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은하계를 장악할 정도로 발전한 과학 문명을 중세로 되돌려버리겠다는 섬뜩한 말에 어색하게 웃는 해바라기였다.
이미 아이언의 능력과 직위를 알겠기에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잘못 대답하면 은하제국이 날아간다.’
자신의 평생의 작품이나 마찬가지인 은하제국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소멸할 판국이었다.
그래서 기계 꽃의 신체가 아니었다면 식은땀을 폭포수처럼 흘릴 정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아이언이 가진 권력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아이언님이 가진 힘은 군대나 세력이 아니었다.
온전하게 개인의 힘이니 이렇게 두려운 권력자나 지배자는 처음이다.’
혼자이니만큼 아이언은 여론이나 평판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독한 실용주의자이면서 어리기에 무슨 짓을 할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얻고 불필요하면 처분한다.
인간이나 제국이나 마찬가지로 똑같이 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언은 화면 너머에서 연설 중인 에메랄드 공주를 쳐다보면서 혀를 찼다.
“쯧쯧! 아주 불안하지만, 적합자가 하나라도 아쉬운 판국이니 손을 대기는 해야 하겠군.”
“그렇게 하시지요.
그리고 프롬 여제와 다른 공주들의 신체조건을 기반으로 다른 적합자를 찾아놓았습니다.”
“응? 다른 적합자.”
이건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언이 관심을 보이자 해바라기는 재빨리 사진과 자료를 다른 화면에 띄워서 올렸다.
수백 명의 미녀가 화면을 화려하게 채운다.
좌르르르-!
한눈에 보기에도 최고 수준의 미녀들이었다.
해바라기가 이제 일조가 넘는 은하제국의 인구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선발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확인만 부탁드립니다.
적합자로 확인해주신다면 바로 데려오겠습니다.”
“흠?”
나중을 생각하면 유모는 많을수록 좋았다.
그래서 아이언의 눈이 빠르게 미녀들의 사진을 흩었다.
‘역시 은하제국이다 보니 적합자까지는 아니지만, 꽤 출중한 자질을 가진 존재들이 많군.’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진 정기 상태로는 시즈지와 몇 명의 육성이 한계였다.
욕심을 내서 늘렸다가 오히려 얻는 정기보다 나가는 정기가 더 많아질 수도 있었다.
‘신계가 정상화가 되면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은 아껴야 해.’
일단 창조력이 강한 시즈지가 충분히 정기가 강한 모유와 애액을 주고 있는 이상 유모를 더 늘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적합자는 없어.”
“그렇습니까?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해바라가 보기에 고위신답게 지성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중함도 못 느끼는 아이언이었다.
‘최대한 은하제국의 필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기에 추진한 일이었는데 헛일이었던 모양이군.’
하지만 아이언의 다음 지시에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그러나 잘 키우면 시즈지의 시녀나 호위대 부하 정도로는 쓸만하겠군.
슬슬 부하를 만들어 주어야 할 때이기도 하지.”
아이언의 눈빛이 빛나면서 미녀들의 사진 위에 무엇인가 적혀가기 시작한다.
파파파파파-!
해바라기가 보니 미녀들이 어떤 재능을 가졌고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초능력자들조차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능력이었다.
실로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상세한 잠재력의 분석을 넘겨준 아이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한다.
“시즈지의 부하가 된다면 거기 적어놓은 힘을 부여하겠다.
덤으로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본성의 달로 오라고 해.”
해바라기는 놀라서 다시 물었다.
“헉! 영원한 수명과 미모입니까?”
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모였다.
어떤 과학으로도 불가능했던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존재는 넘쳐났다.
“보장만 해주신다면 대부분은 당장 달려올 것입니다.”
“지성체의 육체에서 노화를 정지하는 일은 쉽다.
강조할 점은 힘이다.”
“...”
인간에게 기적과 같은 일을 너무 손쉽게 이야기하니 기가 질리기 시작한 해바라기였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자신의 지금 해바라기 기계 꽃의 귀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미녀들의 자료를 다시 흩어보고 세부지시를 내린다.
“나중에 귀찮으니 강제로는 하지 마.
그 정도로 할 대상들은 아니다.
반드시 내 유모들의 부하가 되는 대가라고 정확히 알려.
