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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심에게 당한 진리의 치료는 늦어지고 있었다.
최강의 황금의 절대자의 절대기 에반젤리에게 심장을 관통당한 치명상은 아무리 영원체라고 해도 쉽지 않은 부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도 갚아줄 겸 직접 추적했던 흑염 세력이 견디다 못해서 현세계로 도주하자마자 진리도 본가에서 휴식 중이었다.
완치될 때까지 절대계의 지배를 유일용신제에게 대리를 맡겼기에 모두 상당히 의욕이 넘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 창조주가 영원체들을 선동하고 있다.
저항세력을 만들고 날뛰던 흑염 세력을 현세계로 축출시킨 일로 건재를 과시했으나 그걸로 부족했어.’
그 이후에 다시 요양에 들어가시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문의 근원지가 절대계의 전 창조주인 이상 과거 십중심들처럼 끝없는 반란에 휘말릴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비록 바람가가 영원체들의 가문이었지만 겨우 일만 명으로는 완전 통제가 힘들다.
어떻게든 힘을 과시해서 따르게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 창조주를 물러나게 했던 십중심을 완전히 봉인하는 팔륜봉인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팔륜봉인이 완성되었으나 입관이 힘들다고 보고가 왔다.
‘아무리 십중심이라고 하지만 이미 죽었는데 봉인이 뭐가 힘드냐고 혼자 나섰다가 부상을 입고 말았다.’
십중심의 신체는 분명 시체지만 생전에 익혔던 익히고 몸에 새겨진 권능과 본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위기를 감지하면 미친 듯이 날뛰었다.
‘팔륜봉인을 맡은 바람가의 가주가 거의 완성하고 왜 실제로 못 집어넣지 못하고 있는지 파악했어야 했어.
아버지께서 직접 만드신 저 투명관의 구속력과 다른 아이들의 조력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죽은 십중심의 힘조차 지금 절대계에서 진리를 제외하고는 최강자로 자부하는 유일용신제의 본체조차 다치게 할 정도였다.
‘주변의 살기와 투기, 의지에 반응하여 본능적으로 반응하면서 공격하는데 생전에 비하면 위력은 확실히 떨어져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다.’
바람가의 가주들이 본격적으로 파멸유혼검을 뽑아 들고 권능을 발동하자 십중심의 신체를 봉인한 관에서 굉음이 울려 퍼진다.
아무리 생전에 강했어도 신령이 없으면 권능이 급감한다.
그리고 완력이 강해도 투명관에 갇힌 이상 발휘가 제한되기에 바람가의 가주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주 순조로운 제압이다.
여기까지는 팔륜봉인을 맡은 아이도 쉽게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이 문제다.’
흑염의 절대자가 들어있는 투명관에서 검은 불길이 끝없이 타오른다.
화르르르르-! 꽈아아아앙-!
그리고 내부에서는 끝없이 몸부림치는지 진동이 마구 울린다.
저 여파에 바람가의 가주들조차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투기와 살기를 융합하여 놀라운 위력을 자랑하지만, 반드시 자멸을 부르는 흑염 권능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던 유일한 투사.
아무런 무술의 수련도 없이 무한한 신체 능력과 절대적인 본능만으로 절대계 최강의 파괴력으로 인정받은 광전사의 정점!’
십중심 중에서도 신체 능력만으로 규격 외의 존재라고 하더니 죽어서도 흑염의 절대자는 약해지지 않았다.
본래 흑염 권능 자체가 본능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이해는 가지만 정말 무지막지한 존재였다.
‘투명한 수정관은 아버님이 직접 만들었기에 십중심의 혼자의 힘과 권능으로는 깰 수 없다.
그런데 그걸 혼자서 뒤흔들고 있어.’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는 이미 몇 번이나 투명관의 반탄력에 의해 주먹이 으스러지는 졌는데도 계속 파괴를 시도한다.
그 와중에 투명관을 관통하여 주변에 퍼지는 충격파만으로도 바람가의 가주를 위협할 정도였다.
‘죽더니 아예 본능대로 멋대로 날뛰는구나.
더는 멋대로 하게 할 수 없다.’
유일용신제는 결단을 내리고 명령한다.
“시체를 상대로 일 대 일의 가율(家律)을 지킬 필요는 없다.
전부 힘을 합쳐서 막아!”
“알겠습니다!”
온전한 십중심이 상대라면 아무리 뛰어난 바람가의 가주라도 혼자서는 무리겠지만, 자신들은 한 명이 아니었다.
가주로서 활동을 인증받은 인원만도 일만이 넘는 세력이었다.
‘일 대 일의 결투의 제약이 없고 십중심 중에 초월자 한지호 할아버님이 없었다면 절대계의 패권은 우리의 것이었다.’
유일용신제가 그렇게 자신할 정도로 바람가의 힘은 무서울 정도로 증폭되어 있었다.
애당초 일만 명의 영원체의 가문이라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전력이었다.
파아아아아아-!
바람가의 가주가 열 명이 나서서 투명관을 둘러싸고 동시에 전력으로 흑염의 절대자의 권능을 직접 눌러서 제압한다.
