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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200화 (1,200/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 말에 도저히 못 견디고 장거리 공간이동으로 도주하려던 아오 시바의 몸이 딱 멈추었다.

‘중앙핵에 저 독액을 바르면 신계의 신들이 모두 중독되어서 죽어버릴지 모른다.’

독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다.

지금 사태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왜 아이언은 멀쩡한 거야?

권능인가?

아니야.

저 정도의 독기 앞에서는 신체 자체가 녹아내린다.

그런 가짜인가?

맞는 순간 바꿔치고 위협하는 것인가? ’

그런 생각을 하느라 멈칫하는 순간 아이언이 장난기가 가득 어린 얼굴로 양손을 활짝 펴고 달려들었다.

“에비!”

“와아아앗-!”

파란색의 손바닥이 다가오는 순간 얼굴이 녹을 것처럼 화끈거린다.

‘녹는다!

진짜잖아!’

기겁해서 허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급격하게 뒤로 휘면서 몸을 옆으로 날렸다.

우두두두둑-! 파파파파-!

평생 해보지 않은 팔과 다리로 하는 게걸음이었다.

그것도 거꾸로 한 신체가 죽겠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몸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아이언이 마치 진흙을 묻히려는 아이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은 것이다.

재미를 붙였는지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오오! 누워 게걸음인가?

특이하네.

더 해봐라.

에비! 에비다!”

“으아아아악-!”

따라오면서 파란 손바닥을 휘두르는 유아신은 모습은 천진난만해 보였지만 손에 묻어있는 독액의 정체를 생각하면 이런 공포도 없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

그대로 누운 체로 게걸음으로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로 빨랐다.

아이언은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진 모습을 보면서 만족스럽게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좋아! 멋진 가능성이다!

마지막 에비-!”

우우-!

아이언의 손에 붙어있던 ‘우유 바다의 한 방울’이 다시 뭉친다.

파란색의 구슬이 된 독액을 그대로 아직도 옆으로 도주하고 있는 아오 시바에게 쏘았다.

팟-!

아오 시바가 겨우 몸을 돌려서 일으키려던 그 순간이었다.

일순간 몸이 굳었는데 절묘하게 그 틈을 노린 공격에 경악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왓-!”

부전자전(父傳子傳)인지 창조신장과 놀라는 음성이 같았다.

그리고 ‘우유 바다의 한 방울’을 아이언이 정제해서 독성을 증가시켰는지 주변 공간이 녹아내리는 모습이 선명했다.

적중되면 앗 하는 순간에 사라질 것을 예감한 아오 시바의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이런 제길-! 이러면 최후까지 간다.

크아아압-!”

경직된 몸을 움직일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신력과 권능이 일순 이마에 집중시켰다.

좌아아아-!

그 순간 이마 중앙에서 세로로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떠올랐다.

독성 때문에 도저히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멀리 떨어졌던 여주신이 당황해서 소리를 쳤다.

“삼의 눈은 안 돼! 바스타드!

신계까지 위험하다!”

아오 시바의 이마에 숨겨있던 삼의 눈이 품어내는 열기(熱氣)는 세계 전부를 불태우는 파괴의 빛이다.

개안이 되는 순간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쓸어버리는 전멸기(全滅技)인 것이다.

‘이제 끝이다.

연료인 신력이 완전히 소모될 때까지 감지도 못해.’

아군이 전멸되고 적군이 몰려오는 최후의 순간에 써야만 하는 금지된 권능이었다.

본인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독액에 녹아 죽을 수는 없기에 그대로 눈을 뜬다.

그렇게 아오 시바의 세 번째 눈이 떠진 순간 주변 모두가 불타오른다.

저적-! 쫘아아아아아아-!

날라오던 독액과 독성의 전파까지 멈추게 할 정도의 가공할만한 열량이었다.

빛보다 빠르게 주변 전부를 증발시켜 갔지만 무사한 존재가 둘 있었다.

똑같이 삼의 눈을 떠서 결계를 펼친 여주신과 신전조차 증발하고 있는데 한가롭게 품평 중인 아이언이었다.

“호오? 삼지창에 독, 이번에는 삼의 눈으로 품어내는 열기(熱氣)이냐?

가지가지 한다.

그런데 결정타가 없네.

정말 닮기는 했어.

어디 보자?

온도가 얼마나 되나?”

손에 침을 발라서 삼의 눈을 향해서 온도까지 측정한다.

