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렇게 군중들에게서 멀어지는 아이언의 뒷모습을 보는 프롬 여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 아이언은 순식간에 거대 종교의 신이 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손만 들어서 받아주는 흉내만 내었어도 종교가 탄생했다.’
은하제국이 아이언이 직접 다스리는 신성제국이 되어버릴 수 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허수아비 여제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실로 소름이 오싹 끼치는 순간이었다.
해바라기는 실로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프롬 여제님. 상황은 일단 정리되었지만, 아이언님의 숙소를 봉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태는 이제 시작이었다.
화면 너머에서 점점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군중들이 서서히 모여든다.
“바로 그렇게 하라.”
목표는 당연히 아이언이 들어간 방문객을 위한 숙소였다.
종교에 흥미가 있어서 공부하다가 심취해버린 누군가가 장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
은은한 노래의 허밍이 시작된다.
제국은 철저하게 신과 종교에 대한 정보를 소거하여 대부분의 성가(聖歌)는 사멸했기에 은밀하게 전해지는 찬가(讚歌)였다.
고대언어라서 의미도 잘 모르지만,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기에 대부분 알고 있었다.
“나으실 때 괴로움을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도 밤낮으로 애쓰던 마음!”
무슨 짓을 하나 쳐다보고 있던 아이언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잘한다.
아주 잘해.’
곡조만 아주 비슷한 노래를 성가로 착각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더구나 처음 본 고위신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군중들이 어설프게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아-!
아주 단순한 반복이었기에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전혀 용도가 다른 노래를 눈물까지 흘리면서 합창으로 변하고 있으니 아이언이 보기에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너무 잘해서 본래 성격이 나타나려 하는구나.’
결국, 참고 참았던 성질이 폭발한다.
“이 멍청이들아!
그건 성가(聖歌)가 아니다!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노래다!
잘 모르면 아예 하지를 마!”
아이언의 분노와 함께 거대한 빛의 날개가 더욱 커지면서 본성의 하늘을 뒤덮는다.
갑작스러운 신의 분노에 놀란 군중들이 허겁지겁 도망갔음은 당연했다.
“하아.”
“아.”
자발적으로 아이언을 모시는 거대 종교의 탄생 순간을 또 내동댕이쳤다.
이러면 무슨 의도인지 전혀 모르겠으니 프롬 여제와 에메랄드 공주는 이제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해바라기도 의문부호를 끝없이 그리면서 의견을 말한다.
“아이언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실까요?
아무 생각 없이 저렇게 행동하실 분이 아닌데요?”
아이언과 장기간 대화를 해온 해바라기가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안 나오는데 프롬 여제나 에메랄드 공주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
“...”
아이언과 대화하면서 들은 정보로는 최고위 창조신이 되어서 할 일이 넘쳐나고 있었다.
‘무척 바쁜 상황이니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여유도 이유도 없는데 말이야.
지금 가장 급한 일이 기능 정지한 신계들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했던가?
본성의 달은 이제 녹색의 밀림으로 뒤덮인 낙원이다.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지.’
세계수(世界樹)라고 불리는 위성 환경조성용 식물에 의해서 완벽하게 조정된 것이다.
그리고 밀림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신전에 모든 정기가 집중되고 있었다.
‘저기에 우뚝 솟은 황금색의 신전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접근하려 하거나 탐색선을 보내면 모두 망가지니 정밀조사는 포기상태다.’
과거에는 정체불명이니 파괴를 시도하려 했으나 아이언의 무력을 알고 모두 금지된 상태였다.
‘저렇게 변해서 행성에 딸린 위성이 신계라고 했다.
각 행성의 위성들을 전부 되살려서 신계로 삼는다.
그리고 신전을 통해 행성에서 발생한 정기를 흡수한다고 했어.’
해바라기가 제국의 정보만 넘겨준 것이 아니다.
아이언에게 보고하면서, 대화를 위한 정신체들의 기초적인 지식도 얻어냈다.
그리고 파악하면 할수록 경이적인 정신체들의 구조에 감탄만 나왔다.
‘신계는 행성의 생명체와 지성체만 있다면 영구기관이다.
