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장래 이계의 최상급 강자들이 될 용자동맹의 사자왕 건과 부하들을 뒤쫓으면서 공격하고 있는 세력은 영웅동맹의 수련생들이다.
신계의 천국에서 지원을 받고도 초월자가 되지 못한 낙제생들은 다시 지옥에 떨어져서 단련을 명령받았다.
변명의 여지도 없이 지옥에 떨어지니 황량한 초원과 스산한 바람만이 반긴다.
휘이이이잉-!
이들 대부분은 강제소환되어서 지옥에서 지독하게 당하다가 겨우 천국으로 올라갔었다.
설마 하면서 한계를 넘는 수련을 거부하거나 등한시했다가 다시 지옥을 보게 되니 후회막급이었다.
그런데 천국에서 다시 초월자에 도전할 기회를 주거나 해방을 해 주겠다는 아이언의 약속 때문에 용자동맹의 후보가 될 개조 인간들을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기회와 해방, 이 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 저들의 투쟁 포기다.”
그 말에 모두가 환호하면서 몰려와서 몇 번을 죽였는데 점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구석에 몰아놓고 아무리 공격을 해도 저 개조 인간들의 영혼들이 굴복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오히려 투기가 커졌어.’
‘이제 우리 공격을 거의 피한다.’
‘더구나 열심히 도망만 친다.’
처음에는 공격을 무방비로 당하거나 덤비더니 이제 전력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물러난다.
한 달 동안 도주를 하더니 이제 도망과 회피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서 따라잡기조차 벅찰 지경이었다.
‘포기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전쟁이라면 이골이 난 놈들이다.’
더구나 진도가 지지부진하다고 느꼈는지 아이언의 추가적인 지침은 기겁을 하게 만들었다.
‘시간을 주어도 성과가 없다.
이제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을 포기시켜도 걸린 기간만큼 지옥 체험을 해주겠다.’
신계의 세력인 영웅동맹의 후보생이라고 지옥의 고통은 당하지 않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엄포가 떨어졌으니 각 세력은 다급해져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어떻게든 일단 잡아!”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포위망을 구성한다.”
그래서 지옥 전부에 감시와 포위망이 펼쳐졌다.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용자동맹을 추격할 수 있는 정예만 뽑아서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제일 지독하게 추적하는 세력들이 만들어 들은 깃발을 본 용자동맹의 후보생인 개조 인간들은 이를 갈았다.
“아오! 지옥에도 해적들이 있나?
지긋지긋하다.”
가장 많은 깃발이 검은 바탕에 해골 무늬를 가진 해적의 상징이었다.
“지옥에서 어떻게 해적 깃발을 볼 수 있지?”
“여기 정말 지옥 맞아?”
용병 시절에도 해적의 목에 걸린 거액의 현상금을 노리고 끈질기게 싸웠던 상대였는데 지옥에서도 똑같았다.
더구나 공격하는 무기들이 익숙한 과학병기이니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대장! 우리 정말 죽어서 지옥에 온 것이 맞아요?”
“어디 다른 세상이나 단체 환각에 걸린 것이 아닐까요?”
죽었다고 보기에는 감각이 지독할 정도로 생생했다.
그리고 아이언이 마지막에 변화시켰던 이 황홀하고 강력한 개조신체의 위력조차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진다.
끈질기게 추격해오는 영웅동맹의 정예들을 상대하자니 머릿수가 너무 차이가 나서 무조건 도망만 치던 장래의 사자왕 건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후우! 여기가 지옥이 확실히 맞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 죽이는 전쟁과 현상금 사냥을 하던 우리가 천국에 가겠냐?”
신계에서 용자동맹의 사자왕 어쩌고 하면서 통신망을 열어주고 대답을 해주니 가장 정보를 많이 얻은 상태였다.
부하들이 지옥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 하자 추가로 설명했다.
“해적들도 저렇게 많으니 천국은 절대로 아니야.
공격방법들도 너무 창의적이잖아?
너희는 저런 무기를 본 적이 있나?”
꿈이나 환각은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보지도 못한 기계 병기와 무기들이 하늘을 덮듯이 쏟아지고 있으니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다행히 개조신체의 위력으로 도망을 칠 수는 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다.’
성능은 비슷해 보이지만 대항을 할 수가 없었다.
적은 거의 십만의 대병력인데 자신들은 겨우 일백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부지런히 도주해야 했다.
“그럼 저것들은 지옥의 악령들인가요?”“그런데 왜 악마들이 인형병기를 타고 있어요?”
