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러나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이걸로 한계를 두지 말고 전력을 다한다면 어머니 말대로 쓰러트릴 수도 있다!
한다!’
실전이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찢겨 죽었을 것 같지만, 대련이기에 잡은 승리의 기회는 확실히 잡아야 했다.
“흐아아아아-!”
양손을 이마에 대고 삼의 눈의 출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태양처럼 달아오르던 열기(熱氣)는 세계를 파멸시킬 빛이 되어서 아이언의 신체를 노렸다.
파아아아아아아-!
여주신이 일으킨 한기(寒氣)와 아오 시바의 열기(熱氣)가 충돌하는 순간 세계에 균열이 일어난다.
그것은 벼락과 같은 모양의 균열이었고 공간의 파열이었다.
“후후. 공간절단(空間切斷)인가?
머리를 썼군.
하긴 그 방법밖에 없기는 하지.”
신체의 방어력이나 강함과는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는 지역을 통째로 잘라내어서 상대를 파괴하는 공간계열의 합동 공격기였다.
그러나, 주우주 차원의 오리진인 아이언에게는 실로 가소로운 공격이었다.
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확하게 아이언을 중심으로 파열하기 시작한 세계의 균열을 지켜본 여주신은 그대로 입을 열어서 더욱 가공할만한 한기를 품어내었다.
“아이스 에이지(Ice Age)! 조각난 채로 얼어붙어라!”
아무리 신체가 파괴되어도 고위 창조신이면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입으로 내뿜은 신계 전부를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아이언에게 집중된다.
슈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아이언의 공간과 함께 금이 간 신체를 얼음기둥으로 만들어 가두기 시작한다.
얼음기둥은 아오 시바의 열기에도 녹지 않고 오히려 촉매로 활용하면서 공간의 일시적인 균열을 고정한다.
구구구구구구구궁-!
갈라진 공간파열의 중심에 있던 아이언의 조각난 몸이 되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갈라진 채로 고정이 된다.
“됐다.”
“잡았습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아오 시바의 열기(熱氣)와 여주신의 한기(寒氣)가 위력을 높여가면서 신계의 하늘을 수증기로 뒤덮는다.
마치 화산폭발이 되었는데 빙하를 만난 것처럼 품어지는 증기가 자욱해져만 간다.
슈하아아아아-! 과과과과과과과광-!
공간파열로 조각난 아이언을 가둔 얼음기둥은 더욱 굵기를 더해간다.
서로의 권능 조절을 잘못하면 충돌한 열기(熱氣)와 냉기(冷氣)로 인하여 신계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합동 권능이었다.
그러나 그런 위험을 감수할만한 위력을 보인다.
쩌쩌쩌쩌쩌쩌쩡-!
얼음기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중앙 신계의 일백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광장 전부를 아이언과 함께 얼음기둥에 가두어버린 여주신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외쳤다.
아무리 익숙해도 거의 한계를 초월한 권능발동이라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하악! 하악! 뭐를 하느냐?
마지막 일격을 가해라!”
신체가 공간과 함께 조각난 상태면 어떤 고위신이라도 지속적인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이제 바스타드가 가진 세계 파멸의 빛으로 일순간 붕괴시키면 어떤 고위 창조신도 소멸을 피할 수 없다.
이겼다.’
여주신이 승리를 자신하지만, 아오 시바는 입을 딱 벌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딱딱딱-!
말이 나오기 전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준비하려다가 전해지는 의지에 어찌나 놀랐는지 이빨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고통은 고사하고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못 견디겠다는 아이언의 의지 전달이었다.
‘하하! 시원하고 따뜻하니 즐겁구나.
더구나 공간까지 다루느냐?
남은 권능이 있다면 더해봐라.’
아오 시바와 여주신이 전력을 발휘하여 같이 만들어낸 얼음기둥이라서 혼자서는 안을 바라볼 수는 없다.
하지만 얼음기둥 속에서 공간 채로 조각난 아이언이 환하게 웃는 것으로 느껴졌다.
씨이이이익-!
아오 시바는 그렇게 고지식한 최고 위원회가 왜 초월자 출신의 영웅신을 최고위 창조신에 임명했는지 확실히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깨달았다.
‘적으로 돌릴 수가 없어서였어.
이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다.’
생명력의 정화인 투기로 강화된 초월자들의 신체 능력은 신족의 권능 강화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단순한 신체의 강함은 현실을 강화하는 권능 앞에서는 별 타격을 줄 수 없다.
그런데 아이언에게는 권능공격마저 통하지 않았다.
‘열기(熱氣)와 한기(寒氣), 거기에 공간분열(空間分裂)마저 타격이 없다!
