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흑염 세력이 신체 붕괴의 위험을 감수하고 최대한으로 발동하는 원거리 공격은 상급 창조신에게도 굉장히 위험했다.
‘준비만 하고 있는 지금도 막을 자신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아직도 멈추지 않고 위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저 정도의 공격이 신계에 맞았다가는 치명적이다.’
더구나 아이언에 의해 정문이 날아가서 무방비였다.
거기에다가 막대 투척으로 신전과 건물이 날아가 버려서 생긴 대로의 끝에는 주신전이 있었다.
즉 무조건 막아야 할 장소였다.
‘이대로는 지극히 위험하다!’
‘뒤가 바로 주신전이니 피할 수도 없다.’
방어를 위해 신계관리주신들과 일족의 원로들이 전부 포진하고 있지만 저런 집중포격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아이언님이 방어 위치만 조정하면 무사한 신계의 방어벽을 통해서 막을 수 있다.’
지극히 합리적인 의견이었지만 아이언은 무시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중앙핵의 신력 지원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중앙핵과 원격연결을 강화하기 위해서 방해가 되는 정문을 파괴했다.’
그래서 대로까지 뚫고서 최대한의 지원을 확보했으니 이 위치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나도 그러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할 사정이 있다.
거기서 막아라.”
“그럴 수가!”
신계 주신이 황당해서 항의하려 했지만, 아이언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중앙핵과 원격접속의 유지보다 더욱 중요한 의도도 있었다.
‘흑염 세력에게 내가 신계 방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해야 한다.’
약 이 할 정도의 힘을 되찾았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역시 지금의 자신보다 한참 약했다.
더 위협을 느끼게 하면 반드시 도망갈 것이 뻔했다.
‘만약 신계를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는 이 위치를 벗어나면 겁을 집어먹은 흑염 세력이 도주할 우려까지 있다.
그럴 수는 없지.’
이런 사정을 신계의 고위신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흑염 세력이 영웅신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내가 없으면 정문을 바로 뚫린다.
알아서 잘 막으면서 살아남아라.”
“예?”
아이언의 무책임한 대답과 동시에 흑염 세력의 전력이 뭉쳐진 원거리 공격이 거의 동시에 발사되기 시작한다.
파아아아-! 파팟-!
신계의 정면의 공간이 흑염 세력이 가진 각자의 신력의 색깔로 빛난다.
그리고 벽이 무너지듯이 아이언에게 한꺼번에 쏟아진다.
투하하하하하하-!
신계의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로 집중된 위력을 쏟아부으면서 근원이 외쳤다.
“이거나 먹고 사라져라-! 이 괴물 자식!”
“좋아!
잘 먹고 잘 크마!”
아이언의 기쁨에 찬 응답에 순간 멍해진 흑염 세력이었으나 위력을 더욱 가중한다.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대응할 방법이 없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꽈꽈꽈꽈꽈꽈꽝-!
오십 줄기의 빛줄기가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준비자세를 취한 아이언의 온몸을 때렸다.
그런데 세 줄기가 조준이 어긋났는지 아니면 서로 간섭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아이언을 스치고 그대로 뒤로 향한다.
투캉! 투가가-!
물론 그 뒤는 바로 신계 주신과 고위신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였다.
바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 결국 튄다.”
“제기랄-! 막아!”
“저게 신계에 맞으면 큰일이다.”
영웅신의 저력을 전부 발휘한 흑염 세력의 원격 공격은 신계의 방어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정문까지 없는 이상 신계 내부에 명중되는 날이면 바로 관통되어 어마어마한 피해가 올 것이 분명했다.
‘한발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필사적으로 방어막을 중첩해서 막아내려는 상급 창조신의 귀로 음성이 들려왔다.
‘찌칫! 상황을 보고하라!’
창조신계에서 회선을 겨우 복구했는지 통신이 잡음과 함께 들어왔다.
그런데 아이언을 스치고 지나온 원거리 공격들이 바로 눈앞이었다.
