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187화 (1,187/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통신망이 시끄러워지면서 하나둘 연락이 끊긴다.

완전히 조용해지자 고위 관리신들은 주변을 보면서 울음과 같은 신음을 질렀다.

“끄으으으윽! 이게 무슨 꼴인가?”

“흐으으으윽! 종족전쟁도 이겨낸 우리 신계가 이렇게 무참하게 무너지다니.”

그렇게나 아름답던 신계는 투신과 전신들의 피와 파편으로 뒤덮여있었다.

그리고 힘겹게 쌓아 올린 거대한 신전들은 거의 무너져있었기에 북받치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죽어서 신격이 떨어진 군세였다.

‘일반 투신부터 신계관리주신까지 신계의 주요 전력이 전부 죽었다.’

‘거기에 정문과 주신전이 박살이 나고 무사한 것은 중앙핵 뿐이다.’

‘이제 중앙 신계라고 부를 수도 없다.’

단 한 명의 창조신에게 십 분도 안 되어서 중앙 신계가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끔찍한 사태를 불러들인 원인은 바로 신계 주신에게 있었다.

“이렇게 강력한 영웅신을 아무 대책 없이 탄핵하려 하다니?”

“도대체 왜 이런 위험한 짓을 했는지 신계 주신님이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의 신계가 거의 파괴되었을 무렵 또 하나의 신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긴급사태임을 절감한 고위 관리신들이 아이언이 사용하기 전에 공간 이동소를 파괴하려 했으나 한발 늦은 것이다.

장거리 공간이동소는 창조신계의 재산이기도 하기에 파견을 나와 있던 창조신계의 고위신들이 결사적으로 막은 덕이기도 했다.

“훼손은 절대로 안 됩니다!”

“이러다 아이언이 오면 다 같이 죽어!”

이미 한 개의 중앙 신계가 아이언에게 당한 사실을 알기에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창조신계로부터 중립을 지시받고 신계 주신이 멋대로 파업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담당 고위신들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딜 감히 반말하시오!

최고위 창조신님에게 예의를 갖추시오!”

“하위자를 막 죽이고 있는데 무슨 예의!

비키지 못해!”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동안에 각 신계를 중계점으로 삼아서 중앙 신계로 단숨에 도착한 아이언은 공간 이동소를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신계에 일격을 날린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이제 귀찮다는 듯이 짧게 내뱉는 기합과 함께 황금빛 소용돌이가 누가 도착했는지 신계에 알린다.

비상사태가 걸려서 장거리 공간이동소를 포위 중이던 신계의 군대가 목표였다.

투하하하하하하하-!

단 일격에 모두가 먼지로 변해서 휘날린다.

신전과 성벽을 가리지 않고 투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사라지는 와중에 아이언의 신력이 담긴 음성이 신계를 뒤흔들었다.

“나를 탄핵하라고 파업 중이라는 신계 주신은 어디 있느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직접 주신전에 가서 확인해야지.”

가볍게 쥔 주먹이 공간을 울리고 몸에서 퍼지는 투기가 주변의 공간을 진동시켜 파괴한다.

투우우웅! 구구구궁-!

황금빛 투기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기세만으로 신계의 방어막을 붕괴시켜 버린 아이언의 몸이 그대로 빛살처럼 튕겨 나갔다.

파사사사사사사사사-!

돌진에 막으려고 달려드는 신과 걸리적거리는 신전이 모두 산산조각이 나서 파편과 피를 뿌린다.

이미 대기 중인 고위 주신들이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으나 그대로 투기 회오리를 휘감은 주먹으로 쳐서 갈아버렸다.

구구구구궁-!

그리고 주신전의 정문을 열고 들어선다.

거기에는 창백한 표정의 상급 창조신이 스물여섯 쌍의 날개를 펼치고 전투 준비 중이었다.

“네가 탄핵을 하려고 파업을 한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바로 나다.

처음 보는군.

그럼 하극상과 전시 이탈로 즉결처형하겠다.”

“크으윽-! 나를 얕보지 마라!”