아이언의 투기는 물리력만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권능조차 무효화가 가능하단 말인가?
잠깐? 권능 무효화?
창조신장도 아닌데 이건 말도 안 돼!’
하지만 얼음기둥 속에서 공간 채로 조각났으면서 아이언은 너무나 태연했다.
‘전부 써 보아라.
그래야 수련이 된다.’
오히려 더 공격을 재촉하니 기가 질려버린다.
아오 시바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결심을 했는지 재빨리 엎드리면서 외쳤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 이제 숨겨둔 권능은 더 없습니다.
신체도 한계입니다.”
급작스러운 전투 포기에 항복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탁월한 재능으로 이겨내던 아들의 돌발적인 반응에 여주신은 황당했다.
‘위협적이던 신체가 공간 채로 조각이 나서 얼음기둥에 봉인되어 있으니 마지막 일격을 가하면 이길 수 있다.’
장래 창조신장의 자리를 놓고 가장 큰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존재를 치울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다급하게 외쳤다.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니?
아이언이 아무리 강해도 초월자다!
신체가 봉인되면 아무것도 못 해.”
아오 시바가 생각해도 지극히 당연한 소리였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얼음기둥 안에 갇힌 아이언의 기세가 미미하게 분노에 떨리는 것을 느낀 아오 시바는 다급하게 외쳤다.
“상식이 아무것도 안 통해요.
그리고 어서 고개를 숙이세요.”
“뭐? 악!”
여주신의 몸 주변에서 아이언이 원격으로 일으킨 황금빛 투기가 소용돌이치면서 일어난다.
꽈드드드드-!
여주신의 전신 갑옷을 그대로 으깨면서 몸을 제압한다.
아이언의 발산한 투기의 압력이 여주신의 전신 갑옷을 산산조각으로 부순다.
약간 화가 난 아이언의 의지가 신계가 울린다.
‘좋아! 그 정도면 됐다.
확실히 내 수련의 효과와 무서움을 증명한 셈이지.
수고했다.
그럼 다음은 너의 차례인가?’
갑옷 파편이 그대로 몸을 파고들면서 피를 품어내게 한다.
여주신은 순간적으로 몸이 으깨질 것 같아서 다급하게 대응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
“우읍-! 학-!”
권능으로 물리력을 차단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로 투기의 압력은 어마어마했다.
‘어떤 물리력도 물리법칙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권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고위 주신인 내가 간접적인 투기의 압박조차 물리치지 못해?’
상급 창조신인 아오 시바가 형편없이 밀릴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투기였다.
아이언은 갑자기 끼어들어서 무엄하게 살기까지 품어낸 이 여주신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후후! 더 힘을 주지 않으면 끝장이란다.’
신체를 보호하던 전신 갑옷을 부수었으니 이제 아주 천천히 힘을 올린다.
아차 하면 그대로 터져나갈 우려가 있었다.
우지지지지지지지-!
여주신은 주신 중에서 누구보다 강력하다고 자부했지만, 아이언과는 너무나 차이가 컸다.
‘제대로 단련을 시켜주지.
일단 내구력부터 보강하고 보자.’
여주신은 내장이 터져나가려는 엄청난 압력에 비명과 같은 기합을 지르면서 버티려 했지만 무리였다.
“까아아아악-!”
전신 갑옷은 이미 모두 터져나가고 피에 젖은 옷 위로 커다란 손가락 자국만이 남는다.
우드드드드드-!
몸과 가슴, 배, 허벅지, 발목 전부가 반원형으로 파고든다.
그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인이 손아귀에 잡고 으깨려는 모양이었다.
지지지지직-! 우지지지지-!
“아아아아아아악!”
근육이 압력으로 찢기고 뼈와 관절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필사의 저항이 아무 소용이 없자 왜 아오 시바가 마지막 일격을 포기했는지 깨달은 여주신이었다.
‘이게 초월자 영웅신의 투기.
권능으로도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위력이구나.’
근육과 뼈를 그대로 진흙처럼 뭉개려는 엄청난 압력에 서서히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이대로 의식을 잃으면 그나마 있던 권능의 보호를 잃고 몸이 으깨질 것 같지만, 도저히 견딜 도리가 없었다.
“헉! 어머니!”
모친의 위기에 아오 시바는 권능을 동원하여 투기의 압박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언이 얼음기둥 안에서 여주신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지키면서 분할되어 있던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는 모습을 상상하자 바로 포기했다.
‘공간분열로 신체가 조각난 상태에서도 얼음기둥 너머로 투기를 보내서 고위 주신을 제압하고 있다.
