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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223화 (1,223/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흑염 세력은 조금이라도 강해지기 위해서 유아신의 신체로 부활하여 유리관 속에서 성장만 하고 있다.

그러고 있으니 몸이 근질근질하던 판국에 손맛이 있을 것 같은 창조신들이 와서 오래간만에 싸워볼 생각으로 하는 반론이었다.

“도망만 치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손을 좀 봐주자.”

“그래야 함부로 추격해 오지 않지.”

“위험은 없어.”

더구나 흑염의 직감은 아무런 위험을 표시하지 않았기에 반발은 더욱 컸다.

하지만 근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직감에 느껴지지 않지만, 상황을 보면 위험을 알 수 있다.

저렇게 창조신을 포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절대계에도 없다.

그런데도 사용을 했다는 것은 저렇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전장에 투입되었다는 뜻이다.

현세계의 신족 중에서 이럴 가능성이 있는 존재는 단 하나다.

초월자의 영웅신으로 최고위 창조신이 된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밖에 없다.”

“윽!”

“큭!”

흑염 세력은 고유세계 안에서 성장 중이었지만, 초월자 세력과 꾸준하게 정보를 주고받았기에 신족의 내부사정을 알고 있다.

아이언의 파격적인 행보는 당연히 파악하고 있었다.

“탄핵했다고 주변 상급 창조신을 죽였다면 포탄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

“창조신을 죽이고 패고 다니다니?”

“아무리 영웅신이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행동을 하는데도 무사한 거야?”

그 외에도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이 많았지만, 단 하나의 이유라면 모두 설명이 되었다.

타락한 영웅신 오십 명을 일격에 죽여버린 거대한 힘이 가장 명확한 이유였다.

“신족을 전부 억누를 수 있는 강함이라는 평가다.”

“어떻게 현세계에 이런 강자가 존재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충돌은 어떻게든 피한다.”

이런 결정은 흑염 세력의 지침이 되었다.

그런데 근원이 이 자리에서 다시 그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직감에는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창조신을 포탄으로 사용하는 상황으로 보았을 때 나는 그가 여기에 왔다고 본다.”

그 말에 흑염 세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한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단기간에 다섯 번이나 초장거리 공간도약을 해서 힘겨워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추가로 설명했다.

“전력을 기울여 강화한 우리의 고유세계도 은하유성(銀河流星)에게 직격이 되면 파괴될지 모른다.

만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먼저 피해야 한다.

그러니 어서 서둘러.”

“알았다.

바로 도약하겠다.”

시공간을 뒤흔드는 투기 회오리인 은하유성(銀河流星)은 고유세계가 잠시라도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강력한 오의였다.

실제로 절대계의 강력한 신체를 가졌던 흑염 세력을 일격에 분쇄하는 위력을 보았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바로 공간도약을 준비한다.

‘차원권능이 전혀 통하지 않는 강력한 오의를 가진 초월자 영웅신과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창조신들이 친 방해결계는 차원권능을 막는 것이 목적인 듯 공간좌표를 어긋나게 한다.

억지로 하면 못 뚫을 것도 없지만, 무리해서 부상을 자초할 생각이 없었다.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방해결계의 해제가 필요하다.”

“분석에 일 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상관이 없는가?”

어떤 방해결계도 분석만 하면 없는 것처럼 관통할 수 있는 차원권능이다.

그러니 신격도 낮은 창조신이 친 방해결계는 아무리 강력해도 해제하기 위한 분석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었다.

근원은 잠시 외부를 둘러보면서 확인한다.

‘어디에도 추가 전력이 보이지 않는군.

하긴 고유세계가 펼쳐진 곳에 직접 공간이동은 차원권능이 아니라면 자살행위이지.’

고유세계의 가장 큰 장점은 은밀성이다.

그리고 이렇게 드러날 때도 외부에서 공간이동을 방해가 가능한 효과도 컸다.

