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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167화 (1,167/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처음에 싸웠던 우주신의 영웅신 샤이니는 전형적인 신족의 완벽한 영웅신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대응할 만했지만, 초월자의 영웅신 아이언은 불명확했고 무엇인가 굉장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초월자의 영웅신이 아니다.’

‘분명 무엇인가 숨기고 있어.’

일단 신체 능력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차원권능까지 봉쇄하는 투기 폭풍을 일으키니 지금 흑염 세력에게 거의 천적이라고 할만한 상대였다.

‘분명 드러내지 않는 권능이 분명 더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한 싸워서는 안 된다.’

미지의 권능을 가진 영웅신의 무서움을 가장 잘 아는 근원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달랬다.

“아이언은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말인데 여기서 반론이 튀어나온다.

“무슨 소리야?

이렇게 당하고 참자고?”

“아이언의 근거지인 은하도 알고 있잖아?

거기로 가서 신계들을 뒤집어 엎어버리자고!”

“아이언만 피하면 나머지 신계는 식은 죽 먹기다.”

살기와 투기가 범벅된 기세가 거세게 일어났지만, 근원은 크게 다그쳤다.

“멍청이들아! 우리를 타도한 공으로 최고위 창조신이 된 초월자에게 멀쩡한 은하계를 내려줄 신족이던가?

초월자들이 넘겨준 정보에 의하면 아이언의 은하는 신계가 거의 없는 미개발지다.

더구나 반역까지 일어났던 지역이니 가보았자 정기는 고사하고 쓸만한 초월자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를 뭐하러 가?”

“...”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아이언의 은하를 쳐보았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신체가 분해되어 포기해야 할 정도로 처절하게 당했으니 열이 받아서 한 말에 불과했다.

근원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정정당당한 승부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신족의 편입을 제안한 유일한 상대라는 사실도 명심해라.”

“제길!”

“으윽!”

이렇게 약화 되어버린 이상 신족과 협상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가장 아픈 부분을 지적한 근원은 거침이 없었다.

“지금은 어떤 길도 버릴 수 없다.

흑염의 절대자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신족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

물론 휘하로 들어간다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등한 관계로서 십중심의 신체들을 구출할만한 정예 전력을 빌리는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선택이다.

비록 현실계의 신체이나 최대한 강해져서 부활하고 다시 움직인다.

우리는 지금도 강하다.”

“알겠다.”

“올바른 판단이다.”

입장이 정리된 흑염 세력들이 지그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거의 무아지경에서 최대한의 정기를 흡수하면서 부활을 진행한다.

겨우 흑염 세력을 추스른 근원은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에게 지시했다.

“초월자들에게 신족에 대한 정보를 모아라.

특히 영웅신과 고위 창조신에 대한 자료를 넘겨달라고 해.

또한, 세력화도 서두르라고 하라.

부활이 끝나면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족보다 우리가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

“시행하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바로 이동하자 근원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도대체 무슨 투기권능이었지?

어떻게 모두가 일순간에 분해될 수가 있는가?’

지금도 행성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황금빛 투기 소용돌이가 덮치는 광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과연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인 엄청난 광역 파괴기였다.

“파괴 범위는 항성을 능가하고 위력은 창조신 이상의 존재를 분쇄한다.

십중심님들을 생각하게 하는 압도적인 힘이다.

도대체 현세계에 어떻게 이 정도 수준의 강자가 있을 수 있지?”

다시 고민을 시작한다.

‘타락한 영웅신의 전력을 모두 되찾으면 샤이니와는 좋은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공격해도 신체로 받아내면서 끄덕조차 하지 않는 아이언은 달랐다.

더구나 상상을 초월하는 완력과 투기 소용돌이를 다루니 도저히 제압할 방법이 없었다.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강자가 현세계에 있다니?

절대계의 신체를 잃은 이상 다시 마주쳐서는 안 된다.’

자신도 복수하고 싶기는 했지만, 상대가 아주 나빴다.

타락한 영웅신으로서 세계를 상대로 싸워 살아남았던 근원과 흑염 세력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아이언의 성깔이 보통이 아님을 말이다.

