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영웅동맹의 낙오자들은 대부분 해적이나 산적처럼 법을 무시하고 살던 무법자라서 거칠었다.
개조 인간들은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고자 했으나 돈이 없어서 부분 개조한 존재들이다.
‘제국과 연합은 범죄자들에게 절대로 기계 인간 시술을 해주지 않는다.’
‘기계인간 수술은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가지.’
‘그러니 개조인간 대부분은 사자왕 건처럼 용병이나 현상금 사냥꾼 노릇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조금씩 기계로 신체를 바꾸어 갔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당연히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초능력자가 되었다.
물론 해적들을 토벌하는 일도 개조 인간 용병들의 주업 중의 하나였다.
이러니 초능력자 범죄자와 해적과 산적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대가 바로 개조 인간들이었다.
“이 돈에 미친 용병들이 여기까지 쫓아왔구나!”
“지옥에서도 해적질이냐!
그 깃발은 뭐 자랑이라고 들고 다녀!”
개조 인간들은 능력이 떨어지니 정규군보다 더욱 악질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덤벼들기 때문이었다.
전투 이후에 당하거나 빈 본거지를 털리는 일은 다반사였으니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자유의 깃발이다.”
“자유 좋아하네.
남의 것 빼앗아서 먹고 살았던 범죄자!”
그 말에 영웅동맹의 후보생들의 눈에서 살기가 줄기줄기 품어져 나왔다.
자신들이 힘겹게 약탈을 해서 모아두면 그걸 몰래 털어가는 더 악질들이 바로 저 개조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의 보호까지 받으면 당당하게 사니 더욱 증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처럼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살란 말이다!”
“사람을 죽여서 돈 버는 용병과 현상금 사냥꾼이면서 무슨 헛소리냐?”
이제 서로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더구나 집중 공격에 당해서 고통에 몸부림치던 개조 인간들도 신계가 입력한 정보로 적이 누군지를 알았다.
그래서 아픈 곳을 사정없이 찌르면서 격돌을 시작한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의 후보생들이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혀를 차는 존재가 있었다.
당연히 이 사태를 만든 아이언이었다.
“쯧쯧! 지성체들은 참으로 어리석군.
내가 포기를 시키라고 했지 전투를 하라고 했나?
왜 대화를 해서 앞으로 농사나 짓고 평화롭게 살겠다고 맹세하고 사이좋게 지옥을 떠나지 않는지 모르겠군.”
유아신의 모습으로 앉아있는 영광의 의자 아래의 단에는 초월자들과 정식으로 영웅동맹의 일원이 된 주신들이 무릎을 꿇고서 대기 중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의문투성이였다.
‘초능력자들을 기반으로 하여 만드신 초월자들의 영웅동맹조차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개조 인간들은 왜 동원하시지?’
더구나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영웅동맹과 비슷한 용자동맹이라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켜보고 있는 도중이었다.
“앞으로 사고를 치지 않겠다는 맹세만 하면 보내줄 텐데 이해를 못 하겠군.
일단 저들은 무시한다.
그럼 현재 영웅동맹의 전력이 얼마라고?”
이번에 영웅왕의 정식 조종자로 인정받은 검의 주신은 고개를 숙인 채로 답변한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기에 본래의 철저한 군신으로 돌아온 지 오래였다.
‘유아신이지만 신계 주신으로서 넘치는 위엄과 힘이다.
무엇보다 믿고 맡겨주신다.
이번만은 실수하지 않는다.’
후계자들도 갑자기 주신들이 영웅동맹의 지휘부로 들어오자 당황했으나 워낙 능력 차이가 커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이언과 신격 차이가 너무 커서 대화조차 힘들었으니 오히려 환영하는 측면도 컸다.
“영웅왕의 정식 조종사는 저 한 명이지만, 보조로 주신 이십 명은 운영 가능합니다.
그리고 임시 사용자로 일천 명이 있습니다.”
“겨우 일천인가?
어중이떠중이를 쳐내니 완전히 소수정예가 되어버렸군.”