‘이 난리에 연락하는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빗나간 원거리 공격들을 막는데도 벅찰 지경이었다.’
예의 바르게 대답해줄 여력 따위는 없었다.
“빌어먹을! 죽거나 망하기 직전이다!
신계 주신의 거친 대답에 반대편에서 황망한 듯 되물었다.
‘뭐?’
아무리 보아도 보통 직위가 아닌 것 같지만 지금 자신의 신계가 반파되기 직전이었다.
“여기 와서 안 도와줄 거면 닥치고 있어!”
독설로 쏘아붙인 신계 주신이 가장 먼저 앞으로 튀어나간다.
“하나는 내가 막겠다.
나머지는 어떻게든 처리해라.”
그리고 신체에 방어권능을 전부 걸어서 몸으로 원거리 공격을 중화시켜 간다.
신족이 가장 높은 방어력을 얻는 방법이지만, 역시 엄청난 피해를 보고 말았다.
투가가강-!
“커어어어어억-!”
흑염 세력이 위험을 감수하고 본래의 신격을 온전하게 실은 원거리 공격은 상급 창조신의 입에서는 피를 토하게 한다.
‘그러나 방어했다!’
그렇게 최초의 한 발은 신계 주신이 막자 다른 한 발을 신계관리주신들과 일족의 원로들이 뒤를 이어서 나섰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은 영웅왕을 조작하여 앞세운 영웅동맹의 주신들이 나선다.
병렬신력연결로 서로의 권능과 신력을 연동했지만, 흑염 세력의 원거리 공격은 도저히 혼자서는 자신이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했다.
“크으윽-!”
“으으으윽-!”
가장 선두에 선 신계 총사령관이 다른 고위신들에게 지원을 받아 신계 주신처럼 양팔로 받아낸다.
꽈꽈꽝-! 우두두둑-!
신계 주신은 내장을 다쳐 피를 토하는 정도로 끝났지만, 신계 총사령관은 양팔의 뼈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커억-! 젠장맞을! 피해!”
원거리 공격에 실린 여파를 해소하지 못해 거대한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뒤로 튕겨 날아간다.
파가강-! 우르르르르-!
그 뒤에서 힘을 지원하고 있던 고위신들도 거기에 휘말려서 쓰려진다.
“으아아아아!”
“허어어어-!”
신계 총사령관을 선두로 하여 막아낸 신계관리주신과 원로들이 상처를 입고 뒤로 쓰러진다.
그 모습을 본 현재 가장 떨어지는 전력인 영웅동맹 주신들의 방식은 정해져 있었다.
“영웅왕을 선두로 해서 방어한다.”
아직 기본적인 조정권은 유지해주었기에 변형을 풀지 않은 영웅왕을 원격조종으로 움직여서 전진을 시킨다.
쿠쿠쿵-!
영웅동맹 주신들의 지원을 받은 영웅왕이 웅장한 울림을 토해내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마지막 한 발의 유탄을 지금 아이언의 방어자세 그대로 하여 몸을 던져서 저지한다.
꽈꽈꽈꽈꽝-!
엄청난 폭음과 함께 약간 뒤로 밀렸으나 영웅왕은 역시 무사했다.
그러나 그 뒤에서 영웅왕의 몸을 지지하는 영웅동맹의 주신들은 무사하지 못했다.
간접적으로 전달된 충격파만으로도 속이 뒤집힌 것이다.
“크으으!”
“으음!”
겨우 세 발의 공격을 막은 대가로 전부 부상을 입은 신계의 고위신들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흑염 세력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제길! 너무 강하다.’
‘그대로 충돌했으면 졌다.’
아이언에게 꼼짝도 못 하고 당하고 있어서 얕보았는데 저들은 분명 창조신 이상의 강자들이었다.
‘이게 일백 분의 일로 힘이 줄어든 위력이라면 허계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강했다는 거냐?’
“또 온다!”
부상을 돌볼 여력조차 없었다.
