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힘을 추구하고 권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족답게 즉답이었다.
그리고 아이언도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나는 흑염 세력을 물리친 공으로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를 받아서 권위를 얻었다.
신계 주신의 자리를 힘으로 빼앗았다면 지금쯤 토벌군과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겠지.
그리고 제국의 반대세력을 모두 배제하고 통일을 도왔고 번영을 지원한다.
제국을 힘으로 제압했다면 지금처럼 여제들의 대공이 되는 일이 순조롭지 않다.
또한, 반대세력을 모두 제압하여 영웅동맹에 집어넣어서 강제로 따르게 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내가 사라지면 흩어질 전력이다.
안정을 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지금 신족의 유일한 전력이기도 한 영웅동맹을 일시적인 전력으로 생각하다니 지극히 냉정한 말이었다.
아이언의 속마음을 들은 최상급 마족이 긴장하지만, 목소리는 낭랑하게 이어진다.
“나의 모든 권위와 영향력은 힘으로서 비롯되었으니 폭력이 최고라는 의견에는 동조한다.
힘없는 자가 권력을 잡을 수 없으며 유지할 수도 없다.
이렇게 폭력은 효과적이나 순간적이기도 하다.”
아이언은 선악서를 펼치면서 말한다.
“또한, 폭력은 상대적인 것이다.
나보다 강자가 나타나거나 내가 사라지면 억지력이 없어진다.
세 가지 조건 중 가장 불완전하지.
그래서 지성체와 정신체들은 끝없이 흥망성쇠를 겪으면서 싸우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뀌어서 힘의 우위가 계속 변하기에 말이다.”
파라라라라라-!
선악서에 적힌 선행과 악행이 아이언의 인식 속으로 흡수가 된다.
지성체들이 행할 수 있는 모든 죄를 이렇게 직접 받아들이는 행위는 고위신도 자칫하면 이성이 붕괴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나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단지 나직하게 감탄만 할 뿐이었다.
“호오? 꽤 신선한 발상이지 않은가?”
용병신으로 끔찍한 전장만을 떠돌았던 기억에 의하면 지성체들이 벌인 악행 정도는 우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선악서에 어느 정도 끔찍한 일들이 무수하게 기록되어 있는지 아는 최상급 마족은 감탄만이 나왔다.
‘저걸 보고도 끄떡도 하지 않다니 역시 아이언님은 진정한 마신이시다.’
원하는 대상들을 찾은 아이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파아아아-!
그리고 내용을 복사하여 최상급 마족에게 넘기면서 지시를 했다.
“은하제국과 나의 지배에 반대하는 지배층들을 지옥으로 초대해서 정신을 차리게 해주어라.
그리고 끝까지 버티겠다고 하면 신계 주신이 직접 처분할 거라고 통보하라.
현생의 일만이 아닌 여기 적힌 과거 전생의 죄까지 통합해서 말이다.”
“알겠습니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서류를 공손하게 받아들인 최상급 마족에게 아이언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 은하제국 여제들의 명예 대공, 그리고 초월자 영웅신의 무력이 나의 권력이다.
그리고 선악서로 인하여 완전한 명분을 얻고 완벽해질 것이다.
가서 시행해보면 나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니 물러가라.”
아직도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명령대로 지옥으로 돌아가는 최상급 마족이었다.
아무도 없는 영광의 자리 위에서 아이언은 혼잣말을 시작한다.
“미래의 주우주와 절대계에는 나보다 무력이 강한 존재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들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한 폭력을 뛰어넘는 힘이 필요하다.
내가 없어도 그대로 유지될만한 강대하고 효율적인 체계가 말이다.
그리고 그 체계를 관리할 수 있고 군림하는 존재는 오로지 나 혼자여야 한다.
그래야지만 절대적인 힘을 가진 강자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만들어진 선악서를 쓰다듬는 아이언의 손길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앞으로 엄청난 수로 늘어나고 수준이 높아질 은하제국 지성체들의 영혼을 심판하고 정기를 잘 관리하기 소중한 수단이자 기준이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선과 악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야말로 현자의 힘이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간다.”
지성체들의 심판은 이제부터 지성체의 법관이나 정신체의 천국과 지옥의 책임자들이 하지 않는다.
단지 인공지능이 삶의 선행과 악행의 기억을 읽어 들여서 정해진 형량과 휴양을 부여한다.