이래서야 은하계를 지키는 신족의 군세로 보일 수 없었다.
용병대로 운영하면 딱 맞는 작은 병력 수준이었다.
“십만이 넘던 영웅동맹이었는데 초월자가 된 존재만 남기고 낙오자들을 쳐내니 바로 이 꼴이로군.
쯧쯧! 워낙 가난했으니 인재도 없어.”
아이언의 신랄한 평가에 영웅동맹의 주신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영웅왕의 위력이 강해도 일천대로는 이 넓은 은하계를 전부 방어할 수는 없었다.
“가망성이 있는 후보생들을 다시 단련하여 초월자로 만드는 시도를 건의 드립니다.
최소한 일만대는 있어야지 은하계의 방어선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영웅왕의 전력과 현재 영웅동맹이 사용하는 인형 병기의 전력을 파악한 검의 주신의 의견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결정을 내려주었다.
“나는 약자에게 기회는 항상 준다.
영웅동맹의 병력 충원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
“감사합니다.”
영웅동맹의 충원 문제에 대한 전권을 넘겨준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용자동맹이라는 의문의 집단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초능력자들이야 초월자가 될 확률이 높으니 키운다고 하지만 영혼에 손실이 있는 개조 인간들은 무리로 본 것이다.
‘우리가 있는데 왜 추가 전력이 필요하지?’
갑자기 나타난 용자동맹은 영웅동맹의 주신들과 초월자들의 현재 최대의 관심사였기에 결국 대표자로서 묻는다.
“용자동맹을 어디에 쓰실 생각인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영웅동맹은 은하계와 신계의 방위를 전담한다.
그리고 가끔 파견을 나가서 다른 동맹 신계의 방어를 돕는 역할을 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런데 용자동맹의 용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언은 그 질문에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풋! 왜 불안하냐?
저들을 중히 쓰거나 너희의 대체재로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주신들은 영웅동맹의 초월자들이 신족을 반역했다가 삭제당한 고대문명의 출신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더구나 자신들은 부당한 처벌에 분노하여 부하와 신계에 덤빈 과거가 있기에 또 다른 무력집단을 만들려고 하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주신들과 초월자의 기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아이언은 크게 혀를 찼다.
“쯧-! 이래서야 나의 은하계를 방위하는 영웅동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신계 방어 면에서 너희를 대체할만한 전력은 현세계에 거의 없다.
흑염 세력을 막아낸 결과가 증명한다.
자부심을 품어라.”
그렇게 말한 아이언은 지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를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대등한 병력을 얻은 사자왕 건의 야수 같은 투기와 살기가 용자동맹의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아직도 병력 차이가 열 배나 나고 지휘계통도 서지 않아서 밀리지만 대등한 싸움이군.
역시 최강의 용자왕이라는 이름값을 하나?’
인형 병기와 개조 인간이라는 차가 뚜렷했기에 적과 아군이 명확해지고 치열해지고 있는 전장이었다.
그리고 혼돈의 극치였다.
“저들은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집행하는 정의의 용자가 되어 은하계를 떠돌 것이다.”
“예?”
전혀 의외의 말에 영웅동맹의 주신들과 초월자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웅동맹의 기계 병기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의 개조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그대로 놓아주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영웅동맹의 후보생들도 자유를 되찾으면 은하제국과 나의 지배에 도전하겠지.
때로는 너희와 싸우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라.
저들은 영웅동맹과 은하계에 정의로운 적으로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격퇴하거나 죽이되 소멸이나 봉인을 시켜서는 안 된다.”
갈수록 아리송한 조치였다.
그러나 아이언은 실소를 머금으면서 화면을 확대해서 보여주었다.
꽈꽈꽈꽈꽝-!
영웅동맹의 인형 병기와 개조 인간들이 쏟아붓는 화력이 화려하게 지옥을 수놓는다.
여기저기서 파괴되고 죽어갔지만 바로 회복이 된다.
서로가 아이언에게 불사와 재생이 걸려있는 상태였기에 파괴는 무의미했다.
이건 누가 먼저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하느냐에 달린 결전이었다.