‘황금빛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투기와 살기는 우리 이상이었다.

만에 하나 자신의 은하계를 건드리면, 현세계 끝까지 추적해올 것이다.’

아이언은 유아신의 상태이면서 엄청난 완력을 갖추었으니 예측 불허의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었다.

‘더구나 아직 가진 세력도 얼마 없으니 절대로 적대하지 말아야 할 상대다.’

소중한 것이 거의 없는 강자가 그걸 빼앗겨서 열이 받으면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는 근원이 너무나 잘 알았다.

스스로 해보았기 때문이다.

‘전부를 용서하지 않고 모든 것이 멸망할 때까지 폭주했지.’

영웅이 필요한 시기에 지나면 스스로 사라지거나 강제로 끌어내려 진다.

흑염 세력이 타락한 영웅신으로서 종족과 행성을 멸망시킨 주된 이유였으니 아이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최대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세력이나 재산이 적어서 앞날이 걱정이었는데 그것마저 빼앗겼으니 참을 수가 없었다.

가진 것이 커지고 지켜야 할 세력이 많아질수록 인내심이 커질 것이다.

혼자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최소한 미친 듯이 날뛰지는 않겠지.’

부활만 하면 이 은하계를 벗어나서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 아이언과의 악연도 거의 마지막이지만 유일한 걱정거리가 있었다.

‘아이언이 초월자 영웅신이라고 했던가?

우리의 중앙핵 강탈을 막아준다는 명분으로 최고위 창조신을 거의 협박과 거래를 하듯이 해서 신족에게서 받아냈다고 했다.

그럼 우리가 부활을 위해서 장시간 조용하면 무사할까?’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잡아먹힌다.

‘사용이 끝난 영웅의 최후는 언제나 비참한 법이다.’

영웅의 운명에서 아이언도 벗어날 수 없어 보였기에 걱정이 되고 있었다.

‘단숨에 우리들을 갈가리 분쇄하는 투기를 가진 아이언이 순순히 당하거나 가진 것을 내놓은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결론은 신족과 아이언의 충돌이었다.

‘비록 약화 되었다고 하지만 흑염 세력을 혼자서 쓸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영웅신이 미쳐 날뛰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은하유성(銀河流星)이라는 광역파괴권능이 문제다.

우리는 종족이나 행성 하나둘로 끝났지만, 아이언은 그 정도가 아닐 것이다.’

행성을 집어삼킬 기세로 엄청난 영역의 시간과 공간을 찢어발기던 은하유성(銀河流星)이 현세계 여기저기 작렬하는 모습을 그려보니 끔찍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은 분명 지금 이상의 엄청난 광역 파괴기다.

상대의 투기를 흡수하고 반사하여 부담이나 소모도 적어 보였다.’

자신이 보기에는 신족을 적대하기 시작하면 현세계가 무사할지 걱정이 될 정도의 저력이 느껴지는 아이언이었다.

‘그런 권능을 가진 아이언이 날뛰면 우리가 수십 개의 중앙핵 탈취했던 상황과는 격이 다른 엄청난 혼란이 온다.

만약 신족이 아이언을 어설프게 건드려서 분노하게 하고 막지 못하면 현세계는 끝장이 날 것이다.’

그런 근원의 걱정대로 신족의 여론은 아이언의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가 너무 과하니 회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차원 결계를 어느 정도 완성 시켜서 잠시 복귀한 고위 창조신들의 반대여론으로 시작된 논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아무리 강하고 공이 커도 아이언의 최고위 창조신의 위치는 너무 과하오.”

“일단 주신부터 시작하게 하는 것이 옳소이다.”

아이언을 편들어서 최고위 창조신을 만들어준 브라이트가 창조주님께 면담을 요청하고 자리를 비운 상황이 결정적이었다.

샤이니도 광역 차원 결계를 마무리하는 중이라서 막아줄 존재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브라이트님의 결정이지만 이건 너무 큰 독단이오.”

“공정하게 다수결로 다시 결정합시다.”

