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이언의 중앙 신계도 지금 비상사태에 들어가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초장거리 공간이동소에 창조신계에서 보낸 엄청난 물자가 해일처럼 밀려 들어온 것이다.
구르르르르릉-!
공간이동소의 공간의 문을 통해서 끝없이 출현하는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구조물이었다.
행성 하나를 관통할 정도로 거대한 바늘 모양의 기둥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수천 개가 이송해오니 아이언이 지시한 은하제국의 본성 옆에 물자를 가져다 놓느라 바쁜 천족과 마족들은 의문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영겁 동안 무임금이다.’
보기에는 이상해도 기겁할 정도로 비싼 물건이라는 경고를 받았기도 했지만, 기둥 자체가 가진 엄청난 신성이 문제였다.
감히 정밀조사를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창조신 이상의 존재들이 만든 물건들이다.’
‘자체만으로 굉장한 신기야.’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모두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본다.
은하제국의 본성 옆에 긴 바늘 모양의 기둥들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가지런히 진열된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주변에 지성체들의 우주함대가 포진해 있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대체 몇 명이나 동원했기에 이렇게 빨리 찍어냈지?’
‘그보다 이런 걸 어디다 쓰려고 만드는 거야?’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물체들이 공간이동을 해오자 은하제국의 우주함대가 비상출동을 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저 기둥들이 보기에는 본성에 떨어지면 지극히 위험한 무기로 보였지만 이미 아이언이 여왕들에게 충분하게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몰라서 에메랄드에 본성을 맡기고, 직접 함대를 이끌고 나온 프롬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믿어지지 않았다.
‘아이언은 개인 수련소라고 했는데?
이건 너무 크잖아!’
별을 관통할 정도의 크기와 길이를 가진 바늘기둥이 수를 셀 수도 없고 늘어만 간다.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는 은하 여제가 된 프롬에게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규모의 부속품이었다.
여제의 머리에서는 아이언이 갑자기 연락을 해와서 했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개인 수련소를 본성 주변에 세우시겠다고요?
단지 수련을 하기 위한 시설인가요?”
“그렇소.”
아이언은 뭐가 불만인지 상당히 꼬인 표정에 딱딱한 말투였다.
프롬 여제는 저럴 때 성질을 건들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본성의 옆인가요?”
“내가 쓸 거요.
수련장소가 집에서 가까이에 있을수록 좋겠지.”
“…”
자신의 집이 바로 은하제국 본성의 달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은하의 절반을 점령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는데 은하제국 여왕들의 명예 대공만을 요구한 아이언에게 이 정도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공적과 힘만 보면 은하의 절반을 달라고 해도 내주어야 한다.’
아이언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력은 실컷 보아왔고 직접 경험했다.
더구나 이제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어울리는 강력한 세력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음을 아니 뭐라고 반대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세요.”
“이해해주니 고맙소.
수련행성 조립은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할거요.
잘 협조해 주시오.”
“예? 삭월(朔月)의 시즈지?
수련 행성?”
수련소인데 행성이 붙자 프롬 여제가 되물으려고 했지만, 통신은 빠르게 끝났다.
여제는 수련소라고 해서 작은 건물이나 커도 전함 정도로 생각했는데 정말 행성을 만들 기세였으니 후회막급이었다.
‘달이 갑자기 밀림이 되어버린 사태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행성이 새로 하나 생겨버리면 어떻게 조치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 유지해오던 신족의 정보 조작도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만들어지고 있는 행성이 정말 단순한 수련용이라고 믿기는 힘들었다.
‘저 정도의 대량의 물자를 사용해서 만드는 시설이 단지 수련소 용도 일리가 없어.
그럼 전투용 요새인가?
은하제국에도 위성 요새가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너무 달라.’
이걸 어떻게 대처를 할지 몰라 프롬 여제의 고민이 깊어지는데 또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다.
우주함대 전부가 갑자기 진동을 시작한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
따뜻하고 성스러운 빛이 우주 공간을 가득 채워간다.
