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140화 (1,140/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치안 유지와 점령지 관리에 특화된 현재 투신과 전신의 전투력 한계가 명백하니 적극적으로 추진될 확률이 높았다.

‘다만 시험적이기에 그 대상의 선정에 어려움이 크다.’

해결책도 제시되어 있었다.

‘명문 일족의 대상은 제외하고. 일단 연고가 없는 대상을 선정한다.’

처음에는 거의 방치 된 미개발지역이나 낙후지역의 유아신들이 대상이었다.

‘무리하게 오리진을 직계나 혈족을 선발하여 정치적으로 거래할 필요가 없겠군.

교육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고 성과가 뚜렷하면 바로 적용하면 된다.’

은밀하게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든 창조신장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지금 군부를 거의 무용지물로 바꾼 신세대 군부 행동지침보다 더한 잘못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전투에 목숨을 거는 투신과 전쟁에 삶을 건 전신에게는 모든 법과 규칙을 뛰어넘는 불변의 철칙이 있었다.

‘강자는 약자를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내색은 하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도 있었다.

‘약한 동료나 상급자는 적보다 무섭다.’

그러니 어린 유아신들에게 아무리 교육을 한다고 해도 자신보다 약한 기존의 군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더구나 명문 일족도 아닌 거의 고아와 같은 유아신들을 부하들이 상급자로서 존중할 리가 없으니 충돌은 필연적이다.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이 계획을 알았다면 대경해서 반드시 각하시켰을 일이었다.

‘아직 인격이나 인내심이 부족한 유아신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 부하들을 보고서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기존의 주신들조차 고발을 당하자 부하를 모두 죽이고 영구봉인이 되었소.

그런데 유아신에게 인내를 바랄 것이오?’

창조신장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반드시 반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교육부와 계속 조율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현세계의 절반을 날려버린 ‘초신전쟁(超神戰爭)’이 시작되려 하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흑염 세력까지 섞여들어서 연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슬 연회를 끝낼까?”

그 말에 슬슬 다음 과정인 전투가 시작되리라고 생각한 모두가 침묵하면서 경청한다.

연회를 즐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신계의 존망을 건 전쟁 전의 환송식이라는 사실을 누고도 잊지 않고 있었다.

모든 고위신들이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한시도 떼어놓지 않던 신기와 전신 갑옷들을 몸에 착용한다.

철컹-! 우두둑-!

단숨에 흑염 세력과 신계의 전력이 양쪽의 진영으로 나누어졌다.

그 가운데 영웅동맹의 주신이 살기와 투기를 피워올리면서 서로가 충돌하지 못하게 막았다.

아이언이 의지로 명령을 전달한 것이다.

‘나의 허락 없이 싸움을 시작하는 쪽을 무조건 쳐라.’

흑염 도적단을 적으로 보는지 의아할 정도로 이상한 명령이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 처지에서 거역할 생각은 없다.’

‘신족이든 흑염 도적단이든 방해가 된다면 처리한다.’

누가 고발했는지도 모르고 죄도 이해가 안 되는 처사에 대해 반발하여 영구봉인을 당하면서 신족에 대한 미련은 이미 버렸다.

무엇보다 아이언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고 어떤 성향인지 군부에서 오랜 세월을 지닌 그들은 잘 알았다.

‘따르면 살고 거부하면 죽는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유아신의 모습이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렇게 연회장에서 단숨에 전투 직전까지 위기감이 고조된다.

후우우우우웅-!

여기 있는 전력은 신계의 최정예들이고 그동안 안주하지 않는 폭주와 도박으로 인하여 상승한 무시무시한 투기와 살기가 흑염 세력에게 몰려갔다.

흑염 세력이 잠시 놀랐으나 그 이상의 기세로 맞받아쳐 졌다.

구구구구구구구-!

어지간한 하위신은 피를 토하고 죽어갈 정도로 강렬한 기세의 격돌이었다.

최상석에 있던 상급 창조신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완전무장을 완료하고 아이언을 쳐다보았다.

‘드디어 시작인가?

버틸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언의 입가에 머문 희미한 미소를 보는 순간 소름이 쫙 올라왔다.

‘가소로워하고 있다!’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향상된 신계의 고위신의 존재감과 이미 공포의 상징이 된 흑염 세력의 투기와 살기를 가뿐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약간 졸린 표정까지 된 아이언은 입에 들어있는 사탕을 굴리면서 태평하게 말했다.

“싸우기 전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을 하겠다.”

막 서로를 공격하려던 두 세력의 움직임 멈추었다.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고 언제든지 먼저 움직이는 쪽을 치려던 영웅동맹의 주신들도 신기를 꺼내 들고 양쪽을 경계만 한다.

“참고로 내 허락 없이 마음대로 싸우면 나를 모욕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들부터 치워주지.”

황금의 불길이 아이언의 온몸에서 타올라서 신계의 하늘을 관통하듯이 솟구친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황금빛 불길이 감싼 투기 소용돌이 안에서 영 못마땅한 음성으로 아이언이 선언하듯이 말한다.

