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답변 대신에 오히려 더욱 강력해진 공격만을 퍼부을 뿐이었다.
꽈꽈꽈꽈꽈꽈꽈꽝-!
신계 총사령관의 방어막을 두들기고 신체를 가르는 대검의 공격이 끝없이 이어지자 점차 패색이 짙어간다.
이유는 하나였다.
영웅왕은 기계신이라서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정기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걸 파악한 신계 총사령관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설마 재생만이 아니라 싸우는데도 정기 소모가 거의 없을 줄이야.
이거 아주 안 좋아.’
영웅왕이 움직이는데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력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권능은 조종자가 발동하면 증폭하는 구조라고 판단되기에 이런 팽팽한 물리 공격을 주고받는 장기전에서 당연히 승산은 영웅왕에게 있었다.
신계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신체가 가진 허용량에 한계가 있는 상급 창조신의 몸동작은 갈수록 무디어져만 갔다.
투가가가가가강-!
점차 느려지는 신계 총사령관의 몸에서 드디어 허점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폭주한 영웅왕은 투구의 뿔처럼 솟은 검을 그대로 스물여섯 쌍의 검이 만든 벽을 깨어 부수고 투우처럼 돌진한다.
처음이라면 피하거나 막았겠지만 이미 신체의 지구력은 파탄을 드러낸 지가 오래였다.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것이다.
“치이이이!”
낭패라는 표정이 떠오르는 신계 총사령관의 머리 위로 십 미터가 넘는 뿔이 내려쳐 진다.
그리고 다른 대검 네 개도 사방에서 조여오자 승부가 끝났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권능의 증거인 빛의 날개까지 완전히 파괴당한 신계 총사령관에게 영웅왕의 대검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 광경을 모든 고위신은 똑똑히 쳐다보면서 환성과 비명을 질렀다.
“와아아아-!”
“우우우우-!”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는 순간이었다.
승부의 결과가 보이자 신계관리주신들과 원로들에게 환희의 탄성과 절망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영웅왕의 대검들에 의해 신계 총사령관이 산산 조각나는 광경이었으나 아이언의 명령이 떨어진다.
“동작 그만.”
그 말과 동시에 영웅왕이 시간이 멈추듯이 굳는다.
뚜뚝-!
방금까지 폭주하던 영웅왕이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아무 동작이 없다.
아이언의 명령은 추가로 영웅왕에게 명령했다.
“폭주 종료. 조종자 방출.”
팟-!
그러자 가슴의 조종석에서 주신이 튕겨 나온다.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별개로 강제로 나오게 되자 어리둥절한 표정의 주신이었다.
거기에 입고 있던 전신 갑옷이 폭주한 영웅왕과 비슷하게 변형이 되자 더욱 놀라고 있었다.
상급 창조신은 저런 변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름대로 유추를 하면서 부지런히 머리를 굴린다.
‘폭주한 영웅왕의 영향을 조종자도 그대도 이어받는가?
기세도 확실히 늘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강제 배출된 조종자에게 술 상자를 하나 넘겨주었다.
쿠웅웅-!
승자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리고 방금 대검에 산산조각이 날 위기였던 신계 총사령관에게도 술 상자를 하나 넘겨준다.
의아해하는 신계 총사령관에게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좋은 승부였다.
둘 다 수고했다.
이건 보너스고 진짜 승리 보상은 내 신계로 돌아가서 바로 조치해 주지.
그럼 이제 먹고 마시고 놀아라.”
지금까지의 사투를 가볍게 말한 아이언은 사탕을 다시 꺼내어 물고 근원에게 말했다.
“중앙핵도 고맙다.
많이 벌더니 통이 크군.”
“...”
그리고 냉큼 중앙핵과 함께 신기와 보물들을 회수하여 챙긴다.
영웅왕의 승리에 걸었던 고위신들에게는 신기 대신 정기술로 바꾸어 지급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오오오-!”
특수한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신기를 구하는 고위신은 제한적이지만 신력을 높이기 위한 정기술을 바라는 고위신은 넘쳐났다.
당장 팔아도 신기를 뛰어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실을 알기에 기뻐하면서 각자 챙긴다.
물론 누군가에게 빼앗길세라 그 자리에서 마셔버리는 고위신도 많았다.
꿀꺽! 꿀꺽!
거기에는 영웅왕에게도 걸어서 조금 복구한 상급 창조신도 있었다.
