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 말과 동시에 아이언의 몸이 또다시 사라졌다.
투가가가-!
다시 근원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흩날린다.
근원의 머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날려지고 그 자리에는 주먹을 내지른 자세로 아이언이 서 있었다.
“크아악-!”
겨우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재생을 끝냈지만 바로 다시 분해해 버린 것이다.
뚜뚝-!
아이언은 가볍게 머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흑염 세력에게 말을 건다.
“내 말에 거역하겠다면 이런 대우에 익숙해지도록 해라.”
“!!!”
흑염 세력은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성스러운 황금빛의 투기지만 그 속에 섞인 살기와 투기는 절대계에서도 드문 수준으로 지독한 것이다.
더구나 방금 어떻게 움직였는지 눈과 인지가 쫓아가지 못했으니 점점 기세가 줄어든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현세계에 있을 수가 있지?’
파아아아아아아-!
멈칫거리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하는 흑염 세력의 뒤로 근원의 생명력이 빛난다.
더는 물러설 수 없기에 영웅신의 저력을 발휘하여 재생을 완료한 근원이 괴성과 같은 기합을 지르면서 아이언에게 다시 덤벼들어 간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질주하는 근원의 양손에는 두 개의 날을 가진 양날 도끼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파가가가가-!
신력이 집중된 도끼 한 쌍이 그대로 아이언의 머리와 심장을 노리고 내리쳐졌다.
그제야 나른하던 아이언의 눈동자에서 이채가 돌아왔다.
“호오? 쌍날 손도끼? 신기도 사용했나?”
원래의 미래에서 전해 받은 정보로는 근원은 신기를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초월적인 생명력을 근거로 하여 신체의 재생력과 강건함으로 승부를 보았던 투사였다.
그런데 갑자기 잘 쓰지 않던 도끼를 꺼내 들었으니 얼마나 사태를 급하게 보는지 알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언은 나직한 감탄사와 함께 그대로 근원이 휘두르는 양날 손도끼 몸으로 받았다.
“흡!”
우두둑-!
경직된 목과 가슴근육이 근원의 도끼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
설마 무방비로 받을 줄은 몰라서 놀란 근원이었지만 절호의 기회였기에 필사적으로 힘을 더해서 휘두른다.
투까까까까깡-!
신체와 신기가 충돌했는데 피가 아닌 불꽃이 튀었다.
근원의 도끼날에 적중당한 목과 가슴의 피부에 한줄기의 빨간 선이 그어졌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이!? 이익!”
아무리 신체가 강해도 신기에 비하면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력을 집중한 신기 공격마저 근육에 힘을 준 것만으로 통하지 않자 어이가 없는 근원이었다.
‘이번 일격은 루카 에일레스님도 상처를 입을 정도다.
그런데 끄덕조차 하지 않는다고?’
일대와 이대의 차이였다.
일대인 루카 에일레스가 가진 신체의 강력함은 무서운 완력과 직감에 있었다.
절대적인 직감 덕분에 부상을 입을 일도 거의 없으니 방금처럼 신력이 집중된 신기가 아예 통하지 않을 정도의 방어력은 당연히 없었다.
‘칼로 찌르면 어떤 단련된 육체도 피를 흘려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무시한다면 한가지 결론이 나온다.
설마 신체 능력의 강력함을 권능으로 승화시킨 것인가?’
나름대로 정답이었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흑염 신체의 절대적인 강대함을 모든 신기와 권능공격에 견딜 수 있는 권능으로 만들었다.
아이언은 방금 얼얼한 충격을 받았던 목을 매만지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이대가 신체의 방어력 하나는 대단하군.
이러지 않으면 일대 흑염의 절대자나 다른 십중심들을 이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
권능으로 진화한 흑염의 신체는 대부분의 공격을 완전히 무시하고 완력까지 보존했다.
그래서 이대 십중심에서도 최강의 파괴력으로 군림할 수 있던 것이다.
‘이대 십중심들의 일반 공격도 무시하는 이대 흑염의 신체다.