파괴력은 없지만, 지극히 거대한 힘이 발동되었는지 그대로 쓰나미에 밀려나듯 한꺼번에 뒤로 튕기는 우주함대였다.
“무슨 일이냐!
침착하게 보고해라.”
그런데 매우 급한 보고가 울렸다.
“정면으로는 눈이 안 떠집니다.”
“시야가 보이지 않습니다.”
섬광탄처럼 갑자기 터진 강렬한 빛에 눈이 멀지는 않았지만 뜰 수가 없다는 보고였다.
주변의 고급 참모들이 모두 일시적인 장님이 되어서 쓰러지자 잠시 당황한 프롬 여제였지만 곧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강력한 권능이다.
초월자가 된 자신과 에메랄드 외에는 이런 비과학적인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존재가 은하제국에는 없다.’
초능력자들은 안정된 세계에 위험하다고 모두 아이언이 거두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월자의 눈으로 변동의 중점인 우주 공간을 쳐다본다.
거기에는 반투명한 황금빛의 장미가 가득 핀 장미 나무의 환영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장미가 수 놓인 흰 드레스를 입은 거대한 여신의 환영이 양손을 펴고 바늘 모양의 기둥들을 어루만진다.
“황금 장미의 드레스?
삭월(朔月)의 시즈지?”
프롬 여제가 아이언의 유모 자격으로서 신계에게 넘겨받은 정보로는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아이언의 유모로서 신계 서열 이 위였지만 비밀에 싸인 존재였다.
신계 주신인 아이언의 대리이기도 한데 이제 가끔 업무로 마주치는 고위 천족이나 마족조차 잘 모른다고 할 정도였다.
‘개인수련을 하느라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드디어 나타났구나.’
아직도 눈을 못 뜨는 일반인들을 위해서 방어막을 치고 함대를 후퇴시킨다.
그리고 거대한 여신의 환영이 점점 뚜렷해지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맙… 맙소사. 너무 커!”
프롬 여제가 놀란 이유는 거대한 바늘들을 마치 진짜 바늘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거대한 환영과 놀라운 권능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보인 자신의 세배는 될 듯한 엄청난 젖가슴에 너무나 놀란 것이다.
“저… 저건 반칙이야.”
아무리 보아도 흠잡을 데가 없는 이상적인 젖가슴이었는데 크기까지 압도적이니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와 풍성한 드레스로는 숨길 수 없는 볼륨을 자랑하는 엉덩이를 보는 순간 숨조차 멎었다.
“흡!”
그녀도 아이언이 멋대로 유모로서 자격을 올려놓고 기밀 수준의 정보를 전부 제공했기에 저런 놀라운 여신의 신체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규격 외의 창조력!”
정신체인 여신의 신체는 의지로 얼마든지 조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창조력이나 권능에 의해 제한이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신족이나 정신체 종족은 절세의 미녀만이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
그래서 삭월의 시즈지의 일반 여성의 세배 이상의 젖가슴과 엉덩이의 의미는 신족으로서 가장 중요한 창조력의 재능에 있어서 거의 따를 존재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도 저 정도 신체는 절대로 못 만들어.’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점점 뚜렷해지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환영의 손짓으로 거대한 바늘 기둥들이 구형으로 정렬을 시작하면서 조립이 되어간다.
드르르르르르르르-!
많은 행성의 위성 신계를 활성화하면서 이제 숙련이 된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창조력은 순식간에 바늘 모양의 행성을 만들어간다.
재료는 이미 준비되어있고 조립만 하기에 놀라운 속도였다.
그리고 창조력에 민감한 천족은 이미 경배의 의미로 엎드려 절하고 있은 지가 오래였다.
수많은 천족과 마족의 경배를 받으면서 너무나 수월하게 수련행성을 완성해가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모습을 본 프롬 여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것이 삭월(朔月)의 시즈지.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유모이자 신계 주신의 대리자.
이게 현재 은하계의 서열 이 위의 권능인가?’
전투력은 없어 보였지만, 고위 정신체가 만들어낸 거대 구조물들을 수족처럼 조종하여 행성을 완성하는 저런 창조력이면 직접 싸울 필요조차 없어 보였다.
