 도주한 사실이 소문이 나면 정말 곤란하다.”

법관신들이 신계의 고위 주신에게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문제는 법관신들이 위험하다고 신계의 감옥열쇠까지 가지고 도망쳐온 사실이었다.

누구나 공정한 재판과 처벌을 받게 하려고 재판과 감옥의 관리를 창조신계가 하고 있었으니 떠난다면 인계를 해야 했다.

‘이 멍청한 것들이 왜 신계의 감옥 열쇠를 가지고 와서 이런 일을 하게 만드나?

범죄신들의 기록 삭제는 영 꺼림칙하지만, 거래해야 한다.

그리고 왜 악명높은 아이언을 건드렸지?’

전해들은 아이언의 성향은 손해를 받으면 순순히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언이 최고위 창조신이 되어서 떠들고 다니면 최악의 경우 신계에 파견 나간 법관신들이 모두 퇴출당할 수 있었다.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이렇게 배신을 한다고 생각하면 신계가 순순히 받을 리가 없지.

어떤 신계 주신이 들어도 비난할 일이기에 무조건 숨겨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한 총책임자는 아이언에게 받은 범죄신들의 기록을 모두 삭제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말소했습니다.

그럼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잘 부탁합니다.”

“물론이지.

넌 거래가 통하는군.”

모습은 유아신의 천진난만했지만 바로 빚을 지우고 청산하는 노회한 대처에 법관들의 총책임자도 웃었다.

“허허허허! 이번에도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있는 이상 당연한 일이다.

도망간 법관신들이 창조신계에 도착하면 바로 재파견을 해주면 좋겠다.

장소는 여기로 해주기를 바란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이대로 넘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동료를 소멸시킨 중범죄신들을 사면도 아니고 기록 말소를 해주었으니 나중에 책임추궁을 당하면 상당히 문제가 컸다.

‘물론 아이언이 면책권을 한 일이니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간 큰 관리신은 없지만, 일단 완벽한 경력에 흠집이 났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딱-!

아이언과의 화상통신이 끝나자 법관신들의 총책임자는 바로 최고 위원회의 브라이트에게 보고를 시작한다.

브라이트가 전쟁의 준비로 아이언이 무슨 일이나 요구를 하면 조치해 주고 바로 보고만 하면 문제가 없게 해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고를 받은 브라이트는 탄성을 질렀다.

“호오? 신계의 범죄신들의 기록 삭제를 해주고 활용할 생각이란 말이지.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

종족전쟁의 경우 전쟁 포로들까지 전선에 억지로 몰아넣었기에 새삼스러운 전술도 아니었다.

그러나 법관신들의 총책임자는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강하게 보고했다.

“일반 범죄신들이 아닙니다.

대부분 하극상이나 동료, 하위자들의 살해한 중범죄자들입니다.

거기다가 체포를 거부해서 엄청난 피해를 주고, 법정모독까지 해서 거의 무기한의 봉인을 처분받은 악질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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