십 분의 일로 힘이 감소한 타락한 영웅신의 공격 따위가 통할 리가 없다.’
아이언은 도끼날에 눌려서 붉은 줄이 그어졌다고 본래의 색깔로 돌아온 목을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아무리 봐도 사기로 보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신체는 현자의 이해와 지식을 벗어나 있어.
그리고 방금 공격은 그대로 돌려주지.”
아이언의 손아귀에 황금빛 투기가 뭉친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드러난 모습은 거대한 황금빛의 도끼였다.
크기가 거의 아이언의 키만 했다.
위기감을 느끼고 다급하게 거리를 벌리려 하는 근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아이언의 양손으로 도끼를 잡고서 앞으로 휘둘렀다.
슈각-! 툭-!
폭음이나 공기가 갈라지는 굉음이 울리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언의 눈앞의 공간이 하늘에서 땅으로 일자 형태로 갈라지면서 근원을 두 조각내어 버렸을 뿐이었다.
“!!!”
하늘과 땅이 근원과 함께 양단되는 모습을 본 모두가 하나의 사실에 경악했다.
‘방금 공격에는 권능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단지 완력만으로 공간을 잘라?’
이 자리에서 두 번째로 강한 근원이다.
그런 존재의 신기 공격을 몸으로 아무 상처 없이 받아내고 물리력이 잘 통하지 않는 공간과 신체를 힘과 투기만으로 공기처럼 잘라버린 것이다.
여기까지 진행을 확인하면 적이나 아군이나 하나의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어!’
신체가 상대의 주먹을 으깰 정도로 단단하다.
신기 공격도 안 통하고 권능조차 사용하지 않고 공간을 파괴할 정도의 완력을 가졌다.
여기 있는 전부가 덤벼들어도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의 힘이었다.
슈아아아아아-! 두둑-! 두둑-!
투기로 만들어 낸 도끼를 취소하고 다시 맨손이 된 아이언은 손을 가볍게 풀면서 말했다.
“너 정도의 생명력이면 두 조각 정도는 별 타격이 없겠지?
영웅신의 저력인지 뭔지 빨리 사용해라.
아니면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
공간과 함께 몸이 좌우로 나누어진 근원은 이를 악물었다.
‘으득! 본래 가진 힘 정도는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능력을 폭증시켜주는 영웅신의 저력이다.
그런데 이렇게 격차가 극심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심의 수단이던 신기 공격도 안 통한다.
권능이 실린 물리력조차 무시하는 방어력을 뚫고 상처를 입힐만한 수단은 이제 거의 없었다.
‘영웅신의 저력을 전부 사용하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또 무리하면 신체가 견딜지 의문이다.’
일단 근원과 아이언의 충돌결과를 본 흑염 세력의 머리도 지극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근원의 지금 신기 공격이 아무 상처도 주지 못했다.’
‘그럼 우리의 공격도 안 통할 확률이 가장 높다.’
‘저 완력을 상대로 근거리는 안 돼!’
‘원거리로 쳐야 한다.’
직감만 의지하던 흑염 세력의 머리에 드디어 확률과 작전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투기와 살기를 감소시킨다.
슈아아아아아아-!
흑염 세력의 기세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검을 불길의 투기가 아이언의 황금빛 투기 회오리에 점점 잠식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신계의 고위신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끝났군.’
‘신계는 무사하다.’
저기까지 가면 다시 투지를 되살리기는 글렀다.
이제 승부는 끝난 것이다.
그런데 다시 근원의 생명력이 발동된다.
파아아아아아-!
절반으로 나누어진 몸을 붙이고 다시 몸을 재생시킨 근원이었다.
이번에는 아이언처럼 하나의 도끼를 꺼내 들어 양손으로 잡았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반드시 흑염의 절대자님을 구하겠다!”
그 말에 감전된 것처럼 부르르 떨던 흑염 세력은 모두 신기에 권능을 집중시키고 아이언에게 달려들었다.
구구구구구구궁-!
