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직접 운반하겠다는 신계 주신의 지엄한 의지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눈치를 보니 음식을 맡겼다가는 남아나지 않아 보였다.
“손님을 혼자 있게 하면 안 됩니다.
나중에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로서 달래면서 아오 시바의 등을 떠밀고 공간이동을 하는 총요리장이었다.
이제 아이언이 현재 신계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창조신계에서는 아이언이 보낸 대련 영상을 분석하고 있었다.
창조신과 우주신, 그리고 어지간해서는 창조신계의 중앙핵에서 나오지 않는 최고위 관리신들이 전부 참석한 가운데 침묵하면서 반복 재생을 한다.
“…”
상급 창조신으로서는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아오 시바의 공격이 모두 효력이 없는 모습을 보니 기가 질려버린다.
더구나 비장의 수단으로 사용한 ‘우유 바다의 한 방울’의 독성을 무시하고 아수라 일족의 대모까지 합류한 종족권능까지 몸으로 뭉개버리자 어이가 없었다.
창조신장은 결국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웅신이란 존재는 전부 이렇게 강한가?
약점은 없는가?”
“…”
“…”
우주신의 영웅신인 브라이트와 샤이니를 직접 경험한 우주신들과 최고위 관리신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들로서도 이런 형태의 영웅신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브라이트는 권능과 정치력이 강하다.’
‘샤이니는 전투력과 지휘력에 특화되어 있지.’
‘그런데 이건 오로지 신체 능력에 모두 집중되어 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여 브라이트와 샤이니와 아이언의 전투를 상정해 보았다.
과거 종족전쟁 시절의 최강의 초월자 영웅신과의 기록을 근거로 하는 이대 일의 가상 전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언의 승리였다.
그것도 최고의 영웅신 두 명을 상대로 별 타격 없이 이겨낸 것이다.
‘아이언처럼 우유 바다의 한 방울을 먹고 견딜 수 있는 창조신은 없다.’
‘창조신장님의 권능 무효화를 단지 신체의 강함으로 구현하고 있다.’
‘그럼 저 신체에는 어떤 공격과 권능도 효과가 거의 없다.’
몇 번을 다시 계산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아이언의 승리가 변하지 않았다.
‘신족의 진정한 영웅신들이 초월자 영웅신을 이길 수 없다는 대답은 할 수 없다.’
창조신장도 왜 침묵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답답해서 푸념처럼 말을 이어갔다.
“투기를 사용하는 초월자는 권능공격에 취약하다.
그런데 상급 창조신이 종족권능까지 발동했는데 아무 효과가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통한단 말인가?”
“…”
“…”
최고위 창조신들의 전력공격 혹은 창조신장의 공격만이 상처를 입히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영웅신의 경지에 이른 초월자들의 무시무시한 파괴력과 속도를 생각하면 맞히기는 힘들었다.
‘권능을 발동할 시간도 주지 않겠지.’
‘저 힘으로 한방이라도 제대로 먹으면 끝이다.’
‘그리고 어지간한 공격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아.’
상식을 초월한 엄청난 방어력에 힘, 거기에 속도를 가진 존재에게 전투방법은 하나였다.
흑염 도적단의 대처법처럼 대군을 동원한 포위와 끝없는 전투 강요였다.
‘유일한 토벌방법은 차륜 전이다.’
‘정기고갈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아이언이 어중간한 전투로 지치기나 할까?’
상급 창조신을 몇 번이나 죽음으로 몰아넣는 대련을 하면서 장난을 치면서 즐기고 있었다.
그럼 적어도 최상급 창조신으로 포위를 해야 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소모할 전력은 절대로 아니었다.
최고위 관리신들은 고뇌를 시작했다.
‘이런 결론들은 아이언의 무력이 최고위 창조신들 전부보다 상위에 있다는 뜻인가?’
‘창조신장님도 창조주님의 조력 없이는 힘들 것 같다.’
현세계 지배종족인 신족의 창조신장이 전력으로도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존재가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언이 직접 찍어서 보낸 대련 영상은 거짓이 아니었다.
‘왜 우리까지 불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그럴 만도 하군.’
‘종족전쟁 시절에도 상상조차 못 했던 괴물이야.’
‘만약 그때 있었다면 아직도 전쟁 중이었을 것이다.’
‘그건 아니야!
만약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아이언에게 당했다면 우리가 패배했다.’