‘어떤 강력한 창조신도 직접 여기로 도약해 올 수 없고 날아와야 한다.

그럼 적어도 오 분은 벌 수 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한 근원은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의 의견을 승인한다.

“일 분이면 상관없다.

그러나 최대한 흔적없이 도약해야 한다.”

“알겠다.

방해결계에 대한 분석을 개시한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방해결계의 분석과 도약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근원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적은 창조신을 포탄으로 삼아서 날리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쉽게 대응이 될 리가 없었다.

‘저들은 미끼로는 약해.

우리가 중앙핵도 정기도 없는 창조신들을 포위될 위험을 감수하고 쳐야 할 이유는 없다.

창조신을 포탄으로 삼는 존재가 이걸 예상을 못 했을까?’

무엇보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이 아이언이 직접 나섰다면 이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

‘직접 마주쳐서 싸워보니 힘보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조성하는 치밀함이 더 무서웠지.’

그러나 어떤 수를 써도 초장거리 공간도약을 하면 끝이기에 방해결계를 주시할 뿐이었다.

화르르르륵-! 우우웅-!

공간을 태울 정도의 고온의 불길과 창조신들의 권능 집중으로 흑염 세력의 고유세계가 황금빛의 구형으로 모습을 확실히 드러난다.

드디어 화면 너머지만, 고유세계를 직접 본 고위 창조신들이 일제히 소리를 쳤다.

“잡았다!”

“막아라!”

흑염 세력이 가진 본능의 직감 때문에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아이언도 손을 불끈 쥐었다.

‘좋아! 최고위 창조신이 탐지권능에만 집중해서 뽑아낸 은거지의 좌표는 정확했다.

그럼 다음 일격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모두가 화염 속에서 드러난 고유세계를 확인하고 환호할 때 아이언은 창조신 포탄을 쏘아내고 진동하고 있는 거대 포대를 쳐다보았다.

‘이제 최상급 창조신들을 쏘아서 공간도약을 방해하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를 정기고갈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창조신의 시야로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열 한 개의 포탄을 쏘아댄 대가로 거대 포대가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이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신계가 총력을 기울여 수리하고 있지만, 역시 연사는 불가능했다.

‘포대를 고치고, 좌표를 다시 조정하는 데 십 분이나 걸린다고?

역시 너무 늦어!’

그런데 화면에 보이는 고유세계가 진동을 시작했다.

공간도약의 징조였으니 아이언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은 흑염 세력보다 훨씬 약하다.

그런데도 싸우지도 않고 도주하려 한다고?’

다섯 번의 헛된 실패로 정식 토벌단의 전력을 모두 파악한 흑염 세력의 경각심이 최고조라는 증거였다.

그러나 아직은 여유가 있는지 방해결계를 분석하기 위해서 고유세계에서 품어지는 차원권능이 품어진다.

그러자 바로 수련생들의 병렬신력연결이 뒤흔들린다.

‘역시 진리님에게조차 도망간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답다.

단순한 분석인데 그대로 파열이 될 기세로군.

저런 약한 방해결계로는 시간벌기도 틀렸다.’

아이언의 분석 그대로였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돌파를 위한 분석을 하다가 그럴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았는지 압도적인 공간장악력으로 찢어버린다.

부아아아아아아-!

일반 창조신의 방해결계로는 고유세계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과시하듯이 그대로 소멸시켰다.

화아아아아아아아-!

더욱 환한 황금빛을 내뿜은 고유세계는 포탄으로 만들어진 화염까지 집어삼키고 거대한 빛의 화살로 모습을 바꾸어 간다.

현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이언의 입에서 실패를 인정하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틀렸군.

아무런 성과 없이 놓치는가?”

그런데 가장 중앙에 쏘아져서 고유세계에 근접해있던 아오 시바가 움직였다.

방해결계가 허무하게 와해가 되자 품속에서 아이언이 넘겨준 천을 들고 펼친 것이다.

그리고 천의 내용을 보고 눈이 확 커졌다.

