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대로 에메랄드 공주의 몸에다 신력을 집중한다.
찬란한 황금빛이 몸을 감싸고 경련을 멈추고 피를 본래대로 되돌린다.
‘창조력에 특화된 신족의 권능, 그것도 고위 창조신의 앞에서 죽을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차원권능을 가진 아이언이 회복력을 발동한 이상 동급의 창조신이 아닌 이상 죽을 수 없었다.
우우우우웅-!
정신까지 잃고 숨이 끊겼던 에메랄드 공주의 숨이 안정적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숨을 쉬는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해적 남자의 신상명세서를 다시 들어 올렸다.
한심한 성적과 내용을 다시 흩어보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어조로 말한다.
“이 반역자에 낙제생이 이렇게 목숨을 걸 만큼 가치가 있는 상대인가?
이렇게 한다고 해도 내가 구해줄 가능성은 적은데 말이야.”
십 년의 수명을 한순간에 바쳐서 발휘한 덕에 엉망인 몸으로도 해적들이 담긴 구슬을 놓지 않고 있다.
그걸 바라보는 아이언의 눈에는 의문만이 생겼다.
“목숨을 건 사랑이라?
쯧! 하여간 지성체는 어처구니없는 짓만 하는군.”
아이언이 혀를 차면서 옆에서 팔을 붙잡고 있는 프롬 여제를 쳐다보았다.
바로 앞에서 딸이 죽어가자 얼마나 놀랐는지 양팔로 오른손을 꽉 껴안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 상황에서는 유일한 구원이기도 했다.
꼬오오옥-!
프롬 여제의 탄력 있는 젖가슴 사이에 팔뚝이 묶여있는 형국이었다.
손등 전체에 포근하면서 팽팽한 젖가슴의 감촉이 느껴지자 잠시 그대로 놔두기로 한 아이언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격하게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초월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혈연에 집착하는군.’
은하제국에 대한 집착은 상관없다.
거대한 조직이나 직위에 관한 관심과 열망은 그렇게 쉽게 끝나거나 사라지지 않기에 오랜 세월을 버티게 해준다.
다만 초월자가 되어서 영원히 살면서 지성체 시절의 혈연에 너무 매몰된다면 서로에게 불행일 뿐이다.
‘초월자도 영원히 살고 잊지도 않는다.
좋은 기억만이 남으면 좋겠지만 나쁜 일도 생기겠지.
그리고 실망이 축적되면 결국 갈라지고 싸우게 된다.
철저한 개인주의자가 정신체로 살기에는 오히려 좋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프롬 여제가 안고 있는 손은 그대로 놓고 다른 손으로 가늘게 숨을 쉬는 에메랄드 공주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우우웅-!
한계를 넘어선 생명력 고갈로 죽어가던 육체가 아이언의 신력으로 채워진다.
최고위 창조신의 신력을 가진 아이언에게 아무리 강한 초능력자라고 해도 지성체의 생명력을 전부 채워주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금이 간 그릇만은 회복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지.
아무리 생명력을 부어도 결국 전부 흘러나간다.’
이마에 접촉해서 에메랄드 공주의 육체를 전부 확인한다.
그리고 탁자 위에 있는 동전 열 개를 전부 회수해서 한 손으로 압축한다.
꽈우우우우욱-! 우우우웅-!
동전들이 변화되면서 손에서 무지갯빛의 천이 흘러나온다.
순식간에 여성의 타이즈를 만들어낸 아이언은 프롬 여제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이제 안전하니 놔주시겠어요.”
“아!”
그 말에 아이언이 가버리지 않게 꽉 잡으려다가 젖가슴 사이에 팔을 끼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롬 여제였다.
그리고 젊어진 신체의 작용으로 더욱 민감해진 신체가 아이언의 손의 모양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더구나 아이언의 손이 조금 움직이자 그대로 쥐어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후다닥-!
황급하게 손을 놓은 프롬 여제는 붉어진 얼굴로 에메랄드 공주를 확인했다.
언제 피를 품어냈는지 알 수 없게 탁자 위에는 피 한 방울도 없었고 신색도 온전했다.
지금은 잠을 자는 몸 상태였다.
아이언은 방금 동전으로 만들어낸 타이즈를 넘겨주면서 말한다.
“바로 옷을 벗기고 이걸 입히세요.
한계 이상의 힘으로 금이 간 육체의 그릇을 천천히 회복을 시켜줄 거예요.
가끔 이상한 느낌을 받으면 제가 원격으로 육체를 조정하고 있는 거예요.
항시 착용하고 목욕할 때도 벗으면 절대로 안 돼요.
기본적으로 생리작용은 자동으로 처리해줄 테니 항상 착용하고 생활하라고 하세요.”
그 말과 동시에 아이언은 숙소 밖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개조 인간의 신체가 죽어있는 채로 있었는데 아공간에 넣고서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크롬 여제가 에메랄드 공주의 옷을 갈아 입히는 도중이었다.