그와 동시에 짐승이 울부짖는듯한 굉음이 관 안에서 터져 나왔다.
우르르르르르르르릉-! 크르르르르릉-!
그것은 신체의 몸부림으로 심장이 최대한 빠르게 뛰면서 울리는 소리였다.
관을 붙잡고 있는 바람가의 가주들과 유일용신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외침이었다.
“큭-! 무슨 심장이 뛰는 소리가 내 본체보다 더 클 수가 있나?”
당장 투명관을 부수고 흑염의 절대자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진리가 만드는 관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대로 누르고 팔륜봉인으로 끌고 간다.
구구구구구구궁-! 구구구구궁-!
다른 십중심들의 신체가 담긴 관도 모두 열 명 이상의 바람가에게 제압당해서 팔륜봉인에 넣어지기 시작한다.
팔륜봉인은 참으로 기묘한 구조물이었다.
행성의 구조처럼 몇 겹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형 구조물이 절반으로 갈라져 봉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웅-! 둥-!
팔륜봉인은 최강이었던 황금의 절대자가 가장 중앙의 안쪽에 배치하면서 원형으로 닫혀서 봉인의 핵이 된다.
그리고 생전에 강했던 순서대로 차례차례 십중심들의 수정관이 입관된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여기가 자신들의 영원한 무덤인 줄 아는지 십중심들의 신체가 요동쳤지만 바람가의 가주들이 뭉친 힘은 엄청났다.
일백 명이 모여서 수정관 너머로 발산되는 모든 절대 권능들을 전부 무효화시키고 강제로 입관을 시켜간다.
둥-! 두둥-!
순조롭게 진행은 되고 있지만 유일용신제와 바람가의 가주들의 눈에서 긴장이 더해졌다.
다른 십중십들은 신령이 죽어서 위력이 대폭 줄었는데 오히려 더 위력적으로 느껴지는 흑염의 절대자 때문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역시 흑염의 절대자의 수정관에서 거대한 검은 불길이 타오르면서 팔륜봉인의 구조물을 불태운다.
수정관은 진리가 만들었지만 팔륜봉인은 아니었기에 파괴되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
또 풀려나온 십중심들의 수정관을 보면서 유일용신제는 허탈했다.
벌써 이게 몇 번째인지 몰랐다.
“역시 이렇게 되나?
붙잡아라.”
흑염의 권능 덕분에 탈출한 십중심들의 수정관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려 한다.
하지만 이미 준비하고 있던 바람가의 가주들의 포위망에 다시 갇힌다.
그리고 다시 팔륜봉인의 구조물이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던 진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대로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겠군.”
자신의 철저한 교육과 보호 속에서 강해진 바람가의 가주들이었다.
절대 권능에서도 이 위의 서열을 가진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를 완전히 익힌 바람가의 가주들은 분명 최강에 한없이 가까웠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이미 정점인 십중심들에게는 안되지.
유일용신제와 바람가의 가주들만으로는 팔륜봉인을 완성할 수 없다.’
십중심의 완전 봉인은 황금의 절대자의 에반젤리를 심장에서 뽑아낸 다음에 직접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바람가의 가주들은 실전 경험 부족은 매우 급한 시기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안전한 수련수단으로 생각하고 맡긴 것이다.
흑염 세력이 이끌던 십중심 반란세력의 일소로 절대계의 혼란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기에 할 수 있는 여유였다.
“...”
그리고 진리의 시선이 현세계 쪽으로 향한다.
흑염 세력이 도주한 곳이지만 힘이 백 분의 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현세계가 절대계에 비해 정기가 약한 세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약해져서 영구히 되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관심을 끊었는데 요즘 자꾸 신경 쓰이게 하는 존재가 현실계에 있었다.
처음에는 흥미였다.
현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고 계약을 청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기이해서 상황을 보기 위해 허락했다.
하지만 이제 수만 장이 쌓여가니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겁도 없이 나의 카르마의 계약을 남발하지?”
겨우 하위 정신체들의 계약 정도는 아무 부담이 없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내용이 있지만 갈수록 간략해지고 이제 단 한 줄로 줄어든다.
‘출세를 시켜줄 테니 충성을 바쳐라.’
계약을 속이지는 않았다.
권능의 계약서라서 강제성이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상대도 안다.
그리고 상급자에게 충성은 당연한 일이니 쉽게 한다.
‘내용만 보면 출세를 보장받은 피계약자만 이득이지.
하지만 아니다.’
자신의 권능으로 발생하는 카르마의 계약서의 강제력을 고려한다면 지극히 위험한 계약이었다.
‘나의 권능은 하위 정신체라면 배신은 물론이고 생각조차 막을 것이다.
그러면 무기한이면서 무제한의 충성이 출세의 대가가 된다.
출세를 보장받은 피계약자가 처음부터 배신할 생각을 품으면 용납하지 않으니 계약은 당연히 성립된다.’
계약에 걸린 대가가 상당히 크나 하위자도 이익이고 상위자도 이득이다.
자신이 용납할 수 있는 기준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계약을 성립시키고 있다.
‘반역하거나 착취할 생각이 없다면 문제는 없다.