관리도 거의 필요 없어.’
참으로 탐나는 에너지보급 체계였다.
그래서 각 행성에 있는 위성의 대대적인 조사를 했지만, 역시 평범한 암석 행성이라서 특이점이 없었다.
‘본성의 위성도 처음에 도착해서 조사했을 때는 평범한 달이었다.’
암석 덩어리였다가 저렇게 변했으니 특별한 힘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창조력이라고 했던가?
아이언님은 저런 일을 모든 행성의 달에 해야 한다고 하셨다.
담당은 시즈지라고 했어.’
정기 보고하는 도중에 저 달의 개인 신전의 주인이자 달을 저렇게 바꾼 시즈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제국의 귀족 여성으로 이미 알고 있었는데 크게 달라진 외모와 체형이다.
경이로울 정도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품어내고 있었어.
그야말로 여신.’
아이언은 초월자가 되었으니 지성체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말했고, 실제로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미모와 분위기였다.
그리고 시즈지가 혼자서 달을 전부 변화시켰다고 했으니 경이로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은하계에 수많은 달을 신계로 되살리려면 무척 힘들다.
지금 본성에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여유는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신성제국을 만드실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대책을 고민하는데 갑작스러운 신의 분노에 놀란 군중들이 슬금슬금 모여든다.
미지의 존재가 위험한 줄은 알지만, 호기심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주변에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니 당연히 짜증이 난 아이언의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내게 돈 달라고 기도하지 말라고 경고했지!
인간이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신에게 기도하지 마라!
그건 신성 모독이다.”
이번에는 빛의 날개가 밤보다 더 깊은 암흑의 날개가 하늘을 치솟는다.
보기만 해도 공포감을 일으키는 마력의 날개였다.
“돈 줄 생각은 없고 시끄러우니 몽땅 꺼져-!
고위신인 아이언에게 지성체들의 간청과 기도가 외면해도 들린다.
자꾸 돈만 달라고 간청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마신왕의 마력을 일부 개방한 것이다.
협박도 잊지 않았다.
“이제부터 내 허락 없이 가까이 와서 기도하면 몽땅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이번에야말로 기절할 듯이 놀란 군중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멀리 도망쳤다.
마신왕의 마력은 극히 일부라도 지성체가 감당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절대적인 포식자의 등장에 공포감을 느끼고 되도록 멀리 도망치려는 군중들이었다.
“와아-!”
“꺄아아-!”
그렇게 본성의 수도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순식간에 텅 비워진 대기 숙소의 주변을 보면서 해바라기는 한 가지는 확신했다.
“으으윽-! 이제 신성제국이 될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파를 잠재우기 위해서 본성 파괴라는 특단의 대책까지 고려하던 프롬 여제도 한시름을 놓았다.
“그런 것 같다.”
“이상하네요.
왜 스스로 지지자를 쳐내지요?”
인간이 위대한 신에 대한 신앙을 가졌다면 악마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두려움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언이 신력과 함께 마력을 보인 이상 끝이다.
이제 어지간해서는 종교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거 문명에 자비로운 신과 잔혹한 악마가 일체화된 신앙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고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현실에 절망하여 갈망하는 완벽한 존재인 신에게 인간처럼 불완전하고 잔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면 완벽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바라는 신의 모습은 완벽한 사랑을 강조하면서 한정 없이 자비를 베푸는 존재다.
아이언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신성제국의 성립은 될 수 없다.’
그렇게 프롬 여제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안도하고 있을 때 상황은 또 변해가고 있었다.
대부분 백성이 아이언의 마력에 공포에 젖어서 밖으로 도주하고 있는데 역행하는 인영들이 있었다.
의문의 인원들이 아이언이 머무는 숙소로 몰려들기 시작하자 해바라기가 당황해서 그들을 확인한다.
“저들은 뭐지?
어떻게 아이언님의 존재감과 마력의 위협을 무시하고 접근할 수가 있나?”
여기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렵기 짝이 없는데 저들은 오히려 더욱 기세를 올리면서 달려든다.
‘더구나 무장하고 있어?’