끝없이 도망을 가면서 감시탑 비슷한 것에 걸려서 뒤를 돌아보면 인형 병기의 무리가 뒤를 추적해온다.
십여 미터로서 거의 의장용으로 사용하던 탑승형 로봇들이 지옥에서 설치고 공격을 해오니 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자왕 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몰라! 젠장! 지옥도 악마 대신에 기계로 갈아치우고 있는 모양이다!
빨리 움직이기나 해.”
신경질적으로 대답한 사자왕 건은 또 포위망이 좁혀오자 이제 위화감조차 없는 개조신체를 움직여서 포위망을 신속하게 빠져나간다.
용자동맹은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을 무조건 공격하고 추적하는 기계 병기들도 지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아서는 기계 인간들이 대세라고 일거리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지옥까지 이 꼴이야!”
투덜거리면서도 도주는 완벽했다.
인간 크기의 개조신체라서 작고 기능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강화를 시키고 있으니 더욱 잡기가 곤란한 것이다.
영웅동맹의 정예 후보생들이 도착했을 때는 먼지만 남아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그렇게 영웅동맹은 용자동맹을 다시 놓쳤다.
완벽하게 포위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서 각 세력의 동맹까지 하던 영웅동맹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결과였다.
“그새 빠져나갔다!”
“겨우 개조 인간들이 어떻게 한 달을 도망 다닐 수가 있어?”
“초월자는 되지 못했지만 이렇게 강해진 우리 손에서 도망을 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거기까지 대화를 한 지휘부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돌아보고 은밀하게 의지를 전한다.
‘그보다 저놈들을 잡아서 포기시키면 아이언님이 정말 풀어주실까?’
‘아무것도 없는 지옥은 싫고 전부가 있는 천국도 끔찍해.’
‘자유롭게 살고 싶어.’
‘...’
그 말에 모두가 하늘 위에서 저 개조 인간들과 같이 나타난 마족이 던져준 명령서를 확인했다.
그 보고서는 ‘낙제, 재수련’이라고 보고된 자신들의 명단과 보고서였다.
그리고 결재란에 은하유성 아이언이라는 서명과 함께 한 줄의 글이 쓰여 있었다.
‘지옥도 아깝다.’
참으로 감정이 담긴 결재를 바라보는 지휘부들의 심정은 복잡했다.
‘무능하다고 해고 직전이로군.’
‘갑자기 전쟁터로 내몰았지만, 대우는 나쁘지 않았다.’
신계의 지원으로 고대문명의 후계자라고 불리던 고위 초능력자들이 초월자라는 격이 다른 존재가 되는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긴가민가하면서 대충 하면서 눈치를 보다가 확실히 낙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능력자라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지옥에 끌려와서 이 꼴이다.
‘이제는 이런 구박까지 하네.’
천국과 자유라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아이언의 인식을 바꿀만한 성과가 가장 중요했다.
“일단 저 개조 인간들부터 잡자.”
“잡아서 고문하면 금방 포기하겠지.”
그러나 건의 용병대와 직접 상대한 경험이 있거나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는 초능력자들의 인상은 굳어졌다.
‘저놈들은 분명 개조인간 용병대인 건과 아이들이지?’
‘하필이면 저놈들이 상대냐?’
‘아이언님이 신체를 개조해준 모양인데 그러면 만만치 않은 상대야.’
개조인간은 완전한 기계신체를 살 돈이 없어서 부분적으로 기계로 강화한 존재이다.
그런 개조인간 주제에 최강의 용병대라는 평가를 받았으니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신계의 안은 분명하지만, 거리와 영역을 측정할 수 없는 지옥의 안이기에 당장 쫓아가려는데 지옥의 문이 열리고 무엇인가 쓰레기 버리듯이 쏟아진다.
우르르-! 두두두두두두둑-!
저렇게 지옥의 문이 열리면 상급 마족이 나와서 전달사항을 통보한다.
그래서 도망과 추적을 반복하던 영웅동맹과 용자동맹도 행동을 멈추었다.
지옥의 총책임자는 바닥에 산처럼 쌓아놓은 개조 인간의 산 위에서 기세 좋게 외쳤다.
“아이언님이 보내주신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이다.
사자왕 건은 감사히 받도록 하라.”
이런 도주의 생활도 벌써 한 달째이다.
어느새 사자왕이라고 불리는 사실을 깨끗하게 받아들인 건이었다.
그리고 용자동맹의 대표자 비슷하게 되어버렸으니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외쳤다.