오십 명의 흑염 세력이 아이언 한 명에게 벌떼처럼 달려든다.
샤이니조차 열 명으로 대응하고 나머지는 신계를 공략하는 여유를 부렸다.
그런데 지금은 신계는 거의 무시하고 아이언에게 전력을 기울였다.
이런 차이는 흑염 세력이 지금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 확연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영웅신의 저력을 총동원하여 발휘한 흉흉한 신기의 날이 수십 개가 일시에 덮쳐오고 있지만, 아이언은 크게 웃어주었다.
“푸후후후! 그래! 그래야지!”
아이언의 투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신체의 근육과 뼈를 극한대로 강화하기 시작한다.
그렇게나 바라던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수련 준비였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은 상대의 공격과 투기를 축적하고 자신의 힘을 더해서 방출하여 적을 말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타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신체와 회복력, 방어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완벽해야 한다.’
기적처럼 상대의 공격과 투기를 방어 중에 흡수한다.
그리고 발현자의 투기와 힘을 더해서 돌려주기 위해서는 철저한 단련이 필요한 것이다.
‘원래 흐름의 미래의 내가 수련을 했던 엄청난 시설을 만들 여력이 없다.
비슷한 타격을 내게 줄 수 있는 흑염 세력과의 전투가 답이다.’
현세계에서 비교할 상대가 거의 없는 완력과 투기를 가진 흑염 세력이야말로 절호의 훈련 수단이었다.
회복을 보조할 수단이 없다는 문제도 이미 처리해 놓은 상태였다.
‘회복력의 보조는 신계의 중앙핵으로 대처한다.
이 정도도 넘어서지 못한다면 영웅신은 꿈이다.’
방어자세를 취하지 않는 아이언의 몸에 흑염 세력의 신기 공격들이 그대로 전신에 내려 찍힌다.
꽈꽝-! 까까까깡-! 투하하하하-!
신기들에게 적중이 되자 이번에는 아이언의 몸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영웅신의 저력을 집중한 회심의 일격들이 드디어 피부를 찢고 일부는 근육까지 잘라낸 것이다.
그러나 흑염 세력도 무사하지는 못한다.
파가가가가가강-!
아이언의 신체에서 발동된 반탄력으로 전원이 뒤로 튕겨 나가버린다.
달려든 속도 이상으로 날려진 흑염 세력은 신기의 날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헉!”
“이럴 수가!”
아이언을 공격했던 신기의 날이 모두 뭉개져 있었다.
마치 강철 덩어리에 무기를 그대로 내려친 것처럼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으으으윽-! 신기가 못 견딘다.”
“크윽-! 무슨 몸이 저따위냐!”
“그러나 타격은 분명히 들어갔다!”
아이언이 드디어 피를 철철 흘린다.
분명 중상이었으나 다음에 벌어지는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슈하하하하하하학-!
아이언의 몸에서 자욱한 황금빛 연기가 품어졌다.
그리고 피부를 뚫고 근육을 상하게 한 깊숙한 상처들이 마치 지워지듯이 회복되는 모습에 신음했다.
“으윽! 근원 이상의 생명력이다.”
오십 개의 치명상을 일순간 치료한다.
신기에 담은 신격과 파괴력을 생각하면 저런 순간재생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특히 강대한 생명력을 기본으로 재생하는 고유권능을 가진 근원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저건 불사신의 괴물이다.
막으려면 몸을 산산조각을 내고 머리를 부수던가 완전 분리를 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근육을 파괴하는 정도가 한계다.’
아무리 차원권능으로 세계의 항상성을 중화하고 정기로 힘을 회복해도 이할 정도의 회복이 한계였다.
‘영웅왕의 저력조차 삼할은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로는 저 아이언의 뼈를 끊을 정도의 위력을 도저히 낼 수가 없다.’
아이언은 완전히 회복된 신체와 증강된 방어력과 투기 흡수력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생각대로다.
흑염 세력의 투기는 은하유성(銀河流星)의 단련에 가장 적합하다.’
