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최상급 창조신들이 억지로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수리한 거대 포탑들이 처음과는 다르게 이상한 굉음을 내면서 움직인다.
당장 분해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꽈꽈꽈꽈꽈꽈꽈꽝-!
역시 불을 내뿜으면서 발사를 한순간 일제히 폭발했다.
산산이 부서지는 포대를 보면서 바로 다음 발사를 준비하려 했던 최상급 창조신들은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큭! 못 버티는군.”
“이제는 수리할 수 없다.”
“그럼 공간의 문으로 간다.”
“서둘러!”
원래는 연속적으로 발사할 수 없는데, 강제로 사용한 대가로 거대 포탑들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가만히 볼 수 없는 참상이 전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아직 열려있는 공간의 문으로 뛰어들었다.
아이언은 이미 반수 이상이 쓰러진 수련생들과 흑염 세력과의 혈투를 보면서 냉정하게 생각에 잠겼다.
‘어쩐다?
내가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참전할 생각만 해도 도주하겠지.’
고유세계 속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방심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전력으로 움직이는 속도를 고려해도 도착하기 전에 도주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공간의 문으로 떠난 창조신들의 지원으로는 분명히 늦는다.
그러나, 최상급 창조신을 태운 포탄 열 한 개는 전투현장으로 쏘아졌다.’
화면에서 아오 시바와 흑염 세력이 피에 물든 사투는 마무리에 들어간다.
수십 개의 팔에 들린 신기를 휘두르는 아오 시바를 둘러싼 흑염 세력의 공격은 착실하게 손상을 입히고 있었다.
쫘쫘쫘쫘쫘짱!
흑염 세력이 흑염의 깃발을 찢은 아오 시바에게 집중하자 겨우 목숨을 건진 수련생들은 뒤로 물러섰다.
절반은 확실히 죽었고 나머지 절반도 팔과 다리가 하나씩은 처참하게 찢겨나간 참혹한 모습이었다.
신족 창조신들의 처참한 모습에 최고위 창조신들의 눈빛도 차디차게 변한다.
‘전투 불능이다.’
수련생들이 창조신계에 임관시켜 준다는 보상에 참전했다고 하지만, 겨우 도적 떼들에게 소멸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창조신들은 저렇게 비참하게 죽어서는 안 돼.’
‘적어도 명예롭게 소멸하여야 한다.’
자신들도 당장 공간의 문으로 뛰어들고 싶지만, 여기의 지휘관은 아이언이었다.
그래서 직접 묻는다.
“우리는 끝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
골똘하게 다음 수를 생각하던 아이언은 눈을 지그시 감고서 대답한다.
“저들의 직감권능을 알고 있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최고위 창조신 정도의 강자들이 움직이면 바로 도주할 것이니 최상급 창조신의 투입이 한계야.
지금은 최상급 창조신 포탄들이 도착할 때까지 참아야 해.”
“…”
그 말에 최고위 창조신들도 반론하거나 참전을 고집할 수 없었다.
아이언의 전투 보고와 허계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흑염의 직감권능이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사기적인 효과를 가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명령을 내린 상위자인 우리는 여기서 최선을 다해서 믿고 지원해야 한다.
현장에 아무것도 모르고 나섰다가는 일을 망친다.
하위자들의 희생을 쓸모없게 하지 말자.”
최고위 창조신들을 달랜 아이언은 분노에 눈에 뒤집힌 십여 명의 흑염 세력에게 둘러싸여서 수십 개의 팔이 하나씩 뜯겨나가는 아오 시바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신족 중에 마음에 들던 영웅신의 재능이 있는 창조신이 처참하게 당하자 당장 싸우고 싶은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입술을 깨물면서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나나 최고위 창조신들은 움직일 수 없다.
그랬다가는 포탄으로 쏜 최상급 창조신들이 도착하기 전에 바로 도망칠 것이다.’
흑염의 직감권능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약자들을 미끼로 겨우 끌어낸 기회였다.
‘흑염의 깃발을 찢음으로써 약간의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감정을 끌어냈다.’
