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창조신장은 창조주의 대리자로서 모든 신족의 권능에 대한 무효화 권능이 있다.
그 말은 정식으로 인정받은 신족의 권능을 전부 알고 익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제약은 있었다.
‘권능에 비교해 신체 능력이나 연산력이 부족하면 발현이 안 된다.
그리고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된다.’
그러나 최고의 창조신이 창조신장으로 임명되고 창조주가 신격까지 올려주기에 거의 의미가 없는 제약이었다.
‘나는 샤이니와 브라이트 수준의 고유권능이 아니라면 신계에 정식으로 등록된 모든 신의 권능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롭게 나타난 위기감지권능은 창조신장이 직접 전력을 기울여도 심각한 오류와 반작용을 보인다.
치칙!
억지로 구현 시도를 할 때마다 뇌가 타는 것 같았다.
‘으윽! 아이언을 최고위 창조신에서 물러나게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려 하면 오류가 뜬다.
불안감에 정확한 미래를 알려고 하면 뇌가 타버릴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다.’
창조신장으로서는 믿기 어렵지만, 권능을 구현하려는 시도조차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어떤 고위 창조신이 개발했기에 이렇게 엄청난 연산력이 필요하지?’
창조신장조차 구현 시도가 불가능한 위기감지 권능을 개발한 고위 창조신이 누구인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기존의 창조신들과 현재 유입된 초월자들을 다 합쳐도 가능성이 있을 만한 강자는 아이언 하나밖에 없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엄청난 완력과 투기만을 사용하는 단순한 초월자 영웅신이 아닌가?
그 이상의 권능을 숨기고 있나?’
재능과 신격으로 창조신장을 능가하는 신족은 없다.
그래서 오기로 완전구현을 시도할 때마다 엄청난 두통을 동반한 신체 붕괴현상이 오니 이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정도의 연산력이 필요한 권능이면 단순한 위기 감각이 아닌 거의 확정된 미래를 볼 수 있는 엄청난 미래 예지의 일종이다.
결정된 미래의 예지는 신족의 역사에서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높은 권능인데 아이언이 가지고 있단 말인가?’
창조주님이 면담신청을 받아들여서 자리를 비운 브라이트의 신신당부가 머리에 울렸다.
이런 시기에 자리를 비우게 되어서 정말 걱정이 된다는 얼굴로 긴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만약 하위자들에게 다툼이 생긴다면 누구의 편도 들지 마시오.
편을 들어준 쪽은 고마워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다른 쪽에게는 원수가 되는 어리석은 행위외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원수 한 명을 맞바꾸게 되오.”
그것은 조언이나 충고도 아닌 진심이 담긴 당부였다.
여기에 흑염 세력을 얕보다 무참하게 당한 경험으로 생긴 신중함이 지금 아이언의 최고위 창조신 자격 박탈의 결정을 막고 있었다.
‘브라이트조차 아이언의 완력과 투기가 자신을 능가한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내가 구현할 수 없는 권능까지 숨기고 있다면 원수로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런 사유로 그렇게나 아이언을 싫어하던 창조신장이 갑자기 뒤로 빠지자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고위 창조신들이었다.
‘왜 저러시지?’
‘아이언이 최고위 창조신이 되는 것을 가장 싫어하시던 분이 창조신장님이 아니셨던가?’
은근히 지금처럼 고위 창조신들을 모아서 직위 박탈을 시도하라고 넌지시 눈치를 주기까지 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밀어붙였는데 갑자기 창조신장만 뒤로 빠지는 모양새이다.
허나 이미 압도적인 찬성으로 여론이 결정되었기에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창조신장님. 부디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최고 위원회에 들어오기 위해서 영겁의 시간을 신족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다른 창조신들의 사기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신족도 아닌 초월자가 최고위 창조신이라니 전례가 없습니다.”
“...”
고위 창조신들이 결재를 요청했지만 창조신장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창조신장과 고위 창조신들의 회의 모습을 보는 우주신들의 눈은 이미 닫힌 지 오래였다.
우우우웅-!
무시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최대한 창조신계의 기능을 강화하느라 힘이 겨운 상황이었다.
창조신계의 핵을 담당하고 있던 브라이트가 없어서 각자의 부담이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에 끼어들 여력이 없었다.
‘으음! 이거 강화상태의 창조신계를 유지하는 일이 아슬아슬한데?’