제국 본성의 수도에서 일반 국민은 당연히 무장은 금지다.
초능력자인 귀족이나 여왕이 개인화기에 당할 리는 없지만, 치안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철칙이다.
무기 소지만이 아니라 도입까지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총기만이 아니라 장갑차까지 파괴할 수 있는 중화기까지 휴대한 일단의 병력이 움직인 것이다.
이해하지 못할 사태에 의문이 깊어진다.
“일반인인데 중무장을 했다고?
어떻게 무기를 입수했지?”
제국과 수도를 완벽히 관리하고 있다고 믿어왔던 해바라기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숙소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아이언의 말이 행성 전체를 울리기 시작한다.
“왔느냐?
어느 시대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존재하던 지배층에 저항하는 자들이여.”
“!!!”
그 말에 해바라기와 프롬 여제는 경악했다.
하도 악소문이 빨리 돌아서 설마 했더니 벌써 저항세력이 만들어졌고 활동 중인 것이다.
‘은하가 통일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항세력이 벌써 만들어졌나?’
‘연합의 세력을 너무 온건하게 삼켜서 기존 지배층들이 살아있은 탓인가?’
아이언의 목소리는 행성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발각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의 남녀가 뒤섞인 무장병력들의 움직임이 기민해진다.
“여기 너희가 그렇게나 바라는 인류의 존엄과 자유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노라.
모든 초능력자를 은하계에서 배제하고 은하제국을 만들도록 한 내가 바로 너희의 적이다.”
초능력자는 아니지만 기이할 정도로 높은 육체 능력을 보이면서 도로를 달리고 건물을 뛰어넘으면서 질주한다.
그리고 금속과 생체가 뒤섞인 얼굴을 확대하고 나서야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개조 인간?”
개조 인간들은 초능력이 없어서 약물이나 기계로 육체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존재들이다.
‘초능력자들보다 당연히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의 제국에는 초능력자가 없다.
그러면 현재 수도의 치안병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막강한 전력이다.
우주함대를 불러야 한다.’
정체 모를 개조 인간들이 저렇게 많이 들어와서 중무장했으니 당장 비상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해바라기는 투기를 뿌리는 그들이 모여드는 곳이 어딘지 깨닫고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화산 속에 뛰어드는 나방 같구나!”
척 보아하니 아이언이 목표였다.
‘은하제국의 총력조차 우습게 여기는 아이언님에게 덤비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바로 정리되겠군.’
일백 명에 가까운 개조 인간들이 중무장하고 아이언이 있는 숙소를 에워싼다.
파파파파팟-!
그들의 손에 들린 개인화기와 중화기의 총구가 모두 한 지점을 향했다.
거기에는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휘날리는 아이언인 창문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서 와라.
용감한 자들이여 이제 신탁을 받을지어다.”
방금 보였던 위협적인 마력과는 전혀 다른 신성함이 가득한 모습에 일순 동작이 굳은 무장세력들이었다.
더구나 온몸을 조여들는 압박과 당장에라도 엎드려 절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꾹 누르고 누군가 외쳤다.
“쏴! 현상금 정보와 같은 대상이다.”
기적처럼 최고위 창조신의 존재감을 이겨낸 사자 갈기 모양의 금발을 휘날리는 지휘관의 외침이 터졌다.
덕분에 총기의 방아쇠에 걸린 모두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아이언의 담담한 경고에 더욱 몸이 굳어갔다.
“창조신의 신격을 드러낸 날 쏘면 신성 모독으로 전원 산채로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
위협을 받으면 누구나 하는 간단한 협박이다.
그런데 개조 인간들의 무릎이 땅바닥으로 서서히 굽혀진다.
지극히 당황했지만, 방금 말에 실린 진심과 신력에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
필사적으로 대항하려는데 추가적인 협박이 들려왔다.
“물론 보조인격들도 같이 보낸다.
천족과 마족이면서 관리 인원의 교육을 잘못시켜서 신계 주신에게 배교행위를 하게 했다.
그 정도면 지옥에서 고통받다가 소멸하는 처벌이라도 무척 싼 대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