그런 기계적인 처단 속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만 해도 아이언은 즐거울 뿐이었다.
“최소한 돈을 달라는 기도는 이제 안 듣겠군.
제발 용서를 해달라는 기원만 하겠지.”
은하제국의 본성에서 지성체들이 부귀영화를 달라는 간절하고 애타는 기도를 들었던 생각만 해도 짜증이 몰려왔다.
“지성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신에게 바라서는 안 된다.
그러면 왕을 뽑지 신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아이언은 영광의 자리에 기대어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신계가 아이언의 신력을 받아서 다른 행성의 달로 전달을 시작한다.
과거 고대문명의 반란에서 버려진 신계에 다시 생명을 부여하고 활성화를 시키는 중이었다.
‘완료되면 은하제국의 모든 행성의 달에서 정기를 수집하는 일이 가능해지기에 가장 급선무다.’
시작하면 장기간 꼼짝할 수가 없겠지만, 아이언은 신계들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전부를 정리하고 되살린다.
그리고 세계의 과거와 현재의 선과 악을 모두 손에 쥐고 미래를 뜻대로 창조한다.
이것이야말로 차원 일족이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겠지.”
거의 무아지경에 들어간 아이언의 강대한 신력에 은하계의 모든 행성의 달이 환한 황금빛을 내 품으면서 변화를 시작한다.그리고 이미 늘어난 인구의 정기를 자연 회수하기 위해서 신계를 되살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던 프롬 여제의 엄명으로 접근금지가 되어버린다.
이 조치가 은하제국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고 아이언이 통일과 지배에 이바지하고 있는 공이 너무 컸기에 거부할 명분이나 면목이 없었다.
그렇게 은하와 신계는 아이언의 뜻대로 변화하고 있었다.
전 인구로 보면 극히 일부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 말이다.
여기에 또 절규하는 소수가 있었다.
“으아아악! 여기가 어디야?”
오늘 일과를 잘 끝내고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던 제국의 젊은 고위관리의 외침이었다.
곤히 잠들었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는데 잠옷 상태로 황량한 초원에 버려져 있으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없었다.
보조인격을 담당하는 중후한 인상의 중년 천족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머리 위에 떠서 설명해 주었다.
“후우-! 지옥이라네.
그러게 내가 제발 착하게 살라고 하지 않았나?”
초능력은 없지만 감이 좋아서 천족과 마족의 존재를 이미 눈치를 채고 대화까지 해왔다.
마족의 조언대로 따라서 승승장구해왔지만, 천족에게는 조금의 고마움도 느끼지 않았다.
“네 말대로 하면 호구 소리를 듣고 무시당하면서 망하니까 그렇지.
그런데 왜 내가 지옥에 온 거야?
나만큼 제국과 인류를 위해서 이바지한 관리가 어디에 있다고?”
제국의 산적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발전으로 이끈 공로로 바닥에서 제국의 최상층까지 올라선 고위관리였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초능력자와 기계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최고로 인정받았고 그들이 갑자기 사라지자 명실상부한 제국의 지배층이 될 정도였다.
물론 겁도 없이 날뛰던 경쟁자 몇몇을 몰래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었다.
“내게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 할지라도 공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자신 덕분에 살아난 제국의 시민이 수백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다짜고짜 지옥이라니 이럴 수는 없었다.
중년 천족은 진정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떤 선행을 해도 악행 자체를 삭제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이 진심이 아니길 빌지.”
“역시 넌 말이 안 통해!
마족은 어디 갔어?”
그나마 도움이 되는 마족을 찾았는데 천족은 길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일단 상부에 사정하려고 갔네.
그래도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으니 무시를 할 수가 없더군.”
보조인격으로 살면서 주인격과 대화가 가능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길러온 것과 마찬가지이니 아무리 마족이라도 외면을 할 수가 없었다.
고위관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옥에서도 사정하면 통해?”
지옥에서도 돈만 있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중년 천족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허공에서 내려왔다.
“대가를 지급하면 어느 정도는 통한다네.”
“대가? 돈?”
“우리는 정기로 내면 조금은 편의를 봐주지.
그래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올 수 있었지만, 아직 위험하니 몸을 감추게.
발각되면 굉장히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안전? 위험? 말을 줄여?”