‘역시 지금 창조신장과 브라이트의 차이는 엄청나다.’
창조신계의 핵을 맡는 임무를 다시 창조신장이 가져갔지만, 수준 차이에 따른 업무 부하가 극심하게 일어난다.
신계의 가장 중요한 핵을 담당하는 신계 주신의 신격과 권능의 강함에 따른 문제라서 고위 창조신들이 가세해도 어림도 없는 격차였다.
그리고 이 고위 창조신들도 문제였다.
‘그리고 이놈들은 왜 이렇게 권능이 약해?’
‘종족전쟁 시기였다면 주신 정도로군.’
‘허허. 이러고서 누가 누구를 탄핵을 하겠다고?’
이 고위 창조신들도 평상시라면 창조신계의 운영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은하계를 둘러싸는 차원결계를 생성하기 위하여 창조신계가 전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제정신인가?
지금 아이언이 없으면 누가 흑염 세력을 사냥할 것인가?’
브라이트가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두말없이 내주었을 때부터 아이언이 가진 진정한 힘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는 우주신들이었다.
하지만 강제 은퇴로 권력에서 멀어져 있기에 사태를 막을 힘이 없었다.
‘브라이트가 창조주님의 면담에 들어간 이상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원체들의 시간관념은 정신체들조차 기겁할 정도로 느긋하고 길었다.
오래간만에 아끼던 브라이트가 직접 찾아왔으니 언제 대화가 끝날지 예상조차 안 되었다.
‘샤이니와 차원권능을 가진 우주신들이 차원결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
이러면 아이언이 아니면 고위 창조신들이 흑염 세력을 직접 토벌해야 했다.’
흑염 도적단을 확실히 잡기 위해서 처음 계획보다 너무나 광대해지고 강해진 차원결계였다.
그래서 샤이니가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최고위 창조신들이 최전선에 서야 할 판국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질투심을 못 이겨 상황파악을 못 하고 이렇게 난리를 치고 있으니 기가 막힌 것이다.
한참 침묵하던 창조신장의 입은 고위 창조신들의 주장이 높아지자 결국 열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시도조차 용납하지 않는 위기 감각의 권능과 주변 생각을 확실히 정리한 창조신장의 주장은 처음과는 전혀 판이하게 변해있었다.
“아이언을 최고위 창조신으로 정식 발령을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단지 임명과정의 문제나 출신으로 물러나게 한다면 통치체계가 무너진다.
그리고 이 소문을 들은 초월자들이 어찌 신족의 지배가 가혹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지배종족으로서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
“허어?”
이제 허락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고위 창조신들의 놀라는 소리가 울린다.
그런데 창조신장의 경고가 따랐다.
“흑염 도적단의 토벌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현세계의 환란이 끝나기까지 분쟁을 삼가라.
어떤 고위 창조신이든 상위자를 아무런 근거나 증거 없이 탄핵하려 한다면 신계대전을 허락하겠다.
당사자들끼리 결투로서 승부를 가려라.”
“!!!”
신계대전(神界對戰)은 주신전(主神戰)이라고도 부른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신계 주신들이 자신들이 가진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싸우는 전면전이었다.
종족전쟁의 시절에도 통제되던 최후의 조치를 허용하겠다니 모든 고위 창조신들의 입이 딱 벌어지는 충격적인 결론이었다.
그리고 질투와 분노에 미쳐가던 이성이 모두 되돌아왔다.
‘흑염 도적단을 일격으로 날려버렸다는 아이언과 신계대전을 치르라고?
죽으라는 소리가 아닌가?’
‘지원을 간 신계를 제멋대로 뜯어고치고 전투 중에 반파시키는 유아신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힘을 가졌으나 통제력이 부족한 어린애.’
‘싸웠다가는 정치적 타협이나 멈춤 따위는 없다.
모든 고위 창조신들의 눈에 아이언의 주먹에 으스러지는 자신의 모습과 산산조각이 나는 신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제야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로 위험한 도발을 하려 했는지 깨달은 고위 창조신들은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
“...”
그렇게 극단적인 신계대전을 언급하여서 대부분의 고위 창조신의 입을 막은 창조신장은 눈을 감았다.
‘나는 지금 초월자 영웅신 한 명을 위해서 대부분 신족의 의사를 무시하고 막았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창조신장으로서 가지고 있던 모든 권능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그리고 생겨난 여유 용량 전부를 새로운 위기감각 권능에 투자하는 초비상수단까지 동원한다.