그런데 경솔하게 감정대로 따랐다가 최상급 창조신들이 초장거리 공간도약을 방해하기 전에 놓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
우리가 나서면 바로 도주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명령하고 지켜보는 것이 최고 지배층인 우리들의 역할이 아닌가?
과정에서 조급하게 나서서 방해하지 말고, 결과를 기다리자.”
아이언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기도 했다.
그걸 아는 최고위 창조신들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자신들이 도저히 당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아무리 분노를 해도 미련 없이 도주할 것이다.’
‘도적단에게 충성이나 의리는 너무나 가볍지.’
‘최악의 경우 희생은 상급 창조신 한 명과 일반 창조신 열 명이다.’
그걸 대가로 흑염 세력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 한 명을 정기고갈로 몰아넣을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기에 다시 화면을 주시한다.
신계에서 고유세계가 보이는 공간의 문을 통과하여 전장에 도착한 고위 창조신들이 모두 단거리 공간도약을 통해서 질주를 시작하고 있었다.
파파파파파-! 구구구구구구궁-!
일천 명이 넘는 고위 창조신들의 단거리 공간이동을 연속적으로 펼치면서 하는 진군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그들의 대열의 뒤를 이어서 최상급 창조신을 실은 열 한 개의 포탄이 빛의 궤적을 그리면서 공간의 문을 통과하려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은 아오 시바를 끝장내려고 하던 흑염 세력을 당황하게 했다.
“큭! 역시 모두 몰려왔다!”
“이것들은 미끼였어!”
이렇게 신격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저렇게 많은 고위 창조신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흑염 세력의 대열공격에 빈사 상태로 빠진 수련생들은 거의 전투능력을 잃었고 남은 존재는 하나였다.
그것도 흑염의 깃발을 찢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판단을 한다.
“아직 시간이 있다!”
“약골들은 무시해!”
“이놈만 소멸시키고 뜬다!”
유일하게 전력이 남아있는 아오 시바를 둘러싸고 오십 명의 흑염 세력이 신기에 신력을 집중해서 원거리 집중공격을 퍼부었다.
하나라도 직격을 당하면 어지간한 고위 창조력은 증발해버릴 위력이었다.
그러나 아오 시바는 아이언과의 대련으로 이런 포위 형식의 연속공격에 익숙했기에 신기를 휘둘러서 막아내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팍-!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강-!
아이언과의 대련에서도 목숨만은 붙여주었던 수십 개의 손과 신기들은 철벽의 방어를 보였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어!
아이언님이 열 개의 손가락으로 연속해서 튕겨내어 퍼부은 투기 공격에 비하면 약하다.’
단숨에 소멸을 시키려고 쏘아낸 원거리 전력공격을 아오 시바가 모두 막아내자 흑염 세력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화 된 지금의 자신들로는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상대라는 사실을 말이다.
타락한 영웅신 오십명을 곤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걸 받아내다니 일반적인 창조신이 아니구나.”
“아오 시바! 너도 영웅신이었느냐!”
흑염 세력의 원거리 집중공격을 전부 막아낸 아오 시바도 무사하지 못했다.
오십 개의 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더는 팔을 뽑아낼 힘이 없어서 남은 이십오 개의 손에 쥔 신기에 신력을 불어넣으면서 외쳤다.
“아수라 일족의 영웅신이 될 아오 시바 바스타드다!”
정식으로 이름 소개를 들은 흑염 세력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창조신의 이름이 아오 시바?
거기에 바스타드?
사생아라고?’
‘욕설이나 어설픈 도발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
아무리 보아도 정식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포한 의미와 버릇이 없음에 더욱 불쾌해졌다.
“이런 이름을 잘도 붙이고 떠벌리면서 다니는군.”
“주변과 죽도록 싸워보자 이거냐?”
여기에 흑염의 깃발을 찢은 모습과 겹쳐지니 더욱 살려둘 생각이 사라진 흑염 세력이었다.
지금 고위 창조신들이 새까맣게 몰려오는 모습이 직접 보이니 대화를 할 시간은 없지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부터 개김이 넘치는군.”