이런 사태가 벌어질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상급 창조신이었다.

‘세상일에는 상식과 절도가 있다.

그 안에서 정치는 이루어진다.

그런데 설마 이 정도로 미친 행동을 할 수 있는 영웅신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필 근거지가 내 근처였으니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갑자기 유일하게 탄핵 반대의견을 말하면서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던 상급 창조신이 생각이 났다.

‘흑염 도적단이 난동을 부리고 있는 은하계의 신계 주신으로서 아이언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미 중앙 신계가 한 번 구원을 받았으니 찬성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해가 가는 주장이지만 함정이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이런 성향인 줄을 알고 있었어.

탄핵을 당하면 찬성한 존재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날뛸 줄 알고 목표가 되기 싫어서 반대했던 거야.

그래서 웃었어.’

모두가 찬성했는데 유일하게 반대한다.

당연히 집중적인 성토를 받았으나 이해는 할 수 있기에 넘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살짝 지었던 미소의 의미를 겨우 알게 된 것이다.

‘은혜 갚음도 아니야.

그랬다면 아이언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경고를 해서 막아야 했어.

자신의 은하계가 흑염 도적단에 의해 엉망이 되었으니 주변도 그렇게 만들 속셈이었다.

나도 신중해야 했는데 여론을 따라가다 이게 무슨 꼴이냐?’

후회는 늦었다.

이제 바로 죽여버리겠다고 덤비는 아이언의 공격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최악의 사태를 생각했어야 했어.

그러나 이렇게 바로 쳐들어올 줄을 누가 생각했겠나?’

초월자 영웅신이자 최고위 창조신의 공격을 감당해야 했기에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신계의 전력을 집중한 상급 창조신의 신형과 아이언의 공격이 충돌하는 순간 충격파가 주변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꽈꽈꽈꽈꽈꽝!

그렇게 주신전이 소멸하는 와중에 창조신계는 발칵 뒤집히고 있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탄핵을 요구하는 하위 창조신들의 집단파업에 분노한 상위 창조신의 위력행사였다.

그런데 아이언이 내놓은 명분이 문제였다.

‘집단탈영과 항명에 대한 즉결처형.’

전쟁과 동일시되는 동원령이기에 법적으로 따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창조신계의 관리신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였다.

더구나 직접 움직이자마자 희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감히 이제 초월자 출신이라고 얕보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현재 최고위 창조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에 의해 파업 중인 두 개의 중앙 신계가 파괴!”

우주신들도 기가 막혀서 머리를 흔든다.

“반나절도 안되어서 두 개의 중앙 신계가 당했다.”

“이동시간을 따지면 실제 전투시간은 십 분 미만이다.”

“상급 창조신이 다스리는 중앙 신계가 오 분도 못 버틴다고?”

“아무리 약화가 되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은하유성(銀河流星)이란 투기 오의로 흑염 도적단을 한 번에 쓸어버렸다니 전율할만한 전투능력이었다.

과연 샤이니와 브라이트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천오 은하계 신계 주신 상급 창조신 우라스님의 죽음을 확인!

신체의 완전 파괴가 확인되었습니다.”

“...”

“...”

드디어 상급 창조신의 희생자가 나왔다.

상대가 안 되면 천사 은하계 신계 주신처럼 재빨리 도주해야 했는데 자존심을 지킨다고 버틴 탓이었다.

이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창조신장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소멸만 안 되었으면 되었다.

지금 개입하지 마라.

이건 탄핵당한 최고위 창조신과 탄핵을 한 고위 창조신들 간의 문제다.”

죽음은 정신체이면서 창조력이 강한 신족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아니었다.

그리고 잘못하면 아이언이 창조신계로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 브라이트의 충고를 따랐다.

‘신체와 신격의 하락이 되겠지만, 창조신인 이상 가벼운 수준이다.’

소멸만 시키지 않는다면 정기나 창조신계의 복구 지원으로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다.

아이언도 그걸 아는지 죽이기만 하지 소멸까지 시키지 않고 있었다.