정기술을 마시자 몸 전체를 충만하게 채워오는 정기의 느낌과 미세하지만 본신 신력이 올라간 사실을 확인하고 그대로 병나발을 부는 고위신이 늘어난다.
“카아아아-! 좋다!”
“크으으윽-! 내가 취기를 느끼다니 이게 무슨 복이냐?”
신령이 신체보다 우위인 정신체들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
신체의 모든 활동을 신령이 완벽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다만 신령이나 신체가 일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정기를 흡수할 경우 지금처럼 약간의 상태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해가 되는 물질은 그대로 배출해버리지만, 정기술과 같은 영약은 어떻게든 흡수하려고 해서 생기는 과부하현상이었다.
고위신들이 정기술을 먹고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을 바라본 근원의 얼굴은 점점 굳어간다.
내기에 걸어서 잃은 중앙핵들이 갈수록 마음을 뒤흔들고 있던 것이다.
‘어차피 당장 쓸모가 없으니 지면 상관없이 넘겨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거 굉장히 열 받는구나.’
내기에 걸었던 중앙핵 두 개가 아이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가 하나는 신계 주신으로 보이는 상급 창조신의 손에 넘겨졌다.
그리고 막대한 정기를 바로 주고 받으면서 남의 물건을 가지고 아주 화기애애했다.
‘나도 절대계의 지배세력이었으니 정기가 없어도 일단 숙성되었던 중앙핵의 가치는 잘 알고 있다.
절대계에서 이런 도박을 했으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활용할 수 없는 도적단의 입장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런 걸 막상 도박에 져서 잃어버리자 서서히 얼굴에 혈기가 몰리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큰 문제가 있었다.
흑염의 직감을 어지럽히는 동전을 따지 못한 것이다.
아이언의 손아귀에 회수되어 손가락 사이로 돌고 있는 무지갯빛 동전을 뚫어지라 쳐다본다.
‘앞으로 현세계 제압을 위해서는 흑염의 직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무용지물로 만드는 저 이상한 동전만은 어떻게든 처리 해야 한다.’
권능을 발동하는 아이언은 처단하면 가장 좋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만은 무리였다.
‘샤이니 이상의 강자인가?
원래의 힘을 완전히 되찾기 전에는 정면대결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야 저 동전과 이상한 직감권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지?’
근원의 눈에서 여러 가지 상념이 섞여서 흔들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환하게 읽고 있는 아이언은 동전을 하늘 높이 튕겼다.
탁-! 빙그르르르르-!
연회장을 무지갯빛으로 밝히는 동전을 모두가 주목한다.
그렇게 시선을 모은 아이언은 근원과 모두에게 말했다.
“이게 필요한가?
아니면 잃은 중앙핵이 아까운가?
열 받으면 한 판 더 할까?”
무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동전은 다시 앞면이 나오고 있었다.
근원은 그 순간 흑염의 직감이 또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저거다.’
입에서 당장 하겠다는 말이 튀어나오려 했으나 가까스로 참았다.
‘본능적으로 이기는 방법을 아는 흑염의 절대자님과의 도박은 십중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흑염의 직감보다 상위의 권능으로 보인다.
이걸 상대로 도박은 무모해.’
입술을 꽉 깨물면서 말했다.
“술과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다른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그러했다.
도박에서 딴 놈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잃은 놈은 절망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여기 연회장처럼 술을 처먹고 교훈을 잊고, 도박을 다시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망하는 길이다.
내가 그럴 수가 없지.’
본래 이런 낯간지러운 말은 하지 않고 힘으로 눌렀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이언은 아무리 보아도 절대계의 전성기 시절의 나를 능가하는 강자다.’
더구나 잘 숨기고 있지만, 자신조차 감당할 수 없는 투기와 살기가 느껴졌다.
‘저런 상태로 용케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구나.’
이런 존재는 열 받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감히 말을 낮출 수가 없어 존대로 말투를 바꾼 근원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은 씁쓸한 말로 받았다.
“맞는 말이지.
여자하고 말이야.”
“...”
무슨 의미가 담긴 것 같은데 유아신이 할 말이 아니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근원에게 아이언에게 느긋하게 말한다.
“그럼 일단 도박은 끝났으니 연회다.
너도 먹고 마셔라.
지금 이 장소에서 너희들의 안전은 내가 보장한다.”
어차피 미래 자신의 부하가 될 흑염 세력이었다.
