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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146화 (1,146/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 말에 아이언은 브라이트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에 대해서 거의 파악을 한 모양이었다.

‘신계가 소멸하고 남은 잔해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러나 강력한 고위 창조신과 정기가 있다면 신계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나의 사정을 고려하면 흑염 세력에게 소멸한 신계 오십 개의 잔해는 지금 가장 필요한 지원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보아도 신족에게 패배한 초월자들의 영웅신인 자신에게 이상하게 최대한 지원을 해주려고 하니 한마디를 했다.

“너구리 영감.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줘?

뭐 바라는 것이 있어?”

다짜고짜 나온 직설적인 물음이었지만 브라이트는 침착하게 말했다.

“자네가 없었다면 소멸한 신계는 원래 포기하려 했네.

하지만 지금 전투 결과를 보면 나머지 중앙핵도 회수가 가능해 보이는군.

중앙핵을 되찾으면 전부는 무리겠지만, 절반의 배분을 약속하지.

이번 일에 끝까지 손을 빌려주게.”

중앙핵만 회수하면 절반을 포상으로 주겠다는 통 큰 약속에 창조신장의 안색이 또 좋지 않게 변했다.

하지만 이미 사전조율을 하면서 반대를 못 할 정도로 확실히 급한 사항이었다.

‘흑염 도적단이 은거한 초월자와 다른 정신체 세력을 정기로 매수하고 있소이다.’

‘...’

오십 조가 현세계를 지배하는 신족에게는 전체적으로 보면 얼마 안 되는 정기이다.

하지만 정기의 부족에 시달리는 다른 정신체 세력에게는 목숨을 걸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창조신장이었다.

‘흑염 도적단이 용병신 모집에 오십조의 정기를 모두 사용하면 대대적인 반란세력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떻게든 중악핵을 회수해야 한다.’

그래서 또 뒷감당이 힘든 약속을 하려는 브라이트의 행동을 침묵으로 묵인하고 있었다.

‘아이언을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를 보장하고 끌어들인 결과가 너무 좋았다.

이제 놈들은 영웅신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신체를 잃었다.

신족의 힘만으로도 토벌할 수 있어.’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영웅신의 저력을 발휘하는 흑염 세력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는 좋아.

원하는 성과를 얻으려면 희생도 반드시 치러야 한다.’

서서히 목적과 성과가 수단과 방법보다 우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창조신이었다.

그 순간 아이언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간다.

‘원래의 중앙핵이 있다면 신계의 원상복구도 순식간이다.

신계 이십오 개를 줄 테니 흑염 세력을 완전히 끝장을 내달라는 뜻이군.’

이러면 못 해줄 것은 없었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있는 이상 흑염 세력이 어디에 있어도 찾아낼 수 있고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처럼 하나씩 철저히 추적해서 잡아내면 된다.

조금씩 창조신계의 영구 봉인감옥에 가두면 끝을 낼 수 있다.’

자신보다 발동속도가 빠른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문제지만 체력에 한계가 크니 끈질기게 따라붙으면 처리할 수 있었다.

‘신계 이십오 개를 얻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다.’

그러나 화면 너머의 회의장을 살펴보고, 곧 머리를 흔들었다.

분명 브라이트와 창조신장, 우주신들만 있던 최고 위원회에 고위 관리신들이 어느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언을 그들의 눈빛은 이제 살기까지 띠고 있었다.

자신들은 영겁을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순식간에 차지한 아이언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에 미칠 지경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한계군.

더 이상의 직위 상승이나 보상은 위험해.’

최고위 창조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아래의 지지도 필요하다.

벼락 출세를 한 신입에게 순순히 고개를 숙일만한 고참은 없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를 안정시킬 때였다.

“됐어. 너구리 영감.

더 먹으면 아무리 나라도 체할 것 같아.

명목상이겠지만 초월자 담당 위원이란 직위로 만족하지.”

“...”

수락하려던 기색을 보이던 아이언의 갑작스러운 거절에 브라이트는 형형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했다.

‘언제 이렇게 모여들어 있었지?’