“이… 이건?”

그것은 검은 불꽃이 새겨진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이었다.

‘절대계 십중심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라는 이름까지 적혀있다.’

중앙핵을 빼앗는 흑염 도적단의 목적은 창조신이라면 누구나 안다.

진리에 의해 패배하고 봉인되기 시작한 흑염의 절대자의 시체를 탈환하여 부활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흑염의 절대자에 대한 이들의 충성은 분명 진짜다.

루카 에일레스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허계에서 현세계까지 쫓기면서도 끝없이 싸우고 있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을 이들이 보는 데서 찢었다가는 정말 죽는다.’

더구나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 만든 방해결계가 종이처럼 찢겨나갔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전력의 차이가 있다고 깨달았기에 망설였지만, 그대로 양손으로 잡고서 찢어버렸다.

쫘아아아아아아아!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이 두 조각이 나서 휘날린다.

곧 흑염 도적단들이 튀어나올 것을 직감한 아오 시바는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리면서 외쳤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최상급 창조신의 명령서가 품속에 있었다.

‘당당하게 최상급 창조신이 되어 사생아라는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평생의 꿈이었다.

그런데 이대로 놓쳤다가는 휴짓조각이 된다.’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의 배려와 흑염 도적단의 준동으로 얻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버티기만 한다면 해볼 만한 승부다.

지원세력이 오기까지 십 분! 아니 오 분만 견디면 내 것이 된다.’

전력을 사용하기로 한 아오 시바의 몸 주위로 수십 개의 팔이 자라나서 환영처럼 자라났다.

슈르르르르르-!

늘어난 모든 팔에 삼지창의 신기를 장착한 아오 시바의 기세는 확연히 달라졌다.

잠재만 되어 있던 영웅신의 자질이 스스로 선택한 감당하지 못할 시련에 깨어난 것이다.

“오라! 허계의 타락한 영웅신들이여!

여기 아수라 일족의 영웅신이 될 아오 시바 바스타드가 있다!”

몸속에서 끝없이 솟구치는 힘에 희열을 느낀 아오 시바의 신언은 고유세계 안에도 전달되었다.

그러나 유리관에서 성장 중이던 흑염 세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만 흩어진 천 조각을 멍한 시선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들의 시야에는 우주 공간에 정확히 두 조각이 난 네모난 천만이 휘날린다.

모두가 주시한 거기에는 하얀 천의 중앙에 검은 불길이 그려져 있었고 주변으로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절대계 십중심(絶代界 十中心)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흑염 세력이 아무리 확인을 해봐도 자신들이 절대계에 군림하던 돌아온 영광의 시대 때에 쓰던 그 깃발이 맞았다.

아이언이 일대 십중심이 활동하던 시대의 흑염의 깃발을 정보행성 코아의 정보로 얻어서 그대로 재현해낸 똑같은 복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진리에게 십중심님들이 쓰러지던 순간 같이 사라져버린 흑염의 절대자님의 깃발과 똑같다.’

‘흑염의 권능이 느껴지지 않으니 진짜는 아니겠지만, 모습은 확실히 같아.’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포기했던 영광의 상징이 현세계 창조신의 손에 의해서 바로 앞에서 찢겨나갔다.

십중심의 깃발을 찢는 도발은 절대계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모욕이었다.

“이…이 죽일 놈.”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한 흑염 세력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빛의 화살로 변해서 쏘아지려던 고유세계의 진동이 멈춘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흑염 세력이 흑염의 절대자에게 어떤 충성을 바치는지 알기에 도약을 멈춘 것이다.

‘지금 저들을 처단하지 않으면 고유세계 안에서 미쳐 날뛸 것이다.’

우웅-!

고유세계가 도약을 위한 빛의 화살 형상이 풀어지고 원래의 구형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는 아이언의 심정은 착잡했다.

‘역시 효과가 있나?

흑염의 깃발을 찢으라고 주기는 했지만, 되도록 이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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