“푸후후후후! 영웅동맹이 신계와 은하계의 수호자라면 용자동맹은 결코 길들일 수 없는 맹수들이다.
맹수는 밀림에서 사냥을 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저들의 사냥감으로 약하거나 무능하여 쓸모없어진 자들을 던져줄 생각이다.”
미래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저들을 자신들의 휘하로 넣기 위해서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데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으로서는 전혀 그럴 이유가 없었다.
‘나의 지배영역 내에서 통제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부하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니 말이야.’
정식 최고위 창조신이 부하를 뽑는다고 하면 모든 신계에서 몰려들 것이다.
초월자까지 대상을 포함시키면 엄청난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겨우 몇 명에게 목을 메일 필요는 없지.
아직 쓸모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하급자들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비유를 들었던 아이언은 나직하게 말했다.
“용자라서 약자를 돕는 정의를 좋아하니 치안 유지와 지배층의 부패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너희는 저들의 사냥감이 되지 않게 조심하고 수련해서 강해져라.”
은하제국과 신계의 부패를 막을 무보수 감찰세력으로 부려먹겠다는 뜻이었다.
이제야 무슨 뜻인지 깨달은 영웅동맹의 주신들과 초월자들은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이면서 힘차게 대답했다.
“핫!”
이제야 속 편하게 전투 장면을 지켜본다.
영웅동맹에게는 아이언의 분신인 영웅왕이 있으니 개조 인간들에게 질 리가 없었다.
그러나 영웅왕을 제외하고 지옥에서 벌어지고 있는 끝없는 사투는 주신들의 얼굴을 점점 굳게 만들고 있었다.
‘용자동맹의 투기가 더 높다.’
‘설마 지는 것인가?’
‘열 배의 전력 우세이지 않은가?’
초능력자들은 처음부터 특별하고 강하게 태어났다.
그런데 개조 인간인 용자 동맹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서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영웅동맹의 후보생들이 초능력자로 태어나서 편하게 살아왔다면 용자동맹은 강자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끈질기게 싸워온 것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골치 아픈 적인데 지금은 서로가 불사와 재생의 신체를 가졌으니 그 차이가 점점 나타나고 있었다.
투하하하하-! 구구구구궁-!
용자동맹의 후보생은 머리가 박살이 나도 무기의 발사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영웅동맹의 후보생은 약간의 상처를 입으면 반사적으로 몸을 빼고 있었다.
이 작은 차이가 열 배의 전력 차이를 무색하게 하고 있었다.
‘더구나 저들은 낙제생들이다.’
‘이러다 지게 되면 큰일이다.’
‘한 번 꺾이면 다시는 이길 수 없다.’
신계의 지원을 받은 이상 초월자가 될 확률이 높은데 가혹한 수련을 견딜 열정이 없어서 낙오한 무법자들이었다.
그런 자신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냥하던 현상금 사냥꾼들을 만났으니 점점 기세에서 밀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검의 주신의 손아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우둑-! 우두둑-!
영웅동맹의 맹주는 아이언이다.
너무 전력이 작다고 직접 관리를 하지 않고 대리의 임무를 크롬 공주에 부여했다.
하지만 현재 아직 수련 중이기에 지금 대표자는 검의 주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웅동맹의 후보생들이 열 배의 전력을 가지고도 기세에 밀려서 패색이 짙어지자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다.
‘신계를 수호하는 영웅동맹은 어떤 세력보다 우월해야 한다.’
그것은 이제 영웅동맹의 소속이 된 모든 주신과 초월자들의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 변화를 읽은 아이언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허 참! 저러다 지겠다.
가서 도와주고 태세를 정돈하도록 해라.
나중에 자유를 주고 풀어주어도 저렇게 약하면 곤란해.”
“핫-!”
힘찬 대답을 하고 지옥으로 공간 이동하는 영웅동맹의 지휘부를 지켜본 아이언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짝짝-!
그와 동시에 이제 최상급 천족이 된 워터 문, 장래의 녹발독후(綠髮毒后) 수월(水月)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