겨우 한 명의 영웅신의 존재로 인하여 현세계 지배종족 결정전의 승패가 바뀐다고 생각만 해도 정말 오싹한 가정이었다.
최고위 관리신들은 자신들을 부른 이유가 아이언의 약점을 파악하라는 의도라는 점을 알지만, 고개를 모두 흔들었다.
현재 신족의 전력을 가장 잘 아는 최고위 관리신들은 아이언의 전력과 비교 평가해보고 결정을 내린다.
‘못 이긴다.’
‘이긴다고 해도 거의 공멸이다.’
‘아이언의 성격이 온화하면 승산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벌인 일을 보면 신족과 같이 죽자고 달려들 것이다.’
‘그럼 현세계의 멸망은 시간문제다.’
흑염 도적단도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은하유성(銀河流星)이란 투기 회오리로 일격에 찢어 죽인 강력한 초월자 영웅신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더구나 브라이트가 아이언의 강력한 힘을 보고 최고위 창조신이란 더는 오를 수 없는 직위를 준 이상 쓸데없는 견제일 뿐이다.
‘창조신장은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아야 하니 불가능하지.’
‘초월자들이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해도 다 망한 주제에 최고위 창조신 이상의 직위와 편의를 마련해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했으니 그렇게 어리석지도 않아.’
즉 이렇게 자꾸 건들지만 않으면 아이언은 최고위 창조신으로 계속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단언하듯이 일제히 말했다.
“약점은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의 얼굴이 모두 확 일그러졌다.
아이언의 놀라운 무력은 신족에게 위협적이다 못해 치명적이라는 판단에 최고위 관리신들까지 불러들였는데 아주 명확한 부정이었다.
그러나 창조신장도 창조주님의 직접 조력 외에는 대책이 없어 보였으니 질책을 할 수 없었다.
“가보아라.”
고민에 빠진 창조신장이 힘겹게 이야기를 하자 최고위 관리신들이 모두 자신들이 관리하는 중앙핵으로 공간이동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남은 우주신들은 모두 혀를 찼다.
“쯧쯧! 역시 영웅신의 약점 찾기는 우리들로는 시간 낭비로군.”
“대등한 영웅신이 아니면 방법이 없지.”
“이럴 시간에 대련 후보나 뽑자.”
영웅신에 대한 집단의 견제는 언제나 어디서나 있다.
하지만 창조신장의 아이언에 대한 경계는 도가 넘는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유아신이라서 성질이 지독하게 급한 아이언이 언제까지 참을지 의문이었다.
‘위험해.’
‘이건 정말 싸워 서는 안된다.’
샤이니와 브라이트에 의해 모든 영웅신과 전력을 잃은 초월자들과의 종족전쟁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언이라면 다시 종족전쟁을 일으킬 수 있어 보였다.
‘실제로 이번에 임관한 초월자들은 흑염 도적단을 단숨에 죽여버린 아이언에게 호감을 넘어선 감정을 보인다.’
‘아이언은 초월자들이 다시 뭉칠 기점이 될 수 있어.’
이미 현세계를 완전히 점령한 신족에게 세력을 거의 잃은 초월자들이 반란을 일으킨다고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의 절대적인 강함은 그런 사실을 잊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었다.
‘잘못하면 아이언이 이끄는 초월자들과 신족의 사투가 벌어진다.’
‘그러나 아이언은 자신의 힘의 증강과 수련에만 관심이 있다.’
‘언제든지 원하면 얻을 수 있는 권력에는 흥미를 못 느껴.’
‘원래 영웅신들은 대부분 그렇다.’
‘창조신장도 이걸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저렇게 집착하지.’
창조신장 자신도 브라이트의 조언대로 아이언에게 평범하게 잘 대해주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쳐다보고 있으면 자꾸 불안해지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근거도 있었다.
‘흑염 도적단에 의해서 생겨난 나의 위기 감각이 경고하고 있다.
아이언은 오십 명의 타락한 영웅신이나 초월자 전부보다 더 무서운 상대라고 말이야.’
흑염 세력이 아무리 날뛰어도 신족이 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아이언이 움직이면 신족의 지배가 전부 붕괴가 될지 모른다는 추측이 부른 착각일 수도 있다.
‘나조차 심각한 상처를 입을지 모르는 아수라 일족의 종족권능을 웃으면서 받는 모습을 보고서 불안을 안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제해야 하겠지.