치이이-!

신계를 소멸시킬 정도의 온도에서도 손끝에 바른 침이 증발하는 것이 전부였다.

“오오! 쓸만하다.”

아이언이 이렇게 나오자 정말 신계를 포기할 생각으로 비장의 수단을 꺼낸 아오 시바는 너무나 허탈했다.

‘신기도 숨겨놓았던 극독도, 비장의 수단인 삼의 눈의 열기(熱氣)도 안 통한다.

이럴 수가 있나?’

숨겨놓은 전투수단을 전부 동원하면 순수한 전투력으로 창조신장 이외에는 못 이길 존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아이언이라는 도저히 넘지 못할 거대한 철벽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왜 내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거냐?

무슨 수련을 해서 저렇게 강하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강함에 저절로 경외심이 생긴다.

‘그건 아니야!

권능으로 타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다.

이건 수련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강함이 아니다.

존재의 차이다!’

아오 시바는 유아신 때도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었다.

당시의 아오 시바는 같은 주신의 직계들이 모인 학교에 통학했었다.

‘이름이 바스타드, 사생아였으니 놀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능력 차이도 너무 컸어.

나는 왜 이렇게 쉬운 것을 힘들여 배우는지 의아했다.’

이름도 이상한 주제에 너무 뛰어나니 당연히 질시의 대상이 되어서 노골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그래서 자신도 상처도 나지 않는 약한 힘으로 대응했는데 집단으로 놀리던 유아신들이 크게 다쳐서 여러 번 혼이 난다.

‘나 외에는 모두 너무나 나약했다.

어머니는 내가 그렇게 할 줄 예상을 했다는 듯이 사고가 터지면 바로 학교만 바꾸고 계속 보내었다.

그러나 바뀐 다른 학교에서도 똑같았어.

같은 주신의 직계인데 왜 이렇게 약한지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몇몇으로는 상대가 안 되니 집단으로 덤비던 유아신들도 있었다.

이미 몇 번 싸우다 보니 상당히 강해진 상태였으니 당연히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들 전부를 간단한 주먹질로 뼈를 부러트리고 전부 쓰러트렸다.

그때 나를 보았던 그들의 공포와 두려움이 섞인 시선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야.’

거울이 있다면 바라보고 싶었다.

지금 아이언을 쳐다보는 자신의 얼굴과 그 당시의 직계의 후손들과 표정이 같을 것이다.

‘주신의 직계들과 같이 다니던 그 당시에는 주변의 경외를 받는 쪽이었는데 입장이 거꾸로 바뀐 셈이었다.’

절대로 창조신장의 직계로서 받은 재능에 만족하지 않았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바스타드라는 이름을 부여하여 주변과 싸우게 한 모친이 그 이후에도 끝없이 시련에 몰아넣었다.’

엄청난 수련과 전투를 반복해서 결국 상급 창조신까지 손에 넣은 것이다.

그 노력이 완전히 부정당하자 너무나 억울해서 저절로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넌 도대체 뭐냐?

왜 안 타는 거냐?”

아이언은 삼의 눈의 온도 파악과 권능 발현의 구조까지 전부 파악하고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이 정도에 타면 창조신이 아니라 병신(病身)이지.

이거 따뜻하기는 하지만 최종 수단으로 삼기에는 너무 약한 것 아니야?

최소한 삼의 눈을 뜨는 순간 주변 전부를 증발시켜야지.”

“!?”

삼의 눈은 이제까지 비밀 임무를 통해서 창조신보다 강력한 존재를 수차례 소멸시켜온 비장의 수단이었다.그런데 따뜻한 난로 취급을 당하니 저절로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휘청-!

아오 시바가 절망감에 몸이 흔들릴 때 지켜보던 여주신의 파란 눈동자가 차디찬 빛이 서렸다.

그녀의 시선은 아이언이 열기(熱氣)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내밀었던 손가락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언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분명 손끝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화상을 입었다.’

아이언이 아무리 강해도 최고위 창조신도 무사하지 못할 공격의 연속이었다.

무사할 리가 없는 것이다.

“효과가 있다!

포기하지 마라-!”

분명 아이언이 화상의 고통과 피해를 참고 있다고 생각한 여주신은 그대로 투구를 벗고서 삼의 눈을 크게 뜬다.

그 순간 보이는 영역 전부가 얼어붙어 간다.

지이이이이이잉-!