“또 이동하십니다.

추정목표는 천육 은하계 중앙 신계.”

창조신계의 관리신들이 아이언의 장거리 공간이동의 진행경로를 그린다.

그것은 은하계를 둘러싼 원형이었다.

‘자신이 받은 은하계 주변의 은하계의 중앙신계들을 원을 그리면서 처리하고 있군.’

‘마치 대규모 전투를 벌이기 전에 주변을 정리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보아도 전장 정리였다.

아이언이 최악의 경우에는 신족과 싸울 각오까지 한 것으로 보이자 섬뜩함을 느끼는 우주신들이었다.

‘잘못하면 흑염 도적단을 확실히 끝내기 전에 아이언과 전면전을 벌여야 할 판국이다.’

‘브라이트가 이걸 막고 아이언을 신족으로 만들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걸 어쩌지?’

브라이트가 복귀하면 무슨 소리를 할지 벌써 걱정이 앞서는 우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이언은 또 한 명의 신계 주신의 목을 잡고 있었다.

우드드득-!

다른 손으로 머리를 잡고 그대로 뽑아버릴 기세로 힘을 주자 정문에 나와서 저항을 포기하고 용서를 바라던 상급 창조신은 비명부터 질렀다.

“커어어억! 아이언님! 전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연판장을 보십시오.

기권했습니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아이언의 탄핵에 찬성한 연판장을 내밀었다.

‘위치까지 기재된 모습을 보니 마치 굶주린 맹수에게 다른 먹음직한 먹이를 내미는 모양새로군.

하여간 신족의 창조신이라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똑같아.

자신만 사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경쟁자까지 처단하려고 해.’

속마음을 파악한 아이언은 이 상급 창조신이 기권에 있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럼 여기에 왜 있냐?

나를 탄핵하려고 파업에 동참하는 것 아니야?”

“장기간 파견을 가다 보니 속옷과 짐을 조금 가지러 왔습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라는 사실은 안다.

그러나 아이언의 분노로 중앙 신계 하나가 신계 주신을 제외한 전력이 모두 전멸을 했다.

대들었던 상급 창조신 우라스가 처참하게 조각나서 죽었다는 정보를 들었으니 신계 주신인 자신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모든 병력을 후퇴를 시키고 혼자 정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아이언도 그대로 신계를 박살 내거나 목을 뽑아버리지 못했다.

이렇게 혼자서 책임을 지려는 상위자는 죽이기 아까웠다.

“...”

“...”

아이언이 이걸 죽일까 살릴까 하는 고민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꼼짝 못하고 제압당한 상급 창조신이 조마조마하면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때 창조신계의 긴급연락이 왔다.

“탄핵은 청구권자들의 취소로 무효가 되었다.

고위 창조신들은 모두 파업을 끝내고 토벌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다고 맹세까지 했으니 이제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

그 말에 이 기회에 주변을 모두 정리할 생각을 굳히고 막 힘을 주어서 목을 비틀어버리려던 아이언은 손에서 힘을 풀었다.

겨우 살았다는 표정이 역력한 상급 창조신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넌 운과 용기가 아주 좋구나.

그리고 혼자서 책임지려는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부디 지금처럼 잘 처신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아라.

먼 미래에 보자.”

“예?”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덕담으로 들렸다.

아이언은 모든 일이 깔끔하게 끝나자 길게 숨을 내쉬면서 하늘을 보면서 탄식한다.

“하아! 역시 이렇게 되는구나.

내 성향을 못 이기고 이 길로 가고 마는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상급 창조신의 목을 비틀고 산산이 부셔 죽였다.

그 외에 막아서는 신족의 군대는 셀 수도 없이 죽여버렸으니 이제 신족과 좋은 관계는 영원히 끝난 것이다.

‘그놈이 약한 탓이야.

어떻게 일격도 못 견디나?’

자신이 건재한 동안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이나 사라지는 순간 벌떼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당할 수는 없지.

철저하게 처단해 주지.”

아이언이 자신의 은하계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앞에 있는 정문을 열어젖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