“내 앞에서 잡스러운 살기와 투기를 치워라.

전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 전에 대화와 거래를 하자.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현세계 최후의 순간까지 용서는 없다.”

양 세력 전부를 찍어누르는 위력과시였다.

투기와 살기를 개방했던 모두가 다급하게 신기까지 집어넣었다.

죽음을 각오했던 영웅동맹의 주신들까지 창백해질 상황을 기세 하나로 눌러버린 아이언은 스물여섯 쌍의 투기의 날개를 개방한다.

“현세계 신족 최상급 창조신의 수좌인 아이언으로서 흑염 세력에게 권고한다.

이제까지 강탈한 모든 중앙핵을 신계에 반납하고 정중히 모두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합당한 처벌을 받고 신족에 합류하라.

처벌은 최대한 선처하겠다.

현세계 신족의 법대로라면 일만 년 정도의 봉인이겠지.”

“!!!”“!!!”

간단하게 아이언은 흑염 도적단에게 신족으로 임관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옆에서 듣고 있던 상급 창조신이 입을 딱 벌릴 정도로 충격적인 권유였다.

‘흑염 도적단에게 소멸당한 오십 개의 신계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제안이다!’

더구나 겨우 일만년의 봉인이라니 그 죄의 중함을 생각하면 창조신장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약속이기도 했다.

아무리 아이언이 강해도 독단으로 이런 식으로 나왔다는 것을 알면 결코 무사할 수 없었다.

“아이언님!”

놀라서 불렀지만, 투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아이언은 모두 무시하고 선언을 이어간다.

“의아해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은 타락했다고 하나 영웅신이다.

그 가치를 생각해서 지금까지의 모든 죄를 사면하고 중히 쓰겠다.

너희들이라면 창조신조차 쉽겠지.”

오십개의 신계를 소멸시켰는데 겨우 일만 년의 봉인 후 창조신으로 임관이다.

아이언의 동전을 뺏기 위해 사생 결단을 할 생각을 하고 있던 근원조차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자비로운 조치였다.

그리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존재는 따로 있었다.

빨리 싸워서 통쾌하게 박살을 내라고 초조하게 기다리면 창조신계와 창조신장이었다.

“컥! 컥!”

창조신장이 하도 화가 치밀어서 격하게 숨을 몰아쉰다.

그런데 브라이트와 우주신들의 표정은 달랐다.

내심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화상으로 본 흑염 세력은 쉽게 처단할 수 없는 강적들이다.’

‘우리가 직접 나서도 힘들지 몰라.’

전쟁 중에 종족을 바꾸고 대활약을 펼친 사례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종족전쟁에서 승리한 신족의 시대였다.

나중에 반드시 나타날 초월자들의 영웅신들을 이런 식으로 흡수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는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

그러나 자꾸 이해할 수 있는 기준 너머에서 발생하는 뜻밖의 사태에 이제 분노하기 시작한 창조신장이 문제였다.

브라이트는 이제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신세대 신족을 위해서 창조신장을 바꾸어야 하나?

그보다 샤이니의 의지가 문제로군.’

아주 은밀하게 샤이니와 직통회선을 연결하고 의사를 물었다.

‘어떤가? 샤이니.

흑염 세력이 신족과 합류한다면 통제할 자신이 있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은 창조신계만이 아니었다.

흑염 도적단을 토벌하기 위해 은하계 전체에 차원 결계를 치고 있는 샤이니도 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샤이니도 아이언이 방금 한 말을 듣고 놀라고 있었으나 바로 브라이트에게 대답했다.

‘일만 년 정도 봉인해서 시간을 벌 수 있다면 흑염 세력을 신족에 완전히 편입시킬 수 있네.’

‘굴복시킬 수 있다는 뜻인가?’

범죄신들은 봉인하고 신족에 대한 충성심을 반복교육해서 굴복시킨다.

그것이 처벌의 기본이기에 묻는 말이었다.

하지만 샤이니에게서 말도 안 된다는 응답이 온다.

‘주신에게도 소용없는 재교육이 영웅신에게 통할 리가 없지.

흑염 세력이 지금처럼 준동할 수 없게 동등 이상의 기동 전력을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네.’

‘만들고 있다던 일족의 이야기인가?

직계들이 그 정도인가?’

‘그 아이들이 성인신만 된다면 절대로 흑염 세력에게 지지 않을 것일세.’

자신의 일족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샤이니의 말에 브라이트도 이해한다.

영웅신의 혈족과 일족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최강의 샤이니의 혈족이라면 분명히 신족의 역사를 새로 쓸 존재가 나올 것이다.

불안하지만 그들이 창조신장을 잘 돕는다면 문제가 없겠지.’

어떤 존재가 나올지 기대가 컸지만 직접 볼 수는 없었다.

흑염 도적단이 지금 임관을 받아들이면 준동은 종료였다.

그러면 약속대로 샤이니와 자신은 창조주님께서 불러주시기만을 기다리는 영원한 잠에 빠져야 했다.

잠시 소란이 있었으나 아이언의 무지막지한 투기 방출에 침묵을 찾은 연회장에서 근원의 입이 열렸다.