알몸이 된 에메랄드 공주에게 무지갯빛의 타이즈를 입히는 도중에 아이언이 복귀하자 프롬 여제는 당황했지만, 아이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탁!
에메랄드 공주의 알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서 가림막을 만들어 치고서 물었다.
“인간의 나라는 인간이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일단 시야가 가려졌으니 권능까지 사용해서 옷을 갈아입힌 프롬 여제는 갑작스러운 민감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지만, 아이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동감이에요.
인간의 지배자는 같은 인간이 이해하기가 편하죠.
알아서 잘 살지 않고 항상 너무 쉬운 돈과 건강을 달라고 기원하니 짜증만 나더군요.”
구석에 있는 소파에 편하게 앉은 아이언은 가림막 너머에서 옷 갈아입히기를 마치고 나타난 프롬 여제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미 초월자가 되셨으니 점점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건 제국의 붕괴로 이어지겠죠.
전부 알고 계시죠?
그래서 후계자 교육을 서두르고 계시고 있다고 생각이 돼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말투였지만 프롬 여제도 가장 고민하던 부분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그러자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면서 소파의 옆자리를 앉으라는 듯이 두들겼다.
경계가 거의 풀린 프롬 여제가 조심스럽게 약간 떨어져서 앉자 편하게 말을 이어간다.
“크롬 공주는 저의 유모로서 신계를 제외한 모든 전투세력의 책임자가 될 거예요.
주로 정신체를 상대할 테니 그럼 은하제국은 관리하기 힘들지요.
그럼 남은 것은 에메랄드 공주이니 후계자로서 교육을 끝나면 제위를 이양하시겠지요?
그럼 다음에는 제국의 숨겨진 수호신과 같은 상황(上皇)이 되실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에메랄드 공주에게 제위를 이양하고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후손이 이어지겠지만, 뒤에서 잘 관리해서 제국을 일천 년 이상 가게 하는 것이 일차 목표였다.
솔직한 프롬 여제의 인정에 아이언은 수긍했다.
“분명 그렇게 하면 은하제국은 일천 년 이상은 가겠지요.
하지만 황족들은 분명 당신을 버거워하고 어떻게든 해치려고 할거예요.
아무리 선조라고 하지만 일천 년이상 살아온 존재는 인간으로서 부담스러우니까요.
이건 예상이 아니라 과거의 사례예요.
골육상잔은 피할 수 없어요.”
“...”
백성이 아니라 자신의 후손들이 반기를 든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크롬 여제는 침묵했다.
아이언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아주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어요.”
“무엇인가요?”
“제가 은하제국 여제들의 명예 대공이 되어서 진정한 후견인이 되는 것이지요.
창조신이 가호하는 제국이라면 저항세력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곤란하겠지요.
그리고 초월자로서 생긴 여제에 대한 악소문도 자연스럽게 풀려요.
“!!!”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은 프롬 여제였다.
방금 발언은 청혼의 의미가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잘 들어보니 자신이 아니라 은하제국의 여제에 대한 정략적인 관계였다.
‘아이언이 여제의 명예 대공이라?
말 그대로 은하제국의 명목상의 남편인가?’
강력한 창조신인 아이언이 제국과 여제의 수호신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무엇보다 제가 직접 개입할 명분이 생깁니다.
저항세력도 지옥으로 보내어서 깔끔하게 처리해 드리죠.”
천족과 마족을 다스리는 신계 주신이 나선다면 저항세력이 아무리 숨어도 벗어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신족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막아온 입장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아이언은 아주 느린 어조로 설명한다.
“지금만이 아니라 이후에 이어질 은하제국 여제들의 명예 대공입니다.
제가 창조신이니 인간들의 어떤 관계보다 우선해야겠지요.
즉 에메랄드 공주와 해적 남자는 정식 결혼을 할 수 없어요.
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도 제가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로 여제가 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은하제국의 후계는 프롬 여제의 의도대로 맡기지요.”
“!?”
그 다짐을 듣자 후계에 대한 고민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이언이 신성제국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 있었다면 모두 물리쳤을 제안이었다.
‘본성에 내려와서 백성들을 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은 모두 풀렸다.’
또한, 에메랄드 공주가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수명을 연장해주니 바로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다음에 들려온 말에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무엇보다 프롬 여제도 신족에 포함될 준비를 하셔야 해요.
은하제국의 여제로는 안 돼요.
최고위 창조신의 유모 정도라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신분이지만 스스로 걸맞은 직위와 세력을 갖추어야 해요.”
“...”
현세계를 전부 지배하는 신족에 포함된다.
그것도 최고 지배층인 고위 창조신의 유모로서 단숨에 올라서라는 제안은 설레기까지 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자신만이 아니라 후대의 여제까지 관련된 사항이니 신중해야 했다.
그래서 유보의 대답이 나왔지만, 아이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수긍했다.
“그러세요.
그럼 돌아가 보세요.
