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적이 눈앞에 와 있다.
그런데 신계 주신이 신계의 총사령관에게 도박판에서 더 치열하게 싸우게 지원을 해야 한다는 기가 막힌 소리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싸움을 말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야.’
척 보니 도박에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도박들로 가장 많이 잃은 것이 바로 신계 주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탁자를 부러트릴 정도로 쌓인 보물과 신기의 절반이 바로 신계 주신의 소유다.’
가지고 있던 비상금을 모두 잃은 상급 창조신의 눈에는 아이언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이글거리는 황금빛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최후의 승부에 걸맞은 전투를 위해서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합니다!”
“...”
주변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
“맞다!”
“옮소!”
어디에도 이 도박판을 접자는 이성적인 말이 나오지 않자 총사령관의 속으로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시바! 누가 최후냐?
종족전쟁에서도 살아남은 내가 이런 도박에서 죽을 것 같으냐?’
신계 주신까지 저렇게 미쳐있으니 이건 아무래도 피할 수 없는 전투가 될 것 같았다.
‘모두가 아이언의 어떤 권능에 당해서 제정신이 아니다.’
자세한 분석은 무리였지만 아마도 투기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광역권능으로 보였다.
‘아이언의 권능에 영향을 받으면 투기가 올라가면서 전투력을 강화하는 대신 이성이 흔들린다.
힘든 전투를 앞두고 있기에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침묵했는데 후회막급이네.’
모두 취해있는데 자신만 멀쩡한 꼴이니 분위기가 영 적응이 안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해주는 자신의 고유권능이 이렇게 부담스러울지는 상상도 못 했던 총사령관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의 답변이 나왔다.
“나의 가호와 신계의 지원을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느냐?
좋아! 허락한다!
신계 지배층의 비상금이 전부 걸린 최종전에 어울리는 전투를 보여라.”
“우와아아아아아-!”
주변 고위신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함께 총사령관에게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지원이 걸린다.
위이이이잉-!
신족에게 부여될 신계의 가호가 모여서 총사령관 개인에게 부여된 것이다.
처음 받아보는 전력지원에 총사령관은 기분이야 날아갈 듯이 좋고 힘이 넘쳤다.
하지만 영웅왕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런 기분이 싹 사라졌다.
쿠웅-! 쿠웅-!
신족의 대지를 울리면서 거대한 기계신이 접근해 온다.
‘조종자도 없는데 존재감이 대단하다.’
직접 상대하고 있는 총사령관으로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의 위압감이 밀려온다.
‘신계의 가호가 집중된 지금도 저 기계 분신의 능력 측정이 안 된다.
저게 도대체 무슨 괴물이냐?
아무리 최상급 창조신의 기계 분신이라고 하지만 너무 한 것 아냐?’
아이언의 기계 분신이 저 정도면 도대체 본인은 어느 정도인지 생각만 해도 오싹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마치 자신들에게 관심을 달라고 주장하듯이 흑염 도적단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구우우우우웅-!
노골적인 투기와 살기가 몰려오자 총사령관은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상황은 통제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영웅동맹의 주신 중 가장 강력한 기세를 품어내던 존재가 영웅왕의 조종석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쿠쿠쿠쿠쿠쿠쿵-!
그러자 영웅왕의 기세가 날카롭게 변한다.
영웅동맹의 초월자들이 임시 조종하는 것과는 격이 다른 투기와 권능을 품어내는 영웅왕이었다.
신기까지 구현하면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워야 함을 느꼈다.
‘이런 제길! 아무리 보아도 지금 제정신들이 아니야!’
지배층의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승부에서 졌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예상조차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다만 끝없는 의문만이 생각이 났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판이냐?
아이언은 무슨 생각이야?’
그 생각은 흑염 세력도 똑같이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오십 개의 신계를 쳐서 중앙핵을 빼앗은 자신들을 이렇게 무시하는 신계는 처음이었다.
흑염 세력은 서서히 열이 받아서 나직하게 의지를 교환한다.
‘감히 우리를 무시하는데 그냥 칠까?’
‘정문 외의 다른 지역은 거의 무방비다.’
‘저기에 최정예가 결집이 되었는지 다른 곳은 병력만 많았지 별것 아니다.’
병력은 다른 곳이 더 많지만 지금 도박에 열중하고 있는 고위신들에 비해서 비교조차 하기 힘든 약한 투신만이 있던 것이다.
즉 정문만 피하면 중앙핵의 탈취는 식은 죽 먹기로 보였다.
그런데 근원이 가느다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후우우! 소용없다.
여기도 중앙핵이 없다.
그게 아니라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군.”
“...”