공간이 얼어붙는 소리가 나면서 아오 시바의 열기(熱氣)에 증발하던 세계가 반전하면서 얼어붙어 간다.

지이잉-! 지이잉-!

가진 신격과 신력은 아오 시바보다 약하지만, 권능의 수준은 여주신이 높았기에 균형을 잡아간다.

그렇게 둘 사이에 있는 존재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합동기였다.

아이언은 자신의 뒤에서 여주신이 발현한 삼의 눈에서 발사된 한기(寒氣)가 몰려오자 나직하게 감탄한다.

“호오? 싸늘한데?

현세계의 주신치고는 아주 쓸만하구나.”

쓸만한 정도로 끝날 권능이 아니었다.

주신이라면 단숨에 얼음조각으로 만들고 창조신도 얼음 동상으로 봉인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더구나 바스타드의 열기(熱氣)와 충돌하고 있으면 고위 창조신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런 타격이 없자 저절로 허리에 힘이 빠지려 하고 있었다.

‘더구나 한번 쳐다보고 바로 무시한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었다.

“...”

본래대로라면 자신을 얕본다고 성질을 부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오 시바의 필사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뒤돌아 서 있는 유아신은 이제까지 보았던 누구보다 강자였다.

‘샤이니와 창조신장보다 더 강해 보여.’

강함을 숭상하고 전쟁을 좋아하던 아수라 일족은 종족전쟁에서 막대한 전공을 세웠으나 전사들이 대부분 전사했다.

전력이 얼마 안 남게 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비상대책을 수립한다.

‘이 난국을 넘기 위해서는 수장으로서 강력한 영웅신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아수라 일족의 여신 중 가장 강했던 나를 일족의 대모(大母)로서 인정하고 영웅신의 모친으로서 임무를 맡겼다.

영웅신을 탄생시키려면 반려가 반드시 그에 비견되는 존재여야만 한다.’

영웅의 아들이 영웅이 될 확률이 높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가장 강한 남신을 찾다 보니 당연히 창조신장이나 영웅신들이 대상이 되었다.

‘브라이트는 워낙 경계가 철저하고 샤이니는 수련에만 몰입해서 아예 만날 수도 없었어.

남은 것은 창조신장 밖에 없었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유혹에 성공하여 아오 시바를 얻게 되었다.

‘거의 망한 일족의 대모(大母)에다 주신이었으니 창조신장의 후궁조차 자격 외였지.’

몇 번의 비밀 관계 이후에 당연히 버려졌지만 서로 만족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배속에는 일족의 희망이 성공적으로 잉태된 것이다.

‘바스타드는 강하다.

창조신장의 후계조차 바스타드를 이기지 못한다.

자신의 힘으로 반드시 창조신장이 될 것이다.’

아오 시바는 창조신장의 직계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강대한 힘을 타고났다.

아무리 평화로운 세월이라고 했지만, 창조주의 대리인 창조신장은 최고의 창조신이 맡게 되어있었다.

‘창조주의 권능을 사용하고, 신족의 권능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만은 어떤 명문 일족의 조력도 아무런 도움이 안 돼.’

그러니 누구보다 뛰어난 바스타드가 언제인가는 창조신장의 자리를 이어받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바스타드의 잠재력을 능가할 존재는 지금 신족이나 창조신장의 직계 중에 없다.

창조신장이 되는 순간 아수라 일족은 부활한다.

그런데 지금 더욱 강대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이언은 창조신장을 능가하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어받으리라 생각한 아오 시바의 미래에 큰 장벽이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아이언이 만약 창조신장이 되거나 창조신장 후계의 편을 들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언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유아신이다.’

지금도 저렇게 강한데 성인신이 되어서 발전이 더딘 바스타드가 따라잡을 가능성이 극도로 적은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여주신의 눈빛에서 살기가 품어져 나오면서 아오 시바에게 의지를 보낸다.

‘전력을 다한다.

최악의 경우는 이 신계를 포기한다.’

‘하지만 효과가 없을 겁니다.’

‘어서 출력을 최대한 높여!’

“...”

여주신은 모르지만, 아오 시바는 그녀보다 더한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신격과 권능을 폭증시키는 삼의 눈을 떴는데도 아직도 아이언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창조신인데 아직도 써클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출력으로 공격해도 어떻게 될 것 같지가 않아.

여기에 지금까지 어떤 권능이나 힘도 거의 쓰지 않았어.

이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괴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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