전 일주일 정도 여기에 머무를 생각이니 그때 이야기를 하지요.”
그 말에 상당히 곤란한 표정이 된 프롬 여제는 막을 수는 없었다.
의식을 잃은 에메랄드 공주를 데리고 떠나자 아이언은 심각한 표정으로 동전을 다시 열 개를 꺼내서 일제히 튕겼다.
타타타타타탕-! 빙그르르르르-!
탁자 위에 떨어진 동전이 빠르게 회전을 한다.
아무런 생각도 결심도 하지 않고 던졌기에 앞면도 뒷면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긴장한 표정으로 아이언이 말한다.
“나는 진정한 영웅신이 될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동전의 회전이 멈춘다.
빙글! 빙글!
서서히 멈추는 동전을 바라보는 아이언의 시선은 긴장으로 가득 찼다.
‘방금 에메랄드 공주가 초월자 된다는 미래를 점쳤을 때 나온 옆면은 굉장한 충격이다.
앞으로의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직감권능의 점검은 가장 좋은 확인 방법은 나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지.’
가장 당면 목표인 진정한 영웅신이 된다는 결정의 향방을 물었다.
그런데 동전의 회전이 느려지기만 할 뿐 멈추어지지 않았다.
또 특이한 현상에 자연스럽게 입에서 당혹스런 음성이 튀어나왔다.
“어라? 이건 또 뭐야?”
자세히 보니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었다.
황당해서 외쳤다.
“나 지금은 영웅신 맞잖아?
현세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힘을 가졌다.”
거기까지 말한 순간 동전의 회전이 멈추고 뒷면을 보이려 한다.
그제야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은 아이언이었다.
“내 생각에 따라서 결과가 바뀌어?
아차!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점을 치거나 예지하는 권능이 아니었지.
선택의 권능이다.
그러니 감정으로 변할 수 있는 불확실한 미래를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틀렸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항상 사용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절대의 직감권능이다.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 미래를 질문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확정된 미래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동이 결과를 바꾸는 것이다.
운명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중간과정은 바뀔 수 있다.’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과정은 수시로 바뀐다.
목숨을 건 결의면 자살을 타살 정도로는 바꿀 수도 있었다.
‘선택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
에메랄드 공주가 초월자가 되어서 자살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물어서는 안 되었어.
내가 만들어줄지 안 만들어줄지를 물었어야 했어.’
선택권을 자신이 쥐고 있지 않았으니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옆면을 보여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옆면도 아니고 계속 결과가 뒤바뀌자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왜 내가 진정한 영웅신이 된다는 당연한 결과에는 앞면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렇게 내가 부족한가?
역시 그것 때문인가?”
짐작되는 구석이 있었다.
아이언은 진정한 영웅신이 된다는 미래를 부정하는 뒷면을 보이려던 동전들을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허공으로 일제히 튕긴다.
“나는 원래의 미래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언의 음성이 울린다.
타타타타타타탁!
그런데 동전이 회전하지 않았다.
튕긴 그대로 튀어 올라서 마치 탁자 위에 달라붙듯이 떨어져 어느 한 면만을 보인다.
모두 숫자가 있는 뒷면이었다.
“...”
아이언은 나온 결과를 보고서 잠시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회색의 절대자인 자신의 미래 때문이라도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데 속마음은 여기를 떠나기를 거부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마음을 읽는 권능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제 확실하다.’
언제나 가장 이득이 되는 길을 선택하게 해주는 절대 직감의 권능이 묘하게 변질하여 있었다.
‘던지면 무슨 일이든 항상 앞면만을 보여주던 권능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워지거나 뒷면을 쉽게 보이는 일부터가 이상했어.’
이제 절대적인 올바른 선택을 해주는 직감이 아니었다.
‘미래를 예지하기도 하고 나 자신도 모르는 속마음을 맞추기도 한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나와 맞추어서 변화했어!’
덕분에 옆면으로 서기도 하고 회전하면서 멈추지를 않는다.
그리고 지금처럼 회전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결과를 알려준다.
‘다시 생각해 보니 한 번에 열 개 이상을 던지는 행위 자체도 이상했다.’
이만오천분의 일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동시에 열 번을 발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절대 권능이 아니었다.
결과는 하나였다.
“설마? 설마?”
예상되는 결론에 분노한 아이언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면서 외쳤다.
“나는 현세계에서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꽝-! 파아아아악-!
무지갯빛의 동전이 튀어 올라서 허공에 멈춘다.
그리고 참으로 열이 받게도 앞면과 뒷면이 마구 교차하면서 보인다.
열 개의 동전들이 제각기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었다.
‘이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능력 부족으로 아직 모른다는 뜻이었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를 받아서 무적의 위력을 발휘하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어느새 변화해 있었다.’
사용자가 이대 흑염의 절대자 본인이 아닌 아이언이었는데 남용했기에 어느새 새로운 권능으로 변한 것이다.
“아우우우! 겨우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했니 이것도 열화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냐?
이거 너무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