원래 흑염의 권능에서 유래된 투기 오의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 만족한 아이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흑염 세력에게 말했다.
“후후! 따끔했다.
그럼 답례를 하지.”
아이언의 오른손에 황금빛 투기가 서리고 그대로 횡으로 휘둘러졌다.
그런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엄청난 공격이 덮쳐올 것으로 생각한 긴장한 흑염 세력이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권능공격인가?’
‘하지만 실패한 모양인데?’
그때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엎드려서 피해-!”
“투기와 물리력이 차원을 파괴하고 넘어서 너희에게 가고 있다!”
“차원을 절단하는 물리 공격이다.”
맞으면 죽는다!”
“허억-!”
그 말에 흑염 세력이 모두가 기겁하며 그대로 몸을 바닥에 던졌다.
‘흑염의 직감이 아니더라도 지독한 위기감이 몰려온다!’
‘맞으면 죽는다!’
체면이고 뭐고 가릴 때가 아니었다.
흑염 도적단이 엎드린 바로 그 순간 위 허공에 다섯 개의 줄이 그대로 그어졌다.
파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등 뒤로 스치는 투기의 여파가 그대로 몸의 뒷면을 후려갈기고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으흑-!”
“커허-!”
겨우 회피하고 나서 벌떡 일어서서 뒤를 확인한다.
그러자 막아서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다섯 줄기의 투기의 선이 끝없이 이어진 것이 보인다.
시야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공간 절단의 흔적이 지평선 저 너머 우주까지 가 있었다.
“...”
“...”
싸우고 있는 흑염 세력이나 보고 있는 신계의 고위신들조차 할 말을 잃게 하는 투기 공격이었다.
공간조차 절단되는 저런 투기에 말려들었으면 단숨에 몇 동강이 났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접근해서 싸우면 어떻게 되는지 절실하게 깨달은 근원이 소리를 쳤다.
“근접하지 마라!
원거리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그 말에 동의한 흑염 세력의 신기에 모든 권능이 집중되면서 검은 불길이 다시 치솟아 오른다.
‘신력포와 비슷한 원거리 공격은 분명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안전하게 피해를 중첩할 수 있다.
수십조의 정기를 가지고 있는 흑염 세력이라면 무한대로 연사할 수도 있었다.
우우우우웅-!
오십 개의 신기가 최대출력으로 원거리 공격을 준비한다.
집중적으로 발동되면 신계의 방어벽조차 파괴할 위력이 담겨서 아이언만을 노린다.
그러나 아이언은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
“후후후훗-! 내게 원거리 공격만을 하겠다고?
이런 일도 다 있군.”
원래 흐름의 미래의 자신은 마도신으로서 원거리 광역권능 전문이었다.
그래서 상대방과 거리를 두기 위해 고생을 했다는데 지금은 알아서 멀어져 준다.
‘마도를 사용하면 바로 쓸어버릴 수 있지만 원래 목적은 수련이다.
이제야 제대로 단련을 하겠군.’
흑염 세력이 절대계에서 가졌던 완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감소 되었다고 해도 본래의 신격은 하락하지 않는다.’
즉 신기를 통한 원거리 공격이야말로 지금 흑염 세력이 보일 수 있는 최대의 공격력이었다.
처어! 쿠쿵!
아이언은 양다리를 어깨 넓이로 펴고서 땅에 힘있게 박는다.
그리고 양손을 굽혀서 얼굴과 가슴을 방어한다.
우드드드드득-!
그 자세 그대로 전신의 근육이 약동한다.
공격하려면 얼마든지 해보라는 은하유성의 방어자세였다.
“으음!”
혹시라도 아이언이 달려들면 차원권능으로 도주하려던 흑염 세력이 허탈할 정도였다.
그렇게 서로의 공격과 방어를 전력으로 준비하는 와중에 신계 주신의 다급한 음성이 울렸다.
“아이언님! 제발 다른 곳에서 싸워 주십시오!
뒤에 바로 저희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신계까지 말려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