이건 상상도 할 수 없는 투기운용이다.
내가 나선다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이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온몸이 으스러지기 직전인 여주신을 본 아오 시바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면서 외쳤다.
“원하신다면 자세한 권능의 발현법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구상하던 권능도 전부 말하겠습니다.
시키시는 수련도 모두 받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모친만은 살려주십시오!”
그 말에 여주신에 대한 투기의 압박이 풀렸다.
스르르르-!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 풀어줄 생각은 없는지 여주신의 양손을 투기에 묶어서 허공으로 들어올린다.
짧은 시간인데 내장이 거의 파열되었는지 피를 토하는 여주신이었다.
“콜록! 콜록!”
상태가 엉망이지만 강력한 주신이기에 목숨이 붙어있는 이상 원상회복이 된다.
위기를 넘겼음을 안 아오 시바는 공손하게 더욱 고개를 숙였다.
“바로 얼음기둥을 풀겠습니다.”
아이언의 조각난 신체를 묶고 있는 얼음기둥을 녹여야 했다.
이제까지 통제가 되지 않던 삼의 눈을 한번 감았다가 출력을 조정하여 다시 뜰 준비를 한다.
지이잉! 팟!
이제까지 신력이 바닥이 나지 않는 한 멈추지 않던 삼의 눈도 이게 무슨 일인지 제어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힘겨웠던 다른 권능들도 이상하게 몸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인정할 수 없지만 몇 번이나 죽을 뻔했다가 되살아났던 보람이 있었다.
‘아이언에게 극한대로 몰렸던 대련이 효과가 있다!
신체와 권능의 한계치가 많이 올랐어.
이건 놀라운 효과다.’
아오 시바가 급증한 능력에 두근거림을 참으면서 다시 삼의 눈을 떠서 해동하기 뜨려고 하자 아이언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됐다.
모처럼 시원하다.
그리고 한기(寒氣)와 열기(熱氣)의 충돌로 만든 공간파열(空間破裂)도 나름 신선하니 천천히 분석하겠다.
너는 음식이나 가져와라.’
그 말에 드디어 살았다고 생각한 아오 시바는 반사적으로 황궁으로 내달리려 했다.
그런데 모친이 양손이 투기에 묶여서 허공에 매달린 모습을 보고 멈칫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떠나가는 불안했다.
“제 모친도 이만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오 시바는 자신의 모친과 혹시라도 자신과 같은 훈련을 시킬까 봐 겁이 났다.
아차 하면 즉사하는 치명상을 견디면 바로 완전 회복을 반복하며 하는 대련은 일반적인 존재가 견딜 수 없었다.
‘지금도 고통이 생생하고 손상된 의식의 회복이 더디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공개처형이었어.’
아오 시바의 물음에 아이언의 의지가 다시 울린다.
‘안 죽일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음식이나 가져와.
난 대가 없는 전투나 쓸데없는 살생은 하지 않는다.
정력 낭비지.”
은근히 짜증이 섞여가는 말투에 앗 뜨거워라 하면서 다급하게 황궁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아오 시바였다.
광장은 조금 전의 전투에 초토화가 되어서 아무도 없었다.
휘이이이잉-!
열기를 품어내던 아오 시바가 떠나자 여주신에게서 품어지는 한기가 다시 주변을 휘감는다.
아이언의 투기 압력에 신체의 주요기능이 전부 부서지고 바로 죽을 것처럼 위중해 보이던 여주신의 신체에 황금빛의 신력이 작용한다.
위이이잉-!
으스러진 근육과 뼈, 내장이 순식간에 치료된 여주신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리고 주변에 결계가 쳐지는 모습을 보고서 흠칫 놀랐다.
‘세계를 격리하는 최고 수준의 공간결계다.
그래서 안 통했구나.’
아이언이 투기만이 아니라 이런 놀라운 결계권능까지 가지고 있다면 공간계열의 공격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지이이잉! 지이잉!
완전한 결계가 쳐져서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되자 겁이 나기 시작한 여주신이었다.
‘거의 의식을 잃고 있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알고 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아이언을 대접하기 위해서 아오 시바가 떠나고 완전히 격리된 주변의 상태를 보고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직접 공격을 받아보니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설마 이 무서운 대련을 계속하자는 것인가?’
마치 폭풍우에 휘말린 낙엽이 된 심정이었는데 격리된 공간에서 단둘이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얼음기둥 안에서 아이언의 의지가 은은하게 울린다.
‘주신치고는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자식도 저 정도면 잘 길렀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갑자기 칭찬이었다.
그런데 바로 본론이 나왔다.
‘너 내 유모(乳母)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