“이 녀석들도 전부 개조인간인가?
도대체 어디서 끌고 온 거야?”
이번에 끌고 온 개조 인간들은 적어도 일만 명이 넘었다.
‘왜 이렇게 많아?”
아무리 은하가 넓고 인구가 많아도 개조 인간이 이렇게 많을 리가 없다.
이건 엄청난 수야.
설마 무차별로 끌고 오는 것인가?’
아이언이 영웅동맹의 일을 잘했다고 상을 내려서 이제 최상급 마족이 된 지옥의 책임자였다.
그런데 신체를 얻은 개조 인간의 반말이 영 마음에 안 들었기에 사자왕 건을 노려 보았지만, 일단은 대답해주었다.
“아이언님의 명령이다.
전력으로 쓸 만한 모든 개조 인간들은 이제부터 용자동맹의 후보생이다.”
“!”
“!”
그 말에 모든 영웅동맹의 초능력자들은 머리가 아파지고 배가 뒤틀린다.
사태가 파악된 것이다.
‘아이언님이 초능력자를 산채로 모두 지옥에 끌고 오시더니 이번에는 개조인간 차례인 모양이구나.’
‘초능력자와 기계 인간은 모두 지옥행이야?
도대체 은하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거야?’
황당한 사실에 사자왕 건은 분노해서 외쳤다.
“개조 인간이라고 이 지옥에 떨어트렸다고?
고위 창조신이라면서 이러면 안 되잖아!
무슨 신이 이렇게 잔인해!
이건 완벽한 독재잖아!
죄의 유무나 의견조차 묻지 않아?”
아이언을 성토하는 말에 최상급 마족은 분개해서 외쳤다.
“감히! 위대한 신계 주신이신 아이언님의 완벽한 통치를 독재로 매도하다니!”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 말에 최상급 마족은 호흡을 가다듬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독재가 아닌 절대 독재이시다!
함부로 격을 낮추지 마라.”
힘을 최우선으로 하고 전투를 즐기는 마족의 상식을 평범하게 생각하면 안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말에 담긴 끝없는 충성심을 읽은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은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
“...”
“...”
마족들은 지금 아이언의 빠르면서 효과적인 광폭한 행보에 완전히 매료되어있는 상태였다.
꼴도 보기 싫었던 초능력자를 일소해서 은하계의 일이 엄청나게 편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의 위대하신 마신님이니 당연히 절대 독재자이시다.”
“마신?”
“읍!”
거기까지 본심을 말한 최상급 마족은 아차 하는 심정이 되어서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화끈하고 잔혹하면서 효율적인 지배가 감격하여 진정한 마신으로 모시는 중이었지만 고위 창조신에게 큰 무례였기 때문이다.
“험험. 하여간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을 잘 가르쳐서 저들을 이기면 지옥에서 내보내 주실 거다.”
“저것들이 뭔데?”
목소리로만 대답하다가 한 달 만에 직접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기계 인간들을 동원해서 누군가와 싸우라는 지시였다.
당연히 감정이 많이 상한 사자왕 건의 비꼬는 말에 최상급 마족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대답해준다.
“영웅동맹의 낙오자들이다.
신계의 지원을 받고도 초월자가 되지 못한 멍청이 초능력자들!
푸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개조 인간도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지 못해 어중간한 실패한 인생이로군.
그럼 낙오자와 패배자들끼리 잘해봐라.”
그 말과 함께 산처럼 쌓여있던 개조 인간들의 서서히 의식을 차리고 움직인다.
그런데 영웅동맹의 공격이 먼저였다.
“쏴! 포기시킬 대상에 저들도 포함이 되었다.”
“어떻게든 제압하여 투쟁을 포기시킨다.”
일백 명도 골치가 아팠는데 이제 일만 명으로 늘어나 버렸다.
경각심을 가진 영웅동맹의 미사일과 빔의 집중포화가 새로 유입된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에게 쏟아진다.
꽈꽈꽈꽈꽈꽝-!
용자동맹 후보생들의 개조신체와 영혼이 이유도 원인도 모르고 단숨에 분쇄되기 시작한다.
강화된 개조신체인지 바로 복구가 되고 있지만 엄청난 고통과 충격에 몸부림을 쳤다.
“크아아아!”
“뭐야!”
억지였지만 그래도 부하라고 받았고 하위자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사자왕 건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낙오자 놈들이! 그만두지 못해!”
“뭐야?
기계 인간이 되려다 돈이 부족해서 못한 개조 인간이 된 주제에 누구에게 헛소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