“우리는 흑염의 세력!

모시는 것은 오로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한 분뿐!”

오십 명의 흑염 세력의 몸에서 살기와 투기가 검은 불길이 되어서 타오른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

아이언의 황금 투기 소용돌이와 맞먹을 정도로 높아진 기세 속에서 흑염 세력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서 울린다.

“우리를 배신한 세계나 신계 따위에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

구원이라는 임무가 끝났으니 종족이나 세계의 양분이 되는 결말을 거부한 타락한 영웅신다운 주장이었다.

아이언은 그래도 신족의 최고 지배층으로서 나름대로 생각해서 한 제안을 거부당했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는 태생 문제로군.

역시 본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결과는 같다.’

투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원래의 미래가 썼다는 긴 담뱃대를 창조해서 입에 물고 길게 흡입했다.

그러나 바로 황금빛 연기를 토해냈다.

“후우우-! 콜록-! 콜록-! 맵잖아-!

왜 이 맛없는 연기 따위를 마시는 거야?

에이-! 기분 잡쳤어.”

유아신의 몸으로는 담배는 무리였다.

그래서 신경질적으로 담뱃대를 뒤로 던져버렸다.

투기의 회오리를 뚫고 무엇인가가 튀어나오자 긴장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그러나 앞으로 나오지 않고 뒤로 던져지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공격이 아닌가?’

‘저게 뭐야?’

튀어나온 길쭉한 뭔가가 신계의 정문으로 날아가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신계의 정문에 막대기가 마침내 부딪쳤다.

투강-! 꽈꽈꽈꽈꽈꽈꽈꽈꽈꽝-! 구르르르르르릉-!

귀를 찢을 것 같은 굉음과 폭발이 일어나면서 신계의 대지가 통째로 뒤흔들린다.

여기에 정문 쪽으로 거의 사십오 도가 넘는 각도로 들려졌다.

“우아아아아악-!”

“허어어어어어-!”

연회장에 있던 고위신들조차 겨우 중심을 잃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과 지진이었다.

그래도 멀쩡한 연회장이 이상했지만 겨우 자세를 잡은 모두의 시선에 신계의 정문을 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신계의 정문이 없어졌다.

“...”

“...”

신계의 정문과 함께 주변 성벽까지 방금 충돌에 송두리째 날아간 것이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마어마한 물리력에 파괴당해서 주신전까지 뚫려버린 대로였다.

담뱃대를 던져서 신계의 정문과 함께 대로까지 뚫어버린 아이언은 아주 마음에 안 든다는 어조로 말했다.

“나는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말들을 지극히 싫어해.

방금 나의 제안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만 반드시 받아들여야 했다.”

아이언의 몸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한다.

신계의 중앙핵과 원격접속을 완료하고 신체를 강화를 시작한다.

두둑-! 두둑-!

유아신의 몸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투기 소용돌이 속에서 아이언의 은은한 분노가 서린 음성이 울린다.

“연회를 베풀고 도박도 제공하면서 친분을 다졌다.

그 상태에서 서로 이익이 되는 거래를 제안했다.

이렇게 성의를 보였는데도 안 통한다면 그 잘난 충성과 함께 죽어라.”

처형선고였다.

터무니없이 커지는 존재감과 삶 대부분을 세상과 싸워온 흑염 세력조차 기가 질릴 정도로 살기가 몰아쳐 간다.

부르르르르르-!

상급 창조신과 고위신들의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의 권능까지 움직인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학-!

그리고 투기의 소용돌이를 양팔로 거두면서 아이언이 일어섰다.

“말이 안 통하면 힘으로 처단한다.

적으로 낙인찍은 상대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리하겠다.”

그렇게 외치면서 아이언이 투기 소용돌이를 뚫고 일어서는 순간 신계의 모든 통신과 기록이 멈추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직-!

원래 현실을 강화하고 왜곡하는 주신 이상의 정신체들의 전투는 녹화와 방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상급 창조신의 높은 신격 덕분에 지금까지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화면이 나가버리자 창조신계와 총사령부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했다.

초조하게 결전을 기다리던 창조신장은 소리부터 쳤다.

“무슨 일이냐?

왜 통신이 끊겨!”

“현장의 현재가 완전히 왜곡되었습니다.

공간과 시간도 뒤틀려서 재접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상급 창조신도 통신유지를 못 견딘다고?”

그러나 사태는 명확했다.

아이언이 상급 창조신이 중계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은 투기를 발산한 것이다.

브라이트와 우주신도 은근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과 공간조차 어긋나다니?’

‘도대체 어느 정도의 투기를 가졌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나?’

‘이제 화상은 고사하고 연락을 할 방법조차 없다.’

자신의 투기 방출에 통신이 먹통이 된 것을 확인한 아이언은 거리낌 없이 외친다.

“나를 기분 나쁘게 하면 본인만이 아니라 일족까지 망하게 한다.

은혜의 갚음은 유한하고 원한의 복수는 무한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신의 길!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바로 나를 위해 있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