중앙핵이 없으면 신계는 바로 죽고 소멸을 시작한다.
그런데 없다면 이렇게 무사할 리가 없는데 가장 직감이 뛰어난 근원의 말이니 부정할 수 없었다.
근원은 자신들을 곤경에 처하게 했던 영웅동맹의 지휘 기체인 영웅왕이 중급 창조신과 전투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모두 여기서 모두 기다려라.
내가 언질을 주면 모두 후퇴해.”
“어딜 혼자 가려고?”
근원은 정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저 아이언이 나를 부르고 있다.
마치 우리의 약점을 찌르는 것처럼 지독한 대처다.
이대로는 세력화는 꿈이다.
그러니 도박을 해야 할 것 같다.”
근원의 시선은 아까부터 자신들을 주시하던 아이언에게 향한다.
‘처음부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어.
차원권능의 은신조차 꿰뚫어 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저 동전이다.’
아이언의 손바닥 위에는 심상치 않은 권능을 가진 것이 분명한 무지갯빛을 내뿜는 동전이 있었다.
‘저게 흑염의 직감을 뒤흔들고 있다.
저 동전은 흑염의 절대적인 직감을 혼란에 몰아넣고 있는 무엇인가다.
직접 보자 확신이 선다.’
영웅황제의 투기 소용돌이에서 도망치는 순간 흑염 권능이 보여주었던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그때는 갑자기 불에 타올라서 녹는 황금 동전이 보여서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 확실하다.
흑염의 직감을 되찾으려면 저걸 어떻게든 처리해야 해.’
아이언의 손바닥 위의 동전은 여전히 앞면이었다.
손바닥이 펼친 방향을 보아서는 아이언이 일부러 근원에게 보여준 것이 분명했다.
확실하게 서로 표정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근원은 모두에게 들리게 외쳤다.
“제안대로 정기는 없지만, 신들의 권능이 담겨있는 신계의 중앙핵을 하나 걸겠소.
대신에 그 동전을 걸어주시오.
그리고 이 도박을 하는 대신 우리에게 그 권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었으면 하오.”
중앙핵에 정기가 없어도 신계의 모든 권능의 정보가 담겨있다.
신계 제일의 보물이라고 과언이 아닌 중앙핵을 도박에 걸겠다는 말이었다.
연회에 있던 모두가 놀랐지만,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풋! 정기가 없는 중앙핵은 창조력이 부족한 흑염 세력이나 초월자에게는 별 쓸모가 없다.
그걸 걸어서 상대의 권능사용에 제한을 건다면 확실히 이익이 남는 거래다.’
신계의 중앙핵만 있으면 소멸한 신계를 쉽게 재생시킬 수 있었다.
정기는 비슷하게 들어가겠지만 이미 한번 구현된 신계였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창조신에게도 힘들지만, 나 정도라면 너무 쉬운 일이지.’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만들어졌던 신계를 재구현하는 방식이 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중앙핵을 빼앗기고 소멸한 신계까지 있다면 바로 회복시킬 수 있다.’
중앙핵을 잃고 소멸한 신계의 확보도 행성을 조약돌처럼 다루는 마도를 가진 자신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저 중앙핵은 정기와 신력이 모자라면서 가장 빠르게 세력을 확충해야 할 지금 가장 탐나는 보물이었다.
“받아들이지.
그러나 중고나 장물은 절반 값이다.”
“두 개를 걸겠소.”
그 말과 동시에 아이언은 무지갯빛 동전을 앞으로 튕겼다.
핑-! 빙그르르르-! 탁-!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권능을 집중하여 특별히 만든 동전이 영웅왕의 승리 쪽에 올려진다.
그와 동시에 근원도 가지고 있던 정기를 흡수하고 남은 중앙핵 두 개를 중급 창조신 쪽에 걸었다.
남이 보면 미쳤다고 할지 몰라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다.
‘어차피 정기를 다 뽑아서 사용한 물건이다.
그리고 우리와 초월자 쪽은 창조력 부족으로 재사용할 수 없다.
이제 저 이상한 권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지든 이기든 상관이 없다.’
아이언이 약속을 어기고 또 저 이상한 동전 권능을 사용하여 직감을 방해하면 그것으로도 좋았다.
‘아이언의 저 권능이 지금은 우세하지만 차이는 적어 보인다.
맹약을 어기면 당사자나 권능이 약화가 된다.
그럼 약속을 어길수록 흑염의 직감이 유리해진다.’
아이언도 이만오천분의 일이라는 오류가 있는 불안한 권능에 언제까지 기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근원에게 중앙핵을 거는 도박에 참여하게 하는 대신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렇게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사용하던 동전과 중앙핵 두 개가 내기에 걸렸다.