그리고 믿었던 아이언은 방금 집중포격을 받아도 무사했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흑염 도적단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원거리 공격으로 끝장을 보려 한다.
연속적인 집중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열을 짜라!”
“모두 모여!”
“이번에는 단독으로는 막지 못해!”
신계 주신은 다급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신계를 관통할만한 원거리 공격 마흔일곱 발을 방어자세로 받아낸 아이언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다.
‘팔다리가 무사하니 살아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극히 불안하기 짝이 없어.’
그러나 곧 관심을 거두었다.
흑염 세력의 전력을 기울인 포격이 다시 시작된다.
‘몇 발이 이번에는 튕길지 모르지만, 반드시 방어해야 한다.’
‘만약 주신전이 파괴되어서 신력 지원이 끊기는 날이면 마지막이다.’
‘그나마 팽팽하던 전력은 단숨에 흑염 세력으로 기운다.
신계의 신력 지원을 받아야 방어가 가능할 정도로 흑염 세력의 능력은 무서운 수준이었다.
만약 신계의 지원이 없이 야전에 맞붙는다면 흑염 세력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끝장이었다.
투하하하하하학-!
이번 공격도 대부분을 아이언이 몸으로 막아낸다.
하지만 또 두 발이 튕겨 나온다.
“큭-!”
“두 발!”
단지 튕겨 나오는 유탄인데도 처리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력이었다.
이번에는 영웅왕을 앞세우고 신계 주신과 고위신들이 모두 달라붙어서 방어막을 친다.
파아아아아아앗-! 꽈아아아아아아앙-!
영웅왕을 핵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에 원거리 공격이 충돌하는 순간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가 고위신들을 후려친다.
추가적인 손상은 입지 않았지만 아까 부상이 도지는 것을 느끼고 신음을 내뱉었다.
‘컥! 이게 신력포로 가능한 위력인가?’
‘권능만으로는 방어가 안 된다.’
‘크윽! 일단 몸으로도 막아!’
그렇게 신계가 방어에 전력을 다하고 있을 때, 창조신계도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다.
흑염 세력을 차원 결계로 가두기 위해서는 정확한 능력산출이 필수적이었는데 통신이 끊긴 것이다.
“아직도 연결이 불완전한가?”
“관리신들을 총동원해서 출력을 올려!”
그래서 창조신계의 전력을 집중하고 브라이트와 우주신들, 창조신장까지 가세하여 가까스로 다시 연결한다.
그래도 뚜렷한 영상은 불가능했지만, 음성만으로 충분했다.
흐린 화면 너머로 쏟아지는 폭음과 비명, 고함은 전장의 처절함을 전달하기 충분했다.
“...”
“...”
브라이트와 창조신장은 말없이 전장의 현장을 소리로 듣고 있었다.
잡음이 가득한 소리만으로는 극히 제한된 정보지만 전장 상황을 그리기에는 충분했다.
역시 아주 좋지 않았다.
‘확실히 열세다.
아이언은 뭐 하고 있지?’
‘설마 도주한 것은 아니겠지.’
신계의 전력만으로는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흑염 도적단의 방어는 힘들다고 충분히 예상했다.
그러나 초월자의 영웅신인 아이언이 있는 이상 패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밀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원하던 정보가 들어온다.
보고가 아닌 서로의 대화였다.
‘아이어님은 아직 무사하신가?’
‘왜 저기서 안 움직이시는가?’
‘벌써 이런 공격을 백 발이 넘게 몸으로 받으셨습니다.’
‘아무리 영웅신이라고 해도 멀쩡하실 리가 없지 않습니까?’
상황을 파악한 브라이트는 길게 장탄식을 내뱉었다.
“허어어? 역시 흑염 세력에게 혼자서 달려들었는가?”
“아직 어려서 무모하군.”
아무리 강력한 영웅신이라고 해도 흑염 세력에게는 혼자서는 무리였다.
상대는 타락했지만, 같은 영웅신이었고 오십 명이 넘는 엄청난 무력 집단이었다.