일부러 아이언을 건드려서 혼란을 만들 이유는 없다.’
그리고 대련 영상에서 보인 아주 먼 과거에 마음을 기울였던 많은 여신 중의 하나를 보고 잠시 딴생각을 한다.
‘대모 마하였던가?
아직도 창조신은 아니지만, 여전히 강력하고 아름답군.’
창조신장의 기억에 남아있는 대모 마하는 더욱 강한 직계를 만들기 위한 유력한 반려 후보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아무리 지원을 해도 창조신이 되지 않아서 포기했던 기억까지 다시 떠올랐다.
‘여창조신이 못 되는 이상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상급 창조신이 된 아오 시바의 가치가 더 크다.’
그렇게 대모 마하에 대한 감정을 정리한 창조신장은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방금 대련 영상을 가공하여 각 신계에 뿌리고 수련을 받을 창조신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분명히 위험하지만 아오 시바의 전투능력이 급증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니 많은 자원가 오겠지.’
그러나 오산이었다.
자발적인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다.
“…”
어느 정도 적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아무도 없다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확인을 해보니 창조신 대부분은 가만히 있어도 일족의 지원과 재능으로 직위와 권능향상이 보장된다.
그런데 죽음을 각오하고 수련을 해서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나 창조신장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아이언과 대련은 막대한 정기와 자원이 들어가는 은하유성의 수련행성을 지원한 대가로 만든 창조신들이 강해질 기회다.’
아이언의 약점도 못 찾고 지원자도 없으니 쓸모없는 짓이 된 것이다.
당연히 분노한 창조신장은 각 일족에 할당량을 내려보냈다.
“일족의 오리진 혹은 직계 중 한 명을 선발해서 아이언에게 수련을 보내라.”
당연히 각 일족이 발칵 뒤집혀서 반발했지만, 창조신장은 이제까지 쓰지 않던 비장의 대책을 내놓았다.
막대한 포상이었다.
“무사히 통과하면 창조신계에서 중용하겠다.”
어지간한 주신이나 창조신으로는 창조신계에 입문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재능이 있지만, 기회가 없던 직계들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오리진들도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언의 손에서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아오 시바의 처절한 대련장면을 본 직계들이 모두 공포에 질려버린 것이다.
그 많은 직계 중에서 나서는 존재가 전혀 없었다.
“창조신장님께서 직접 창조신계에 임관시키겠다고 하셨다.
이건 다시 오지 않을 출세할 좋은 기회다.”
“이렇게 편히 살겠습니다.”
“태어난 이상 위를 바라보아야 하지 않겠니?”
“위든 아래든 자신만 편하고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
오리진의 체면으로 직계들과 반복적으로 이런 한심한 대화만 오고 가니 슬슬 성질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직계들은 평상시에 그렇게나 잘난 척하고 자신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 탓만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구나.’
막상 이런 좋은 기회가 오니 죽을지 모른다고 겁에 질려서 도망친다.
이제야 후계와 비슷한 재능이 있으면 경쟁에 탈락한 본질을 본 것이다.
창조신장이 왜 일족에 할당량까지 내리고 그런 약속까지 했는지 깨달은 오리진들은 결국 분노했다.
‘전부 편히 살기 위한 핑계였어.’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가진 재능이 넘쳐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창조신이 될 재능은 아무리 직계를 많이 만들어도 그렇게 쉽게 나오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설득을 해도 죽어도 안 가겠다고 하자 오리진들이 취한 수단은 하나였다.
“가라면 가!”
“넌 일족에서 추방이다.”
“창조신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마라.”
“출세해서 돌아와라.”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서 뽑아낸 직계가 후계도 아니고 평화로운 시기에 정기만 축내는 애물단지였으니 아쉬울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쫓겨난 직계들이 불만에 가득 차서 창조신계로 몰려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바로 또 추방되었다.
“아이언이 있는 아오 시바의 중앙 신계로 가서 수련을 받아라.”
창조신장은 자원도 아니고 억지로 끌려와서 사고를 칠 게 당연한 고위 주신과 창조신들을 창조신계에 머물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어차피 흑염 도적단의 토벌에 여유 전력으로 투입할 생각이기에 바로 보내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중에 ‘버림받은 자식들’이란 이명(異名)을 가진 또 하나의 아이언의 무력집단이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