허락도 없이 회의실에 들어온 고위 관리신들이 아주 좋지 않은 눈빛으로 아이언을 노려보고 있다.

아이언이 왜 거절했는지 잘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준 존재에게 질투라니 바보 같은 녀석들이로군.

아이언이 맡아주면 쉽게 끝낼 수 있었는데 이제 안 되겠어.’

앞으로 흑염 세력이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뭔가를 꾸미면서 하지 않고 과격하게 나오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차원결계를 펼치고 있는 저 은하계에 있는 일천 개가 넘는 신계가 전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은하계를 도약하는 차원권능과 절대적인 직감을 가진 흑염 세력을 일망타진할 방법은 없다.

대규모 포위망과 추격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앞으로의 피해를 생각하면 신계 이십오 개는 싼 대가이다.

그런데 대규모 전쟁을 겪지 못한 신세대 신족은 모르는군.

방금 아이언이 말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산출되는 피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위험을 경고하는 흑염의 직감을 무력화해야 한다.

방금 아이언처럼 말이지.’

아이언은 흑염의 직감 이상의 어떤 권능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창조신장과 상의하여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어리석은 고위신들로 인하여 망쳐진 셈이었다.

‘허어어어! 샤이니와 우리가 고생 좀 하겠어.’

극단적인 주변의 거부반응을 보니 분명히 더 공적과 보상을 얻게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길게 장탄식을 내뱉은 브라이트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물러들 가서 각자의 일을 보아라.”

그 말에 섞인 은은한 분노에 고위 관리신들이 모두 당황해서 흩어졌다.

다시 창조신장과 우주신들만 남은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에서 브라이트는 아이언에게 말했다.

“신족은 초월자라고 하지만 영웅신인 아이언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방금 보았던 일은 아직 어린 관리신들의 실수이니 이해해 주게.”

그 말에 아이언은 의미깊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후후! 어리다고 보기에는 꽤 높아 보이던데 말이야.

나도 지배층에게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아.

최고나 최강이 되고자 한다면 배신자란 낙인만은 받아서는 안 되지.

이제 최고위 창조신이 된 이상 내가 먼저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은 하지 마.

그럼 이제부터 잘해 봐.”

그렇게 화면이 끊기자 브라이트는 긴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

스스슥-! 스슥-!

분명 화가 났음이 확실했기에 우주신들은 바로 외면하고 자기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고위 관리신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쯧! 멍청한 놈들. 왜 상급자들 일에 함부로 끼어들어 불편한 기색을 보여서 망쳐?’

‘지금부터는 아예 옆에 안 가는 것이 상책이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온화한 성미인 브라이트였지만, 저렇게 일이 망가지면 정말 끈질기게 복수를 했었다.

과연 바로 대응이 나왔다.

“창조신장. 이번 사태에 고위 관리신들이 어떤 업무를 했는지 확인해 봅시다.

아무리 보아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신과 전신들이 관리신들에 비해서 너무 낮은 평가를 받는 것 같소이다.”

“좋습니다.”

방금 아이언이 승낙했다면 흑염 세력을 완전히 끝장을 낼 기회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은 창조신장이었다.

영웅신들에 의해 무너진 기강을 세울 필요와 군부의 사기를 올려야 한다는 명분이 있기에 마다치 않고 성과회의를 시작했다.

‘감히 허락도 없이 최고 위원회의 회의장에 나타나서 문제를 일으키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날 고위 관리신들의 직위와 봉급이 전시 상황과 복구를 위한 예산확보를 명분으로 군부보다 일 단계씩 떨어졌다.

신족에서 직위 일 단계를 올리려면 어느 정도로 노력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지 잘 아는 모든 관리신들에게 충격적인 조치였다.

“...”

당연히 항의해야 할 고위 관리신들은 지은 죄가 있으니 찍소리도 못했다.

더구나 브라이트가 고위 관리신들에게 직접 확인하고 보고하라는 업무를 쏟아내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었다.

“은하계의 신계를 요새화하는 비용을 산출하라.

“창조신계의 가용한 예산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라.