상당히 머리를 쓰고 있군.’
어떤 상황의 변화에도 영원한 충성을 바치는 집단의 위험성을 흑염 세력을 통해 알고 있는 진리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직접 개입해서 조정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현세계의 일이다.
더구나 계약하는 주체들은 모두 하위 정신체이고 최고 수준이 주신 정도다.
이 정도라면 문제가 있을 리가 없다.
현세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세계의 종족전쟁이 끝나고 신족이 지배종족이 되어서 안정화 단계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면 신족에 수많은 창조신이 있을 것인데 한 줌도 안 되는 하위 초월자와 주신 정도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전 창조주와 영원체들의 대처가 문제다.
아직 조용하지만, 여유를 주면 분명 잡음이 생길 것이다.
이들에게 무엇이든 임무를 맡겨서 바쁘게 해야 해.’
그렇게 진리의 관심이 계약 남발과 영원한 충성을 전제로 하는 계약으로 현세계의 아이언을 살피려다 절대계 내부로 옮겨졌다는 사실은 누구도 몰랐다.
만약 진리가 아이언을 조사했다면 당장 아주 비참했던 원래의 흐름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던 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아이언은 연속되는 내기의 승리에 만족하고 있었다.
두 번째도 승리였다.
‘이것들이 아주 뜻밖에 쓸만하다.’
새로 받아들인 영웅동맹의 주신이 신계관리주신이 될 정도의 창조신을 이길 정도니 더욱 만족한 것이다.
그리고 슬슬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또 땄다! 그래서 한 판 더!”
“또 졌다! 그래서 한 판 더!”
아이언의 목소리에 주변도 목소리를 높여서 호응한다.
신계관리주신들에게 연속해서 걸었다가 아끼던 신기들이 날아간 신계 주신은 슬슬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기로 날린 애장품도 문제지만 이건 아니야.
나는 신계에서 최고로 강하고 우수한 창조신을 골라서 신계관리주신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영구봉인형을 받았다가 방금 풀려난 주신들에게 연패하다니 이래서는 안 돼.’
당연히 이길 줄 알고 걸은 신기의 망실과 신계관리주신의 패배는 전부 다 용납할 수 없는 사태였다.
그런데 아이언은 방금 이겼지만, 엉망진창이 된 영웅동맹의 주신에게 술 한 상자를 주고 치하하고 또 부추긴다.
“또 원한을 가진 영웅동맹이나 신계관리주신은 없나?
여기서 깨끗하게 풀고 왕창 벌어라!”
그 말에 서로를 주시하던 영웅동맹의 주신과 신계관리주신이 일어섰다.
부하들에게 고발을 당해 추락했지만, 그 이후에 날뛰다 영구봉인형을 당할 정도의 주신이라면 길만 잘 들어섰다면 당연히 신계관리주신 이상이 될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의 신계관리주신들 중에서 당연히 그 시절의 악연이 있던 존재가 있었다.
스으윽-! 슥-!
이번에는 앞과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원한이 있는 쪽은 신계관리주신으로 보이는데 살기와 증오를 숨기지 않고 품어내면서 외쳤다.
“분명히 말하건대 고발한 것은 우리가 아니오.”
그 말에 신기를 뽑아 들은 영웅동맹의 주신은 흐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죽일 때 내 권능으로 신격만이 아니라 신체의 능력까지 낮추었는데도 용케 신계관리주신이 되었구나.
대단하다.”
“투신과 전신의 길을 포기했지만 바로 관리신이 된 덕이오.
당신의 손에 죽은 덕분에 신체 능력이 대폭 하락해서 투신의 길은 무리였지만 포기하지 않았소.
그리고 지금은 모두 고위 관리신이 되어있으니 복수하겠다는 당신의 의도는 실패한 것이외다.”
영웅동맹의 주신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오르면서 말을 이었다.
“나를 고발한 자가 너희들이 아니면 관련된 누구였겠지.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는 점은 당신이 가장 잘 알지 않소?
그런데도 왜 우리를 그렇게 만든 거요?
우리가 당신을 구하려고 탄원서를 내면서 노력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않소?”
신계관리주신은 격앙된 어조로 신기를 꺼내 들고 달려들면서 외쳤다.
“우리는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랐단 말이외다!”
“나도 너희를 아꼈기 때문에 전력으로 죽였다!”
서로가 의미 모를 말을 주고받으면서 과거의 원한이 충돌한다.
이제까지 망설이지 않고 영웅동맹의 주신들에게 걸어서 이겼던 아이언은 이번에는 망설였다.
‘이번에는 어째 질 것 같다.’
아무래도 기세도 그렇고 감이 안 좋았다.
그래서 동전을 꺼낸다.
하지만 던지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있는 한 이런 내기에서 거의 절대적인 승산이 아이언에게 있었다.
영웅동맹 주신이 진다고 직감이 판정해주면 신계관리주신에게 걸면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던지기가 싫은 것이다.
감은 좋지 않지만, 자신의 부하에게 걸면서 외친다.
“에이! 영웅동맹 주신에게 다시 건다!
이번에는 두 배로 가자.
모두 걸어!”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