팅! 빙그르르르르!
그러자 귓가에 무엇인가 튕기고 도는 소리가 울린다.
‘분명 흑염 도적단과 싸우기 전까지 아이언이 튕기고 있던 동전이 도는 소리다.’
이제 누가 창조주님의 축복을 받은 창조신장의 신격과 재능을 뛰어넘는 권능을 가졌는지 확실해진 것이다.
‘그런데 동전이 도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용량과 연산력이 부족한가?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여 그대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권능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진심인 그대가 나서면 저 흑염 도적단을 분쇄할 수 있는가?’
이제까지 계속 그 결과를 물었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로 인하여 직감권능이 위기 감각의 권능으로 약화 되고 연산력이 부족한 탓인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 답답하게도 동전이 도는 소리만 들리고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창조신장은 분명 신족에서 최고의 창조신이 임명되고 그것은 바로 나다.
전력을 다한 나로서도 동전은 던질 수 있지만, 볼 수 없고 결과조차 알 수 없는가?’’
인정하기 힘드나 명확한 사실이었다.
과거 종족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신들을 따를 수 없었고 지금 또 한 명이 늘어났으니 참으로 씁쓸해진 창조신장이었다.
이제 생각은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신족을 위해서 아이언이 권부 전부를 공개하고 싸우게 할 수 있는가?
고위 창조신들로는 약화한 흑염 도적단을 이길 수 없다고 느껴진다.’
아이언처럼 동전이 앞면인지 뒷면인지는 모르기에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위기감지 권능으로 인해 점점 명료해지니 무작정 동의를 할 수가 없었다.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 개인의 가치가 집단 전부를 뛰어넘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개인을 지켜야 한다.
왜 브라이트가 아이언을 편드나 했더니 이런 기준이 있었구나.’
평화로운 시기라면 고위 창조신들 전부와 아이언을 천칭 위에 올려놓았을 때 무게는 당연히 저들에게 있었다.
하지만 흑염 도적단의 준동 앞에서는 고위 창조신들은 무력했기에 확실한 해결책인 아이언으로 확실히 기우는 것이다.
그리고 부하의 다툼에서 한쪽 편만 들어서 한순간의 고마움과 영원의 원수를 맞바꾸지 말라는 브라이트의 당부도 크게 작용했다.
‘만약 아이언이 이번의 결정에 원한을 품게 된다면 결정을 내린 나부터 치러 올 것이다.’
일반적인 신족이라면 억울하게 강등을 당했다고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흑염 도적단의 전투 중에 보여준 투기와 살기,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지킬 것이 없다는 여건을 생각하면 바로 신족의 적으로 돌아설 확률까지 있었다.
‘모두에게 지지를 못 받더라도 영웅신의 원한을 사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자신도 역시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한편 고위 창조신들은 창조신장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아이언을 편드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아이언과 직접 대면한 상급 창조신만은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다.
‘휴우우우! 내 은하계에서 날뛰는 흑염 도적단도 미칠 것 같았다.
모두 너무해.
이러다 정말 아이언과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우리는 어쩌라고?
그런데 다행히 아이언은 추가되지 않겠군.’
같이 방위전을 치렀으니 아이언은 자신의 신계 위치와 허실을 너무나 잘 알았다.
아이언과 신족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자신이 타도 목표가 될 거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위 창조신들이 눈엣가시가 되려는 초월자들과 초월자의 영웅신인 아이언을 한꺼번에 차원결계에 몰아넣어서 처단하려는 움직임도 알고 있었다.
‘이러다 내 은하계가 전장이 된다.
그러면 안 되지!
빼앗긴 휘하 신계 주신들의 중앙핵 회수도 보장을 못 해주면서 어딜 더 부수려고 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언을 만나서 언급하기는 해야 하겠어.’
고위 창조신들을 배신하고 아이언에게 붙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비상사태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상급 창조신의 눈동자에는 은은한 황금빛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못마땅하면 신계대전(神界對戰)을 벌이라는 창조신장의 엄포에 아이언의 탄핵이 잠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 사실은 바로 아이언에게 알려졌다.
물론 비밀로 긴급연락을 해온 상급 창조신 덕분이었다.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 이거지?
그래서 탄핵을 하려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