이렇게 시작한 의견은 주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초월자가 최고위 창조신이 되었는데 좋게 생각할 신족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최고 위원회의 업무를 돕고 있는 우주신들도 마찬가지였기에 사태를 방관 중이었다.

‘어차피 세력도 얼마 없는 초월자다.’

‘우리가 힘을 합쳐서 밀어붙이면 순순히 말을 듣겠지.’

‘그럴 필요도 없어.

다수결로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박탈한다고 통보하면 끝이다.’

최고위 창조신이라고 해도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이 모여서 다수결로 탄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최고위 창조신들이 다시 다수결로 의결하고 수장이 인정하면 박탈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극히 위험한 생각임을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우주신들은 고위 창조신들이 기껏 돌아와서 하는 짓이 가장 큰 공을 세운 영웅신의 탄핵이었으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승자에게 준 상을 다시 되돌려받겠다니 참으로 잘하는 짓이군.’

강력한 영웅신인 아이언이 오히려 더 호감이 갔지만, 편을 들어줄 의리는 없었다.

다만 약간의 걱정은 되었다.

‘아이언의 직위를 박탈하면 나중에 브라이트가 가만 안 있을 것인데 후환을 어쩌려고 저라나?’

최고 위원회의 수장이 없는 이상 창조신장이 직접 의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언이 최고위 창조신이 되어서 쏟아지는 불만을 가라앉히느라 정신이 없는 창조신장이 탄핵을 거부할 리는 없었다.

그렇게 신족의 최고 위원회가 모처럼의 의제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아이언은 잠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하늘 높이 솟아오른 무지갯빛 동전의 탑이 일제히 회전을 시작한다.

팽그르르르르르릉!

몇 개의 동전이 모였는지 수를 셀 수도 없이 쌓아 올렸던 동전들이 일제히 제각기 도는 모습은 지극히 불안했지만 위협적이었다.

그 위태스러운 동전의 탑 위에서 영창을 하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남성에게서 품어지는 마력과 광기는 주변을 집어삼켰다.

“돌아라! 바벨의 탑!

내게 승리의 확률을 가져오라.

그 대가로 바치는 것은 나 회색의 절대자의 목숨과 전부다!”

공간이 마력에 잠식되고 시간이 권능에 일그러지는 파멸의 아수라장을 거대한 근육질의 남성이 질주한다.

우우우우우우웅! 파하하하하하-!

검은 불길의 투기를 품어내는 거인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서린 음성이 터져 나왔다.

“남의 권능을 베끼고 열화까지 시킨 주제에 감히 내게 덤벼!

이거나 먹고 뒈져라!”

거인의 손끝에서 품어져 나온 검은 불길의 손톱이 동전의 탑을 강타한다.

투우우우웅!

검은 불길에 휘말린 무지갯빛 동전의 일부가 소멸한다.

그러나 동전의 수는 너무나 많았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잠시 휘청거렸지만 늘어난 동전이 보충되면서 그대로 서 있는 동전의 탑 위에서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대의 비웃음이 울린다.

“크후후후후! 이게 진짜 동전탑으로 보이나?

이건 가능성과 확률의 집합체이니 그런 무식한 공격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너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이만오천 분의 오류를 나의 바벨의 동전탑이 넘어서는 순간이 너의 최후다!”

검은 불길을 품어내는 거인의 눈에서 어마어마한 살기와 투기가 몰아친다.

그리고 단 하나의 동전이 오른손에서 나타나서 퉁겨진다.

팅! 빙그르르르-!

나온 면은 역시 앞면이었다.

그리고 이 망할 복사 열화 판의 직감권능의 약점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전탑답게 역시 가장 밑이었다.

그대로 양손에 쥔 투기의 도끼를 들어서 가장 밑을 처박아서 날려버린다.

“크오오오오오오오-! 동전탑이 맞잖아!

어디서 감히 사기를 치려고 해!

너 정말 현자 맞아?

입만 열었다 하면 모두 거짓이다!”

“칫! 그 동전만 실체이니 탑은 아니야.

그러니 거짓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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