“그런 호칭으로 용케도 상급 창조신이 되었구나.”
“하지만 겨우 그 정도의 힘으로 우리에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여기서 너의 신생을 끝내주마!”
원거리 공격이 안 통하면 근접공격을 하면 되고 그것은 흑염 세력의 주특기였다.
흑염 세력 여섯이 신기를 휘둘러서 얼마 안 남은 아오 시바의 팔을 자르려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아오 시바가 자신의 이름으로 대화를 유도하면서 시간을 벌자 아이언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을 한다.
‘확실히 방어하는 손의 수가 늘어나고 빨라졌다.
이제야 영웅신으로 진화할 모양인가?
그러나 상대도 타락했다고 하지만, 영웅신들이다.
방어만 해도 흑염 세력이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을 모두 몰살시키기 전에 도착이 힘들겠군.’
아오 시바는 흑염 세력의 맹공에 잘 버티어주고 있다.
그러나 백 개 이상으로 늘어났던 팔들은 거의 뜯기고, 이제 겨우 스물다섯 개만 남아서 겨우 견디는 수준이었다.
수련생들은 자기 목숨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니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수련생들은 아오 시바의 전면에 나서서 스스로 표적이 되어준 덕분에 목숨만 부지했다.
원거리 공격이 잘 안 통하니 이제 부상을 각오하고, 차륜전으로 직접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럼 소멸한다.’
아이언은 대모 마하와의 카르마 계약서에 아오 시바의 안전 보장을 보장했으니 어떻게든 살려야만 했다.
무엇보다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은 자신의 위험한 명령을 수행하고 있으니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선택권과 도망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었으니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희생을 용납할 수 없었다.
‘충실하게 명령에 복종하고 위기에 처한 부하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돕기로 하겠다.’
아이언은 손을 뻗어서 화면 너머의 전장으로 음성을 전달하는 마이크를 잡았다.
의아해하는 최고위 창조신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신력을 담아서 화면 너머의 전장으로 영상과 신언을 전달한다.
“흑염 도적단이여. 나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다.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말한다.
일단 흑염의 깃발을 찢으라고 시킨 것은 바로 나다.
거기 있는 애송이는 내 명령에 따른 것뿐이다.”
“!!!”
뜻밖의 고백에 흑염 세력과 아오 시바의 전투의 흐름이 늦추어진다.
아이언은 어떻게든 대화로 후속 지원이 도착할 시간을 끌어서 아오 시바를 살릴 속셈이었다.
필요하면 흑염 세력의 증오와 분노를 자신에게 돌려서라도 말이다.
“창조주의 권리를 힘으로 획득한 절대계 십중심들은 분명 위대했다.
그중에서도 최강의 신체는 분명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다.
순수한 개인의 힘만으로 다른 십중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강자가 어찌 위대하지 않겠는가?
그의 깃발이 어쩌다 땅에 떨어지고 이제 현세계의 창조신들에게 찢겨 졌는가?”
찢은 당사자 쪽에서 흑염의 절대자의 명예를 들먹이니 어찌나 황당한지 전투가 잠시 멈출 지경이었다.
아오 시바가 겨우 견디고 있는데 이런 도발을 하고 있으니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멈추지 않고서 말한다.
“그 원인은 모두 너희에게 있다.
혼자서 절대계 일 할을 차지한 위대한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을 도적단의 상징으로 전락시켰다.
절대자의 깃발이 아닌 도적단의 깃발이 찢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흑염의 절대자는 너희가 다시 도적단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사실이겠지만, 흑염 세력으로는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길이다.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을 당한 흑염 세력의 눈빛이 지독한 살기를 내뿜는다.
그런 와중에 심각한 타격을 조금 회복한 아오 시바는 겨우 최악의 상태로 떨어진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아이언님 덕분에 일단은 살았다.
열 명의 수련생 중 다섯 명이 사망했는가?
나머지 다섯도 싸울 수 있는 상태로는 보이지 않는다.’