그리고 내가 부여할 힘을 적어놓은 대상이 죽지만 않았으면 상태는 상관없다.
승낙하면 여기로 보내.”
“알겠습니다.”
바라던 유모는 아니지만, 시즈지의 부하로 늘린다면 나름대로 원하던 결과 이상이었다.
‘잘하면 은하제국이 아이언님의 신계에 편입될 수도 있었다.’
과학자들에게 정신체들이 산다는 신계는 미지의 영역이고 신천지였다.
무서운 아이언이 있어서 조사할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이렇게 천천히 인원을 침투시키면 언제인가는 하나가 될지도 몰랐다.
‘신계와 통합된 영원한 신성 은하제국인가?
아주 좋군.’
자신의 필생의 역작인 은하제국이 최대한으로 잡은 일천 년의 영화가 아니라 영원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충실히 대답하고 실행할 각오를 한 해바라기 꽃이었다.
꽃의 고개를 공손히 숙이고 사라지자 아이언은 아직 떠 있는 에메랄드 공주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쩝! 존재 자체로 대항을 포기하고, 함대를 바칠 정도로 능력이 있다는 것인가?”
아이언에게 힘은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
그래서 제국의 공주이면서 정체를 숨기고 반한 남자를 따라서 해적질을 했다기에 포기할 생각인데 조금 생각이 바뀐 것이다.
‘에메랄드 공주가 짝사랑하는 해적 두목이 내 영웅동맹에 있으니 수월하게 끌어들일 수는 있다.
검토를 해보아야 하겠군.’
그리고 시선이 프롬 여제에게 향했다.
‘해바라기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는 내가 보기에도 심각하다.’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얻은 정보는 많았다.
그중에서 고위신이 직접 지배한 인간의 나라가 어떻게 붕괴가 되었는지는 너무 상세하게 설명이 되었다.
“인간이나 지성체는 자신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지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프롬 여제가 왜 이런 실수를 했지?
왜 평범한 인간의 흉내를 내지 않고 있나?
초능력자였으니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잘 알 것인데?”
아이언은 현세계에 온 처음부터 차원신의 유아신이었다.
그리고 원래의 흐름에서도 진리에게 권능과 마도, 근원의 칭호까지 받았기에 완전한 존재로 시작했다.
그러니 갑자기 초월자가 된 존재가 아무런 도움이 없이 혼자 살아가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생각을 하다가 결론을 내린다.
“쳇!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하겠네.”
아이언의 모습이 사라지자 화면이 일시에 꺼지고 정적이 찾아온다.
파아아-!
여기는 시즈지의 개인 신전으로 통째로 가져온 아이언이 원래 살던 저택이었지만 은하제국의 뒷면을 관리하는 중추이기도 했다.
이런 정황은 시즈지도 보면서 듣고 있었다.
“추가 유모 모집이라니?”
그녀는 크롬 공주와 영웅황제 조종을 가르치는 아이언에게 성기 귀두가 질 입구에 살짝 들어온 상태로 계속 안겨있다가 끝나자 겨우 풀려나서 침대에서 쉬는 도중이었다.
본인을 뛰어넘는 신격을 가진 영웅황제와 동기화하면서 무리한 크롬 공주도 저택에 배정된 방에서 잠든 지는 오래였다.
‘창조권능을 가지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옮겨온 저택의 재창조였다.
내가 모두 다시 만들었으니 저택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부 알 수 있다.
이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는데 다행히 쓸모가 있구나.’
혹시라도 아이언이 침실까지 찾아오지 않을까 잔뜩 긴장한 시즈지는 위치를 항상 확인했다.
덕분에 아이언이 통제실의 통신을 통해서 과거 솔트 재상이었던 해바라기와의 대화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란 심정으로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역시 여기서 멈추지를 않는구나.”
은하제국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중세시대로 되돌려서 신성제국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는 시점부터 매우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추가적인 유모의 후보로 수백 명이나 해바라기가 제시하자 심장이 떨릴 지경이었다.
‘지금은 아이언에게 모유나 애액을 주는 존재가 나 하나뿐이니 말을 잘 들어준다.
하지만 수십 명으로 늘어나도 그렇게 할까?’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었다.