고위관리는 순수한 두뇌의 힘만으로 제국의 최고 지배층이 될 정도로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몇 마디 대화로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감정을 추슬렀다.
‘여기가 정말 지옥이면 천족과 마족의 도움이 없으면 끝장이다.’
그때 은은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둥둥! 쿠쿵!
무엇인가 거대한 물체들이 충돌하거나 폭발하는 소리였다.
중년 천족은 당황해서 주변을 살펴보다 암울한 얼굴이 되었다.
지성체들은 볼 수 없는 지평선 저 너머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여파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허어억! 설마 여기까지 퍼지려나?”
천족과 마족으로서는 이 고위관리가 대화가 되는 상대이면서 제국의 최고 지배층이라서 막대한 정기를 생산하는 보물창고였다.
갑자기 잠이 들면 지옥으로 보내라는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랐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오래 살게 해야 했다.
그런데 무엇인가 날라오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해서 외쳤다.
전쟁터에서 퉁겨져 나오는 것이 무엇이든 유익할 수는 없었다.
“위험하니 빨리 엎드려!”
“!”
위험이란 말에 고위관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바닥에 던졌다.
‘어린 시절부터 천족과 마족의 말을 듣고서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특히 위험경고를 어기면 바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기에 이제는 조건반사였다.
철퍼덕-!
고위관리가 운동 부족으로 슬슬 지방이 늘어나는 몸이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땅에 붙는다.
그리고 중년 천족도 재빨리 엎드리고 은신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지금 전쟁터에서 이쪽으로 날아오는 파편은 거대 기계신이다.’
그리고 그 정체를 이제 모든 천족과 마족은 알고 있었다.
신계 주신의 기계 분신이기도 하니 모를 수가 없었다.
“영웅동맹의 영웅왕?
도대체 누가 저렇게 만든 거야?”
영웅왕은 창조신과 비견될 정도로 강대한 기계신이라고 들었다.
‘더구나 지금 한참 난동을 피우고 있는 흑염 도적단조차 파괴하지 못한 엄청난 방어력까지 갖추었다고 했다.’
그런데 무적이라는 장갑이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그을리고 조약돌처럼 퉁겨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푸하하하하하하-! 꽈꽈꽈꽈꽈꽈꽝-!
그런데 날려지고 있는 영웅왕을 따라서 거의 같은 크기의 기계 거신이 움직인다.
날려진 영웅왕의 금색이었던 반면에 추적하는 기계 거신의 색깔은 검었다.
그리고 금발의 갈기를 휘날리면서 공중에서 주먹과 발로 연타를 쏟아부었다.
쿠쿵-! 쿵! 꽝-!
영웅왕의 장갑은 흠집이나 금조차 가지 않는다.
그러나 탑승한 검의 주신의 분노가 금속 얼굴에 가감 없이 드러났다.
“사자왕 건! 날뛰지 마라!
그리고 영웅왕을 되돌려받겠다.”
처음에는 영웅동맹의 영웅왕들은 기세 좋게 중재를 나섰다.
‘설마 아이언님이 용자동맹의 개조 인간들에게도 영웅왕에게 탑승할 자격을 부여했을 줄이야!
일단은 부하이니 당연한 일인가?’
제어력이 더 뛰어나면 영웅왕이 조종자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엄청난 실수였다.
방금 일어난 일이 검의 주신의 회상에 떠오른다.
번쩍!
갑자기 나타나서 엄청난 위압감을 풍기는 영웅왕들을 흘린 듯이 보던 사자왕 건에게 영웅왕 중 하나가 눈에서 빛을 품으면서 반응했다.
‘분명 익숙하지 않은 기계신의 조종이라고 난감해했던 주신의 기체였다.’
그리고 황금색의 기체가 검게 변화하는 모습을 본 검의 주신은 그제야 신계 주신의 말이 이해가 갔다.
‘무능한 강자들을 용자동맹의 먹이로 던져줄 것이다.’
인제 보니 영웅동맹에게는 능력과 자격이 없으면 영웅왕을 빼앗긴다는 의미였다.
지극히 냉정한 조치에 소름이 오른 검의 주신이 다급하게 외쳤다.
“기계 신체의 제어가 완벽하지 않으면 물러서라.
잘못하면 용자동맹에게 영웅왕의 통제를 빼앗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