그리고 아이언은 영웅왕을 탄 주신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반드시 이겨라.
그러면 회수한 중앙핵으로 재생한 신계 하나는 바로 너의 것이 될 것이다.” “!!!”
과거에 자신보다 하위자였던 존재가 이제 중급 창조신에 신계 총사령관이다.
그런데 자신은 영구봉인된 범죄신에서 이제 겨우 정체 모를 군단의 일원이었다.
이 사실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영웅왕에 탑승한 주신이 놀랄 정도로 엄청난 포상이었다.
그 선언에 중급 창조신과 다른 신계관리주신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계 주신을 쳐다보았다.
부하들의 집중된 시선을 받은 신계 주신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내기에 걸린 것이 더욱 엄청나졌다.
그리고 아이언이 저렇게 큰 보상을 걸었으니 나도 당연히 무엇인가 추가해달라 이거지?’
신계 주신은 잠시 인상을 팍팍 쓰다가 대답했다.
저 서열 일위의 신계관리주신의 입버릇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원하는 기간 동안 유급 휴가를 주마.”
“오오오오오-!”
영 마땅치 않은 표정이던 중급 창조신의 기세가 환호하면서 일변한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다고 할지 몰라도 신계관리주신에게 나가는 월급을 생각하면 엄청난 양보였다.
그런데 중급 창조신의 환호와 신계관리주신들까지 표정이 확 변하자 아차 하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큰 보상이었던 것이다.
‘저 자식이 직위가 높은 만큼 배포도 엄청났지.’
무기한 유급 휴가를 주면 정말 영원히 쉬는 수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달았다.
“일만 년 이상은 안 돼!”
“쳇!”
실제로 이 기회에 대놓고 영원히 쉴 생각이었던 중급 창조신은 혀를 찼다.
누가 신계 주신이 아니라고 할까 봐서 더럽게 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다.
꽈꽈꽝-!
언제 만들었는지 거대한 대검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영웅왕에게서 강렬한 투기가 발산되면서 신계 총사령관을 압박한다.
이미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놀라운 투기였다.
“의욕 충만이구나!
하긴 신계가 승리의 보상이라면 나라도 그러겠다.”
척 보아도 직접 막으면 위험할 정도의 물리력이 실린 공격이었다.
많은 다른 종족과 싸운 전투경험이 이 순간 눈부시게 빛난다.
‘단순한 기계신이 아닌 나와 동급의 거신족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럼 힘으로 싸우면 필패다.
힘의 방향을 바꾸어서 틈을 만들고 급소에 일격을 가한다.’
신계 총사령관의 손에서 거대한 빛의 검이 발산되면서 살짝 떨어지는 대검의 궤도를 바꾼다.
퉁-! 파아아아아-! 쿠우우웅웅-!
바닥과 충돌한 대검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면서 신계 총사령관을 밀어낸다.
검의 궤도를 바꾸면서 품 안으로 파고들어 전력의 공격으로 끝장을 내려던 의도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속을 뒤집는 충격파에 기겁했다.
신격이 상위가 아니면 이 정도 여파에 이렇게 타격을 받을 리가 없었다.
“윽-! 기계 분신이 신계의 전력지원을 받는 중급 창조신인 나보다 신격이 정말 높다고?
이게 말이 되나?”
그 순간 영웅왕의 기세가 더욱 강렬해지면서 대검이 직각으로 횡으로 휘둘러지면서 신체의 양단을 노린다.
슈가가가가가-!
일백 미터가 넘는 대검으로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할 정도로 빠르고 완벽한 직선을 그리는 상승 검술이었다.
중급 창조신조차 완전히 피할 수가 없어서 목에 가느다란 핏줄기가 품어진다.
주르르르르-!
목에서 한줄기 피가 흐르자 이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 중급 창조신이었다.
‘신계의 전력 가호를 받은 내 신체를 이렇게 쉽게 벤다고?
이건 단순히 신격만 높은 것이 아니야.
조종자가 엄청난 검술을 가진 검신(劍神)이다.’
신계관리주신들이 관리신이라서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싸워보니 이건 현재 신계의 주신이나 투신과 수준이 아예 달랐다.
“아? 너? 설마 창조신급의 검신(劒神)이었나?
그런데 어떻게 영구봉인이 되었지?”
신계 총사령관은 목에 생긴 상처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하고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그런데 험악한 대답이 들려온다
“빌어먹을 규정에 걸려들어 고발되기 전에는 여기 검신(劍神)들의 총교두였소!
당신이 총사령관으로 임명되기 한참 전에 말이외다!
후배참(後背斬)!”
“히이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