크롬 공주도 유모이나 그러나 자신이 초월자로 이끈 존재이니 결코 함부로 거스를 수가 없기에 했던 안심이 흔들리고 있었다.
더욱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하아아. 이걸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앞으로 정말 수백 명으로 유모가 늘어나면 자신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이 늘어난 시즈지였다.
그리고 시즈지가 통신을 몰래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언은 알고 있었다.
‘차원권능 자체가 시즈지의 현재 창조력에 비교할 수 없이 수준이 높다.
그러니 이런 변동을 모를 수가 없지.’
시즈지가 완전히 새로 창조한 저택에서조차 아이언의 손바닥 안이었다.
그리고 얼마든지 거짓된 정보까지 넘겨줄 수 있었다.
침실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게 미소를 지은 아이언이었다.
“훗! 위기감이 있어야 발전을 해요.”
바로 제국의 본성에 내려와서 정식으로 프롬 여제에게 면담 요청을 넣는다.
황궁 입구의 접수처에서 상세하게 면담신청서를 작성하는 아이언의 신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은하계 신계주신(銀河系 神界主神)이자 최고위 창조신(最高位 創造神) 아이언’
접수하던 황궁의 담당자가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아주 솔직한 신분이었다.
‘이게 뭐야?
자신이 신(神)이라고?’
스스로 창조신이라고 주장하는 아이가 절세의 미소년이기에 넋을 놓고 보고 있었지만, 바로 쫓아낼까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언은 접수 관리의 반응이 아주 좋지 않자 한 줄을 추가했다.
‘초월자 영웅신(超越者 英雄神)’
이제 이해하겠지라는 표정을 지은 아이언이 신청서류를 내밀자 무심결에 받은 관리는 바로 후회했다.
접수하면 무조건 처리하여 보고하게 되어 있는 행정이기에 이제 싫어도 위로 보고를 해야 할 판국이었다.
‘창조신이 프롬 여제님을 면담하러 왔다고 보고를 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미쳤냐고 하면서 바로 해고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프롬 여제님이 인간이 아니라는 등의 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니 넘어갈 리가 없었다.
‘이걸 어쩌지?’
잠시 고민을 하는 관리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화아아아아아아아-!
이런 고민을 안겨준 미소년의 등 뒤로 수십 쌍의 황금빛의 날개들이 찬란하게 빛나서 전개되고 있었다.
그 성스러운 모습은 분명 아주 먼 이야기 속의 천사나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의 모습이었다.
“!!!”
갑자기 덮치는 아이언의 엄청난 존재감에 기겁한 관리가 자신도 모르게 땅에 엎드린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본인은 알지 못했지만, 신체 내부에 있던 보조인격들이 한 일이었다.
‘최고위 창조신의 신격이니 진짜다!’
‘정말 신계주신이 생겼구나!’
이미 신계주신으로서는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이 왔다는 통보를 받았던 그들은 설마 했다.
하지만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바로 최대한의 경배를 올린다.
‘신계 주신이신 아이언님을 뵙습니다.’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님께 인사드립니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현세계 창조주에게 종족전쟁의 승리로서 지배종족으로 인정받은 신족의 권위를 보통 인간이 버틸 리가 없었다.
신족과 마족을 보조인격들로 가진 주변의 관리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들도 모르게 머리를 처박고 절하고 있었다.
“쯧! 하여간 많이 배운 지성체들은 직접 봐야 믿지.”
모두 엎드려 버렸으니 직접 컴퓨터에 방문 요청을 입력한 아이언은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서 승인을 기다린다.
그러자 등 뒤에 펄럭이는 빛의 날개가 더욱 커지자 주변의 인간들이 덜덜 떨고서 절을 하는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영문은 모르지만, 보조인격들이 반응해서 무조건 이렇게 해야 산다는 절박감이 든 것이다.
신족 최고위 창조신의 신격과 아이언의 힘이 복합해서 보인 절대적인 위엄이었다.정작 아이언 자신은 굉장히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에잉! 무엇을 확인한다고 이렇게 처리 속도가 늦어?
이런 절차도 귀찮아.
중세시대로 만들어도 짜증이 날 것 같은데 확 원시시대로 돌려버릴까?
원시인들은 일식을 몇 번 일으키고 날벼락만 몇 번 때리면 알아서 모실 텐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