“신계의 방위력 강화에 먼저 배분해야 한다. ”

말투는 온화했지만 떨어지는 지시는 모두 직접 확인하고 조정한다.

어찌나 처리 속도가 빠른지 브라이트가 혼자서 지시하고 감독을 하는데도 수만 명의 관리신이 모두 혼이 나갈 정도로 일해야 했다.

그리고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각 신계의 방어준비가 완성되어가는 것을 보니 반발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모든 신족이 종족전쟁을 승리로 이끈 브라이트의 무서움을 뼈가 시리도록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은하계로 자신의 신계로 돌아온 아이언은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사색에 잠겨있었다.

‘나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인가?

아니면 이계 진리대리(異界 眞理代理)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인가?

그렇지 않으면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상급 창조신 차원의 마도신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흑마도사인가?’

모두가 자신이고 삶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이유는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다시 넘겨받고 있는 기억의 현실감 부족이 원인이었다.

‘실제로 겪은 경험이 아니라 마치 책이나 영화를 보는 수준이다.

감정 이입이 될 리가 없다.

더구나 원래 흐름인 나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

미래에는 겨우 상급 창조신이지만, 여기서 나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강자다.’

유아신인 지금도 창조신장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를 받는 이 신체는 원래의 나에 육박한다.

이대로 성인신이 되면 현세계 제압이 가능하다.’

지금 나서면 흑염 세력을 시간과 노력이 걸리겠지만 전부 잡아낼 수도 있었다.

‘흑염 세력이 준동하기 전에 모두 영구봉인을 해버리면 진리님의 개입 자체를 막을 수 있다.

그럼 현세계의 절반은 보존된다.

앞으로 일어날 ‘초신전쟁(超神戰爭)’이나 ‘초월자 혁명(超越者 革命)’조차 성인신이 된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얻은 정보에 의하면 어떤 초신이나 초월자도 절대로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즉 지금 전력으로 나서면 절대계와 비교하면 낙후되었지만, 규모는 동등한 현세계의 권력 거의 전부를 온전하게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귀찮은 관리는 창조신장에게 맡기고 나는 최고 위원회의 실세로서 실속만 챙기면 된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현세계에 없는 이상 영원한 부귀영화와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업무와 의무밖에 없다.’

이계 진리대리(異界 眞理代理)로서 업무는 지금 시기에 대형사고가 연달아 터졌는데 수습하지 못해 폭삭 망해서 이계(異界)가 되어버린 현세계의 부흥이다.

거기에는 신족은 소수부족 수준으로 거의 전멸하고 남은 것은 창조력이라고 쥐뿔도 없는 초월자들뿐이었다.

‘이계(異界)를 자립할 수 있게 부흥을 시켜야 할 엄청난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그걸 언제 혼자 다 해?’

사백구십구 주우주 상급 창조신으로서 의무는 내란 직전의 최고위 신계를 관리해야 했다.

신계 주신으로서 얻는 지원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내동댕이치고 싶을 정도로 엉망이라고 한다.

‘가장 결정적인 점은 여기서는 초월자의 영웅신으로 존경을 받으면서 살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는 중간계의 흑마도사 출신이라서 모두의 두려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의 자신이라면 주변의 경계와 두려움이 약간 기분이 나쁘겠지만, 무감각하거나 반대로 이용할 정도로 단련이 되어있었다.

여기에 시즈지가 항상 옆에 붙어서 모두에게 사랑하고 존경받는 존재가 되어달라고 간청을 반복했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미래의 나보다 낫다.

현세계 신족의 대우도 좋은데 꼭 돌아갈 필요가 있나?’

브라이트가 직접 나서서 아이언을 믿고 확실히 챙겨준 효과도 컸다.

만약 평소 신족의 방식대로 아이언을 이것저것 시험하거나 시련이란 방식으로 견제했다면 두말하지 않고 멸망의 길로 가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창조신장을 제외한 거의 최고의 지배층이 너무 쉽게 되었고 영광만이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 차라리 여기서 눌러살까?

지금 내가 나서면 현세계를 망하게 하지 않을 수 있어.

어차피 돌아가 보았자 좋은 일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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