그러니 쓸데없는 원한을 살 생각은 없는 아이언이었기에 나온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근원도 흑염의 직감으로 거짓이 아님을 느꼈기에 바로 말을 받았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기묘한 연회가 시작되었다.
도박에서 이긴 쪽은 바로 딴 정기술을 먹고 기분 좋게 취해서 상승한 신력을 느끼고 좋아한다.
그리고 져서 빈털터리가 된 쪽은 다시 벌어야 할 앞날을 생각하면서 계속 나오는 음식과 술을 삼키고 있었다.
“제길! 도박하는 것이 아닌데.”
“킬킬! 이런 큰 승부 없이 무슨 수로 출세를 하려고 해?”
딴 쪽이나 잃은 쪽이나 이제 결과를 받아들이고 연회를 즐긴다.
그런 밝은 분위기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이언이 준 음식과 술만 먹던 흑염 세력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탁자의 음식까지 노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완전히 무방비하군.’’
‘정말 축제 같아.’
‘이거 정말 맛있다.’
신계 주신이 아이언에게 음식 맛이 없다고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
열 받은 상급 창조신에 의해 요리실이 통째로 증발하자 그제야 존재의 위기를 느끼고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내고 있는 요리들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십중심이 진리에게 쓰러진 이후 처음 겪는 축제에 점점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창조신계에서 바라보는 창조신장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저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왜 도적단들을 처단하지 않고 대접하나?’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아이언의 행동이었기에 브라이트의 조언을 구했다.
브라이트는 아직도 아이언이 구멍 뚫은 금속판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의 시선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중해 있자 살짝 헛기침하면서 말했다.
“험험! 저게 뭐하는 짓입니까? 브라이트.”
브라이트는 그제야 금속판을 내려놓고 흑염 도적단까지 어울린 연회를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훗! 과연 투기와 살기를 잘 이해하고 있군.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예?”
브라이트는 수염을 쓱 쓰다듬으면서 흑염 도적단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본래 투기와 살기는 적이 강하고 전투가 힘들수록 더욱 강해집니다.
그런데 저런 대접을 하는 상대를 무조건 증오하기 힘듭니다.
대접한 덕분에 그렇게나 신족을 곤란하게 만든 투기와 살기가 처음보다 많이 줄어있습니다.”
“!!!”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은 화면의 흑염 도적단을 주목한다.
화면 너머지만 끔찍하게 느껴지던 살기와 투기가 명확하게 감소 되어 있었다.
“확실히 감소하였군요.”
이제야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깨달은 창조신장은 조금은 안심했다.
저 정도의 투기와 살기면 상급 창조신의 신계 투신들이라면 감당할만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영웅신의 힘보다 대처가 힘들었던 투기와 살기를 연회 한 번에 저 정도로 감소시켰습니다.
싸우기 좋아하는 유아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대단합니다.
앞으로 나타날 저런 초월자와 영웅신들을 잘 다스리면 신계의 지배는 영원할 것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브라이트의 당부에 이미 생각해둔 일이 있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는 창조신장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이미 어떤 결정을 내렸다.
‘너무 완벽하고 강해서 통제되지 않는 영웅신은 위험해.’
이번 흑염 도적단의 준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대책을 만들지 못한 군부였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비장의 계획을 극비리에 보고를 해왔다.
‘투기와 살기에 강한 초월자조차 뛰어넘는 전투력을 가진 신족을 유아신부터 영재교육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신족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심을 주입교육하여 수월하게 통제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영재교육으로 영웅신과 거의 대등한 무력을 가집니다.
하지만 조기교육으로 개인적이지 않고 조직에 절대 충성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초신(超神)입니다.’
샤이니와 브라이트와 같은 뛰어난 영웅신의 힘은 인정하나 지금의 신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영웅신들은 집단에 대한 충성보다 개인의 의지가 우선한다.
이들이 독단으로 흐르면 막을 방법이 없다.
대응할 자체 전력이 필요해.’
샤이니와 브라이트가 이번 일로 자신을 끌어내리고 스스로 창조신장이 되겠다고 하면 꼼짝없이 그렇게 해야할 정도였다.
‘더 영웅신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
하지만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가장 우려하고 불편해하는 점이다.’
그걸 정확하게 파악하고 파고드는 교육부 담당 창조신의 보고가 머리에 떠나지 않았다.
‘초신양성계획(超神養成計劃).’
아직 검토 중인 신족의 극비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