실제로 본성보다 거대한 행성을 바로 만들어내는 모습에 프롬 여제조차 전의가 완전히 사라진 지가 오래였다.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은하유성(銀河流星) 수련행성을 조립하였다.’
현세계의 역사서에 단 한 줄로 적힌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의 세력에서는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서열 이 위라는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만든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은하계의 모든 세력에게 누가 진정한 주인인지를 깨닫게 해준 사태이기도 했다.
우우우웅-!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창조력의 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늘로 이루어진 행성이 본성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행성 창조의 기적 앞에 지성체만이 아니라 천족과 마족조차 감히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솨아아아아-!
삭월(朔月)의 시즈지도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 분위기가 이상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창조력을 언제나 보여주면서 가르치던 아이언이 있었기에 설마 자신에게 압도당해서 꼼짝을 못하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런 조립은 그녀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언제나처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 아니구나.
단순한 조립이니 다행이야.’
지금 주변의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아이언이 직접 사용할 수련시설이고 오래간만에 부탁을 해온 수련행성의 조립에 전력을 다할 뿐이었다.
더구나 아이언의 부재가 너무 길어지고 있었다.
‘수련행성이 완공되면 돌아온다고 했지.’
개인수련이나 신계의 일은 지극히 순조롭지만 이렇게 장기간의 신계 주신의 부재는 불안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니 빨리 돌아오게 해야 했다.
구르르르르릉! 솨아아아아아아-!
행성의 조립이 끝나감을 알자 대량의 액체가 준동하는 소리가 우주 공간에 진동으로 울린다.
다시 초장거리 공간의 문이 열리면서 아이언이 주문한 회복액의 바다가 그대로 바늘의 행성에 부어진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바다의 진로를 세심하게 조정하면서 중앙으로 이끌었다.
좌르르르르르-!
바늘의 행성에 막대한 생명의 회복력을 가진 바다가 부어지자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지기 시작한다.
뾰족한 끝과는 달리 반대쪽은 평평한 대지와 같았는데 거기에 숲이 생겨나는 것은 역시 순식간이었다.
우주 공간에 본성을 능가하는 녹색의 행성이 나타난 모습을 천족과 마족은 환호했다.
“오오! 이게 바로 기적이다.”
“이것이 바로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의 창조력!”
“보았느냐! 지성체들아!”
천족과 마족들은 아이언이 항상 외부로 업무를 보러 돌아다니고 신계주신대리는 항상 수련 중이니 흔들리고 있었다.
더구나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단지 하급 초월자라는 소문이 팽배했는데 그녀가 어지간한 신족 이상의 창조력을 보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싹 사라진다.
‘비록 고위 신족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건 정말 대단한 창조력이다.
‘이 정도의 창조력을 가진 존재라면 신족과 척을 지는 최악의 경우에라도 얼마든지 독립할 수 있다.’
더구나 포근하고 따듯한 창조력의 빛과 한없이 푸근해 보이면서 압도적인 여성미(女性美)를 보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모습은 긴장하면서 보고 있는 지성체의 마음마저 뒤흔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창조력은 강대한 힘이나 파괴력처럼 남을 상처입히거나 위협하기 힘들다.
그러나 창조력 자체가 가진 숭고함은 지성체나 정신체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지지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렇게 행성을 만드는 기적에 열광하는 모두를 향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자신이 조립한 수련행성을 확인했다.
‘아이언의 주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다만 구조가 문제였다.
수없이 많은 바늘 기둥의 끝은 날카롭기 짝이 없고 행성 중앙에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해있었다.
개방하지 않고 닫힌 모습을 보면 중앙의 핵에서 원뿔형의 기둥이 자라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아무리 보아도 이상해.
이걸 어떻게 쓸려고 하는 것이지?’
아직 미숙한 그녀가 보기에는 강력한 회복력이 담긴 바다까지 보이자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것은 당연했다.
‘일단 완성을 서두르자.
그러면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때 물어보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