‘궁지에 몰리면 어떤 저력을 발휘할지 몰라서 샤이니조차 승부를 내지 못했다.’
‘아무리 강해도 개인이 집단을 혼자서 이길 방법은 없다.’
그렇게 브라이트와 창조신장이 침통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통신에서 다른 내용이 흘러나왔다.
‘아이언님이 움직이신다!’
‘허어어억! 저게 뭐야!’
‘투기 회오리?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맙소사! 피해!’
‘으아아아악-! 우리에게도 덮쳐온다.’
파지지지직-!
비명과 같은 신계의 고위신들의 경악성과 함께 통신이 그대로 끊어졌다.
이번에는 브라이트도 정말 놀라고 말았다.
‘뭣이! 이번 통신연결은 나와 우주신들이 모두 가세했다.
샤이니가 전력으로 싸워도 연결에 이상이 생길 리가 없는데 끊겼다!’
통신두절의 의미는 저 장소에서 자신과 우주신, 거기에 창조신계 전부가 동원된 병렬 신력연결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이 터졌다는 뜻이었다.
‘그러려면 존재가 의문이 될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설마 아이언이 그런 권능을 숨겨놓았던 것인가?’
빨리 전장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그러나 통신이 끊겼으니 이제 상태를 아예 알 수가 없다.
그때 신계에서는 아이언이 유아신 상태로 돌아가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쳇-! 제법 아프잖아.”
흑염 세력의 전력을 기울인 원거리 공격 수백 발을 받아낸 온몸은 피투성이에 온통 상처 투성이었다.
그리고 의복도 거의 사라져서 거의 알몸이었다.
하지만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이 만족한 얼굴이었다.
보고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본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혼잣말을 한다.
“너희들 덕분에 은하유성(銀河流星)에 입문은 했다.
아주 고맙다.”
그러나 대답할 흑염 세력은 없었다.
아이언의 주변에는 원형으로 깊숙이 파여나간 바닥만이 있고 정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언이 방어만을 하자 집중포격을 뚫을 방법이 없다고 마음 놓고 원거리 공격만을 퍼붓던 흑염 세력이었다.
그렇게 방심하다가 투기를 축적하고 발동된 은하유성(銀河流星)에 휘말려 들어서 저 멀리 우주로 갈가리 찢겨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대로 괜찮군.”
흑염 세력이 있던 곳에 있는 반지름의 측정조차 곤란한 거대한 운하가 방금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아이언은 아주 환한 미소를 지었다가 뒤를 돌아보고 혀를 찬다.
“쯧! 역시 싹 날아갔군.
제어가 힘들지만 안 쓸 수가 없어.”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후폭풍에 당한 신계 쪽도 초토화되어서 시야에 아무것도 없다.
신계 정문 지역을 방어하던 신계의 고위신들도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후폭풍을 못 견디고 항성계 저편으로 날려졌기 때문이다.
휘이이이이잉-!
아군도 적군도 없이 아이언 혼자 선 평야에 싸늘한 바람만이 날린다.
주신전은 다행히 멀쩡했지만, 신전들은 고위신들이 뚫고 날아갔는지 여기저기 파괴가 되어서 엉망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은 흑염 세력을 향해서 정면으로 투사했는데 후방에도 여파가 컸다.
투기 축적과 폭발을 근거로 하기에 후폭풍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
이건 아군 속에서는 못 쓰겠군.’
현세계에서 만들어낸 신체로 처음 사용하는 은하유성(銀河流星)이니 미숙함은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후방에 있던 신계의 일 할이 후폭풍에 휘말려 들어가서 박살이 난 상태였다.
반원형으로 커다랗게 뜯겨나간 신계를 확인하면서 아이언은 혀를 찼다.
“쯧! 역시 저기까지 날아갔나?
전투 여파를 방어만 하라고 했더니 그것도 못 버티나?
근성이 부족해.
그래도 전부 살아는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